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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봉투에 담은 4만 7천원

 

2009년 쌍용자동차는 상하이자동차로 매각된 이후 의도적인 생산감소와 기술 유출 등으로 회생절차에 들어갑니다. 36%에 달하는 2,646명의 직원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합니다. 이에 노조는 77일간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파업을 벌입니다. 이후 사측은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2013년 법원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약 47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합니다.

 

2022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사측은 노동조합집행부를 상대로 47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합니다. 노동조합이 50여 일간 선거(배를 건조·수리하기 위한 시설)를 점거하여 발생한 손해라고 합니다. 손해액이 어떻게 계산되었는지, 법률적 검토나 자문도 없이 제기한 소송입니다.

 

위 사건들을 모두 불법파업이라 부릅니다. 노동자들에게는 당장의 삶과 미래가 달린 행동이었지만, 법에서는 이들을 불법으로 분류합니다. 사측의 손해배상청구는 이런 불법파업에 대한 '정당한' 행동으로 여기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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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bc 스트레이트 갈무리>

 

하지만 이런 정당한 행동으로 인해 쌍용차 파업에 참여했던 한 노동자는 해고 기간 55개월, 퇴직금 가압류, 부동산 가압류 그리고 손해배상 청구까지 내몰려 결국 얼마 후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밖에도 사측의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에 짓눌리다 스스로 세상을 떠난 노동자가 수십에 달합니다.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가 오히려 노동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이에 대하여 2015년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한 법률은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2022년 이은주 의원 등 56인이 다시 발의했고, '노란봉투법'이란 이름으로 5월 24일 본회의에 직회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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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김재욱 화백/한겨레 기사>

 

법원이 파업을 한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배상액 청구판결을 내린 뒤 시민들이 노란색 봉투에 4만 7천원의 성금을 모아 전달하기 시작했습니다. 10만 명의 시민이 4만 7천원씩 모으면 47억을 만들 수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이는 '노란봉투 캠페인'으로 이어져 15억에 가까운 성금이 모았습니다. 여기에서 이름을 따 노란봉투법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법안의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 3조 개정에 관한 법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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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가수 이효리씨의 자필 편지와 4만 7천원

(손편지 내용은 기사 하단에 별도로 실었습니다)

출처-<아름다운 재단>

 

노란봉투법은 크게 3가지의 개정안을 담고 있습니다. ① 사용자·근로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② 노동쟁의의 범위를 확대하며, ③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정부와 보수정당, 경영계는 이 법에 맹렬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법의 내용이 무엇이길래 이같이 반대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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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법 개정안 심의 중단을 촉구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6단체장

출처-<뉴스1>

 

 사용자와 근로자의 범위 확대

보험설계사·택배기사·화물차 기사·방문교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을 근로자에 포함하여 그동안 보호받지 못한 노동법의 보호를 받게 합니다. 원청과 하청의 관계처럼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지시하는 원청업체에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지만 사용자로 간주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특히,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은 원청업체가 아닌 하청업체가 결정하는 것이라 주장합니다. 무작정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교섭 요청을 들어줄 수는 없기에 향후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노동조합 사이에 분쟁이 끊이지 않게 될 것이라며 반대합니다.

 

 노동쟁의의 범위 확대

현행법상 노동쟁의는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에 국한합니다. 이를 ‘이익분쟁’이라고 부르며, 이미 결정된 근로조건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분쟁은 ‘권리분쟁’이라고 합니다. 노란봉투법은 '결정'이라는 용어를 삭제함으로써, 노동쟁의 범위를 기존의 이익분쟁을 넘어 권리분쟁까지 확대합니다.

 

▷ 이렇게 되면 단체교섭 과정에서만 할 수 있는 쟁의행위를 단체교섭이 끝나고 단체협약을 체결한 이후에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고 철회, 정리해고 또는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파업도 가능합니다. 사용자 범위의 확대와 연결되어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청을 거부할 때는 원청업체를 상대로 파업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쟁의행위가 많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 반대 측 주장입니다.

 

③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현행법은 노동조합의 불법쟁의행의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가 발생할 경우 범위나 대상에 대한 규정이 없습니다. 개정안은 손해배상액에 상한을 두고 조합원 수와 재정 규모 등을 고려해서 청구해야 합니다. 원인과 결과를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손해배상액에 대한 구체적인 금액과 범위 등을 사측에서 증빙해야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를 두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용자가 귀책 사유와 기여도를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법원으로서는 청구를 기각할 수밖에 없게 되므로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굉장히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위 세 가지가 노란봉투법의 주요 쟁점입니다. 그렇다면 노란봉투법이 통과된다면 정부와 보수정당, 경영계가 우려하는 일이 벌어질까요? 노란봉투법은 필요 없는 악법일까요? 노란봉투법이 필요한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1. 간접고용자 70%는 대기업집단 소속

 

대기업집단 전체 노동자 225만여 명 중 간접고용 비율은 30%(67만 4천 명)입니다. 전체 공시대상 기업의 간접고용비율 18.2%(96만여 명)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특히 특수고용형태 중 하나인 가전제품 점검원, 택배원 등을 고용하는 대기업 집단에서는 90%를 보였습니다. 대기업들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자회사를 설립하며 간접고용을 남용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를 심화하는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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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와의 간담회에서

발언 중인 이재명 의원

출처-<연합뉴스>

 

이러면 원청업체에서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비용을 정하고, 이 비용 안에서 하청업체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결정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하청노동자들이 하청업체를 상대로 교섭을 진행했을 때 실질적으로 교섭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결국 무제한 책임은 아니더라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고용 문제 등은 대기업집단에서 책임을 느끼고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2. 노동쟁의는 파업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현재의 노동법은 파업의 요건을 근로조건과 관련된 사항에만 한정 짓고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에서는 노동조건의 개선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심지어 정치적 목적의 파업도 합법적으로 인정합니다. 이 개정안에서 말하는 노동쟁의는 파업만을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개정안은 정리해고, 구조조정 등 사업재편에 관한 사항, 노동관계 당사자 사이의 관계에 관한 사항도 노동쟁의 대상으로 명시함으로써 현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을 단체교섭과 쟁의조정 등으로 해결하도록 합니다.

 

모든 교섭이 파업을 전제하지 않습니다. 파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은 노동조합 입장에서도 번거로운 일입니다. 원만한 협상이야말로 노동조합이 바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동안 사측은 노동조합과 정상적인 교섭을 하지 않았습니다. 교섭 대상이 늘어나면 파업이 발생할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극단적 상황만을 가정하는 것입니다.

 

3.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든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란봉투법을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회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가령,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위헌결정이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1982년에 프랑스에서 비슷한 법률이 채택되었지만 이 법은 프랑스 헌법위원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누구든지 잘못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쳤으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이유였지요. 여기까지는 재계의 주장과 같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입니다. 한국의 대법원 역할을 하는 프랑스 파기원은 헌법위원회의 결정대로 새로운 판례를 만들었습니다. 따로 규칙을 만들거나 한 것이 아닌 기존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원칙을 동일하게 적용한 것입니다. 

 

첫째, 과실이 있을 것

둘째, 손해가 있을 것

셋째, 과실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것

 

이 원칙을 적용하면 파업 자체는 과실이 아닙니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기 때문이지요. 파업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 공장을 가동하지 않아 생산이 중단, 파업으로 인해 고객이 서비스 등을 제공받지 못하는 것 등은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 공장시설을 파괴하거나 다른 사람이 일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 등은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실로 인해 실제 손해가 발생했는지, 손해가 얼마인지, 과실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사용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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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참여연대>

 

핵심은 노조의 불법행위가 가져온 손해는 기업이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하고, 노조는 자기 행동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는 것입니다. 파업이 불법이었고, 손해가 발생했으니 배상하라는 구체적이지 못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이 같은 결정은 법치의 일관성을 보여줍니다.

 

4. 현행 법률의 맹점

 

반대 측에서는 헌법에 명시된 재산권의 침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재산권은 헌법 제23조에 제1항에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노동3권은 헌법 제33조 제1항에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라고 규정합니다. 2020년 대법원에서도

 

'노동3권은 법률의 제정이라는 국가의 개입을 통해 실현되는 권리가 아닌, 법률이 없더라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체적 권리'

 

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하위 조항인 노조법에서는 '합법 파업'에 대해서만 손해 배상 책임이 없다는 것처럼 제한하고 있습니다. 즉,

 

'원래 파업은 위법인데 요건을 갖추면 정당한 파업이 된다'

 

라는 개념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권리행사는 그 자체로 합법이고 남용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것이 법리적으로 맞습니다.

 

특히 한국은 파업에 대해 형벌로 규정하고 있고 업무방해죄마저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군인·경찰의 파업 정도를 제외하면 노동권에 형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즉 한국의 노조법은 오히려 헌법과 달리 파업을 권리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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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파업이 사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노동권이란 그 자체가 재산권의 침해를 전제로 두고 있는 권리입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파업을 하는 것이 사용자의 재산권을 보존하고 지킨다. 오히려 이상하지 않습니까? 물론 노동권으로 무조건 재산권을 침해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하위법인 노조법에서 오히려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5. 결론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10% 정도입니다. 90%의 국민들에게 노조나 파업 같은 이야기는 미디어를 통해서나 접할 수 있는 영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노동조합의 이미지는 더욱더 내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지 않게 합니다.

 

현재의 법률체계에서 합법 파업으로 인정받기는 대단히 까다롭습니다. 불법파업이라는 프레임에 갇히니 여론은 좋지 않습니다. 노동 권리도 낮고 파업하기도 까다롭습니다.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킨다면 현재는 불법인 정리해고나 민영화 반대 파업 등이 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분별하고 1인이 감당하기에 터무니없는 손해배상이 줄어듭니다. 

 

2009년부터 14년간 노조를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소송은 151건이고 청구액은 2,752억 원에 달합니다. 몇몇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노동자의 가장 큰 무기는 결국 파업뿐입니다. 하지만 언급한 대로 한국에서 합법적 파업을 벌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파업 이후에도 손해배상 청구와 압류 등 노동조합을 압박하는 수단이 많습니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 대다수가 협상 과정에서 파업까지 이르는 경우는 적습니다. 현행법 속에서 사용자에게 노동자는 전쟁에서 무기가 마땅치 않은 적군일 뿐입니다. 새총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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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딴지 만평>

 

노란봉투법은 노동자들에게 파업을 남용하게 하는 법이 아니라 사용자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수 있게 하는 법입니다. 불법파업이란 이름에 갇혀 법과 대중들에게 외면받는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게 하는 법입니다. 

 

노란봉투법이 통과되어야만 광양에서 피 흘린 하청노동자의 파업이 불법파업이 아닌 정당한 기본권을 행사하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국민의 대부분이 노동자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노란봉투법은 국민을 지키는, 헌법에 명시한 기본권을 굳건히 하는 법률입니다.

 


2014년 가수 이효리씨가 <아름다운 재단>에 보낸 편지 내용

 

안녕하세요. 가수 이효리입니다.

 

추위와 폭설로 마음까지 꽁꽁 얼 것 같은 요즘 다들 안녕하신지요.

제가 이렇게 펜을 든 이유는 <노란봉투 캠페인>에 동참하고 싶어서입니다.

 

지난 몇 년간 해고노동자들의 힘겨운 싸움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잘 해결되길 바랄 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제 뜻과 달리 이렇게 저렇게 해석되어 세간에 오르내리는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아이엄마의 편지가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아이의 학원비를 아껴 보낸 4만7천원,

해고 노동자들이 선고받은 손해배상 47억원의 10만분의 1,

이렇게 10만명이 모이면 그들과 그들의 가족을 살릴 수 있지 않겠냐는 그 편지가 

너무나 선하고 순수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그 편지는 ‘너무나 큰 액수다’, 또는 ‘내 일이 아니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모른 척 등 돌리던 제 어깨를 톡톡 두드리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나 적은 돈이라 부끄럽지만, 한 아이엄마의 4만7천원이 제게 불씨가 되었듯,

제 4만7천원이 누군가의 어깨를 두드리길 바랍니다.

 

돈 때문에… 모두가 모른 척 하는 외로움에 삶을 포기하는 분들이 더 이상 없길 바랍니다.

 

힘 내십시오..

 

2014.2.14 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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