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목차

 

1. 이자겸 비긴즈 : 동생이 왕비가 됐는데... 바람을 폈다네?(feat.이자겸) - 링크

2. 훈요십조 코드 : 조선과는 게임의 룰이 다르다 - 링크

3. 고려판 왕좌의 게임 : 고려판 수양대군과 단종이 있었다 - 링크

4. 여진족 맞춤형 특수부대의 탄생과 척준경의 등장 - 링크

5. 피의 연회 : 칼 든 무사 한 명 따위... 가 척준경이라면? - 링크

6. 역적이 된 전쟁 영웅 - 링크

7. 이자겸이 돌아왔다 : 할아버지가 강요한 친이모와의 결혼(feat.이자겸) - 링크

8. 이자겸 난의 전말 : 왕궁을 불태운 척준경 - 링크

9. 왕의 반란 : 이자겸의 시대가 끝나다(feat.척준경) - 링크

10. 척준경 지고 묘청 떠오르다(feat.김부식) - 링크

11. 묘청의 난은 어떻게 무신정변의 원인이 되었을까

 

 

<지난 편 역사, 한 줄 요약>

 

1. 이자겸을 제거하고 권력을 잡은 척준경은 이자겸의 악행을 답습했다.

 

2. 인종은 정지상을 이용해서 척준경을 유배 보내며 그를 권력에서 제거했다.

 

3. 왕권 강화를 위한 인종의 다음 타깃은 개경 문벌귀족이었다. 인종은 묘청을 내세워 수도를 서경으로 천도하려 했다.

 

4. 서경 천도파와 개경파의 권력 싸움이 시작됐다.

 

5. 천도파가 선수를 쳤으나, 서경 행차 중 인종이 눈보라에 휩쓸리며 다시 개경파로 힘이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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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묘청의 난은 어떻게 무신정변의 원인이 되었을까

 

눈보라 돌풍에 실종됐던 인종은 멀지 않은 숲에서 정신을 잃은 채 발견되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정신적 충격과 경상을 입어 며칠은 누워있어야만 했다. 서경 천도에 힘을 실어주던 인종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묘청에게 충격이었다. 더 심각한 점은 인종이 서경으로 행차하는 중에 이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혹여, 서경 천도가 완전히 무산될까 하는 걱정에 묘청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폐하! 이는 서경의 지력이 너무 강하여 생긴 일이 옵니다. 폐하께서 높으신 덕으로 다스린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신이 폐하와 대신들을 위해 연회를 준비하였습니다. 대동강에 배를 띄우고 서경에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시다 보면, 그간의 여독이 풀리실 거시 옵니다. 부디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그것이 어디 공의 잘못인가! 날이 화창한 것이 뱃놀이하기 참 좋은 날이구나. 좋다. 어서 채비를 서둘러라.”

 

인종 일행이 유유히 흐르는 대동강 위에서 뱃놀이하고 있을 때였다. 한 신하가 매우 놀라며 배 뒤쪽을 가리켰다.

 

“저... 저것이 무엇이오? 참 기이한 일이로고. 강물에 오색 무지개가 저리도 선명히 새겨지다니.”

 

인종도 기이하게 여겨 바라보자, 묘청이 재빨리 인종의 앞으로 가 아뢰었다.

 

“폐하! 저것은 대동강에 살고 있는 신령한 용이 몸 안의 침을 뿜어낸 것입니다. 이는 필시 매우 상서로운(좋은) 징조입니다. 부디 서경에 오래오래 머물러 주시옵소서.”

 

초자연적인 현상에 인종을 비롯한 모두가 놀라고 있을 때, 이를 수상하게 여긴 인물이 있었다. 김부식이었다.

 

수가 뻔히 보이는구먼... 쯧쯧

 

김부식은 은밀히 사람을 보내 강 건너편을 수색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날 밤, 김부식의 군사들이 한 무리를 체포해 왔다.

 

“폐하! 이 자들이 오색 떡에 기름을 묻혀 강 아래에서 흘려보냈다고 하옵니다. 낮에 대동강 물에 뜬 무지개는 신령한 용의 것이 아니라, 오색 떡의 기름이었사옵니다. 이 불경한 자들이 감히 폐하를 상대로 요망한 짓거리를 한 것이 옵니다.”

 

이를 사주한 자가 누구인지는 불 보듯 뻔했다. 정지상은 묘청을 불러 질책했다.

 

“지금 뭐 하는 짓입니까?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서 다 된 밥에 재를 뿌립니까!”

 

“다 된 밥이라니요? 내가 여기 서경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공은 개경에서 무얼 했소이까? 여기까지 온 것이 정녕 누구 덕인 줄 모르시오? 여기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터이니 공은 개경에서나 잘 좀 하시오.”

 

“뭐라고? 이놈의 땡중이 어디서 감히! 잘 들어라! 너는 나의 꼭두각시일 뿐이다. 생각? 판단? 결정? 이런 건 네 놈 몫이 아니다. 네 놈은 그저 내가 알려준 대로 떠들기만 하면 된다 이 말이다! 다시 한번 내 앞에서 불경한 태도를 보인다면, 네 놈은 서경 천도를 보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빌어먹을 땡중놈

 

말없이 듣고 있던 묘청은 정지상이 자리를 뜨자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나리 뜻은 잘 알겠습니다만... 나는 더 이상 그때의 묘청이 아닙니다.”

 

인종 실종 사건에다가 강물색 조작 사건이 겹치며, 서경 천도 반대 목소리는 나날이 커졌다. 또 천도를 위해선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다른 문제도 많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인종도 더 이상 서경 천도를 밀어붙이지 못하고 예정했었던 서경 행차를 취소하기까지 했다. 아마 인종도 천도를 추진하며 심리적, 육체적으로 탈진 상태에 이르렀을 것이다. 어쩌면 숨을 고르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때, 서경 천도의 마지막 기회이자 명분을 날려버리는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1135년 정월, 묘청이 서경의 행정책임자인 분사시랑 조광과 군사 책임자인 분사병부상서 유창 등과 함께 난을 일으킨 것이다. 서경을 장악한 이들은 반대파를 투옥하고, 개경으로 진격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고려 조정은 개경파의 수장인 김부식을 토벌대장으로 임명했다. 

 

이제 곧 출정하려는 김부식에게 인종은 말했다.

 

 

“장군, 우선 항복을 권유하여 회유하시오. 무력 진압이 필요할 경우 성안의 백성들은 무고하니, 그 우두머리만 처형하도록 하시오.”

 

“네! 알겠사옵니다. 폐하.”

 

김부식은 서경으로 향하기 전, 개경에 남아있던 서경파의 정지상과 백수한, 김안 등을 제거했다.

 

“장군, 이들을 이렇게 제거하는 건 추후에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사옵니다.”

 

“역도의 무리와 오랜 시간 뜻을 같이한 자들이다. 지금 죽이지 않으면 영원히 후한이 남을 것이다. 어쩌면 묘청보다도 이들의 제거가 더 시급한 문제다.” 

 

서경 천도파를 제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명분인 난이 서경에서 일어났다. 개경 내 서경 천도파가 속수무책으로 김부식에 당한 것을 보면, 묘청과 정지상의 교감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

 

서경인들이여! 개경파를 처단하고,

고려를 다시 세우자!

 

묘청은 서경을 확실히 장악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씻을 수 없는 오판이요. 자만이었다. 김부식의 관군이 몰려오자, 분사시랑 조광은 같이 난을 일으킨 동료들을 배신했다. 묘청을 비롯한 난의 주요 인사를 죽여버리고, 성문을 잠근 채 김부식을 상대로 투항을 논의했다. 

 

그러나 서경파를 완전히 제거할 기회를 놓칠 수 없는 김부식은 항복 요구를 거절하고, 서경파 말살을 위해 총공세를 펼쳤다. 조광은 왜 자기가 난에 가담했는지도 잊은 채 그저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버텼다. 그 기간이 약 1년이나 되었다. 그 와중에 먹고 사는 게 고역이고, 삶 자체가 고난이라 난에 가담한 무고한 백성들도 함께 죽어 나갔다. 

 

나중에 화근이 될 놈들은 싹 다 죽이거라

 

우두머리들이 똘똘 뭉치지도 않았고, 전력에서 우위를 점하지도 못했던 ‘묘청의 난’은 결국 진압되고 말았다. 그리고 약 10년 뒤, 김부식에게 명한 <삼국사기>가 완성된 1145년에 만 36세의 나이로 인종은 죽음을 맞이했다. 이렇게 또 고려 역사의 한 챕터가 마무리되었다.

 

묘청의 난 이후 개경을 기반으로 한 문벌귀족의 권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동시에 이들의 부패와 횡포도 견제받지 않은 채 증가했다. 그리고 이는 고려라는 거대 유기체의 시스템에 커다란 오작동을 일으켰다. 그 결과, 인종의 맏아들이자 인종의 왕위를 물려받은 고려 18대 왕 의종 때에 이르러 차후 100년을 이어갈 한국사의 거대 사건이 터졌다.

 

‘무신 정변’이었다.

 

<끝>

 

 

<오늘의 역사, 한 줄 요약>

 

1. 묘청은 서경 천도를 추진하기 위해 대동강 강물색을 조작하며 무리수를 두었다. 

 

2. 묘청의 무리수가 들키며 사태는 서경 천도에 더욱 안 좋게 흘렀다. 

 

3. 묘청이 주도적으로 움직인 게 아니라, 정지상이 묘청을 서경 천도에 이용했다는 설정은 사료에 따른 작가의 상상력에 기인한 것이다.

 

4. 묘청의 난 발발 시, 개경에 머물던 정지상을 비롯한 서경파는 전혀 대비하지 못한 채 김부식에게 일방적으로 제거되었다.

 

5. 묘청의 난이 내부적으로 먼저 무너지며, 결국 진압되었다.

 

6. 묘청의 난 이후, 개경 문벌귀족의 권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그리고 이는 인종 다음 왕 의종 때에 '무신정변'이 일어나는 원인이 된다. 

 

 

 

연재를 마치며

 

<소‘썰’로 푸는 고려사>에서 고려 12대 왕 순종부터 17대 왕 인종까지를 다뤄봤다. 이 연재물은 삼일절 아파트에 일장기가 걸리고, 광복절 광장에서는 욱일기가 휘날리며, 선출직 공무원이 당당하게 친일파가 되겠다고 목청을 높이는 작금의 현실을 보며, 연재를 결심했다. 다시 한번 역사의 중요성을 느꼈다고나 할까.

 

연재하기로 결심은 했는데, 기존의 방식보다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압축적으로 독자들께 우리 역사를 전달하려니 힘에 부친 게 사실이다. 또한 비교적 덜 알려진 우리 역사의 한 챕터를 다루고 싶어 소설 형식으로 고려 순종 때부터 인종까지를 다뤘으나 상대적으로 조선보다 인기가 없는 시대라 겁이 났다.  

 

헌데 연재를 하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분이 격려를 보내주셨다. 이에 용기를 얻어 고려 4대 왕 광종부터 11대 왕인 문종, 즉 이번 연재물의 앞 시기인 고려 역사를 다뤄보려 한다. 왜 시간 역순으로 가냐고 질책하진 마시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나도 미리 계획을 짠 게 아니다. 도전 정신(?!)으로 썼다가 쉬이 잘릴 줄 알았던(?!)연재 반응이 괜찮을 줄 알았나(그렇다고 뭐 어마어마한 건 아니지만 약간 으쓱).

 

그래도 막상 읽어보면, 역사를 이해하는 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최대한 그렇게 연재해 보겠다. 그럼 다음 연재를 예고하며, 이만 인사드리겠다.

 

<소‘썰’로 푸는 고려사>를 애독해 주신 독자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슈퍼팩토리공장장이 이제와서(?!?!) 유튜브를 시작한다.   기나긴 역사 중 흥미로운 주제를 집어 한 편 한 편 이야기로 엮는다.    필요할 때는 스스로 재연(?!)하는데, 가서 허접한 연기를 비웃어주자...!   유튜브 채널 <역사킹> 링크

 

 

필자의 지난 책들   1. 찌라시 한국사 (링크)   2. 찌라시 세계사 (링크)   3. 나 아직 안 죽었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