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모집을 위한 방안

현 상황에서 대한민국에 필요한 적정 병력 수를 어떻게 산정해야 할까?
민, 관, 군이 모두 나서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할 상황이지만 당장의 안보 현실, 그러니까 한반도를 둘러싼 미, 중, 러, 일의 갈등양상을 고려한다면 (당장 북한만 봐도) 적정수준 '이상'의 병력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북한이 거의 130만에 육박하는 병력을 유지하고 있고, 이중 70%를 전방(쉽게 말해 휴전선 근처)에 배치해 놓은 상태이다.
만약 전선에 여유가 있어서 기동 방어를 하든, 제2선에서 준비할 수 있는 뭔가가 있다면 좋겠지만, 휴전선과 서울 사이의 거리가 불과 4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거기다 더 큰 문제는 수도권에 대한민국 인구 절반과 경제력 70%가 몰려 있다는 것이다. 즉,
"서울을 뺏기지 않는 전략으로 싸워야 한다."
군사적으로 대한민국은 작은 도시국가이고, 코앞에 100만 단위의 적이 주둔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최소한의 병력은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 그럼 최소한의 병력은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방법은 크게 4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현 징병제 체제 하에서 징병기간 연장
둘째, 모병제
셋째, 용병 도입
넷째, 여성 징병
징병기간 연장

<인구절벽 시대의 졍역제도 발전 포럼> 현장
출처 - <서울경제>
우선 현 징병제 체제 하에서의 징병기간을 연장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병역 36만여 명(18개월 복무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26만 명의 입대자가 필요하지만 군 입대 가용인구(20세 남자)는 2025년 기준 22만여 명에 불과하다."
지난 11일, <인구절벽 시대의 병역제도 발전 포럼>에 참석한 조관호 한국국방정책연구원 책임 연구위원의 발언. 부족한 병력을 채우기 위해서 복무 기간을 21개월, 24개월로 순차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만처럼 전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한 번 줄인 징병기간을 연장할리 만무하다. 실제로 건국 이후, 군 복무 기한을 연장한 일이 딱 한 번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김신조가 청와대로 쳐 들어왔을 때.
"독재자"와 "준 전시상황"
이 두 단어가 결합되었을 때 겨우 한 번 복무 기한이 연장됐다. 민주주의 시스템 하에서 정치인들이 '표'를 염두에 두고 복무 기한 연장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다.
자발적인 병력 모집

출처 - <대한민국 육군 제공>
두 번째, 모병제에 관한 논의가 있다.
젊은이들을 군대로 유인하려면, 사회적인 합의와 정치권의 대승적 결단으로 직업군인에 대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망가져 버린 인센티브 때문에 초급 간부 수급마저도 힘든 상황에서 모병제로 적정 병력을 유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만약, 동북아시아에서 대한민국이 NATO와 같은 다자동맹을 맺는다면 모병제로의 전환도 한번 고민해 볼 법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유럽의 많은 국가가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했던 건 '적'이 사라졌다는 안보 상황 덕분이었다. 소련이 무너지니 국경을 방어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이때 독일은 2011년이 되어서야 겨우 징병제를 포기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코앞에 적이 있고, 그 주변으로 세계 2, 3위 군사 대국을 마주하고 있다(일본이 적은 아니지만, 껄끄러운 건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을 모두 고려해 현실적인 병력 동원법을 찾아야 한다.
"가고 싶은 군대가 어디 있냐?"
전원책 변호사의 말이 떠오른다. 선진국에 다가갈수록 개인의 자유는 확대되지만, 군대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자유와 의지를 억압하는 곳이다. 게다가 위험하고, 힘들기까지 한 현장에, 사람들이 '자유의지'로 넘어오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인센티브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걸 준비하고 제공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인구절벽에 의해 병력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온 지가 꽤 되었지만, 아직까지 모병제에 대한 논의는 시작되지도 않았다. 국방부 역시 모병제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이 없다. 모병제가 채택되는 순간 병력 수급은 거의 불가능하단 걸 그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현 안보 상황에서 모병제로의 전환은 요원해 보인다).
모병제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지난 기사 『지금, 군대가 위험하다 5(完): 모병제, 그 이상이 필요하다(링크).』 를 참고하길 바란다.
외국인 용병 도입

출처 - <프랑스 외인부대 공식 홈페이지>
세 번째 방안은 '용병' 도입이다.
"한국 군대에 5년 복무한 사람 영주권 줄게."
간단히 말해, 이렇게 외국인을 데려와 군인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현재 미국이 잘 활용 중인 방법으로, 여러 유럽 국가에서도 프랑스 외인부대 같은 방식으로 용병 모집을 심각하게 고민 중에 있다. 인류 역사에서 낯선 제도도 아니고(오래된 직업 중 하나가 용병이지 않은가?) 인구 절벽 시대에 군인도 확보하고, 훗날 한국 인구 부족 문제를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인 만큼 한번 진지하게 검토해 볼 만하다.
용병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면 현 대한민국 상황이 얼마나 절박한지 알 수 있다. 지금 상황... 정말 심각하다.
남녀 공동 징병
마지막으로 여성 징병 방안.

출처 - <김기현 의원 페이스북 캡처>
"여성의 군사기본교육 의무화 추진!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자강의 시작입니다!"
- 2022년 10월 17일 김기현 의원 페이스 북 포스팅 중
김기현이 당권 주자로 서서히 부각되던 시기, 그는 '여성 징병'에 대한 군불을 떼기 시작했다. 그가 주장한 내용은 한국 여성들도 '기본 군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 이때 국방부는 위 주장이 여성 징병이나 여성 군사 기본교육 의무화로 이어질까 봐 얼른 진화에 나섰다.
"국방부는 여성 징병제 도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김기현 의원은 이 이슈를 다시 한번 쟁점화했다. 지난 1월, 청년 정치모임 '호밀밭의 사람들' 발족식에서, 군 복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다시 내놓았다.

호밀밭의 사람들 발족식에서 축사 중인 김기현 의원
출처 - <한겨레>
"(군 복무 문제가) 젠더 문제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 문제를 떠나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여성이든 남성이든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기본적인 훈련, 정보를 반드시 습득해야 한다."
당시 이 발언에 대해서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20대 남성 표를 의식한 발언이다." 등의 말들이 많았으며, 실제로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수긍하는 여론이 꽤 있었다.
이 발언을 남성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발언으로 봐야 할지, 정말로 국가를 생각해서 한 말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어떤 의도이든 지금 한국 사회에서 여성 징병과 관련한 이야기는 '젠더 문제'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군 문제를 말할 때, 페미니스트들은 높은 비율로
"점진적으로 모병제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좋다."
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무소속인 전 녹색당 후보 신지예 씨도 언론에 나와서 모병제로서의 전환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말을 했다. 생각해 보면 현재 여성의 입장에서 이 이상의 답변이 나오기는 힘들다.
냉철하고 실효적인 논의의 필요성

출처 - <연합뉴스>
남녀 공동징병 논의에 대해 아주 '일부' 여성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혼자만 좋되는 게 짜증나니 같이 좋되자는 건데, 군대를 안 가거나 다른 징집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니냐?"
남성 입장에선 반발할 만한 주장이다. 이렇듯 결국 '젠더 문제'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 '남녀 공동징병 논의'다. 이 대목을 통해 대한민국의 남녀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그동안 젠더 문제에서 '군대'와 '출산'은 단골 주제였고
남: "여자도 군대 가라."
여: "그럼, 니들이 애 낳아라."
와 같이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는 1차원적인 대립이 있어왔다. 여성은 군 문제에 있어서 지금까지 객체의 입장이었고, 남성도 입대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솔직하게 서로의 입장을 들을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여성 징집 문제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여성 징병은 한국이 민주주의 체제라는 걸 생각하면 쉽지 않은 문제이다. '표'를 얻어먹고 사는 정치인들이 건들기 꺼리는 주제일뿐더러 여성을 군대로 징집해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주제가 젠더 이슈의 방향으로 몸을 틀어버리니 누구 하나 먼저 다루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제는 그 실효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 정말, 코앞에 왔다.
추신: 병력 모집 문제는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야 한다. '징병'이라는 문제 자체도 다루기 쉽지 않은데 주어진 기한도 짧다. 그러니 옆에서 감정적으로 본질을 흐리는 사람이 있다면 한국에게 남은 시간 많지 않으니 좀 닥치라고 응징해 주시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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