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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출처-<민음사>
음식남녀(飮食男女)
“음식과 남녀 간의 사랑은 사람들이 크게 바라는 일이고, 사망과 빈고(貧苦)는 사람들이 크게 싫어하는 일이다.”
(飮食男女 人之大欲存焉, 死亡貧苦 人之大惡存焉)
- 예기(禮記) 中 예운(禮運)편 -
‘내 남자의 결혼식’에서 벌어진 사건
「커다란 양푼에 달걀노른자 5개와 달걀 4개, 설탕을 넣는다. 반죽이 걸쭉해질 때까지 휘젓다가 달걀 2개를 더 집어넣는다. 계속 휘젓다가 반죽이 다시 걸쭉해지면 달걀 2개를 더 첨가한다.」
‘데 라 가르사’ 집안의 세 자매 중 막내딸인 ‘티타’는 바로 위 언니인 ‘로사우라’의 결혼식에 쓰일 웨딩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농장 부엌에서 반죽을 젓고 있었다. 요리의 달인인 ‘나차’가 메인 요리사였고, 티다는 보조였다. 그런데 요리가 진행될수록 쫀득해져야 하는 반죽은 오히려 묽어지고 있었다. 티다의 하염없는 눈물 때문이었다. 나중에는 눈물이 말랐지만, 티타는 울기를 멈추지 않았다.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이자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가 형부가 되는 현실 앞에서 어린 티타가 할 수 있는 것이란 반죽을 저으며 울고 또 우는 것뿐이었다.

영화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中
출처-유튜브<스카라>
형부가 될 ‘페드로’는 티타의 남자였다. 열여섯 살의 티타는 일 년 전 크리스마스 저녁, 페드로를 처음 만났을 때를 잊지 못했다. 자신의 어깨 위로 느껴지던 페드로의 그 뜨겁고도 강력한 눈빛에 티타는 자신이 마치 팔팔 끓는 기름 속에 던져진 도넛 반죽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자신의 얼굴과 배, 심장, 젖가슴, 온몸이 도넛처럼 기포가 몽글몽글 맺힐 듯 후끈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너에게 청혼을 하러 오는 거라면 아예 그만두라고 해라. 그 청년이나 나나 괜한 시간만 낭비하는 거니까. 네가 막내딸이라 내가 죽는 날까지 나를 돌봐야 한다는 건 너도 잘 알잖니?”」
데 라 가르사 집안에서는 복종 이외에 그 어느 것도 용납되지 않았으며 ‘마마 엘레나’는 그 전통의 수호자였다. 일찍이 과부가 되어 세 자매를 홀로 키운 이 강인하고 고집 센 여자는 농장의 지배자였으며 딸들이 자신의 지시에 토를 다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는 여자였다. 어머니와 언니는 청혼을 가로챘다. 마마 엘레나는 티타에게 청혼하러 온 페드로에게 단호한 어조로 이 가문의 전통을 말하며 티타의 언니인 로사우라와의 결혼을 제안했다. 티타에 대한 사랑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페드로는 마마 엘레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것만이 티타와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이 티타가 만든 웨딩 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이상한 광경이 결혼식장을 덮쳤다. 케이크를 먹은 모든 사람들이 그리움과 슬픔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마마 엘레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괴이한 식중독 증세가 나타났다. 모든 하객들은 옛사랑을 그리워하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모두가 화장실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마당에서 토하기 시작했다. 로사우라 역시 웨딩드레스가 구토물 범벅이 되는 것을 감수해야만 했다. 웨딩 케이크를 먹고도 멀쩡한 사람은 오직 티타 한사람 뿐이었다.

우웩~ 우웩~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티타의 음식에는 괴상한 특징이 있는데, 그 음식을 먹는 사람들에겐 티타의 감정이 그대로 전염되는 ‘전염 증폭’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알몸으로 집을 뛰쳐나간 언니의 사연
「손가락을 찔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장미 꽃잎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떼어 낸다. 가시에 찔리면 아프기도 하지만 꽃잎에 피가 스며들면 요리 맛이 변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화학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
농장의 요리사 나차가 죽었다. 집안 여자 중에서 티타가 농장의 공식 요리사가 되었다. 평생 결혼하지 못하고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티타는 적임자였다. 티타는 스페인 식민지 전 시대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요리 비법의 마지막 계승자가 되었다. 티타는 부엌이 좋았다. 나차와 함께 요리하는 시간을 사랑했고, 무엇보다도 부엌만이 마마 엘레나의 감시와 구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었다.

티타가 농장의 요리사 된 지 일 년이 되었을 때, 페드로는 티타에게 분홍 장미꽃을 선물했다. 임신 중인 로사우라는 자신의 남편이 자신이 아닌 티타에게 꽃을 선물하는 것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며 거실을 뛰쳐나갔다. 마마 엘레나는 대노했다. 그리고 티타에게 그 꽃을 버리라고 명령했다.
티타가 장미꽃을 가슴에 꼭 끌어안은 채 부엌으로 들어왔을 때, 원래 분홍색이었던 장미꽃은 티타의 손과 가슴에서 흐른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티타는 도저히 그 꽃을 쓰레기통에 버릴 수 없었다. 그때 죽은 나차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여왔다. 티타는 자신의 피가 묻은 그 꽃으로 나차에게 배운 전통 요리를 만들기로 했다.
메추리의 털은 산채로 뽑아야 했다. 끓는 물에 메추리를 담그면 고기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잔인하고 끔찍한 일이었지만 티타는 훌륭하게 여섯 마리의 메추리를 처리했다. 그리고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다리를 묶고 소금과 후추를 적당히 뿌린 후 버터를 녹여 노르스름하게 익히고 마지막으로 장미 향을 입혔다. 황홀한 음식이 만들어졌고 무엇보다도 맏언니 ‘헤르트루디스’에게 믿지 못할 변화를 일으켰다. 헤르트루디스는 다리에서부터 올라오는 후끈한 열기를 느꼈으며 몸의 가운데 부분이 간질거려 의자에 제대로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헤르트루디스는 정말로 몸이 불편해 보였다.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그녀의 몸에서 흐르는 땀방울은 분홍빛이었으며, 그윽하고 달콤한 장미 향을 풍겼다.」
몸의 열기를 식혀야 했다. 헤르트루디스는 샤워실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몸에 닿기도 전에 증발해 버렸고 끝내는 나무판자로 만든 샤워실마저 불이 붙었다. 헤르트루디스는 열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벌거벗은 채로 샤워실을 뛰쳐나왔다. 얼마 전 마을 광장에서 보았던, 자신과 눈을 마주쳤던 젊은 장교가 떠 올랐다. 헤르트루디스는 순식간에 음탕한 생각에 지배당했다. 그녀는 온몸에서 장미 향을 뿜어내며 나체로 달리기 시작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강렬하게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허리춤까지 늘어뜨린 헤르트루디스는 천사와 악마를 반반씩 섞어 놓은 모습이었다. 가녀린 얼굴과 순결한 처녀의 육체는 눈과 땀구멍에서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는 열정이나 관능과는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냄새에 이끌려 말을 타고 달려 온 젊은 장교 ‘후안’의 눈에 헤르트루디스가 보였다. 뜨거운 열정을 잠재워 줄 남자를 찾아 들판을 헤메고 있는 모습이었다. 후안은 그녀를 자신의 말에 태웠다. 그렇게 헤르트루디스는 농장을 떠났다. 그 후, 마마 엘레나는 헤르트루디스의 이름조차 입에 올리지 못하게 했다. 그녀의 사진과 출생 신고서도 모두 불사르게 했다. 불탄 샤워장은 몇 년이 지나도록 장미 향이 가시지 않았다. 그리고 티타는 자유를 쟁취한 언니를 위해 매년 장미 꽃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를 만들었다.
처녀의 젖에서 나온 젖
「칠면조는 잡은 지 이틀 뒤에 깨끗이 씻은 다음 소금을 뿌려서 삶는다. 제대로 키우기만 하면 칠면조 고기도 맛있을 수 있다. 심지어 훌륭한 맛을 내기도 한다. 깨끗한 사육장에서 충분한 옥수수와 물을 줘서 키우면 그런 맛을 얻을 수 있다.」
티타는 자신의 조카이자 페드로와 로사우라의 첫 아들인 ‘로베르토’의 세례식을 축하하는 파티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로베르토는 로사우라의 아들이기보다는 티타의 아들에 가까웠다. 티타가 받아냈고, 티타가 젖을 먹여 키웠다.
로베르토가 나오던 날,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마 엘레나와 하녀들은 시장에 가고 없었고 주치의 ‘조 브라운’ 박사를 부르러 간 페드로는 마을을 점거한 정부군에 부당하게 억류되어 있었다. 로사우라는 임신 기간 동안 몸무게가 삼십 킬로그램이나 불어난 데다가 초산이었기에 분만은 힘들고 위험했다. 오직 티타가 이 분만을 감당해야 했다.
티타는 가축의 출산만 경험해 보았으나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언니의 가랑이 사이는 어둡고 조용하고 깊은 터널일 뿐이었다. 아이는 나올 생각도 하지 않았다. 티타는 간절히 기도했다. 어느 순간 언니의 가랑이 사이 터널이 조금씩 시뻘건 강물로, 거친 용암으로, 갈가리 찢긴 종이로 바뀌더니 드디어 아이가 나왔다.
![엄마의 강요로 남자친구가 언니와 결혼하면 벌어지는 일 [영화리뷰_결말포함] 4-10 screenshot.png](https://img-cdn.ddanzi.com/files/attach/images/977701/974/889/768/57eac5c68973489718688801f106c241.png)
언니의 육체가 마침내 새 생명에게 길을 터 주었던 것이다. 티타는 조카의 첫 울음소리와 얼굴을 절대로 잊지 못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모습이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로사우라는 젖이 나오지 않았다.
「티타는 아이의 얼굴이 조금씩 평화로워지고 허겁지겁 삼키는 소리까지 들리자 설마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가 그녀의 젖을 먹고 있다는 게 가당키나 한 얘긴가? 하지만 티타가 아이를 가슴에서 떼어 내자 젖이 뿜어져 나와 흘러내렸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처녀에게서 젖이 나온 것이었다. 유모를 구하지 못해 아이는 배고픔에 빽빽 울어댔다. 우유를 먹였지만 아이는 뱉어낼 뿐이었다. 아이가 티타의 젖가슴을 비비며 젖을 찾았다. 티타는 누군가가 배가 고파서 음식을 찾는데도 줄 수 있는 먹을 것이 없는 것을 참지 못하는 여자였다. 급한 마음에 자신의 블라우스를 열어 아이에게 젖을 물리자 아이는 미친 듯이 세차게 빨아 댔고, 놀랍게도 젖이 나왔다.

로베르토의 세례식 파티에 쓸 칠면조 몰레(멕시코 요리에 쓰이는 여러 소스를 의미)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몬드와 참깨를 볶아 갈아야 했다. 티타는 무릎을 꿇고 맷돌 위로 몸을 숙인 채 아몬드와 참깨를 갈면서 춤을 추듯 몸을 움직였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블라우스 밑으로 젖가슴이 출렁거렸다. 목에 맺힌 굵은 땀방울이 둥글고 탱탱한 가슴 사이의 깊은 계곡 아래로 흘러내렸다.」
부엌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를 도저히 참지 못하고 페드로가 왔다. 그리고 그의 눈에 티타의 가슴골이 다가왔다. 페드로는 돌처럼 굳었다. 티타는 맷돌질을 멈추고 페드로가 더 잘 볼 수 있도록 몸을 꼿꼿하게 세워 자랑스럽게 가슴을 펼쳤다. 그리고 페드로의 눈길을 보며 티타는 깨달을 수 있었다. 왜 모든 물질이 불에 닿으면 변하는지, 평범한 반죽이 왜 토르티야가 되는지, 왜 불같은 사랑을 겪어 보지 못한 가슴은 아무런 쓸모도 없는 반죽 덩어리에 불과한 것인지.
떠난 언니의 가족과 로베르토의 죽음
「토막 낸 소꼬리는 양파, 마늘, 적당량의 소금과 후추를 넣고 함께 끓인다. 수프이니만큼 평소 스튜를 만들 때보다 물을 조금 더 붓는다. 맛있는 수프는 너무 묽지 않으면서도 맛이 진해야 한다.」
따뜻하고 맛있는 수프는 몸의 병이건 마음의 병이건 뭐든지 다 고칠 수 있는 것이었다. 티타는 존 브라운 박사의 집 침실 창에 기대어 존의 아들인 알렉스가 안뜰에서 비둘기를 쫓아다니며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삼 개월 전, 농장의 하녀 ‘첸차’가 마마 엘레나 몰래 가져온 소꼬리 수프를 떠 올렸다. 예전 나차가 살아 있었을 때 그 맛과 똑같았다. 그 수프가 티타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자, 어머니 명령대로 하고 있으니까 잘 보세요! 나도 이젠 지쳤어요! 어머니한테 복종하는 데도 지쳤다고요!”
마마 엘레나는 티타에게 다가와 나무 주걱으로 티타의 얼굴을 세차게 후려갈겼다.
“엄마가 로베르토를 죽였어!”」

마마 엘레나는 자신의 사위와 티타 사이를 감도는 그 끈끈하고 묘한 분위기를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녀는 결단했다. 사위와 딸을 사촌이 있는 텍사스 샌안토니오로 보내기로 한 것이다. 티타의 애절한 마음을 뒤로 하고 페드로와 로사우라, 그리고 티타가 자신의 아들처럼 여기고 키운 로베르토는 농장을 떠났다. 얼마 후, 로베르토가 죽었다는 소식이 찾아왔다. 티타의 보살핌을 떠난 로베르토는 뭘 먹어도 탈이 났고 끝내는 죽었다는 것이었다.
그날 티타는 평생 처음으로 마마 엘레나에게 소리를 지르며 반항했다. 그 결과는 부러진 코와 비둘기장에 갇히는 것이었다. 마마 엘레나는 티타를 정신병원에 가두려고 주치의 조 브라운 박사를 불렀으나 코가 부러진 채 온몸에 비둘기 똥과 털을 잔뜩 붙이고 있는 알몸의 티타를 본 순간 박사는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극진히 보살폈다.

5년 전 아내와 사별한 브라운 박사는 농장을 드나들며 봐왔던 티타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있었다. 브라운 박사는 티타에게 청혼할 생각이었다.
결혼 전 다른 남자와의 빛나는 섹스
「양파는 곱게 다져서 기름을 약간 두르고 고기와 함께 볶는다. 고기를 볶을 때 커민(카레, 칠리 등을 만들 때 그 씨를 향신료로 쓰며, 매콤한 맛이 난다) 간 것과 설탕 한 스푼을 넣는다.」
티타는 양파를 다지며 울었다. 곧 존이 청혼하러 올 것이기에 맛있는 참판동고(멕시코 북부 전통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마마 엘레나가 죽었다.

막내딸은 어머니를 돌봐야 한다는 저주가 사라졌다. 존 브라운 박사는 티타는 절대 결혼할 수 없다며 성을 내던 마마 엘레나가 죽음으로서 자신이 티타와 결혼할 수 있게 된 것을 진심으로 감사했다.
마마 엘레나의 죽음으로 페드로와 로사우라가 돌아왔다. 그들이 농장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 임신한 몸으로 돌아온 로사우라는 티타의 두 번째 조카 ‘에스페란사’를 낳았다. 예쁜 여자아이였고 조산이며 난산이었다. 자궁을 들어낸 끝에 나온 아이는 로사우라의 마지막 아이가 되었다. 이것은 ‘에스페란사’가 가문의 전통에 따라 사랑이나 결혼을 하지 못하고 죽는 날까지 엄마를 돌봐야 한다는 것을 뜻했다. 티타는 예쁜 조카를 보며 이 끔찍한 전통에 치를 떨었다.
농장 하녀인 첸차가 티타를 돕기 위해 부엌에 오자 티타는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몸단장을 시작했다. 브라운 박사가 오기 전, 십분 안에 샤워와 화장을 끝내야 했다.
「두 눈을 감자 감각이 예민해져서 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차가운 물줄기 한 방울 한 방울이 모두 느껴졌다. 차가운 물에 닿은 유두가 돌처럼 딱딱해지는 것도 느껴졌다. 다른 물줄기가 등을 타고 내려와 톡 튀어나온 엉덩이의 둥그스름한 곡선을 따라 폭포수처럼 떨어져서는 탄탄한 다리 아래로 흘러내려 발끝으로 떨어졌다.」
샤워가 티타의 불쾌한 기분을 사라지게 했으나, 온 가족이 모인 자리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존은 티타에게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워 주었다. 약혼이 성립되었다. 티타는 손가락에서 빛나는 반지를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농장과 페드로에게서 떠나고 싶었다.
존이 돌아간 후, 티타는 ‘어두운 방’으로 들어갔다. 이 방은 마마 엘레나가 목욕하던 방이었다. 마마 엘레나는 샤워실을 쓰지 않고 꼭 이 방에서 목욕을 했었다. 그녀가 죽은 뒤 이 방은 그릇실로 쓰고 있었다. 티타는 몰랐다. 페드로가 자신을 따라 어두운 방으로 들어온 것을.
「로사우라는 창가를 지나다가 ‘어두운 방’에서 흘러나오는 이상한 광채를 보게 되었다. 인광(燐光) 가은 청백색 빛 줄기가 하늘을 향해 높이 치솟고 있었다.」
티타는 페드로에 대한 사랑과 그의 유혹, 둘 다를 이겨내지 못했다. 결혼을 앞두고 그녀는 ‘어두운 방’에서 페드로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격렬한 섹스를 벌였다. 둘의 섹스는 빛나는 것이었고, 그 빛은 ‘어두운 방’의 창문을 통해 밤하늘로 퍼져나갔다. 그 빛을 본 로사우라와 다른 이들은 그것이 마마 엘라나의 귀신이 내는 것이라며 수군댔다.

‘존’과의 파혼
「우선 콩은 베이킹 소다를 넣고 푹 삶아서 깨끗이 씻은 다음 돼지고기와 튀긴 돼지 껍질을 넣고 다시 삶는다.」
티타는 새벽 5시에 일어나자마자 콩부터 삶았다. 존과 티타의 결혼식을 앞두고 멀리 펜실베이니아에서 온 존의 숙모와 존을 대접하기 위해서였다. 티타는 괴로웠다. 그녀는 여전히 페드로를 사랑했고 페드로와 했던 빛나는 섹스는 티타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티타가 번뇌하고 있을 때 부엌문이 열리며 로사우라가 거만한 태도로 들어왔다.
「“좋아. 네가 원한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너는 부당하게 애인을 사귀었어. 너한테는 남자 친구를 사귈 자격이 없었어.”
“그게 누구 생각인데? 엄마야 아니면 언니야?”
“네가 박살 낸 우리 가족 전통에 의하면 그렇지.”
“그 빌어먹을 관습이 날 구속하는 이상, 그런 것쯤은 필요하다면 몇 번이고 박살 낼 수 있어.”」
티타는 분노했다. 조카 에스페란사를 잊으려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에스페란사 역시 자라서 자신과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로사우라의 말과 태도로 보아 그것은 자명한 것이었다. 에스페란사는 티타의 딸이 아니었고, 티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화가 잔뜩 난 티타는 자신이 만든 토르티야 부스러기를 접시에 담아 밖으로 가지고 가 닭들에게 던져 주었다.
토르티야 부스러기를 먹은 닭들이 갑자기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닭들은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서로 정신없이 쫓아다녔다. 그 광란의 추격전이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닭들이 일으킨 회오리바람은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집어삼켰다. 에스페란사의 기저귀부터 집어삼키더니 티타의 몸뚱기까지 들어 올려 팽개쳤다. 그리고 안뜰 바닥에는 깊은 웅덩이가 파였고, 그 속으로 닭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정신을 차린 티타는 저녁 식사 준비를 끝내고 존과 그의 숙모를 맞이했다. 그들에게 언니는 몸이 불편해 참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식사 내내 티타는 곧 자신이 내릴 결정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으며 당혹스러워했다. 식사가 끝난 후, 기어코 티타는 존에게 결혼을 취소하자고 말했다. 존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티타는 존에게 자신이 사랑했던 페드로와 나눴던 섹스에 대해 말했다. 티타는 너무나 미안해했고 존은 침묵했다. 존은 티타의 손에 키스하며 말했다.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고.
모든 제약에서 벗어난 이십 년 후
「호두 까는 일은 시간과 손이 많이 드는 일이므로 며칠 전부터 충분한 여유를 갖고 시작한다. 딱딱한 껍데기를 벗겨 낸 후 그 안의 얇은 껍질도 벗겨야 한다. 이때 껍질이 조금이라도 열매에 붙어 있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안 그러면 호두를 갈아 크림과 섞었을 때 호두 소스에서 쓴맛이 나서 모든 공이 허사가 될 수 있다.」
이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내일은 에스프란사가 알렉스와 결혼하는 날이었기에 티타는 호두를 손질하고 있었다. 티타는 이십 년의 세월을 로사우라와 격하게 대립하며 살았다. 두 여자는 일종의 계약을 맺었다. 페드로와 티타의 사랑을 로사우라가 인정하되 절대적으로 숨겨야 하며, 티타가 페드로의 아이를 갖는 것을 포기하되, 에스페란사는 공유하기로 했다. 단 교육은 로사우라가 맡기로 했다. 그러나 티타는 로사우라가 에스페란사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 할 때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겨우겨우 로사우라를 설득해 에스페란사를 학교에 보냈으나 알렉스의 등장은 또 다른 폭풍을 불러일으켰다. 알렉스는 에스페란사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존 브라운의 아들이었다.
로사우라는 자신에게 부여된 권리, 즉 죽을 때까지 에스페란사가 자기를 보살펴야 한다는 권리를 지키기 위해 암사자처럼 싸웠다. 발버둥 치며 악을 썼고, 토하기도 했고 협박도 했다. 그 와중에 심각한 소화 불량으로, 사실 죽음의 진짜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티타는 알렉스와 에스페란사의 결혼을 성사시킨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엄마의 강요로 남자친구가 언니와 결혼하면 벌어지는 일 [영화리뷰_결말포함] 11-19 screenshot.png](https://img-cdn.ddanzi.com/files/attach/images/977701/974/889/768/ff061e966b8929c4a9160a1be10d30e2.png)
알렉스와 에스페란사
하객들은 모두 즐거워했다. 호두 소스를 끼얹은 칠레고추 요리를 입에 넣으며 티타의 언니헤르트루디스가 장미 꽃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를 먹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노래와 춤이 시작되자 모두 음탕한 생각들을 해댔다. 그들은 얼른 자리를 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 데서나 급하게 사랑들을 나누었다. 다리 밑에서, 도로변에 주차해놓은 차 안에서. 강이나 계단, 약국 판매대나 옷장 등. 그날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창조가 이루어진 날이었다.
![엄마의 강요로 남자친구가 언니와 결혼하면 벌어지는 일 [영화리뷰_결말포함] 11-51 screenshot.png](https://img-cdn.ddanzi.com/files/attach/images/977701/974/889/768/5408d1adfbd4050d009304fa61e2f488.png)
티타와 페드로는 손을 잡고 ‘어두운 방’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둘은 오랜 시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기 위해, 임신하지 않기 위해, 상대방의 몸 속에서 쾌락에 떨며 소리 지르지 않기 위해 조심하며 전전긍긍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모든 게 옛일일 뿐이었다. 둘은 기쁨에 취했고 페드로는 티타의 옷을 하나하나 천천히 벗겨 냈다. 격렬했다. 티타는 두 눈을 감고 있었는데도 모든 게 밝게 빛나고 환한 터널이 나타난 것을 볼 수 있었다. 페드로의 격렬한 심장 고동이 그녀의 가슴에 부딪히는 소리가 생생히 느껴졌다. 어느 순간 그 소리가 멈추자 티타는 페드로가 죽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티타는 불타오르고 싶었다. 터널 입구에서는 환한 광채에 휩싸인 페드로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티타는 주저하지 않고 페드로를 따라갔다. 둘은 긴 포옹을 나누고 한참 동안 하나가 되었다. 다시 절정을 느꼈다. 이제 둘은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 순간 불길에 휩싸인 페드로와 티타의 몸에서 환한 불꽃이 치솟았다. 그리고 그 불꽃이 담요에 옮겨 붙으면서 농장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어두운 방은 격렬한 분화구와도 같았다. 돌덩이와 재가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하늘 높이 치솟은 돌덩이는 색색가지 황홀한 불꽃을 내며 폭발했다.」
![엄마의 강요로 남자친구가 언니와 결혼하면 벌어지는 일 [영화리뷰_결말포함] 12-30 screenshot.png](https://img-cdn.ddanzi.com/files/attach/images/977701/974/889/768/f75f8c512252b7886316a283e0a1f94d.png)
마을 사람들은 이 장관을 보며 결혼식 불꽃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불꽃놀이가 일주일이나 지속되자 호기심에 농장으로 다가갔다. 농장은 몇 미터나 쌓인 재로 덮여 있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에스페란사는 불타버린 농장의 잔해 속에서 간신히 책 하나만을 찾아낼 수 있었다. 티타가 남긴 요리책이었다.
즐거운 인생을 위한 필수 요소, 식욕과 성욕
우리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인간이란 다른 동물들과 많이 다른 뭔가 특별하고 고귀한 존재인 것 같습니다. 인간에게는 높은 차원의 지성이 있고 다른 고등 동물들은 흉내도 내지 못할 날카로운 이성도 있습니다. 물론 짝짓기와 자손을 남기고 싶어 하는 번식 욕구 같은 공통점도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동물을 연구하고자 할 때는 불행히도 사정이 전혀 달라진다. 동물을 동물이라고 부르는 데 익숙해져 있는 동물학자들조차 인간을 연구할 때는 주관을 개입시키는 오만함을 피하기 어렵다.”
-데즈먼드 모리스 著, 털 없는 원숭이 中-
인간의 지성과 이성, 그리고 자신의 종에 대한 애착과 우월감은 인간이라는 생명체를 냉정하며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을 방해합니다. 그래서 인간도 생물학적으로 하나의 동물이라는 가장 본질적 속성을 애써 외면하게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포유류에 속한 동물입니다. 조금 유별나게 진화하긴 했지만 말이죠.
유별나게 진화했다는 대표적인 예가 식욕과 성욕의 모순적인 대립을 모두 수용하는 생명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한 식욕을 넘어서 미각 그 자체를 위해 음식물을 섭취하는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동시에, 이와는 완전 대조적인 ‘식욕의 통제’까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성욕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대부분의 동물과는 달리 번식이 아닌 쾌락 그 자체만을 위해 섹스를 합니다. 위에 인용한 책 ‘털 없는 원숭이’의 내용에 따르면, 인간의 몸에 털이 없어진 것, 청각과 전혀 관계없이 성감대 역할을 할 뿐인 귓불이 발달한 것, 키스의 쾌감 외에는 별 쓸모없는 도톰한 입술 등, 이 모든 것이 번식으로서의 섹스가 아닌 쾌락을 위한 섹스를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식욕과 마찬가지로, 성욕에 대해서도 역시 이와는 대조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족 보존 본능’마저도 극복할 수 있는 ‘의지에 의한 섹스 통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모순되는 두 가지를 동시에 가능하게 해 준 힘은 사회적 윤리와 체면 의식에서 나옵니다. 이런 모순된 특징을 동시에 가지는 것이 가능한 것은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 본능의 계승뿐만이 아닌 문화의 계승까지 가능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회적 윤리와 체면 의식, 먼 조상으로부터 이어져 와 오늘날 나의 몸에까지 배어 있는 것, 이것이 바로 ‘관습’입니다. 이 관습이 때때로 나의 식욕과 성욕을 억제하게 합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말입니다.
한국 사회는 역사적 문화적 특징 때문에 다른 사회보다 관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사회입니다. 나 자신을 위한 만족보다 타인의 눈에 보이는 내 모습에 대한 만족을 위해 많은 힘과 돈을 쏟게 되는 그런 사회라는 거죠. 그래서 맛난 음식이 먹고 싶어도 참습니다. 뚱뚱한 내 모습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신경 쓰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생겨도, 주변 호사가들의 뒷말에 오르지 않을 정도의 집과 직장 같은 물질적 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면 포기합니다. 모두 타인의 평가와 체면이라는 우리 사회의 관습 때문입니다.
우리는 인간이며 동시에 동물입니다. 본능에 충실한 것은 죄가 아닙니다. 좋아하는 음식이 맛나게 차려진 식탁 앞에서 허리띠를 풀고 포식할 권리와 자유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이성에게 성욕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그 성욕이 실행에 옮겨질 때, 그보다 행복한 일은 없습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좀 더 나 자신이 즐거워하는 것, 남이 아닌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살아야 합니다. 자신의 본능에 충실해질 때, 내 인생은 더 즐거워지고 행복해집니다. 우리,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게 솔직하게 편하게 즐기며 삽시다. 즐거운 내 인생을 위해 자신의 식욕과 성욕에 저주가 아닌 축복을 내립시다.
잔인한 관습 앞에서 고통받아야 했던 어린 소녀, 하지만 끝내 스스로를 위해 스스로의 힘으로 그것을 이겨내고 사랑을 쟁취한 티타, 그녀가 차려 놓은 맛난 밥상을 서른아홉 번째 인생으로 소개해드렸습니다.
어릴 적,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핀의 모험’ 등을 밤새워 읽었던 즐거운 추억이 있습니다. 마크 트웨인이 남긴 말 하나를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인생에서 성공하는 비결 중 하나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힘내 싸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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