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정해졌다
지난해부터 역전세난·깡통전세·전세사기에 관한 기사가 날마다 올라오고 있습니다. 특히 금리 인상과 함께 주택가격, 전셋값이 내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역전세 위험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지요. 한국은행이 추정한 전국의 역전세 위험하고는 4월 기준 106만 호로 지난해 1월에 비해 2배가 넘었습니다.
전세 보증금의 차액이 작지 않습니다. 전세가가 높게 형성되어 있는 서울 아파트는 2년 전 대비 평균 보증금 격차가 1억을 훌쩍 넘었습니다. 특히 서초구·강남구의 경우 1억 6천여만 원까지 격차가 벌어졌고 은평구에서도 1억 5천만 원이나 낮아졌습니다.
출처-<MBC 뉴스>
이러한 역전세 위험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었는데, 6월 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장관이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DSR(Debt Savings Ratio, 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DSR 규제 완화의 위험성은 알고 있지만 전세금 반환 용도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대출에만 적용하겠다"
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은 보유한 주택에 대해 LTV(Loan to value)를 적용해서 최대 대출금이 산정됩니다. 이미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액은 올해 4조 6천억 원을 넘었습니다. 이미 보증금 반환을 목적으로 대출을 이용한 사람들은 DSR 적용을 받는 상황이며, 차주별 대출금의 규모는 알 수 없지만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대출을 이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서울신문>
이보다 훨씬 많은 임대인이 전세금 반환을 위해 대출을 이용하려고 하지만 보유한 주택에 이미 대출이 있는 경우 LTV 한도에 걸리고, DSR에도 제한받기에 대출이 쉽지 않지요. 이처럼 '과도한 부채'가 있는 임대인들에게 추가로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방법을 검토 중인 것입니다.
그동안 짐작만 했던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확신을 주는 정책입니다.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가격안정화가 아닌 부양책이라는 확실한 시그널입니다.
문제점을 짚어보기 전에 LTV·DTI·DSR 등 부동산 대출과 관련된 개념들이 기사마다 자주 나오는데 어떤 뜻인지 간략히 정리한 후에 전세 보증금 반환 대출의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2. 용어 정리
① LTV(Loan to value, 집 값 대비 대출 받을 수 있는 비율)
담보대출을 받을 때 담보에 대해서 은행이 인정하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쉽게 예를 들면 10억짜리 주택을 구입할 때 LTV가 40%라면 최대 4억까지만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게 되죠. 나머지 6억은 본인의 자금이나 다른 방법으로 융통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에 60%를 처음 적용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40%로 강화했다가 2012년 박근혜 정부에서 70%로 상향했습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40%로 강화되면서 주택구매 시 대출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규제지역(강남·서초·송파·용산)의 경우 무주택자는 50%, 1주택자는 30%이며 비규제 지역은 무주택자 70%, 1주택자 60%로 적용됩니다.
② DTI(Debt to income, 총부채상환비율)
DSR의 도입으로 많이 언급되는 지표는 아니지만, 과거에는 LTV와 함께 대출을 조절하는 규제 중 하나였습니다. 쉽게 예를 들면 연봉 5천만 원인 직장인이 1년간 5천만 원을 대출받을 경우 DTI는 100%가 됩니다. LTV의 경우 담보물을 기준으로 하기에 소득보다 과도한 대출이 가능한 반면, DTI는 개인의 소득을 기준으로 하기에 부실대출 대응에 상대적으로 안정(安定)합니다. 현재 DTI는 규제지역은 40%(서울 강남·송파·서초·용산), 조정대상지역은 50%, 그 외에서는 60%를 적용합니다.
③ DSR(Debt Service Ratio,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요즈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바로 DSR입니다. DTI보다 조금 더 강력한 제한입니다. 채무자의 연 소득에서 모든 금융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DTI가 주택담보대출과 기타 부채의 연간 이자 상환액을 계산하는 것이라면, DSR은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학자금 대출·자동차 할부 등 모든 대출금을 계산에 고려합니다.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가장 엄하게 살펴보기에 아무래도 DTI보다 대출한도가 더 낮아지지요. DSR의 경우 차주별로 4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계 대출 차주의 평균 DSR은 40.6%입니다.
3. 전세 보증금 반환 대출 DSR 완화의 문제점
정부가 발표한 보증금 반환 대출에 대한 DSR 완화 정책은 그동안 보수언론과 임대인들이 꾸준히 요구하던 사안이었습니다. 역전세가 계속 늘어남에 따라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사실상 임대인의 부동산이 급매, 경매로 넘어가지 못하게 보호해서 주택가격 하락을 막는 조치입니다. 양쪽 다 보호할 수 있는 강구책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번에 발표한 보증금 반환 대출의 DSR 완화는 아래와 같은 문제들을 야기하리라 봅니다.
① 가계 부채 문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기존에 발생한 부채를 회수해도 모자랄 텐데 정부는 각종 대출 규제 완화와 상환 기한 연장, 심지어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도 특별대출을 실시하는 등 부채를 더 키우고 있습니다.
어쩌면 정부의 정책 결정은 불가피한지도 모릅니다. 정부 예산으로 지원책을 마련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올해 1~4월 국세 수입은 134조 원으로 작년 대비 34조 원가량 줄었습니다. 예상하기로 올해 총 38조의 세수가 부족하리라 전망합니다. 나라 살림이 빠듯하기에 하반기부터 발생할 추가적인 역전세 대란과 부동산 발 경기침체를 막고자 가계 빚을 늘리는 결정을 내린 것이지요.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을 초과하는 유일한 나라
출처-<SBS Biz>
일각에서는 부동산 반환 대출로 부채 총액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1억의 차액이 발생한 주택에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목적으로 1억을 대출받아서 임차인에게 반환하면, 임대인의 대출액 1억으로 임차인이 보유하고 있는 전세자금 대출을 상환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위와 같은 예는 임차인이 전세 보증금 대출을 받은 때만을 전제로 합니다.
더불어 이 같은 경우 부채가 늘어나지 않을지는 몰라도 부채를 줄이는 데는 영향을 주지 않는 미봉책입니다. 경제적으로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가계 부채를 통해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결국 기준금리도 압박하게 되어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6월 현재 미국 기준금리를 5.00~5.25%, 한국 기준금리는 3.50%로 1.75%p차입니다. 통상 미국 기준금리를 따라가는 정책을 펴야하지만, 한국은 높은 가계 부채를 우려해서 따라가지 못 하고 있지요. 1.75%p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한·미간의 최대 금리 차입니다. 올해 중에 2%p 차로 벌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한국이 기준금리를 현 상태로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출처-<SBS Biz>
② 형평성 문제
정부에서는 임차인을 보호하는 제도라고 이야기하지만, 임대인을 보호하는 제도로 보는 시각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갭투자(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을 이용한 주택 구입)를 했던 임대인들의 경우 더 이상 추가적인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일부 또는 전부를 처분해야 하지만 DSR 완화로 추가적인 대출을 받고 버틸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보증금 반환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들은 이미 주택을 보유한 이들입니다. 이 중에는 다주택자도 있는데, 신규로 주택을 구입하는 등 다른 대출 수요자들에게는 DSR을 완화하지 않고 이미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의 DSR만 완화하게 되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③ 임차인 보호 문제
제도가 시행된다면 첫 번째 임차인의 보증금은 반환할 수 있지만 다음에 계약하는 임차인의 경우 은행이 선순위 근저당을 설정한 주택에서 살게 됩니다. 만약 임대인의 자금 사정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보증금 반환이 불가능해집니다.
예를 들어 5억에서 4억으로 떨어진 전세 보증금에 대해 차액 1억의 대출을 받으면 은행은 담보가 되는 주택에 1억의 선순위 근저당을 설정합니다. 이후 4억에 전세를 들어온 신규 세입자는 임대인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임대인의 자금 사정에 문제가 생겨 주택이 경매 등으로 넘어갈 경우 본인의 전세자금을 회수할 수 없습니다. 이는 전세 보증보험을 들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은행이 제1 채권자이기 때문이죠.
이 같은 우려 때문에 다음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세 계약 전 부동산 등기를 확인했을 때 고액의 선순위 채권이 적용되어 있다면 임차인 입장에서는 계약 시 부담스러울 터입니다. 이에 따라 임대인 중에 물건을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지요.
그렇다고 하여도 모두가 일거에 전환하는 게 아닙니다. 여전히 전세 매물이 지속해서 남아 있을 터입니다. 선순위 채권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모르는 임차인도 있을 터입니다. 물론 개인 스스로 잘 살펴봐야 합니다. 그러나 전세라는 기이한 제도를 남겨두고 다른 대안도 없는 채, 그에 따른 사고의 책임을 개인에게 모두 지울 수는 없습니다.
출처-<백소아(한겨레)>
더불어 부동산 하락추세가 아직 더 지속될 것이라는 상황 속에서 이후 추가적인 전셋값 하락이 발생하여 보증금 반환이 불가능해 질 경우, 또다시 LTV를 조정하거나 DSR을 완화해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전세 보증금 반환 대출은 눈가림만 하는 일시적인 계책에 그치리라 봅니다.
4. 주먹구구식 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건 누굴까
이미 깡통전세 피해자 중 몇 명은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피해자들은 경제적,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 폭탄 돌리기식의 DSR 완화라는 정책을 선택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무엇일까요? 결국 보증금 반환 대출을 시작으로 DSR이란 규제를 허물어서 다주택자들의 대출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하는 데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심판론의 성격이 있었습니다.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은 이점을 강조하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집권 초 세계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 속에서 이내 정부 정책 기조는 부양책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와중에 부자 감세도 시행했지요. 정부는 부양책이 아닌 부동산 연착륙을 위한 것이라며 애써 부인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발언으로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는 부동산 경기부양이란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LTV를 비롯해 DSR 규제 완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투기수요를 부추기는 정책들이 얼마나 부동산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는지를 고려해 본다면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더 큰 폭탄이 되어 돌아오리라 봅니다.
검색어 제한 안내
입력하신 검색어에 대한 검색결과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딴지 내 게시판은 아래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라 검색기능을 제한하고 있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 22조의 5제1항에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2.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청소년성처벌법 제11조에 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 소지한 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