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되면 어떤 기분일까? 금배지를 달아 봐야 아는 것이겠지만, 평생 느껴보지 못한, 말로 설명하기 힘든 성취감과 우월감이 들지 않을까.
말 나온 김에 정말 궁금해졌다. 어느 중진 국회의원에게 물었다. 국회에 첨 입성할 때 어떤 기분이었냐고.
“처음 국회의원이 되면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지. 하루하루가 꿈같아. 대통령도 할 수 있을 거 같고 막 그래. 그런 기분이 2년 정도 가지. 정신이 들 때쯤 돌아보면 임기의 절반이 지나있어. 3년 차에 들어서면 다음 총선이 걱정되기 시작하지”
총선에 즈음하여 뉴스를 보는 방법
21대 국회가 4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들의 꿈같은 시간, 다 지나갔단 이야기다. 다음 22대 총선은 2024년 4월 10일이다. 다음 선거까지 9개월 남았다. 지금 국회에 있는 국회의원들의 머릿속은 어떨까? 오통 다음 선거뿐이다. 재선을 완전히 포기한 소수의 국회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여야가 따로 없다. 보좌진들의 서포트도 당연히 다음 총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회의원의 머릿속이 온통 다음 선거뿐이라고 해서 나쁜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한 번 더 배지를 달고 싶다는 권력을 향한 욕망, 정치인의 미덕이라고 본다. 권력욕이 그들을 최소한 좋은 사람처럼 행동하게끔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똑똑하고 선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에게 권력욕이 없으면, 그가 가진 선한 의지와 영향력은 무용지물이다.
권력은 개인만 추구하는 게 아니다. 집단이 가진 욕망은 더 큰 단위로 더 맹렬하게 불타오른다. 자신들을 대변해 줄 혹은 보호해 줄 누군가를 당선시키기 위한 집단의 움직임은 무서울 정도다. 그 조직은 시민단체가 될 수도 있고, 검찰이 될 수도 있고, 재벌이 될 수도 있고, 언론사가 될 수도 있다. 그럴싸한 명분들로 치장하지만 대부분의 이유는 자신들의 안위 혹은 밥그릇 때문이다.
사람이든 집단이든 좋은 사람들이 권력욕을 가져야 나라가 발전한다. 똑똑하고 선한 사람에게 유권자들은 권력을 쥐여줘야 한다. 권력을 향한 무한한 욕망이 정치인을 비로소 정치인으로 만들어 준다. 유권자들은 누구의 권력욕이 선하게 작용할 것인지 잘 보고 가려내야 한다.
선거를 코앞에 둔 국회 4년 차가 되면 이러한 욕망들이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지금 뉴스에 나오는 정치인들의 행동과 태도는 바로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해야 마땅하다.
벼랑 끝에서 꽂는 칼
민주당을 예로 들어 보자.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재명 대표 및 지도부와 정치적 지향, 철학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본인을 ‘친명’이라고 분칠하는 것이 차기 총선 공천에 유리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자신의 정체성이나 정치적 색깔이 옅은 정치인의 경우엔 쉽게 되는 일이지만, 누가 봐도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이라면 본인을 하루아침에 ‘친명’으로 둔갑하긴 힘들다.
따라서, 그들에게 남은 카드는 현재 대표와 지도부를 흔드는 것이다. 자신들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방법이 그것뿐이다. 이러한 욕망은 민주당의 분열을 원하는 정치 경쟁 집단과 보수 언론과 코드가 맞다. 민주당의 분열을 호도하고 크게 키워 내부 균열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재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내에서 비주류로 분류됐던 국회의원은 정치 인생에서 두 번 다시 가져보지 못할 엄청난 효능감을 얻는다. 그들이 이 타이밍에 근엄한 목소리로 당내에 쓴소리 두어 마디 하면 전에 받아 보지 못한 큰 주목을 받는다. 감정 이입을 해보자. 그동안 상임위나 의정 활동 중에 변변한 관심 한 번 제대로 받아 본 적 없다가 갑자기 많은 언론들이 의원실로 꾸역꾸역 몰려 들어와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이댄다. 뽕 제대로 맞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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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보면 민주당에서 비주류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왜 현재 당 대표를 그렇게도 공격하는지, 지도부를 향해 내부 총질을 서슴지 않는지, 자신들을 지지하는 당원들을 ‘극성 지지자’ 혹은 ‘개딸’로 싸잡아 공격하는지, 그 뒤 배경이 쉽게 읽힌다. 먹고 살길을 찾다가 뜻밖에 뽕을 맞아 정신을 못 차리는 거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남는다.
현재 대표와 지도부, 열성 당원들을 공격하는 것이 과연 자신의 공천에 도움이 되는가?
얼핏 보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지만 또 마냥 그렇지는 않다. 가만히 있으면 차기 총선에서 공천 탈락이 유력시된다면, 남는 것은 그 방법뿐인 거다. 스스로를 ‘비명’으로 완전히 정체성을 확립시켜서 얻게 되는 정치적 이득은 분명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차기 총선 공천 심사를 아주 공명정대하게 했다고 하더라도 공교롭게도 ‘비명계’의원이 모두 컷오프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재명 대표를 주어로 삼아 언론이 뽑을 헤드라인은 불 보듯 뻔하다.
‘비명 공천 학살’, ‘친명독주’, ‘계파정치 본색 드러나’
정치판에서 많은 일들을 지켜보면, 실제로 공정한 것과 별개로 ‘외적으로 공정하게 보이는 것’ 역시 중요한 경우가 많다. 그러니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스스로를 비명계로 정체성을 만들고 공천심사 결과와는 상관없이 비명계 의원의 일정 할당량을 요구하는 것이 더 나은 차기 총선 전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용산이 새로 짜는 판
국민의힘도 똑같다. 총선을 앞두고 친윤, 진윤, 비윤, 반윤, 멀윤(?) 계파 싸움이 한창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은 좀 더 사정이 복잡하다. 국민의힘 내부 갈등에 덧붙여 노골적으로 총선 개입을 하고 있는 용산 대통령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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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한다"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며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게 만든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다. 같은 논리라면 지금 용산 대통령실은 탄핵을 열두 번도 더 당해야 한다.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야당 대표를 단 한 번도 만나지 않고 국회에서 통과된 주요 법안에 대해 건건이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현재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차기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다수 의석을 먹는 거다. 그래야 국회가 제 기능을 한다고 생각할 거니까. 용산 대통령실은 이번 차기 총선에 명운을 걸고 있다.
단순히 국민의힘 다수 의석 차지만이 목표가 아니라 나아가 대통령의 힘이 닿는 후보들로 공천해서 국회를 친윤다수 의석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자면, 자신의 컨트롤 바깥에 있는 자들은 모조리 숙청되었다. 이준석 당 대표를 축출하고 그 자리에 대통령의 말을 잘 듣는 김기현 당 대표가 앉았다. 김기현 당 대표가 당선되기까지 나경원, 안철수 등 라이벌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주저앉혔던 것도 기억하고 있다. 원내대표마저 친윤 의원이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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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인가 친윤인 척했지만 친박 출신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직무정지 상태다. 친윤인 척했지만, 당내에 족보가 없는 태영호 의원마저 사퇴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 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 모두 친윤으로 포진했다. 친윤 공천을 위한 인프라는 완전히 구축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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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부산 중구 영도구의 황보승희 의원이 공천 헌금 의혹 등으로 고발된 것은 2022년 4월이었다. 같은 내용으로 황보승희 의원은 당 윤리위에 제소됐지만 징계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6월에 갑작스레 국민의힘에서 당무감사를 개시한다는 뉴스가 나더니 황보승희 의원은 결국 차기 총선 불출마와 탈당을 선언했다. 부산 영도는 전통적으로 보수 후보가 유리한 텃밭이다. 그러니 황보 의원을 날리고 친윤으로 분류되는 누군가 혹은 검사를 그곳에 공천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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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앞으로의 총선 정국에서 듣도 보도 못한 신비로운 이유와 명분으로, 비윤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에게 고소, 고발, 수사 등이 들이닥친다면 이 관점으로 추이를 바라보면 더 흥미로울 것이다. 결국 그들이 컷오프되거나 압박을 견디다 못해 현역 의원이 불출마로 주저앉게 된다면, 그 자리에 누가 들어오는지 잘 지켜보자. 전직이 검사이거나 하다못해 용산 근처에서 술자리를 자주 갖는 자가 선거 운동을 시작할 거라는 데에, 큰맘 먹고 새로 장만한 플스 5를 걸 수 있다.
욕망 독해법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국가의 주요 요직에 모두 검사 출신을 꽂았다. 전대미문의 인사다. 국정원과 경찰, 인권위, 민주평통, 국토부, 교육부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이 검사들의 놀이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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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 검찰 출신 현황 팩트시트 2 (2023.02.28. 기준)
출처 - 참여연대
‘검사동일체’ 원칙은 노무현 정부에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검사들은 ‘검사동일체’ 원칙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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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국회가 검사 출신 국회의원 비율 최고 기록을 세우는 헌정사상 초유의 상황 앞에 놓이게 됐다는 위기의식도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다.
여의도는 이제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그리고 검찰들의 계파 전쟁이 시작됐다. 이도 저도 아닌 사람들은 제3지대를 구성해서 자신들의 살길을 모색할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정치인과 관련된 뉴스, 혹은 정치와 전혀 관련이 없는 뉴스조차도 총선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보도가 되거나 부풀려질 거다.
사회면 혹은 연예면의 평범해 보이는 뉴스 속에도 권력자들의 욕망이 숨어있다. 그 욕망은 모두 내년 4월을 향해있다. 유권자를 현혹하고 자극해서 누군가를 혐오하게 만들고 그 혐오 정서는 누군가의 반사이익이 될 것이다.
어떤 뉴스가 우리 눈을 가리려 덤빌지, 모두가 잘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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