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한계산성'
여몽전쟁 당시, 몽골군이 이 성을 공격했으나
산성방호별감 안홍민이 이끄는 야별초가
몽골군을 격퇴한 역사적 장소이다.
2019년 대한민국 사적 제553호가 되었다.
연재 목차
1. 이자겸 비긴즈 : 동생이 왕비가 됐는데... 바람을 폈다네?(feat.이자겸) - 링크
2. 훈요십조 코드 : 조선과는 게임의 룰이 다르다 - 링크
3. 고려판 왕좌의 게임 : 고려판 수양대군과 단종이 있었다 - 링크
4. 여진족 맞춤형 특수부대의 탄생과 척준경의 등장 - 링크
5. 피의 연회 : 칼 든 무사 한 명 따위... 가 척준경이라면? - 링크
7. 이자겸이 돌아왔다 : 할아버지가 강요한 친이모와의 결혼(feat.이자겸) - 링크
8. 이자겸 난의 전말 : 왕궁을 불태운 척준경 - 링크
9. 왕의 반란 : 이자겸의 시대가 끝나다(feat.척준경)
10. 묘청의 재림
11. 묘청의 난
<지난 편 역사, 한 줄 요약>
1. 이자겸은 측근들을 주요 관직에 앉히며, 권력을 더욱 공고히 했다.
2. 이자겸의 권력은 가히 '왕 위의 왕'이라고 할 수 있었다.
3. 인종은 어리지만 왕이었다. 이자겸의 눈을 피해, 그를 제거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했다.
4. 인종의 명을 받은 관군은 척준경의 동생과 아들을 먼저 쳤지만, 결국 이자겸과 척준경에게 반격당했다.
5. 이성을 잃은 척준경은 왕궁에 불을 질렀다.
6. 인종은 이자겸의 집에 갇히게 되는 수모를 겪고 재기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9. 왕의 반란 : 이자겸의 시대가 끝나다
이자겸을 향한 인종의 친위 쿠데타는 결국 실패하며 오히려 반격당했다. 우리는 이것을 ‘이자겸의 난’이라 배운다. 반격에 성공한 이자겸은 인종을 자신의 집으로 모셔(?) 왔다.
폐하, 저희 집으로 가시지요~
출처-<KBS1>
인종이 이자겸의 집으로 들어서자, 이자겸의 아내가 곤룡포 소매에 매달려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아이고! 폐하! 어찌 저희에게 이러실 수 있습니까? 정말로 장인을 죽이려 하셨던 겁니까? 그간 어린 폐하를 지극정성으로 모셨는데, 어찌 이러실 수 있단 말입니까? 저는 기가 막혀서 말도 나오지 않습니다.”
인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호위무사도 없이 그저 넋 나간 표정으로 이자겸의 부인을 바라볼 뿐이었다.
“부인, 폐하께서 아직 어리시어 뭣 모르고 하신 일이니 그만하시오. 그리고 궁궐에 조그만 화재가 나서 폐하가 계실 곳이 마땅치 않으니, 궁이 어느 정도 정리될 때까지 부인이 폐하를 잘 보살펴야 할 것이오.”
“폐하, 불편하시더라도 당분간은 처가에서 마음 편히 지내십시오. 소인은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서 이만 물러가겠나이다.”
그럼 이만~
다음 날 해가 뜨자 인종의 측근들은 참수당하거나 귀양 보내졌다. 인종은 분함에 치를 떨며 식음을 전폐한 채 며칠을 보냈다. 보다 못한 왕비가 먹을 것을 권했으나, 인종은 묵묵부답이었다. 왕비는 이런 인종의 곁을 계속 지켰다.
며칠 후, 이자겸의 부인이 평소 인종이 좋아하던 떡과 식혜를 가지고 방을 찾았다.
“두 분이 이리 함께 계신 모습을 보니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백년해로하시려면 뭐라도 좀 드셔야지요. 며칠째 통 드시질 않으시니, 걱정입니다. 여기 두고 갈 테니 요 떡은 꼭 드시옵소서. 폐하께서 혼자 드시게 마마는 잠시 저와 나가지요.”
두 사람이 나가고 나서도 인종은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저 정원에서 노닐고 있는 새만 멀뚱히 바라볼 뿐이었다. 어머니를 따라 나갔던 왕비는 금세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는 갑자기 쟁반에 있던 떡을 집더니 새들에게 던져주었다.
“폐하! 제가 확인하기 전에 절대 음식을 먼저 드시면 안 됩니다.”
떡을 먹은 새들은 곧 시름시름 하더니 잘 날지 못한 채 나무 아래에서 맴돌다 죽어버렸다.
얼마 후, 이자겸의 부인은 탕약을 들고 인종의 처소를 찾았다.
“아이고! 우리 사위 입맛 좀 돌라고 제가 용하다는 의원에게 특별히 부탁해서 사흘 밤낮으로 정성을 다해 다렸습니다. 입맛을 돌게 할 터이니 어서 제가 보는 앞에서 쭈욱 들이키세요.”
이때 왕비가 나서 탕약을 가로챘다.
출처-<KBS1>
“어머니, 폐하께서는 이 집에 잠시 거처하시는 것뿐입니다. 또한 엄연히 상약국이 있는데 어찌하여 어머니께서 민가의 약을 폐하께 올린단 말입니까! 제가 먼저 마신 후에 폐하께 올릴 것입니다.”
왕비가 탕약을 마시려 하자, 이자겸의 아내는 왕비의 손을 매섭게 내려쳐 탕약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이 약은 버리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이자겸 집안에서 인종을 죽이려는 시도가 점점 노골화되었다. 이제는 인종의 처소에 자객이 들어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날 밤, 인종은 뭔가 결단을 내린 듯 이자겸을 불렀다.
“폐하. 찾아 계시옵니까? 폐하가 저지른 일을 처리하느라 제가 공사다망하오니 차후에는 직접 저를 찾아오십시오.”
“우리가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이오. 내 왕위를 공에게 주겠소. 양위하겠소! 하지만 양위를 위한 형식과 절차를 지키고 싶소. 나를 그만 궁에 들어가게 해주시오. 이마저도 거절한다면, 내 스스로 목숨을 끊겠소이다. 그리되면 신하들의 반발뿐 아니라 모양새도 좋지 않을 것이오. 어쩌시겠소?”
음....
이자겸은 말없이 인종을 노려보았으나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참을 생각하던 이자겸은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인종에게 절을 하며 말을 이었다.
“폐하! 소신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양위는 당치 않으십니다. 어찌 제가 감히 왕위를 탐내겠습니까! 역도의 무리가 활개를 치고 세상이 어수선하여 어린 폐하를 돌봐드리려는 제 충정을 폐하께서 곡해하신 듯하옵니다. 날이 밝는 대로 환궁 준비를 서두르겠나이다.”
사료에 따르면, 신하들의 반대로 인해 이자겸이 눈물을 흘리며 양위를 거절했다고 하지만, 그야말로 정치쇼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자겸은 굳이 왕위를 물려받아 민심과 대신들의 동요를 일으키는 것보다 지금처럼 ‘왕 위의 왕’으로서 모든 권력을 쥐고 흔드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인종은 드디어 (아직 복구가 제대로 안 된) 궁으로 돌아왔으나, 이자겸의 감시는 계속되었다. 오히려 이자겸 집에 머물 때보다 더 심해졌다.
한편 이자겸은 인종의 환궁 이후, 척준경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척 장군 말이야. 사람이 너무 거칠어. 나이를 먹고 관직이 올라도 근본은 속일 수가 없어.”
“본디 천한 것들이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당분간은 쓸모가 있으니 잠시 두고, 조만간 정리해야 할 것이야. 준비하고 있거라.”
“귀양을 말씀하시는지요? 아니면...”
“어디 가둬두기에는 너무 거칠지 않겠느냐? 짐승도 기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지 않더냐.”
안 그래도 마음이 멀어진 상태인데, 마침 이 타이밍에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 이자겸의 종과 척준경의 종 사이에 싸움이 난 것이었다. 원래 왕래가 잦던 두 집안의 종들이 술을 거나하게 한잔 걸치고 난 후, 지난번 난에 대하여 나눈 이야기가 발단되었다.
출처-<SBS>
“근데 아무리 우리가 한배를 탔다고 해도, 척 장군이 궁에 불을 지른 건 도를 지나쳤어. 우리 나리께서 워낙 인품이 고고하셔서 용서하신 거지. 나 같으면 그냥 콱!”
“이 자가 시방 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는겨? 우리 장군님 아니었으면, 그쪽 나리가 무사할 것 같아? 그리고 그쪽 양반이 무슨 왕이라도 돼? 뭘 콱이야, 콱은!”
“뭐라고? 이 사람이 참말로 뭘 몰라서 이러는 겨? 우리 나리 아니었으면 죽어도 벌써 죽었을 천한....”
“뭐?! 이놈의 작자가 보자 보자 하니까. 어디 다시 한번 주둥이 씨부려봐!”
술맛 떨어지는데, 다 엎어버려~!
두 집안의 종 싸움은 순식간에 개경 전체로 퍼져나갔고, 척준경은 이를 결코 가벼이 보지 않았다.
“이 자가 직접 나를 찾아와 화해를 청하지 않는다면, 이는 필시 암시다. 나를 버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을 자다. 나도 내 살 방도를 찾아야겠구나.”
그리고 둘 사이에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고, 이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있었다.
인종은 등에 난 종기를 핑계로 내의 최사준을 불러들였다.
“짐이 좀 가려운 곳이 있구나. 네가 좀 시원하게 긁어 주어야겠다.”
인종의 처소에서 나온 최사준의 소매 안에는 왕의 비밀 교서가 들어있었다. 최사준은 척준경의 집으로 몰래 숨어들었다. 최사준이 척준경에서 왕의 교서를 전하자, 척준경은 이를 받아 펼쳐 들었다. 쭉쭉 교서를 읽어 내려가는데, 점점 척준경의 표정이 요동쳤다.
“폐하께서는 장군이 궁에 불을 지른 것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고 계시옵니다. 오히려 지난날 장군이 선대왕과 함께 이룬 과업에 대해 늘 생각하고 계시옵니다.”
“그때는 내가 그만 눈이 뒤집혀. 불충을 저지르고 말았네.”
폐하께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해주시게
척준경은 이자겸과 달리 왕에 대한 충성심을 버린 적이 없었다. 출세를 위해 이자겸을 따른 것이지, 역모를 통해 세상을 바꾸겠다는 이상이나 욕심은 없었다. 이런 척준경에게는, 이자겸의 심적 변화를 감지한 이 타이밍에 먼저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준 왕에 대해 호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왕의 제안대로, 왕과 손잡고 ‘이자겸’을 제거하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척준경은 결정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척준경은 이제 무엇이든 선택을 해야만 하는 기로에 놓인 상태였다. 아마도 그에겐 칼을 들고 북방의 매서운 댑바람을 맞으며 하나의 적을 상대하는 일이, 앉아서 정치적 판단을 하는 일보다 더 쉽고 마음 편한 일이었을 것이다.
며칠 후, 최사준이 척준경의 집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지난번과 달리 화급한 일이 있는 듯 보였다.
“장군! 오늘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어쩌면 이자겸을 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그... 그게 무슨 소리냐? 좀 알아듣게 말을 해보게.”
“이자겸이 오늘 폐하의 처소에 자객을 보낸다고 하옵니다. 장군이 아니면 누가 폐하를 지킨단 말입니까!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은 역모를 도운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역모를 방관하고 왕조의 성씨가 바뀌는 것을 앉아서 지켜만 보시겠습니까!”
척준경은 미간을 잔뜩 찡그리고 고민하는 듯했으나, 즉시 움직일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최사준은 척준경을 더욱 자극하고 몰아붙였다.
“장군은 밑바닥에서 시작해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오신 분입니다. 가문의 후광이 없었다면, 이자겸은 장군의 발끝에도 못 미칠 자입니다. 정녕 그런 자에게 이 나라를 맡기시겠습니까? 또한 장군이 이자겸을 친다면, 그 자리는 장군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폐하께서 약조하셨습니다.”
최사준의 말이 먹힌 것일까. 척준경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최사준에게 말했다.
“지난번 폐하께서 왜 실패하셨는지 아느냐? 이자겸을 먼저 치지 않은 것이 패인이었다. 나는 지금 이자겸의 집으로 가겠다.”
척준경은 스무 명의 병사만 데리고 이자겸의 집을 기습했다.
이자겸을 찾아라!
기습에 성공한 척준경은 이자겸의 식솔들을 인질로 잡았다. 동시에 수하의 장수를 궁으로 보내 인종의 신병을 확보하고, 왕명으로 관군을 동원했다. 곧 관군이 이자겸의 집을 포위했다. 이자겸은 꼼짝없이 당했다. 이자겸은 의관도 제대로 차려입지 못한 채 척준경에 의해 압송됐다.
1126년 인종 즉위 4년 만에 마침내 이자겸 천하가 막을 내렸다. 인종은 이자겸을 영광으로 귀양 보냈다.
이렇게 끝나는구나...
같은해 이자겸은 귀양지에서 등창으로 사망했다. 즉시 참수에 처하지 않고 귀양 보낸 것은 승자의 여유였을까.
“장인, 짐은 더 이상 어리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이제 마음 편히 쉬시지요.”
할아버지 숙종과 아버지 예종에 비해 너무나 약해 보였던 어린 인종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더욱 왕권을 강화해 나갔다. 어쩌면 어린 시절의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선대왕보다 더 단단한 왕이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인종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척준경은 어떻게 될까. 이자겸의 시대가 끝나고, 고려는 다음 챕터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운 인물들이 역사의 주역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계속>
<오늘의 역사, 한 줄 요약>
1. 이자겸의 난 이후, 인종은 이자겸의 집에 갇혀 살며 수많은 암살 위기를 넘기게 된다.
2. 인종은 이자겸에게 양위 승부수를 두며 환궁에 성공한다.
3. 이 시기, 이자겸과 척준경 사이에 미묘한 틈이 생긴다. 인종은 이 틈을 공략한다.
4. 인종은 척준경을 이용하여 다시 이자겸을 친다.
5. 이자겸은 끝내 무너져 귀양을 가게 된다. 그리고 그해 귀양지에서 사망한다.
6. 이제 고려의 역사는 다음 챕터로 넘어가며,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더욱 흥미진진해지니 다음 편도 많관부!
슈퍼팩토리공장장이 이제와서(?!?!) 유튜브를 시작한다.
기나긴 역사 중 흥미로운 주제를 집어 |
필자의 지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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