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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6일. 국회 회관 앞에 사람들이 모인다. 수술방과 병동에 있어야 할 간호사들이다. 간호대학생들도 간간히 보인다. 간협에서 나눠준 스카프를 목에 매고 간호법 제정, 부모 돌봄법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피켓을 든다.

 

2005년 17대 국회에서 간호법이 처음 발의된 이후, 현재 세 번째 발의로, 무려 18년 만에 본회의 통과를 앞둔 상황. 본회의 투표를 하루 앞둔 간호사들의 표정엔 긴장도 흥분도 없다. 지친 기색이 역력할 뿐이다.

 

간호법이 본회의로 넘어가기까지 간호사들은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병원을 벗어나 다른 직역의 영역을 침범하는 이익 집단으로, 간호조무사를 차별하는 '갑'으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몹쓸 의료인으로 비쳤다. 그런데 하나씩 뒤져보면 법조문을 잘못 해석해 오해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군가 고의로 잘못 해석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간호법은 간협의 입장에서, 의협의 입장에서도 아닌 '환자'의 관점에서 제대로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간호법이 환자에게 어떤 효용성을 가져다줄 수 있는 법안인지 말이다.

 

거동이 불편하고 말이 어눌한 환자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와 먼 이야기가 아니다. 내일, 아니, 당장 오늘 나에게, 혹은 나의 가족에게 일어날 수 있는 증상이다. 거기다 삼대가 한 가족을 이루던 과거와 달리 단독 가정이 급증하는 현대사회에 당연하게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 장애인, 중증질환자, 만성질환자는 수도권에 집중된 병원까지 이동해야 한다. 가족이 있는 경우라면 가족의 도움을 받으면 되지만, 혼자라면?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방문 간호다. 다시 말해, 간호사가 직접 집을 방문해 간단한 건강 체크를 해주는 일. 병원에 갇혀있던 간호사가 지역 사회로 나오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강주성이라는 사람이 있다. 1999년, 그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골수이식을 했다. 이후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약가 인하 투쟁을 이끌고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를 지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를 창립해 간병 시민연대를 만들어 활동하고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의 저자이기도 하다. 현재는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 행동>의 대표 활동가로 지내고 있다.

 

즉, 그는 간호사도, 의사도 아니다. 의료계와 어떤 이해관계도 없다. 다만, 누구보다 의료계의 도움이 절실해 본 입장이다. 간호법 이슈에 대해 제대로 알려면 이 사람에게 질문을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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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 돌봄의 첫걸음, 간호법

 

금성무스케잌 (이하 '금'): 활동하는 단체명이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 행동>.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강주성 (이하 '강'): 말 그대로 '돌봄'과 관련된 정책을 연구한다.

 

금: '돌봄'이 뭔가?

 

강: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금: 간병 같은 건가.

 

강: 돌봄은 보다 넓은 개념이다. 중증, 만성질환자뿐만 아니라 노인, 장애인 등 많은 사람들에게 돌봄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죽는다. 사고로 급사하지 않는 한, 죽기 전에 꼭 한 번 돌봄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온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누가 돌봄이 필요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초고령화 시대에, 단독가구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무연고 독거노인의 경우 돌봐줄 사람이 없고, 가족이 있어도 그로 인한 재정적, 물리적 부담은 오롯이 가족 구성원의 것이 된다.

 

"세계의 모든 사람이 가능한 최고의 건강 수준에 도달하도록 한다". 세계 보건 기구(WHO)에서 내놓은 표어다. '건강'뿐만 아니라 '돌봄'도 마찬가지다. 헌법에 보편적 돌봄을 명시해,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한 돌봄은 국가의 책무"라는 걸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금: 간호법 지지 단체 '범국민운동본부'에 참여한 유일한 시민단체다.

 

강: 그렇다.

 

금: 간호법과 돌봄. 어떤 연결점이 있나?

 

강: 돌봄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생활 돌봄'과 '간호 돌봄'. 식사를 챙겨주고, 빨래를 돌리고, 휠체어를 끌어주는 일은 생활 돌봄에 속한다. 전체 돌봄의 80~90%를 차지한다. 나머지 10~20%가 간호 돌봄에 속하는데, 그 20%에 관련한 법률의 시작이 바로 '간호법'이다.

 

금: 기존 의료법 체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간호법을 제정하려는 이유가 뭔가?

 

강: 대한민국 의료 체계와 관련한 법안을 만들 때 관여할 수 있는 세 집단이 있다. 복지부, 병원 그리고 의사. 의료법을 만들 때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당사자인 환자는 관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시 말해 의료법은 환자 중심이 아닌 의사와 의료기관 중심의 법이다. 진단, 처치, 수술을 집행하는 의사를 최고 정점에 두고, 의사 업무를 위임받은 모든 직역은 의사의 지시하에 이를 수행하게 된다.

 

금: 간호사는 의사의 보조 인력인가?

 

강: 그렇다. 하지만 간호조무사가 간호사 업무를 보조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금: 무엇이 다른가?

 

강: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다섯 직역이 있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그리고 간호사. 국가 면허를 가진 이들을 의료인이라고 부른다. 국가 면허의 의미는 배타적이고 독자적인 자기 의료 영역이 있다는 뜻이다. "의사는 치과의사의 업무를 하면 안 돼!"와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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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지역 사회" 간호 돌봄 업무의 법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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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의협이 간호법 제정 반대의 이유로 간호법 제1조의 "지역 사회" 문구를 꼽았다. 간호사에게 "지역 사회"란 어떤 의미인가?

 

강: 의료법상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는 문구에 의해, 간호사 업무 범위는 병원 내로 한정되어 있다. 즉, 병원 밖 간호사의 의료 행위는 불법이 된다. 하지만 이미 많은 간호사가 의료 기관 외 지역 보건소, 학교, 산업장, 장기 요양기관, 노인복지시설, 장애인 시설 등과 같은 지역 사회 현장에서 간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이뤄지고 있는 간호사의 지역사회 업무를, 간호법에 기재해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 간호법의 취지다.

 

금: 의협은 간호법이 통과되면, 간호사가 의사 없이 "단독 개원"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강: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 적힌 간호사의 업무 규정을 그대로 가져왔다.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또한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한 것도 의료법 내용 그대로다. 즉, 간호사가 지역 사회에 진출해도 의사의 지도 없이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단독 개원은커녕, 간호법이 통과되어도 의사가 협조하지 않으면 사실상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금: 의협이 가짜 뉴스까지 꺼내 든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강: 결국 현존하는 의료법의 틀을 깨뜨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의료 제도 내에서 의사들의 역할, 위치를 그대로 가져가려 한다. 그 과정에서 간호법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이 확대 재생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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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해할 수도 있다"는 추측

 

금: 간호조무사 협회에서 말하는 생존권 침해는 뭔가?

 

강: 간호사의 지역 사회 진출이 간호조무사의 업무 영역을 침범한다는 주장이다.

 

금: 사실과 다른가?

 

강: 간호조무사는 간호사 업무를 보조하는 직역이다. 다시 말해 간호사가 없으면 조무할 거리가 없다. 의료법상 간호조무사는 의원급인 1차 의료기관에 한해서만 의사의 지시를 받는다. 2차 의료기관인 병원급부터는 의사의 지시를 받지 않고 간호사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2차 의료기관인 병원에서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지시를 받는 건 의료법 위반이 된다.

 

지금은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의 역할을 할 것 같은 분위기가 팽배하다. 간호조무사는 독자적으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의료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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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갈등 해소를 위한 방안이 있나?

 

강: 간호사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으면 이런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업무 범위가 명시되면 그 업무 중 어떤 부분을 간호조무사에게 위임할 것인지 정할 수 있다. 의료법상 복지부가 대통령령과 복지부령으로 그 업무를 규정하게 되어 있는데 10년이 넘도록 하지 않고 있다.

 

금: 간호조무사 협회에서 또 하나 문제 삼은 것이 "고졸 이하"라는 학력 제한 문구다.

 

강: 위 조항은 과거 의료법 개정 당시 복지부에서 만든 것으로, 현재 의료법에 있는 내용을 간호법에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를 두고 정부는, 간호법 제정 시 학력 제한 문구를 새롭게 추가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갈라치기 하려는 목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금: 의료법상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갑을 관계로 따졌을 때 의사의 지도를 따르는 '을'이다. 그런데 간호조무사는 왜 의사 편에 서게 되었나?

 

강: 간호조무사 70% 이상이 1차 의료기관인 동네 의원에서 근무한다. 월급은 200만 원이 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간호조무사의 사용주인 '의사'가 몇천씩 벌 때 간호조무사는 최저 생계비만 받아 간다. 병원마다 노조가 있는 간호사와 달리 간호조무사는 노조가 없고 지역마다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와 같이 싸우는 것이 유리하다. 급여 인상과 같은 처우 개선을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이 간호사와 연동하는 것이다. 지역 사회에서 간호사와 협업하면서, 간호사 급여가 오를 때 간호조무사의 급여도 같이 오를 수 있도록. 그런데 간호조무사 협회는 회원들의 생존권을 걸고, 오히려 의협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 자기 존재를 배반하는 일이다.

 

금: 보건복지 의료연대(간호법 제정 반대)에 응급 구조사도 함께하고 있다.

 

강: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응급구조사 등 여러 직역이 모였지만 모두 간호법의 어떤 조항 때문에 어떻게 침해받는지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 실제로 그런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콩고물이 떨어져도 간협보단 의협에서 얻을 것이 더 많다고 판단한 듯하다.

 

금: 간호법이 응급 구조사의 생존권에 영향을 미치나?

 

강: 1995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응급 구조사라는 직역이 신설되기 전까지, 간호사가 높은 비율로 구급차에 탑승했다. 간호사의 인건비가 비싸고 구하기 어려워 응급 구조사를 따로 만든 것이다. 애초에 그 일은, 의료 지식과 돌봄에 대한 교육까지 받은 간호사가 수행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금: 응급구조사가 하는 일을 간호사가 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간호법에 있나?

 

강: 모든 주장이 "하게 될 수도 있다"라는 추측이다. 법적 근거가 없다. 간호사가 병원을 벗어나, 지역사회로 진출이 가능하게 되면 우리 일까지 넘볼 것이라는 의협의 논리가 응급 구조사에게도 통한 것이다.

 

금: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일을 "일어날 수도 있으니 안된다"라는 논리인 건가?

 

강: 그렇다.

 

금: 의료법상 이미 존재했던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조항 외에는 독소 조항으로 꼽을 만한 게 없나?

 

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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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밖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

 

금: 보건복지 의료연대에서 우려하는 간호사의 "의료 행위"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강: 의료법은 의료에 관한 법률임에도 불구하고, 의료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간호사의 의료 행위라 하면, 의사가 하는 진단과 처방이 아닌 환자들의 건강 증진, 그에 대한 계획 수립과 돌봄 정도다. 이마저도 병원 내에서만 가능하다.

 

금: 환자의 입장에서 간호법이 통과되어야 하는 이유는 뭔가?

 

강: 업무 영역을 의료기관과 지역사회로 나눠보자. 병원을 벗어난 지역사회에는 학교, 보건소, 요양 시설 등 간호와 돌봄이 필요한 다양한 공간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현장이 '가정'이다.

 

금: 자력으로 집을 나서지 못하는 사람을 말하는 건가?

 

강: 그렇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 가운데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방에만 누워있는 환자가 매우 많다. 그나마 65세 이상은 장기 노인 요양 보험으로 부분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다.

 

금: 그럼 65세 이하는?

 

강: 65세 이하는 대안이 없다. 알다시피 중증도는 나이와 관계없다. 중증의 상황으로 거동이 불편해 바깥출입이 쉽지 않은 사람이 너무 많다. 만약 법적으로 간호사의 지역 사회 진출이 가능해지면, 간호사가 직접 환자 상태를 보고 기본적인 바이탈 체크를 할 수 있게 된다.

 

금: 요즘 집에서 혈압, 혈당 재는 건 일도 아니다. 병원 밖이면 간호사는 바이탈 체크를 못 하나?

 

강: 바이탈 체크는 의료 행위에 속한다. 지금 의료법으로는 병원 밖에서 혈압, 혈당을 재는 일 조차 의료법 위반이 된다. 상처를 감쌌던 붕대를 교체하는, 간단한 드레싱 업무도 의료법 위반이다. 그러다 보니 지방 간호 공무원들은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밖에 할 수 없다.

 

금: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간호사 한 명당 환자 2.5명을 배치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강: 실제로는 간호사 한 명당 평균 15명 이상의 환자를 맡고 있다. 간호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환경이다. 간호사가 모든 환자를 관리할 수 없으니, 즉 국가가 환자에게 필요한 간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으니, 환자의 가족이 사비를 출현하거나 몸으로 때우게 된다.

 

당장 현시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후대에 벌어질 문제이기도 하다. 개인에게 지어진 책임과 부담을 국가가 대신할 수 있는 체제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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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은 간호사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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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간호법을 간호사법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강: 정말 큰 오해다. 특정 직역을 대변하는 법안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 의협에서 목적하던 프레임이기도 하다. 간호법의 본 목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명칭은 '간호와 돌봄에 관한 법률'이다. 간호는 병원, 돌봄은 지역사회. 두 가지를 통합한 기본 법률안이라는 뜻이다.

 

금: 간호법이 간호사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고?

 

강: 처우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임금이다. 임금은 민간업자인 의료기관과 간호사의 문제다. 그건 법으로 정할 수 없다. 법으로 정할 수 있는 건 최저임금뿐. 나머지 임금, 수당은 병원과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즉 간호법이 실질적으로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안은 아니다.

 

금: 간호사의 근무 환경 개선에는 도움이 되나?

 

강: 국가에서 간호 정책을 의무적으로 수립하고, 지자체와 협의해 인력 양성, 배치까지 책임진다면 그 과정에서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은 더 나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근무 시간제한으로 오버타임이 줄고 간호사 한 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가 법적으로 정해진다면, 환자가 간호사로부터 더욱 질 좋은 간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다.

 

다만 지금까지 간호 정책이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간호사는 물론 일반 대중도, 한국 사회에서 간호법이 가지는 의미를 고민할 기회가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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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고 독박쓰는 PA

 

금: PA는 누군가?

 

강: Physician Assistant. 수술실 전담 간호사다.

 

금: PA의 역할은?

 

강: 처방, 투약, 마취 심지어 수술까지. 의사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다.

 

금: 간호사와 의사. 독자적인 의료 영역을 수행해야 하는 의료인 아니었나?

 

강: 그렇다. PA가 하는 의료 업무는 모두 의료법 위반 행위다. 의사가 해야 할 일인데 간호사가 하고 있다. 의사 수는 부족하고 의사를 고용하기엔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병원은 간호사를 훈련한다. 보다 저렴한 인건비로 의사 업무를 대신 수행할 간호사를 뽑는 것이다.

 

금: PA 간호사 수는?

 

강: 전국에 1만 명 정도 있다.

 

금: 그 많은 숫자가 불법 의료 행위를 하는 건가?

 

강: 그렇다. 실제로 PA 간호사가 없으면 수술실은 전면 중단이다. 실력도 좋아 PA가 수술하는 걸 보고 전공의들이 배우기도 한다.

 

금: PA가 그 정도로 역할을 하고 있다면, 수술실에 한해서라도 PA의 의료 행위를 합법으로 인정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강: 맞다. PA가 필요한 건 의사인데, PA 수술실 의료 행위 합법화를 누구보다 반대하는 게 또 의사다. 의사 고유 업무를 지켜야 하거든.

 

금: 의사 증원은 반대하고, 그 결과 의사가 부족하니 PA를 뽑는다.

 

강: 의료 사고가 나면 환자 보호자들이 바로 찾는 게 CCTV다. 그때 의사가 "내가 PA에게 시킨 거니까 나의 책임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겠나? 의료법 위반으로 꼼짝없이 고발당하는 건 간호사다. 한두 케이스가 아니다.

 

금: 결국 간호사가 독박 쓰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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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이 빠진 간호법'이지만

 

강: 간호법은 여야 합의와 상임위의 네 차례 법안심사까지, 오랫동안 합의 과정을 거쳤다. 그동안 이미 법안은 상당히 후퇴했다.

 

금: 예를 들면?

 

강: 돌봄 서비스 전달 체계 확립. 간호법 제정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로 연결되는 돌봄 서비스 전달 체계에서 복지부의 반대로 요양보호사가 빠지게 되었다. 요양 보호사는 의료 직역이 아닌 복지 관련 직역이다. 그래서 돌봄 서비스 재원을 어디서 충당할 것인지, 그리고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어디로 할 것인지가 문제였다.

 

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법이 필요한 이유는?

 

강: 간호법의 내용이 목표했던 것보다 미흡하고, 의료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받고 있지만 일단 법안 자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법 제정 후 개정 과정을 거치고 시행령, 시행규칙으로 세밀한 내용을 담아내면 된다. 깨진 밥그릇이라도 만들어 두면 땜질해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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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강: 나도 돌봄이 없으면 혼자 생활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눈이 보이지 않고, 청력도 떨어지고 있다. 일주일에 세 번씩 병원에 가서 신장 투석을 받는다. 이십 년 전에는 백혈병에 걸려 골수 이식도 했다. 이제는 어디 새로운 장소에서 약속을 잡기가 어렵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글을 쓴다든가, 휴대폰으로 은행 업무를 본다든가,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 하지 못하는 일이 점점 늘어난다.

 

앞으로는 더 심해질 거다. 이건 모든 사람이 언젠가 겪게 될 일이기도 하다. 돌봄 문제는 집안을 거덜 낸다. 부모님을 간병하다가, 장애 가진 자식을 돌보다가, 평생을 묶여 살면서 재산과 삶 모두 저당 잡힌다. 이런 것들을 후대에 물려주지 않으려면 제도를 만들고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간호법은 그 첫걸음이다.

 

사진 : 근육병아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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