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쌤 : 김기자는 낚시 좀 다니나?
근병 : 잘하지는 못하고요, 따라다니면서 옆에 앉아 회 떠먹고 노는 걸 좋아합니다.
황쌤 : 맞아 ㅎㅎ 그게 재미지 뭐.
바다부터 민물까지, 아이템 회의는 제껴두고 낚시에 관한 알쓸신잡을 한참 늘어놓던 금요미식회 팀. 대화가 결국 '낚시할 땐 뭐가 제일 맛있는가'로 귀결된다.
황쌤 : 뭐니 뭐니 해도 붕장어지.
근병 : 그 횟집 가면 세꼬시(뼈째썰기)로 나오는 거 말씀하시는 거죠?
황쌤 : 그렇지. 바닷장어. 낚시로 잡은 걸 바로 불에 올려서 구워 먹으면 기름이 자글자글 올라오는 게 죽음이야 정말. 낚시꾼들의 특권이지 ㅎㅎ
오가던 대화, 멈춘다.
황쌤 : 다음 주는 그럼...?
근병 : 붕장어?ㅎㅎㅎ
바닷장어의 꿈
한자로 '長魚', 긴 물고기라는 뜻이다. 뱀장어목에 속하는 모든 종들을 통틀어 장어라고 부르지만, 보통 장어라고 하면 뱀장어를 가리킬 때가 많다. 그만큼 친숙하고 소비되고 있다는 뜻.

요게 뱀장어.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미련 없이 긴 여행을 끝내는'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 노래 속 주인공이 바로 이 녀석이다. 노래 제목처럼 민물에 산다.
알려진 바대로, 이 녀석의 생애는 베일에 싸여있다. 민물에 살다가 때가 되면 바다에 가서 산란을 하는데 대체 심해 어디쯤에 알을 낳는지, 어떤 환경에서 부화하는지, 또 그 쪼꼬만 녀석들은 무슨 수로 다시 강으로 돌아오는지 인간은 아직 밝혀낸 것이 없다. 아는 것이라곤, 걍 졸라 맛있다는 것 밖에. 민물 장어 구이가 유명하고 친숙한 데에 비해 값이 드럽게 비싼 건, 이러한 사정으로 대량 양식을 할 수 없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닷장어는 이야기가 다르다.

출처 - 링크
붕장어를 비롯한 여러 바닷장어들 역시 그 생애가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민물 장어보다는 훨씬 졸라 많이 잡힌다. 서남해 방파제에서 낚싯대를 던져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 먹성이 좋아 자주 낚싯바늘을 씹어대며 올라온다. 민물장어보다 식감이 좀 더 탱탱하고, 단백질과 지방의 밸런스가 잘 잡혀있다. 덜 느끼하고 맛있다는 이야기.

예전에 붕장어는 잡어 취급을 받았다. 1908년에 간행된 한국 수산지를 보자.
붕장어는 한국 전 연안에서 산출되며 특히 남해안에서 많이 산출되었는데 일부러 잡지는 않았다.
그때 붕장어의 진가를 알아보는 건 일본인들이었다. 당시 한국 붕장어는 주로 일본인들이 어획하여 일본으로 보냈다. 일제 강점기에 붕장어를 취식하는 문화가 들어오면서, 비로소 식재료로서의 붕장어가 한국에 등장한다.

붕장어는 그보다 오래전 해대려(海大鱺)라고 불렸다. '바다에 사는 큰 장어'라는 의미로 정약전 선생이 선물한 이름이다.

조선의 맛칼럼니스트께서도 인정한 맛인데, 붕장어는 왜 오랫동안 인기있는 상품이 되지 못했을까. 민물 장어보다 흔하니, 오히려 관심받지 못하는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장어류의 취식 문화가 짧은 한반도에서는 '우나기'라고 불리는 민물장어의 일식 조리법이 먼저 정착해서였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부산 경남 지방을 벗어나면, 붕장어에 대한 인지도는 민물장어를 앞서지 못한다.

졸라 맛있는데 말이다.
장어 탐구

내장과 점액질을 말끔히 제거하고 올라온 반건조 붕장어.
해동지에 수분이 묻어나지 않는다. 거제 해풍에 꾸덕하게 잘 말랐다.

일단 이 녀석이 어떤 맛이 나는지 정확히 아는 게 우선.

먹기 좋은 크기로 등분해서,

구워보자.

팬에 기름을 둘러야 되나 잠시 고민했지만,

자체적으로 기름이 많은 녀석이니까, 잠재력을 믿어보기로 한다. 지금 단계에선 최대한 맛의 왜곡 없이 녀석의 진짜 맛을 아는 게 중요하다.

수분 보호를 위해 잠시 뚜껑을 덮어줬다가,


열어보니 몸 안에서 기름이 뿜어져 나와 타지 않고 잘 구워진다. 역시 믿음직스러운 녀석이다.

게다가 먹음직.

기름 뿜뿜.

시식해 보자.

한줄평 : 이모 여기 500 한 잔이요.
이럴 때 참 난감하다. 그냥 이대로 먹는 게 가장 맛있는 느낌일 때. 굳이 뭘 더 해야 하나? 싶을 때. 해풍에 반건조 되면서 스며든 은은한 간, 날아간 수분에 탱글탱글해진 식감, 가열로 활성화되어 촉촉하게 배어 나오는 기름. 이걸 안주 삼는다면 맥주만으로 엄마 아빠를 못 알아볼 수 있겠다는 위기감.

야를 뭘 우째야 되노.

본격적인 메뉴 개발에 앞서, 한 가지 확인을 더 해보자.

걍 팬에 때려 익히는 버전과,

오일 두른 팬에 익힌 버전 비교.

어떻게 굽는 것이 좋을지 탐구를 해보는 것이다.


그냥, 오직 장어만으로 승부를 본다면, 쌩으로 굽는 쪽이 옳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맛있기 때문. 튀겨진 장어도 물론 맛있지만, 겉면의 기름층이 식감을 무르게 한다. 하지만 너무 담백해서 쌩으로 구운 걸 다른 재료와 곁들였을 때 과연 그 존재감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수요일 : 타코타코

붕장어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상승시킬 수 있는 쪽으로 나아가 보기로 결정했다.

단맛 오른 조생종 햇양파 2주 연속 캐스팅.

칼을 비스듬히 넣어, 양파 채를 추출한다.

방울토마토는 4조각을 내주고,

고수는,

아주 그냥 작살을 낸다.

재료 준비 끝. 여기까진 일단 심플한 겸손 공장 레시피에 부합한다.

근병은 붕장어를,

멕시코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담백한 장어살과 신선하고 상큼하고 강렬한 부재료들을 한 데로 묶으려면, 밀전병만큼 가볍고 적절한 탄수화물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일단 '장어 타코'. 이름부터 뭔가 좀 그럴싸하지 않은가.

일단 양파부터 깔고,

잘게 커팅한 장어살을

적절히 얹어주자.

벌써 뭔가 느낌이 좋다.

다른 부재료와 같이 씹혀야 하므로, 소금 후추로 간을 좀 더 올려보자.


설레는 색감.

레몬즙.

끝. 단순하고 간편하다.

이제 맛있기만 하면 돼.

이게 맛없을 리가 있나.

다음은 기름에 튀긴 장어 버전.

구이로만 먹을 때와 달리,

다른 재료들과 늘어놓고 보니 기름에 튀긴 쪽이 더 끌리긴 하다.
최종 시식 결과.
쌩으로 구운 장어 타코 : 담백하다. 모든 재료의 맛이 잘 어우러진다. 그런데, 모든 재료가 각자의 맛을 동등하게 주장해서 메인 재료인 장어의 지분이 n분의 1이 되는 느낌.
오일 둘러 튀긴 장어 타코 : 장어가 확실한 존재감으로 앞에 나오고 나머지가 부재료로 물러서 좋은 조화를 이룬다. 그런데 붕장어 고유의 식감은 사라진다.
이건 취향의 문제일 수도. 일단 자고 내일 최종 리허설에서 스텝들 의견을 들어보자.
목요일 : 리허설

뉴공 피디, 작가님들로 구성된 시식단의 엄정한 평가 결과,

기름에 튀긴 장어 타코가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 획득.


역시 기름맛은 강력한 것이었다.


그렇게 최종 낙찰된 버전을 들고,

최종 관문을 향해 나아간다.

두목님 시식.

총수님 : 음....

주간 직장 생활 최대 고비처.

총수님 : 근병아

근병 : 넹

총수님 : 맛있어. 진짜. 무척. 근데 이것도 우리 컨셉엔 과한 거 같애. 재철 식재료를, 본연의 맛을 살려서, 맛있게.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순하게. 그래서 사람들이 보고 따라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게. 그게 중요한 거 같거덩. 근데 타코 이거는, 나처럼 요리 못 하는 사람에게는 그래도 복잡해 보여.

총수님 : 붕장어 이거 난 구운 거 처음 먹어보는데, 이대로도 정말 맛있거든? 그냥 이 자체로 승부를 보는 방법을 찾아봤으면 좋겠어.

출처 - 도미라 작가
지난주 관자 부르스케타와 비슷한 피드백. 또다시 같은 지점에 봉착했다.
아무리 내가 야매 요리사라고 해도. 그래도 요리 비스꾸무리한 걸 일로서 매주하고 있는 나와,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은, 같은 요리를 보고 드는 생각이 다를 것이다.

장어 타코가 일반 요리의 기준에선 무척 간단한 조리법이지만,

재료를 전병 안에 들어갈 수 있게 적절한 상태로 다듬고 맛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경험치가 필요한 작업임이 분명하다.
'따라 하고 싶은 간편한 요리'
의 역치가 시청자마다 다를 것이라는 총수님의 피드백은, 뼈아프지만 일리 있는 의견.

출처 - 도미라 작가
생방송 15시간 전. 요리가 막혀 망연자실해 있을 때, 메인작가님이 다가와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건넨다.
도작가 : 기자님!
근병 : 네에(후엥)
도작가 : 일어나요 ^^ 지금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구요 :)
전라도의 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근성이 필요한 시간.

기름도 빼자.

어떻게든 재료 본질로 승부를 봐야 한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

2년 전 여수로 여행을 갔던 근병은, 아주 진귀한 밥상을 마주하게 된다.

갯장어 숙회. 일명 하모 유비끼. 장어의 뼈가 억세지기 전 여름철에만 먹을 수 있는 리미티드 에디션.

야들야들하게 데친 장어살을 생양파 위에 올려 먹는 여수인들의 방식은 너무나 훌륭했고 강렬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위기에 봉착하자, 기특하게도 기억 저편에 숨어있던 맛의 기억이 떠오른다.

여행이 공부라더니, 으른들 말씀이 틀린 게 하나 없다.

활로가 생기니 다시 머리가 돌기 시작한다.

레몬의 산미는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만났을 때, 기막힌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마침 신선한 레몬을 구해놨으니, 분명 이 자식이 장어의 기름에 들어가 뭐라도 해줄 것이다.

디핑 소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총수님의 의견도 반영해 보자.
간장 2 설탕 1 마요네즈 3

그리고 청양고추. 그러하다. 전주 가맥집의 전설의 소스 청양간장마요. 수구초심이라고, 상황이 급하니 기댈 건 나고 자란 고향밖에 없다.

그리하여 완성된,

최종 접시.
여수식 양파 + 전주식 소스.
일명, <전라도로 간 바다장어>.

두목님 마지막 시식.
총수님 : 조아써!! 합격!!!!

이예예예예!!!

우어어어...
금요일 : 온에어

다음 날 아침.

겸손 공장 골드버튼 언박싱 데이.

출처 - 황교익 Epi-Life
근병 : 우어어어어어어
새벽에 만난 미식회장님께 전날 과정을 보고드리는 중.


출처 - 황교익 Epi-Life
사실상 진짜 마지막 관문.

출처 - 황교익 Epi-Life
어휴 다행이다.

출처 - 황교익 Epi-Life
대기자님 : 양파에 소금부터 신박하고 참신한 맛이 시작되면서 주인공인 장어가 등장합니다. 입안에 넣기 전에는 레몬향이 입천장에 코로 사악 들어오네요. 입에 넣고 베어 물면, 기다리고 있던 레몬향이 양파와 만나고요. 프롤로그가 빠앙 하고 터지네요. 오페라로 치면 서곡이 되겠죠. 이윽고 담백하고 고소한 장어 맛이 등장하고, 마지막에 남은 건 역시 양파 향이 에필로그로 사악 남습니다.

출처 - 황교익 Epi-Life
매주 죽었다 살아나는 근육병아리.


출연진분들을 위해 변기자님이 챙겨오신 스페셜 티 타임이 지나고,

방송 시작.
황쌤 : 바다에는 두 종류의 장어가 삽니다. 하나는 붕장어고 하나는 갯장어죠. 그중 붕장어, 아나고 라고 부르죠. 횟집에 가면 서비스로 주는 값싼 재료입니다. 정말 맛있어요.
공장장 : 값싼! 흔한! 으하하하하 자 그러면 요리 보여 주세요!


공장장 : 우리 코너의 핵심이 이거죠. 심플한 조리법. 우리가 평소에 아는 재료. 최소한의 조리과정. 그리하여 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 시킨다! 이거 아닙니까? 요리 바보들도 다 따라 할 수 있는!

공장장 : 으으으으와 마시써!!! 으하하하

황쌤 : 반건조로 하면 조리도 쉽고 훨씬 맛있어요. 많이 드세요 ㅎㅎ
후아아아. 이번 주도 어떻게 해냄.
뒷방 미식회

출처 - 황교익 Epi-Life
2부 시작.

출처 - 황교익 Epi-Life
순수 미각 류기자님.

출처 - 황교익 Epi-Life
손님 맞춤 제공.

출처 - 황교익 Epi-Life
시동을 걸어라 부릉부릉.

출처 - 황교익 Epi-Life
그대여 안녕이란 말은 말아요.

출처 - 황교익 Epi-Life
출장 서비스.
또 다른 시선
(계속)
사진/영상 : 금성무스케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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