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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BS 동물농장>
휴일 아침 <동물농장>을 보다가 날벼락을 맞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SNS 실시간 키워드로 #동물농장윤석열 이 올라왔고, 같은 시각 <동물농장> 게시판은 난리가 났다. 뭐, 이들 부부의 관종력은 어제오늘 이야기도 아니다. 하지만 볼 때마다 놀라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유퀴즈도, 대구 서문시장 방문도, 야구 시구도... 그땐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이번 동물농장 방송은 뭔가 조금 달랐다.
대통령 부부의 출연을 예상한 채 각을 잡고 '뉴스'를 본 것이 아니라 일요일 오전, 가드를 내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동물들과 치유의 시간을 가지려는 찰나 등장했다.
"씨X! 이거 뭐야."
순간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목부터 열기가 느껴지더니 이내 얼굴 전체가 붉어졌다. 누군가 내 싸대기를 수십 대 연속으로 갈기는 기분이었다. 단순한 불쾌감보단 수치심과 모욕감에 가까웠다.
나 역시 유기견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펫샵 소비의 폐해에 대해 말하라면 날을 꼬박 새울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말을 이완용이 무덤에서 기어 나와 해도 일단 고맙다고는 말할 것 같다. 그럼, 대통령 부부는 뭐가 달랐기에 이렇게까지 거부감이 들었을까?
국가가 책임지는 유기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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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BS 동물농장>
며칠 전 이태원 참사 피해자 유가족을 우연히 만났다. 두 개의 사건이 공교롭게 이틀 상간으로 일어났기 때문일까.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동물농장 출연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의 만남과 강렬한 대비를 이뤘다. 유기견 입양을 권하는 찬란함과 이태원 참사라는 비통함의 간극을 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5월 24일, 나는 서울 경찰청 앞을 지나고 있었다. 누군가 경찰청 정문 앞에 아래위 새하얀 복장을 하고 앉아 있었다. 그 길을 지나며 대체 누가 요즘 같은 날씨에 긴소매 옷을 입고 저러나 생각했다. 그를 스치기 직전, 발길을 멈췄다. 하얀 옷은 상복이었다. 이태원 참사 피해자 유가족이었다.

그녀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 소영 씨의 어머니라고 했다. 몇 날 며칠을 울어, 눈이 붓고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태였다. 삼풍 백화점 참사 생존자임을 밝히고 그녀 곁에 앉아 이야기를 들었다. 내 손을 잡고 계속 터져 나오는 울음을 꾹 참아가며 말을 이어갔다.
"집이 양주인데 내 딸아이는 용인에 가 있더라고... 소영이 주머니에 주민등록증도 있었는데 왜 그랬을까?"
"자꾸 나한테 어머니, 어머니 부르는데 난 이제 누구의 엄마도 아니야. 집에 있으면 애가 현관문 열고 들어올 것 같고 소영이가 보고 싶어 미치겠어..."
한참 정적이 흐르다 그녀가 다시 물었다.
"나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 돼요? 사람들이 여기 있으면 안 된대요."
지독한 절망감
잠시 후, 누군가 우리 위로 우산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고 이지한 군의 어머니였다. 소영 씨 어머니가 여기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고 했다.
"날도 더운데 이러고 있으면 병나요. 모시러 왔어요."
이지한 군 어머니는 생수를 따서 우리에게 건넸다. 그녀가 마음을 추스를 때까지 우리 셋은 경찰청 앞에 앉아 있었다. 선약 시간이 다 되어 갈 무렵, 지인이 약속 장소에 거의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지한 군의 어머니는 엉거주춤 움직이는 나를 보고 걱정하지 말고 일 보러 가보라고 말했다.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볼일을 보고 나오면서 혹시나 해 핸들을 꺾어 경찰청 앞을 지났다. 이번엔 지한 군 어머니까지 무릎에 영정 사진을 놓고 앉아 있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두 어머니를 지나면서, 나는 절망했다. 엉엉 소리 내 울어도, 조용히 담담하게 말해도, 어떤 방법으로 내 억울함을 이야기해도 그 누구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같지 않은 지독한 절망감 말이다.
그날 이후로 한동안 잠잠했던 트라우마 증상이 되살아났다. 이유 없이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고 초조했다. 오래전 중단했던 정신과 약을 다시 처방받았다. 나는 이들의 고통에 '다시' 압도된 것이다.
"남"의 아들과 "자기" 딸
삼풍 사고가 일어난 지 28년이 지났다. 주변에서 가끔, 이제는 잊을만하지 않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난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그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고 있다. 2014년 팽목항에서 세월호를 봤을 때도 그랬다. 진도 체육관에서 자식을 잃고 울부짖던 엄마들의 모습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2023년 5월, 소영 씨 엄마와 지한 군 엄마의 슬픔이 또 고스란히 내 가슴에 와 박힌다. 삼풍 때처럼, 세월호 때처럼, 밤낮으로 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손을 씻으러 들어간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볼 때,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차 운전대를 잡았을 때, 불을 끄고 잠들기 직전, 가족 잃은 이들의 공허한 눈동자가 자꾸만 떠오른다.
그런데 말이다. 이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런 예고 없이 <동물농장>에서 환하게 웃는 대통령 부부를 보게 된 것이다. 아니, 그뿐인가? 개들을 위해 수제 간식을 만들고, 영부인은 '사랑하는' 자기 개를 두 팔 벌려 온몸으로 끌어안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말했다.
![[TV동물농장] 나는 행복한 안내견입니다. 23-16 screenshot.png](https://img-cdn.ddanzi.com/files/attach/images/977701/621/337/773/cf91233761e7b9d64741f327ed8f9d12.png)
출처 - <SBS 동물농장>
이 순간이었던 것 같다. 내가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얼굴이 시뻘겋게 타올랐던 때가.
지난해 딸을 잃은 엄마는 계절이 두 번 바뀔 때까지 영문도 모른 채 식음을 전폐하고 있는데. 스무 해 남짓 살다 간 아이를 떠올리며 '생존'하고 있는데. 싸늘한 주검이라도 딸아이를 품에 꼭 안아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여전히 길바닥에 앉아 있는데. 국가 원수는 단 한 번의 공식적인 사과 없이 어영부영 참사의 존재 자체를 무마하고 있다.
고 신영복 선생님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내가 전기고문을 당하다 쓰러진 적이 있습니다. 간신히 정신이 들었을 때입니다. 취조관이 의무실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의료 처치를 요청하려나 보다'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침에 우리 집 애 감기약 부탁했는데 그걸 퇴근하기 전에 내 책상에 갖다 놓으라는 전화였어요. '남의 아들에 대한 전기고문과 자기 딸의 감기약'. 그 극적 대비는 차라리 슬픈 것이었습니다.
-신영복의 <담론> 중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하는 이것이 혹시 보여주기식 쇼맨십이라면, 그네들이 의도한 것이 "딸아이의 감기약" 같은 것이라면, 바라건대 이제 그만하셨으면 한다. 이미 그들은 충분히 고통을 겪고 있으니 말이다.
초여름날의 하얀 상복, 땀에 젖어 이마에 들러붙은 유가족의 머리카락 한 올까지. 아마 난 모든 순간을 죽는 날까지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95년 6월 29일의 악몽을 매일 떠올리는 것처럼.
서울 도심 한 복판에서 일어난 참사, 정부의 안일한 대처, 참사의 기억을 지워버린 당국, 그리고 반년이 지난 지금, <동물농장>에 나와 개를 입양하라고 말하는 대통령 부부까지. 모든 것은 "기억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냥저냥 흘려보내다가 그것이 언젠가 나의 일이 될 수도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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