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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신 분들을 위해 짤방 요약 해드리겠다.

 

5월 1일부터 할리우드 작가들은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들은 무려 1만 1천 500명! 그로 인해 할리우드 영화, 드라마는 올스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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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은 3주째 이어지고 있다. 그 중요 원인으로는 지난 기사(링크)에서 말했던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스트리밍 서비스)의 영향력 증대 그리고...

 

AI의 대두다. AI 중에서도 챗GPT로 대표되는 대화형 AI. 할리우드 작가들은 인류를 정복하려는 AI와의 최후 전쟁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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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영화사에 요구하는 사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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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작가들이 챗GPT를 비롯한 AI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는 이유는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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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조 : AI에 대한 적당한 규제가 없다면, 할리우드는 앞으로 인간에게 텍스트를 제공하라고 시키고, 그 텍스트를 입력하여 AI에게 영화 대본을 쓰라고 할 것이다. 또는 AI에게 줄거리를 쓰라고 시키고, 인간에게 그에 맞춰 대사를 쓰라고 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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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인간과 AI를 어떻게 구분하지? 인간 작가의 존재 가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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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조 : 할리우드에 이런 상태가 몇 년만 계속되면 인간 작가는 물론 배우, 감독들도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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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자 경영진 : 인건비 많이 드는 인간 작가들 빨리 짜르고 AI로 대본을 마구 찍어내서 싸구려로 영화를  찍어내야…..허허, AI 알고리즘 같은 것들이 작가들의 밥그릇을 빼앗을 순 없소.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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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AI는 인간 작가들의 밥그릇을 터미네이트할(끝낼) 것인가? 감독, 배우, 학자, 변호사 등 다른 직종의 운명은? 인간 작가들과 AI들의 한판 승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인류의 운명이 이번 파업에 달려 있는데... 뚜 비 콘띠뉴!

 

 

할리우드 작가 파업의 지난 진행상황은

지난 기사를 참조하시라.

 

 


 

인류와 AI의 전쟁 in 할리우드

 

전술했듯, 필자는 이번 작가 노조 파업을 인간과 터미네이터의 전쟁에 비유했다.

 

아무리 그래도 AI와 인류의 전쟁이라니, 민족정론지 딴지일보에서 이렇게까지 과장해도 되는 건가? 실망인데...? 라고 생각하시는 독자들도 있을 거다. 그러나 이건 필자만의 과장이 아니다.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많은 관계자와 언론들이 말 그대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배너티 페어 (주로 문화와 패션을 다루는 미국 유명 잡지)

 

“새로운 전쟁의 서막” 왜 작가들은 AI 때문에 파업하는가? 

 

뉴욕타임스

 

인간과 로보트의 전쟁은 이미 TV에서부터 시작되었다.

 

CNN

 

영화, TV 작가들은 AI로부터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 그리고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LA타임스

 

당신 윗사람은 곧 당신을 해고하고 AI로 대체할 것이다. 작가들의 파업은 이에 맞서 싸우는 방법을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사 앞에서 가두 시위에 나선 작가들의 여러 종류 피켓 중 AI에 관한 내용의 피켓도 굉장히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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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AP>

 

“챗GPT에게 시위 문구 쓰라고 시켰더니 졸라 못쓰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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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DAILY NEWS> 

 

“AI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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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A.I.를 지지합니다. 모두(ALL)가 공정하고 적절한 방법으로(IN) 합의하는 것 말이죠.” (언어유희)

 

자, 여기까지 할리우드 작가들이 AI에 대한 적절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했다. 그럼 작가들이 요구하는 구체적인 AI 규제 내용은 무엇일까.  

 

 

작가 노조가 주장하는 AI 규제와 이유

 

지난 기사에서 다시 인용해 보자. 작가 노조는 노조협약 효력이 있는 작업장에서 챗GPT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를 요구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영화 제작사는 노조원 작가에게 AI가 쓴 원천자료에 근거해 글을 쓰도록 지시해선 안 된다.

2. 영화 제작사는 노조원 작가에게 AI가 쓴 글을 고쳐 쓰라고 시켜서는 안 된다.

3. 챗GPT 등 대화형 AI가 만들어 내는 것은 창작(creation)이 아니라 정보의 구토/역류(regurgitation)임을 명확히 한다.

4.  AI는 작가 크레딧을 달 수 없다.

5.  AI는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다.

 

할리우드 작가들은 AI를 영화 업계에서 절대로 써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미녀 삼총사’ ‘빅 피쉬’ 대본을 쓴 작가 존 오거스트(John August)는 CNN과의 인터뷰(링크)에서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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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영국의 방직공장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방직기계를 파괴했는데,

이를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한다.

 

“우리는 러다이트주의자(최신 기술에 반대하고 파괴하는 사람)가 아닙니다. 컴퓨터가 나왔을 때 작가들은 기꺼이 타자기를 갖다버렸지요. 컴퓨터로 글을 쓰는 게 훨씬 생산성이 좋았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자기 멋대로 이야기를 지어내는 타자기는 원하지 않습니다.”

 

작가 노조가 우려하는 사항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영화제작사가 인간 작가에게 AI가 쓴 글을 손보라고 명령하거나, 인간 작가에게 (기본 틀이 되는) 글을 써서 AI에 입력시키라고 명령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작가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영화 작가들이 쓴 글이 AI에 입력되고, AI가 인간 작가들의 아이디어를 뒤섞어 새로운 대본, 트리트먼트, 아이디어로 재생산되는 상황이 우려됩니다.”

 

물론 인간의 창의성이나 상상력은 아직 AI가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AI가 판을 치게 되더라도 일부 유명 작가들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기발한 발상으로 막장 드라마, 액션영화, 코미디 영화 대본을 써서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나 드라마 판은 한 편으로 고도의 ‘흥행 공식’이 적용되는 곳이기도 하다. 영화 장르마다 흥행이 일정 정도 보장되는 몇 가지 소재가 있으며, 제작사들이 그에 맞춰 제작하면 이른바 ‘장르물’이 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공포영화 : 외딴집에서 가면 쓴 살인마가 헐벗은 여성들을 살해함.

2. 경찰 잠입물 : 범죄조직에 잠입한 경찰이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함.

3. 엘리트 갱생물 : 겉으론 화려하지만 속으로 피폐한 미국 백인 엘리트가 하층민과 어울리며 삶의 의미를 깨달음.

4. 왕자와 거지 : 높으신 고귀한 분과 하층민이 신분이 뒤바뀌어 소동을 벌이며 서로를 이해함.

5. 미래 전쟁물 :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이 반란을 일으켜 인간을... (이하 생략)

 

그런데 여기서 영화 제작자가 작가 대신 AI에게 위의 흥행 공식을 여러 가지 뒤섞어 보라고 명령한다 해보자. 

 

“터미네이터가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줄거리를 만들어줘.”

 

“가까운 미래, 기계의 인류 말살은 실패한다. 한 코미디언이 너무나 웃긴 농담을 한 나머지 사람들이 웃어서 행복해졌기 때문이다. 기계는 터미네이터를 현재로 보내 코미디언의 어머니를 암살하려 한다. 그러나 터미네이터는 인간의 유머 감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터미네이터는 암살 임무 완수를 위해 인간으로 위장하고 코미디언과 한 팀이 되어 코미디를 공연하게 된다. 공연을 지속하며, 터미네이터는 알 수 없던 인간만의 유머 감각과 감정을 서서히 배우고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중요한 코미디 공연에서 터미네이터가 기계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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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이야기는 실제로 필자가 MS Bing AI를 이용해서 30초 만에 만들어 낸 영화 줄거리다. 꽤 그럴듯하지 않은가. 웬만한 터미네이터 짝퉁 영화보다는 나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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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런 거 말이다. 1986년에 이탈리아에서 나온 터미네이터 짝퉁 영화다. 그런데 영화 제작자 또는 잘나가는 작가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조 작가들에게 이렇게 지시한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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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AI가 줄거리를 만들고 인간 작가가 AI의 부하가 되어 시키는 대로 대본을 집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AI가 쓴 글을 인간 작가가 손보면, 그리고 이 글을 또다시 AI에 입력해서 또 뒤섞는다면? 이건 인간이 쓴 글인가? AI가 쓴 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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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테이션 게임’이라는 게 있다(위의 영화하고 약간 상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앨런 튜링이 만든 사고실험인데,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가 지능을 갖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테스트다. 즉 상대방하고 얼굴을 보지 않고 키보드로만 대화하면서 상대방이 인간인지 고도로 발달한 컴퓨터인지 판단하는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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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까놓고 물어보자. 여러분은 이미테이션 게임을 하면 인간 작가가 쓴 대본과 AI가 쓴 글(대본)을 구분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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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작가와 AI가 쓴 글이 구분이 안 된다면, 당신이 영화 제작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유명작가, 중견작가, 보조작가 10여 명으로 구성된 작가실(writer’s room)을 만들어서 1년간 막대한 인건비 지출하면서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스파이더맨’ 영화 대본 1편을 쓰겠는가? 

 

아니면 돈 많이 드는 작가들 다 해고해 버리고,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유명 작가 1명하고 보조작가 2-3명 고용한 후 챗GPT에 공식을 입력해 열심히 돌려서 싸구려로 ‘스파이더맨’ 짝퉁 속편을 수백 개 찍어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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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인건비 절감을 위해 사람을 자르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작가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은 그렇다 치고, 모두가 보고 즐길 수 있는 창의적이고 상상력 넘치는 영화는 사라지고, AI가 기존 대본을 짜깁기해 싸구려로 찍어내는 비슷비슷한 영화들만 넘쳐나는 획일화된 상황이 될 것이다.

 

(물론 현재 미국 영화나 드라마도 망작이나 태작이 많고, 시즌만 질질 끄는 구태의연한 작품도 많다. 그러나 만약 인간 대신 AI 작가가 도입된다면, 이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한 마디로, 인간이 한 일과 AI가 한 일을 구분해달라

 

그런 점에서 할리우드가 작가 노조가 파업까지 하면서 요구하는 사항은 ‘AI 사용 전면 금지’ ‘AI가 내 밥그릇 뺏는다’가 아니다. 전술했던 작가노조의 요구사항을 다시 한번 보자.

 

1. 영화 제작사는 노조원 작가에게 AI가 쓴 원천자료에 근거해 글을 쓰도록 지시해선 안 된다. 

2. 영화 제작사는  노조원 작가에게 AI가 쓴 글을 고쳐 쓰라고 시켜서는 안 된다.

3.  챗GPT 등 대화형 AI가 만들어 내는 것은 창작(creation)이 아니라 정보의 구토/역류(regurgitation)임을 명확히 한다.

4.  AI는 작가 크레딧을 달 수 없다.

5.  AI는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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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원하는 것은 노조와 제작사가 협의해 명확한 기준과 규칙을 갖고 ‘AI가 쓴 글’과 ‘작가가 쓴 글’을 구분해 달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인간과 AI의 글이 뒤섞여 버려 구분되지 않을 경우,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가 만든 글, 연기, 화면, 음향이 인간이 만든 것과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상태에서, AI가 영화 제작에 적극 도입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미국 유명 잡지 ‘배너티 페어’의 기자 닉 빌튼은 “AI는 단순히 대본만 쓰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모든 것을 할 것이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말이다”라며 이런 상황을 제시한다.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의자에 앉아 TV를 켠다(퇴근한 건 아니다. AI에 의해 일자리를 잃었으니까). 그러고는 말한다. 

 

“헤이, 넷플릭스, 1980년 뉴욕을 배경으로 마릴린 먼로와 더 락이 출연하는 20분짜리 코미디 영화를 보여줘. 아참, 좀비를 몇 명 출연시키는데, 그중 하나는 우리 마누라 얼굴로 만들어줘.”

 

TV는 삑삑삑거리더니 대본을 작성하고 실감 나는 AI 배우를 만들고, 한스 짐머 작곡에 빈 필하모닉이 연주하는 배경음악을 삽입한다. 그리고 스스로 편집, 감독도 실시한다.

 

미래의 TV는 당신에게 화면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당신을 지켜본다. TV는 당신이 울고 웃고 지루해하는 반응에 따라 실시간으로 영화 내용을 바꾼다.  

 

그야말로 언젠가 인간(작가, 배우, 감독, 편집 등)이 하나도 필요 없는 AI 영화가 리얼타임으로 스트리밍 제작 방송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자본의 입장에서 인건비만 드는 인간 따위는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작가가 없는 영화 제작’은 이미 진행 중이다

 

할리우드 제작사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중견작가 및 보조작가를 해고하거나, 집필실(writer’s room)을 Zoom으로 대신하는 상황은 지난 기사(링크)에서도 소개한 바 있다.

 

‘왕좌의 게임’ 작가 조지 RR 마틴은 할리우드 작가들의 현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거장답게 대단히 현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으므로 인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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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RR 마틴

출처-<Wikimedia Commons>

 

나는 14년을 소설가로 살다가 1985년 ‘환상특급’ 드라마 대본 집필을 위해 처음 LA에 왔다. 초보 작가인 나는 작가실에서 다른 훌륭한 작가들을 만났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대본 집필을 위한 대사 및 구성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 자체에 대해 배웠다. 

 

나는 그냥 대본을 써서 넘기고 납품하고 퇴근하지 않았다. 나는 주연배우 오디션에도 참석했고, 감독과 같이 일했다. 대본 리딩 현장에도 나갔다. 나는 칼싸움 장면 촬영 중에 스턴트맨이 코를 베이는 모습도 봤다. 대본과 디렉션을 잘못하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보았다. 이런 상황을 매일 겪었다. 그러고 촬영이 끝나면 나는 편집실에서 편집자와 같이 앉아 영화 편집이라는 마술을 보았다. (중략)

 

그러나 지금의 작가들은 이렇게 할 수 없다. 스트리밍 서비스와 짧아진 드라마 편수 때문에, 작가들은 더 높이 올라갈 기회를 잃었다. 초보 작가들은 한두 달 만에 대본을 납품하고 한두 번 고친 후에는, 수당을 받고 일이 끝났다고 집으로 가게 된다. 초보 작가들은 이제 다른 알바를 찾아야 한다. 시즌이 연장되면 몇 명은 복귀할 수 있지만, 대다수 초보 작가는 그럴 수 없다. 다른 미니룸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초보 작가들이 정말 운이 좋아서 급이 높은 작가로 승진하더라도 여전히 현장 경험은 없다. 심지어 촬영 현장에 가볼 기회도 없다. 지금 작가들은 감독을 만날 수 없고 대본 리딩 현장에 참여할 수도 없다. 편집자는 왜 이렇게 영화를 편집하는지 가르쳐주지 않으며, 프로듀서는 예산안을 보여주면서 설명하지 않을 것이다. 주연배우와 점심 도시락 먹을 기회도 없을 것이다. 만약 스턴트맨이 코를 베이면, 작가들은 인터넷 뉴스를 보고 나서야 알 것이다. 그때쯤이면 작가들은 이미 다른 작품 일을 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작가들에 대한 지금 업계의 대우가 이러한데, AI가 도입된다면 일부 유명 작가를 제외한 중견, 초보 작가들의 설 자리는 좁아질 것이다. 그리고 ‘젊은 피’가 유입되지 않는 영화업계는 죽어갈 것이며, 결국 AI가 양산해 낸 비슷비슷한 영화만 남을 것이라는 것이 작가 노조의 우려다.

 

에이~ 아무리 돈이 좋아도 영화 만드는데 인간 작가를 싸그리 해고하겠어?... 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본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무엇이든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SF작가 테드 창(Ted Chiang)이 뉴요커에 쓴 AI에 대한 기고문은 좋은 지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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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

출처-<Wikimedia Commons, Alvaro Villarrubia>

 

AI는 미래의 맥킨지가 될 것이다. 경영진이 욕먹을 짓을 하고 싶은데 직접 책임은 지기 싫은 경우, 맥킨지 같은 컨설팅 회사가 그 일을 맡았다. 맥킨지는 경영정상화라는 명목으로 수백 명의 해고를 권고하고, 기업가는 마지못한 척 해고를 실시하곤 했다. AI는 앞으로 기업가가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그 대신 경영진은 AI가 계산한 공정한 ‘알고리즘’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고 정당화할 것이다. 사실 처음부터 알고리즘을 그런 쪽으로 의도해 놓고선 말이다.

 

테드 창의 통찰은 2023년 할리우드 작가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실현되고 있다. 제작사들이 몸값 높고 말 안 듣는 중견 작가들에 대해 ‘파업에 따른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해고에 나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기회에 제작비는 많이 잡아먹고 수익은 안 나는 미드의 캔슬 및 정리에 나서고 있다. 

 

미드 사상 최고 작품으로 불리는 ‘더 와이어’의 작가 데이빗 사이먼은 지난 5월 8일 해고 사실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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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더 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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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데이빗 사이먼 트위터>

 

#작가노조는 강하다. HBO와의 25년 만에 미드 대본 집필 계약이 끝났다. 하지만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

 

작가노조의 이러한 AI 기준 확립 요구에 대해 제작사 영화연합(AMPTP)은 아직 타협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AMPTP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AI 기술은 계속 발달하는 상황이므로 아직 논의하기 곤란하다. 매년 1회씩 작가와 제작자가 만나 이 문제를 협의하는 자리를 갖자.”(라고 쓰고는 아무것도 하기 싫다… 라고 읽으면 되겠다)

 

 

이번 파업의 결과가 우리에게도 중요한 이유

 

파업 3주째로 접어든 2023 할리우드 작가 노조 파업은 아직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07년 파업(관련 기사 링크)이 100일 이상 지속된 것을 감안하면, 이번 파업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문제는 이번 파업이 작가들만의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감독 조합(DGA)와 배우조합(SAG-SAFTRA)도 제작사 연합(AMPTP)과 노사 계약이 올해 6월 30일에 종료되기 때문이다. 

 

두 노조가 저 날짜까지 제작사와 노사협상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작가, 배우, 감독이 모조리 시위에 나서서 미국 드라마와 영화가 완전히 멈춘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AI의 발달로 존재가치를 위협당하고 있는 것은 배우와 감독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공교롭게도 한국 드라마,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번 할리우드 작가 파업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도 상당수 사람들이 작가 파업에 대해,

 

“AI에 밥그릇 빼앗긴 고소득자들의 투정”

 

“AI 발달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는 시대착오적 인물들”

 

“돈 몇 푼 올려달라고 내가 좋아하는 미드 못 보게 하는 사람들”

 

이라고 평하곤 한다. 

 

그러나 필자는 되묻고 싶다. 공부 많이 한 정치인, 대학교수, 언론인들도 AI시대를 맞아 “AI를 규제해야 한다”는 탁상공론만 하는 상황에서, 자기 밥그릇 걸고 직접 행동에 나선 사람이 이 사람들 말고 누가 있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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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활성화될수록 밥그릇 뺏길 사람들은

사무직, 교수, 교사, 변호사 등

화이트칼라들이라는 사실을

아직 실감 못하는 것 같다.

출처-<연합뉴스>

 

적어도 할리우드 작가들은 자기 일자리에서 잘리면서까지 미래를 위해 길거리에 나와서 싸우고 있다. 그리고 ‘딴따라’라 불리는 배우, 감독들이 앞으로 그 파업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이 파업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일자리를 잘리면서까지 싸우는 이들의 진정성은 인정해 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싸움에서 이들이 진다면, 다음 파업과 해고 대상은 순식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바로 당신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23 할리우드 작가 파업은 사활을 건 ‘인간과 인공지능의 첫 번째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AI 사용에 대해 영화업계 노사차원에 어떠한 합의사항이 나오느냐에 따라, 그 영향은 전 세계로 퍼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