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방을 마친 금요일 아침. 언제나 그렇듯, 금요미식회팀은 딴지 식당에서 아침밥을 먹으며 아이템 회의를 하고 있었다.

도작가 : 가지 튀김 이거 엄청 맛있네요.
황쌤 : 가지 맛이 좋을 때지 ㅎㅎ
도작가 : 다음 주는 그럼 가지 요리?
근병 : 근데... 공장장님이 가지를 드실까요?
한쪽으로 쏠리는 모두의 시선. 옆 테이블에서 아침 공복에 맛있게 고기를 잡숫고 계시는 총수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빠르게 원래 테이블로 돌아오는 시선들. 약속한 듯이 대화가 다른 주제로 전환된다.
황쌤 : 그러면 말이야. 마늘 어때? 지금 남쪽 지방에서 난지형 마늘이 한참 나올 때거든. 돼지고기랑 잘 어울릴 거야.
돼지고기, 마늘. 그제서야 회의가 활기를 띤다.
도작가 : 공장장님, 마늘 넣어서 돼지고기(강조) 요리 어떠세요?
총수님 : 코올!!!!!
보랏빛 마늘

경남 창녕에서 올라온

난지형 마늘.

난지형은 따뜻한 지역에서 자랐다는 뜻이다. 전체 마늘 생산량 중 80%를 차지하고 있는 난지형 마늘은, 겨울철이 따뜻한 남부 지방에서 재배한다. 한지형보다 수확 시기가 빨라 4월 중순~6월 상순까지 수확한다.

특히 1980년대부터 스페인에서 품종을 들여와 재배하기 시작한 창녕의 대서마늘은 매운맛이 덜하고 단맛이 좋아 생마늘이나 장아찌로 먹기에 좋다.

난지형 마늘은 선명한 보랏빛 껍질이 특징이다.

모든 과실이 그렇듯,

마늘의 껍질에는 알리신, 폴리페놀 등을 비롯한

여러 항산화 물질이 과육보다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

이번 요리에서는

마늘 껍질을 반드시 살려볼 것이다.

흙먼지가 묻은 겉껍질을 잘 벗겨낸 후

마늘의 밑동을 쳐보자.

가열하면 아린 맛이 내려가고 향이 증폭하는 마늘의 특성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이래야 팬에 닿는 면적이 증가한다.

밑동 제거에 같이 잘려나간 마늘 끝부분은 버리지 말고 잘 모아서

요리에 활용해 보도록 하자. 아껴야 잘 산다.

마늘 출격 대기 완료.
껍질 붙은 고기

주제인 마늘과 가장 궁합이 좋은 투톱 캐스팅.

두말할 것 없이 삼겹살이다.

마늘을 이용한 동파육을 해볼 작정. 동파육의 촤밍포인트는 단연 부들부들 탱글탱글하게 흐느적대는 껍질 부분 아니겠는가.

껍질 붙은 미박 통 삼겹살을 구한 이유다. 이렇게 껍질을 벗기지 않은 삼겹살을 시장에서는 보통 '오겹살'이라고 유통되고 있다.

수육용 통오겹살을 최대한 정육면체에 가깝게 재단해 보자.

정통 동파육 레시피에서는 고기를 끈으로 묶어서 모양을 잡기도 하지만,

겸손한 바보 레시피에서는 그런 거 할 줄 모른다. 그저 알아서 오롯이 잘 서있기를 바랄 뿐. 가장 안정적인 입체도형, 정육면체를 만들어 주는 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전부다.

껍질 부분에는 칼집을 격자무늬로 내주자.

사실 뭐 엄청난 플랜이나 야심이 있어서 칼집을 내는 건 아니다. 그냥 뭔가 이래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왔을 뿐.

굳이 칼집의 의미를 찾아보자면,
1) 벌어진 껍질 사이로 양념이 침투해 고기 전반적으로 간이 고루 베일 것이다.
2) 가열하면 수축하는 돼지 껍데기의 특성상 수축 장력을 분산시켜 두는 것이 모양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라는 기대와 희망이 깔려있긴 했지만.

사실 그저 칼집을 내면 어떻게 되나 궁금했다.
수요일 : 메뉴 개발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에,

고기를 껍질부터 투입.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일단 졸라 설레는 풍경이 펼쳐진다.

상태를 확인해 가며 고기 육면체를 갈색이 될 때까지 이리저리 굴려준다. 마이야르 아저씨가 열일 해줄 것이다.

이때다 싶었을 때 준비된 마늘 투입.

기름에 닿자마자 압도적인 마늘향이 웍에서 치솟는다.

마트에서 사는 마늘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폭발력. 수확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싱싱한 채소의 생명력이 느껴짐.

금요미식회를 여러 회차 준비하며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는데,

메뉴 개발과 방송에 쓰일 계절 재료를 산지에서 직송으로 구매해 보면,

양파나 마늘처럼 평범하고 흔한 채소들에게도 전성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전성기를 맞이한 재료들은 비수기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잠재력을 갖는다. 생산기술과 저장기술의 발달로 거의 모든 물자들이 비수기 없이 1년 내내 마트에 진열되어 있지만, 우주 삼라만상의 절기(節氣)가 빚어낸 것은 인간이 기술로 만들어 낼 수 없는 생명력 같은 게 있다. 제철 식재료의 힘은 거기에 있는 듯.
단짠단짠

출처 - 링크
동파육(東坡肉)은, 돼지고기를 달고 짠 양념에 졸여 만든 중국 전통요리다.

북송시대 전설적인 문장가이자 미식가, 소동파 선생이 개발한 레시피로 유명한데,

정통 동파육 요리에서는,
대파, 생강, 진간장, 노두유, 소홍주, 굴소스, 정향, 팔각
등등 여러 향신료가 필요하지만, 문제는. 겸손한 바보의 주방에는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때 등장하는 게
콜라다.

콜라 제조사에 따르면, 콜라에는 오렌지, 바닐라, 계피, 레몬, 라임, 호두 등 여러 가지 향신료와

인산이 들어간다.

콜라의 인산 성분은 단백질을 분해하는 성질이 있다.

모두가 알고 있지 않는가. 콜라는 원래 소화제로 약국에서 팔기 시작했다는 걸.

그렇다면 콜라는,

여러 복잡한 소스들을 대체할 수 있는 여러 향신료를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고기의 연육 작용마저 일으키는

초적절 그뤠잇 개짱 부재료가 되는 것이다.

근데 중요한 건 콜라의 투입양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콜라에는 다량의 당분이 들어가 있다.

생각보다 미치도록 많이.

콜라를 한번도 졸여본 적이 없는 근병이 요리를 개발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는, 그 당분의 양이 얼마인지, 그것이 요리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차지할지. 그것부터 찾는 게 급선무다.

시뮬레이션 단계이니 일단. 콜라 100퍼로 졸여보자.

그다음은 간. 고기 600g에 통마늘 8개. 이 모두를 커버할 수 있는 간장의 양은?

일단 모르겠으니 종이컵 1잔 분량을 넣어보자.

현재까진 뭔가 순조로운 느낌.

그러고 보니 넣을 게 더 있다. 겸공 시그니처 레시피 후추 10알.

30분 경과 수위가 절반 밑으로 줄어들었다. 콜라의 캐러멜 성분과 껍질의 콜라겐 성분이 빠져나와 육수가 소스화됨.

일단 색은 그럴싸.

예상대로 칼집을 낸 쪽이 확실히 좀 더 형체를 예쁘게 유지하고 있다.

두근두근.


칼집을 낸 쪽이 질감도 부들부들하다. 열이 위아래로 고루 침투해서 그런 듯.

구워서 조린 마늘을 올려서 먹어보자.

신선한 마늘이 양념에 졸여지니 신기한 식감이 난다. 감자조림과 흡사. 신박하게 맛있다. 고기와도 잘 어울림.
그런데 몇 가지 생각해 볼 지점이 있다.
1) 과연, 주인공인 마늘이 앞쪽으로 드러나는가.
2) 강한 단맛과 짠맛에 가려져, 맛의 다른 지점들을 놓치고 있는 것 아닌가.
3) 이 정도 소스에 졸이면 어떤 재료를 넣든 다 이 맛이 나는 거 아닌가.
숙제를 남기고, 수요일 메뉴 개발 종료.
목요일 : 리허설

전날 만든 동파육을 시식해 보는 공장장과 뉴공 스텝.

총수님 : 으흐흐 맛이따 근데 좀 짠데?
평소 누구보다 강렬한 식사를 즐기는 총수님. 총수님 입에 간이 세다면 이건 문제가 있는 거다. 긴급양념조절위원회 소집.

다양한 입맛을 통해 피드백 받은 결과, 콜라와 간장의 간을 초안보다 60~40%로 줄여 보는 쪽으로 결정.

심기일전하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제발

한큐에

간이

잡혀야 할 텐데...


황쌤

힘을 주쎄요.

중요한 순간. 콜라 양을 줄이고


그만큼 물을 보충해보자.

간장도 처음 양보다 한참 아래로(종이컵 1/3).


30분 경과


어제와 비슷한 익힘. 줄어든 콜라에 캐러멜 성분도 같이 줄어드니 색이 전보다 훨씬 밝은 갈색.

동일한 시간을 졸였는데도 콜라와 간장을 줄인 탓에 맛이 많이 삼삼해졌다. 이젠 졸아든 소스를 뿌려야 맛의 균형이 맞음.

예상대로, 총수님은 간이 슴슴하다는 평.

여기서 단호한 결의가 필요하다. 간을 올리기 위해 콜라와 간장을 추가하는 쉬운 길을 간다면, 요리의 균형은 다시 무너질 것이다.

근성이 필요한 시간.

물만 추가해서 다시 30분을 졸여본다. 미처 베어들지 못한 콜라의 당분과 간장의 짠 기를 마지막으로 고기에 쑤셔 넣어보는 것.

물을 보충해가며 총 한 시간을 조린 결과.

드디어,

위용을 드러내는 동포러우.

적절한 간이 배어들도록 오래 삶은 결과, 손을 대자마자 촤르르 풀어내리는 질감마저 획득.
가슴이 웅장해진다.
금요일 : 온에어

출근하니 대기실에 앉아 계시는 진우스님

부처님오신날에, 스님 앞에서 마늘과 돼지고기 삶는 냄새를 팍팍 풍기고 있으니 불경스럽기 짝이 없다.


대인배 스님…

일주일 동안 가장 후달리는 순간.

미식회 선배님들의 최초 시식.


변기자님 : 껍질 부분에서 쫀득한 맛이 느껴지고, 그다음 기름의 고소함이 부드럽게 퍼졌다가 마지막에 담백한 살점이 딱. 순차적으로 이빨이 파고들면서. 좋네요, 아주.

이예에에에에에에!!
황쌤 : 이 단맛 ㅎㅎ 햇마늘 아니면 이 맛이 안 나오지.
변기자님 : 파속에 단맛이 있다는 건 다들 아시는데 마늘 뒷맛에 단맛이 많다는 걸 잘 모르시죠.

황쌤 : (변기자님께) 레시피 말씀 안 드렸지?
근병 : 네 ㅎㅎ

황쌤: 정상적인 동파육 조리법이 아니에요.
변기자님 : ???

변기자님 : 뭔지 모르겠는데.

황쌤 : ㅎㅎㅎ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가장 흔한 레시피입니다.

변기자님 : 월계수 뭐 이런 건가?

근병 : 그런 비싼 거 안 썼습니다. 향신료 중에 제일 싼 거입니다. ㅎㅎ
변기자님 : 가장 값싼 거라...
근병 : 콜라입니다 ㅎㅎ
황쌤 : ㅎㅎㅎ
변기자님 : ㅎㅎㅎㅎㅎ
생방 시작

황쌤 : 이맘때 나오는 난지형 마늘은 저장마늘하고는 정말 맛이 달라요. 향부터 바로 알 수 있어요.

공장장 : 고기를 콜라에 삶았다고??ㅎㅎ


공장장 : 오오오오 마시써 마시써!!! 달어!!!

공장장 : 이거 가족이나 친구들한테 해줄 때 절대 콜라 넣었다고 말하면 안 되겠다 ㅎㅎ 감쪽같네 ㅎㅎ
뒷방미식회

금요미식회 백스테이지 시작.

요요미를 향한 변기자님의 찐팬심.

요요미님을 위한 스페셜 접시.

수랏간 상놈입니다.

맛있게 드시는 요요미님, 팬미팅에 수줍은 변기자님.

황쌤 : 다음주에 뭐하냐?

우어어어어
또 다른 시선
(계속)
사진/영상 : 금성무스케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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