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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CNBC>

 

코로나 이후, 치솟는 물가와 금리 탓에 미국의 팁 문화가 상당히 화제다. 사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왜 식당에서 팁을 줘야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 이미 지불한 음식값에 당연히 직원들 월급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팁을 준다는 경험 자체가 생소한 일이다. 단골 국밥집에서 이천 원을 자리에 두고 나온다고 생각해 보자. 높은 확률로 이모가

 

"학생 돈 놔두고 갔어!"

 

하고 따라 나올 것이다. 가끔 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면, 기분 좋게 식사하고나서 약간의 팁을 주는 경우는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약간의 잔돈을 두고 나오는 것이지, 미국처럼 20%를 따박따박 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눈치 게임에서 살아남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팁은 정답이 없는 문제다. 미국에서 오래 살아도 늘 헷갈리고, 이곳 사람들 사이에서도 말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늘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다. 그래도 사회 통념상, 팁을 줘야 하는 경우와 팁을 안 줘도 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팁을 줘야 하는 경우는, 식당에 가서

 

1) 내가 테이블을 차지하고

 

2) 전담서버로부터 서빙을 받았을 경우이다. 

 

전담 서버로부터 서빙을 받는다니까 뭔가 거창한 것 같지만, 여기선 그냥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물 따라주고,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가 중간중간에 돌아다니면서 잔이 비면 음료 리필 해주고, 음식이 입에 맞는지 체크하고 (혹은 주문대로 나온 게 맞는지 등), 추가 주문을 받아준다.

 

이 정도면 충분히 서비스 받은 것으로 보고, 보통 팁을 줘야 한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보통 이런 식당들은 식사를 마치고 나서 계산한다. 그리고 계산할 때 팁은 얼마나 남길지를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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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여러 명이 모여 법인 카드를 사용할 때, 팁을 많이 낸다 

출처 - <CNBC>

 

여담이지만, 팁이 가장 후해지는 경우는? 법인카드를 긁을 때다. 회사에서 회식하거나 고객을 접대하는 경우, 에피타이저부터 시작해 비싼 메인 요리, 그리고 디저트까지 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음식 단가가 높은 데다, 내 돈도 아니다 보니 팁을 줄 때 높은 퍼센트의 팁을 주게 된다. 그래서 머리가 잘 돌아가는 서버들은, 주중에 식당을 자주 찾는 비즈니스 단골의 얼굴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주말에 가족과 재방문했을 때 무료 음식을 제공하는 식으로 특별 서비스를 해준다. 개인 돈으로 먹을 때 잘 챙겨주면, 회삿돈으로 먹을 때 크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팁을 안 줘도 되는 경우는, 서버도 없고 서빙도 받지 않는 경우다. 대표적으로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 식당에서는 팁을 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손님이 직접 카운터나 키오스크에 가서 주문하고, 음식도 직접 받아오기 때문이다. 서빙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 역시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당에서는 보통 주문할 때 계산도 같이한다.

 

팁은 얼마나 주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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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태블릿으로 주문을 받고, 고객이 지불할 팁의 금액을 지정하도록 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출처 - <CNBC>

 

옛날에는 이 두 가지 경우가 거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요즘은 근데 그 중간, 어딘가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이 생겼다. 정확히는, 과거에는 팁을 안 줘도 된다고 생각했던 곳에서 팁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반음식점에서 테이크아웃을 하거나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를 떠올려 보자. 테이크아웃을 할 때는 내가 식당 테이블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고, 전담 서버로부터 서빙도 받지 않는다. 과거에는 팁을 아예 안 주거나, 주더라도 몇 불 정도만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면서 테이크아웃이 일반화되고, 감염위협에도 식당에서 일하는 식당 근로자들의 수입을 보전해 주어야 한다는 논리가 퍼져 나갔다. 팁을 후하게 주는 사람들은 당연히 선의에서 그랬겠지만, 이게 보편화되자 팁을 주지 않은 나 자신이 왠지 나쁜 놈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해 식당에 앉아 먹을 때도 묘하게 죄책감이 든다.

 

이러한 고객들의 죄책감을 절묘하게 파고든 것이, 디지털 계산대에 올라오는 팁 메시지이다. 요즘은 결제정보를 입력하고 나면, 팁으로 얼마를 남길지를 물어본다. 팁을 줄 생각이 전혀 없었더라도,

 

"팁은 얼마나 주실 건가요?"

 

하고 물어보는 메시지가 나오면, “원래 팁을 주는 곳인데, 나만 안 주고 있었나?” 하는 불안함과 죄책감이 밀려든다. 예전 같았으면, 계산을 먼저 하는 식당에서는 팁을 주지 않았겠지만 (계산을 먼저 한다는 것 자체가 서빙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렇게 메시지가 뜨는 것만으로도 요즘은 왠지 팁을 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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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mcdonald singapore>

 

나는 앱으로 결제하거나 키오스크에서 계산하는 경우 팁을 주지 않았다. 내가 팁을 남기는지 안 남기는지를 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근데 계산대에서 점원이 환하게 웃으면서 팁 여부를 물어보면, 조금이라도 팁을 남기게 된다. 면전에서 팁 안 줄 거라고 말하는 건 아무리 얄팍한 나라도 눈치가 보인다. 하지만 팁을 주기에 음식 맛이 너무나 별로였던 곳에서는 가끔 쭈뼛대는 경우가 있다. 그때 계산대 직원이 알아서 노(no)팁을 눌러주는 고마운(?) 곳도 꽤 있다.

 

내 주변 동료나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팁을 줘야 할 것 같은데 솔직히 아까운 기분이라고. 금액도 옛날엔 10%~15% 정도였는데, 20%가 기본이라서 부담이 된다고 한다. 왜 이렇게까지 고통받으면서까지 팁을 줘야 하나? 남들이 다 주니까. 나만 나쁜 놈 되는 건 싫으니까. 그렇다. 우리는 나쁜 사람이 되는 걸 싫어한다. 가능한 관대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 그래서 팁을 준다.

 

물론 정말로 팁을 주고 싶어서 주는 경우도 있다. 어떤 식당에서는 서버가 단순히 음식을 날라 주는 게 아니라, 대화 상대도 되어주고 성심성의껏 접객해 주기도 한다. 주문한 스테이크가 너무 익혀져서 나오면 주방과 싸워서 새것으로 바꿔 준다던 가, 밥을 잘 안 먹는 아이를 위해 키즈밀을 주는 경우다. 예상치 못한 친절을 받으면, 외식 경험 자체가 개선된다. 고마운 서버에게팁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남들이 주니까 거기에 따라서 기계적으로 지불하는 것이 이다.

 

근로자가 살아가는

 

우리가 서버에게 팁을 주는 이유 중 하나는, 서버들이 식당으로부터 월급을 받는 게 아니라 고객들이 주는 팁으로 생활하기 때문이다. 외부인들은 잘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지만, 미국에선 그렇다. 팁 근로자 대부분은 최저시급의 적용을 받지 않거나 일반 최저시급보다 낮은 금액만을 보장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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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팁을 받는 노동자의 최저 임금이 2.13 달러로 책정되었다. 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팁 노동자의 연방 최저임금(주마다 최저임금법에 차이는 있다)은 2.13달러로 임금 인상이 멈춘 상태다.

출처 - <CNBC> 

 

미국 이민 후 줄곧 식당 일을 해온 내 장인 장모의 경우, 식당으로부터 월급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고객들로부터 받은 팁이 소득의 전부였다. 고정된 급여가 없다 보니, 하루 종일 일하고도 거의 아무것도 못 버는 날이 있을 수도 있다. 손님이 아예 없거나, 이상하리만치 팁이 안 나오는 날이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팁이 잘 터지면, 생각보다 많은 소득을 올릴 수도 있다.

 

장모님은 현재, 주말(, )에만 식당에서 서빙 일을 한다. 일주일에 이틀, 서빙 일을 하면서  한달에 3천 불 이상의 소득을 올린다. 일당으로 치면, 대략 하루에 500불 정도를 팁으로 버는 셈이다. 한 시간에 보통 4테이블 정도를 도시는데, 테이블당 보통 100불 정도 음식값이 나온다. 이렇게 8 시간 정도를 일하면, 일당 500불을 찍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정도로 많이 버는 건 아주 특수한 경우일 것이다. 테이블당 100불 이상의 매출이 나오는 식당(인당 30- 50불 이상 내는 것)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고급 식당에서 영업시간 내내 손님이 끊이지 않고 밀려드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참고로, 장모님은 미국 VIP(클린턴 부부, 케빈 듀란트 그리고 윤창중(;;)을 대접했던)를 상대라는 중식당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다. 해당 경력을 바탕으로, 장사 잘되고 팁이 잘 터지는 대박 맛집에 스카우트될 수 있었다.

 

서빙 일에도 커리어가 중요한지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미국에서는 분명히 존재한다. 음식 가격과 회전율에 따라 서버들이 벌어 갈 수 있는 팁의 단위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손님이 적고 음식 가격도 낮은 식당에서는, 일은 편하겠지만 최저시급보다 못한 돈을 벌 수도 있다. 하지만, 장사가 잘되고 음식 가격도 높은 곳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서버의 수입이 궁금하다면, 식당에 가서 본인이 먹는 음식의 단가와 서버 한 명이 커버하는 테이블의 수를 세어보라. 대충 견적이 나올 것이다. 단체 손님의 경우, 팁을 아예 고정으로 먹이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식당을 통째로 빌려서 생일파티나 결혼식 피로연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파티가 예정된 영업시간을 넘어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그만큼 서빙 시간은 늘어나지만, 파티가 끝나면 호스트가 특별 팁을 챙겨준다고 한다.

 

근데 이게 아주 쏠쏠하다고 한다. 지금까지 받아본 팁 중 가장 큰 액수는 만 불이었다고 한다. 다만, 이런 단체 손님이 주는 팁은 혼자 먹는 게 아니라 늦게까지 남아있었던 서버 전원이 나눠 갖는다. 그래도 큰돈이기 때문에, 이런 파티가 예약되면 많은 서버가 서로 일을 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말한 건 팁의 긍정적인 면이다.

 

많던 팁은 누가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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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음식 배달원의 모습

출처 - <AJ+>

 

다시 말하지만, 내 장모는 서빙 일을 정말 잘하는 분이고, 그 바닥에서 나름대로 커리어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팁 때문에 안 좋은 일도 많이 겪게 된다고 한다. 내 장인의 경우에는 같은 식당에서 배달 일을 해왔다.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배달 앱이 없던 시절부터, 식당에서는 전화가 오면 배달을 해줬다. 식당이 배달원에게 월급을 따로 지급하지는 않았다. 대신, 장인은 배달 시 고객으로부터 받은 팁으로 수입을 대체했다.

 

배달 팁을 많이 벌려면, 같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많은 음식을 날라야 한다. 장인어른이 일하던 식당은 워싱턴 D.C. 한복판에 위치해 있었다. D.C. 시내는 서울만큼이나 도로가 복잡하고 차가 많이 다니는 곳이다. 주문한 장소에 따라, 배달 난이도는 천차만별이다.

 

식당 인근에서 들어온 단체주문 건은 꿀 배달이다. 주문 액수가 커질수록, 배달자가 받는 팁의 양은 늘어난다. 그리고 주문한 곳이 가까울수록, 금방 배달을 완료할 수 있다. 반면, 시내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문한 단품 주문은 돈이 안 되는 배달이다. 주문 액수도 적은 데다가, 동선이 꼬이기 때문이다.

 

알고리즘과 앱이 없던 시절, 어떤 배달 기사가 어디로 배달을 갈지는 누가 정하냐? 주문 전화 받는 사람이 정한다. 그런데 내 장인이 일하던 식당에서는, 배달 매니저가 아주 고약한 사람이었다. 배달 동선 짜는 것을 권력 삼아, 배달  기사들로부터 상납금과 선물을 갈취했다. 명절날이면 수백만 원의 떡값을 받거나, 명품 가방을 선물 받았다(아무리 매니저라도 이러한 선물을 기사들에게 강제로 요구할 권리는 없다). 그러곤 자신에게 상납금을 내는 배달 기사에게만 돈이 되도록 배달 루트를 짜줬다. 식당 인근이나 단체 고객 위주로 배달주문을 우선 배정한 것이다. 반면, 상납금을 내지 않는 배달 기사에게는 일부러 시내 외곽에서 온 단품 주문만 맡겼다.

 

내 장인의 경우에는 이러한 장난질을 극혐 하는 분이라, 단 한 번도 상납금을 내지 않았다. 그 대가(?)로 식당에서 일하는 동안 시내 외곽만 돌면서 배달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디씨 시내의 모든 골목을 완전히 꿰고 계신다. 그만큼 안 다녀본 동네가 없다는 뜻이다.

 

식당에서는 배달 매니저가 기사들로부터 뒷돈을 받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누군가는 외곽으로 배달해야 했다. 식당 입장에서는 배달만 잘 완료되면, 배달이 공정하게 이뤄지든, 매니저가 완장질을 하든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배달 기사에게 돈을 주는 건 식당이 아니라 손님이다. 식당은 그 팁이 어떻게 분배되는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중간에서 직원들이 알량한 이권을 형성한 것이다.

 

더 안 좋은 것은 고객이 준 팁을 식당이 꿀꺽하는 경우다. 신용카드 매출의 경우, 그날 고객이 팁을 얼마나 남겼는지 서버는 제대로 알기 힘들다. 이걸 노려서 서버의 팁까지 손대는 식당이 의외로 많다. 다만,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한번 그 사실이 드러나면 대판 싸움이 난다. 싸움이 나면, 종업원들은 단체로 이직하는 식으로 보복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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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밀가루 번 속, 비비큐 소스에 버무린 돼지고기를 속으로 넣은 음식(차슈바오)

출처 - <Marion's Kitchen>

 

해외 중식당은 생각보다 좁은 바닥이다식당들이 문 닫을 시간이 되면차이나타운 내 여러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끼리 모여서 같이 식사를 하거나 마작을 하는 경우가 많다이런 자리에서 나쁜 소문이 퍼진 식당 주인은 직원을 다시 구하기가 어려워진다고 한다.

 

반면에 어떤 식당은 종업원들을 매우 잘 챙겨주기도 한다장모님이 일하는 식당이 바로 그런 곳이다다양한 종류의 딤섬을 파는 곳인데한꺼번에 그날 만든 소룡포나 빵을 쪄내거나 튀긴다이렇게 만들어진 요리는 온장고에 보관하였다가 카트에 담겨 팔려 나가는데그날 팔리지 못한 음식은 종업원들에게 공짜로 나눠준다.

 

여러 가지 요리를 넉넉히 만들다 보니항상 음식이 남는다이걸 팔지 않고 고생한 종업원들에게 쥐여 준다덕분에 우리 집 냉장고에는 중식 튀김소룡포차슈바오에그타르트 등이 늘 넘쳐나고 있다.  장사가 잘되는 식당은 인심도 후해지나 보다이런 식당은 음식을 만드는 종업원도 손님과 같은 음식을 먹기 때문에위생 상태나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아메리칸 스타일, 그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번에 기사를 쓰기 위해 장모님께 물어봤다.

 

"팁을 안 주고 가는 손님도 있나요?"

 

"그런 사람은 거의 없어~"

 

서비스에 문제가 있어서, 그날 있었던 문제(주문을 잘못 받았다거나, 서버가 결례를 범했다거나)를 적고 가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이 경우 식당 매니저가 나와 사과하고, 팁뿐만 아니라 음식값도 받지 않는다고 한다(물론 그걸 노리고 찾아오는 진상에겐 블락을 먹인다).

 

그날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팁을 적지 않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생각 이상으로 미국인들은 팁을 잘 주는 것 같다. 아주 가끔 팁을 적지 않는 경우, 손님이 그냥 실수한 것으로 보고 매니저가 재량으로 18% 팁을 매기기도 한다. 아직까지 왜 말없이 팁을 매겼냐고 항의한 고객은 없다고 한다.

 

카페에서 일하는 친구 말에 따르면, 카페는 아직 팁을 받는 게 일반적이진 않다. 일반 테이크아웃의 경우에는 거의 팁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손이 많이 가는 음료를 주문하거나 테이블에 앉는 고객들은 팁을 잘 주는 편이라고 했다. 내 경우에는, 주문받는 알바생이 학생인 것 같으면 팁을 잘 주고, 사장님 같으면 팁을 잘 안 주게 된다. 실제로는 하나하나 따지기 귀찮기 때문에, 모바일로 주문하고 잽싸게 픽업만 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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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AJ+>

 

팁 문화는 이야기할수록 복잡한 문제이다. “문화라는 말이 붙었다는 것 자체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었고 다양한 맥락이 존재하단 것을 의미한다. 뭔가 졸라 부조리한 것 같긴 한데, 막상 바꿔보려면 어디서 어디까지 손대야 할지를 모르겠다.

 

가령, 팁을 없애고 식당이 종업원들에게 직접 월급을 준다고 해보자. 손님들은 일단 (종업원 급여가 포함된 메뉴판을 보고) 음식값이 올랐다고 불만을 표할 것이다. 일 잘하는 에이스 서버들은 팁을 받을 수 있는 고급 식당으로 직장을 옮기고, 기존 식당에는 팁 받을 능력이 안 되는 혹은 일 못하는 서버들만 남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음식값만 오르고 서비스의 퀄리티는 오히려 낮아질 수 있는 것이다.

 

미국 팁 문화는 미터법을 쓰지 않는 것과 공공의료보험이 없는 것과 맞닿은 부분이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안에는 일이 그렇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고, 당사자들은 그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는 점이다. 내가 봤을 때 부조리한데 그 안에서는 나름 합리적인그게 아메리칸 스타일이다.

 

잠시, 책광고 들어갑니다

 

딴지스 여러분 덕분에, 『재무제표가 만만해지는 회계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이전에 쓴 딴지 연재물을 확장하여, 이때다 싶어 열쒸미 공부, 정리하여 낸 책입니다. 아마, 현직 회계사 중, 저만큼 회계공부를 싫어했던 회계사는 거의 없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저만큼도 공부를 안 했다면 못 붙으셨을 테니까요). 회계 공부를 싫어했던 사람이 저와 비슷한 독자분들을 위해서 쓴 책이다 보니 재밌습니다(아마도...). 그동안 회계 공부가 하기 싫었다거나, 회계에 관심이 없었던 독자분들(사실상 전원)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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