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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4년 만의 미국 국빈 방문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이 2009년 만모한 싱 총리 이후 14년 만인 2023년 6월 21~24일까지 이루어졌다.1) 인도 내 언론은 물론 미국 내 언론에서도 모디 총리의 이번 국빈 방문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면서 매시간 주요 뉴스로 내보냈다. 6월 21일은 인도가 UN에 떼쓰다시피 요청해서 지난 2015년에 만들어진 '세계 요가의 날'이다. UN 건물 앞에서 리차드 기어를 포함한 유명 셀럽들과 함께 요가 수련을 하는 것으로 모디 총리는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하였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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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유엔본부 잔디밭에서 만난 배우 리처드 기어와

나렌드라 모디 총리

출처-<로이터>

 

물론 모디 총리가 요가나 하면서 띵가띵가 놀다 온 것은 아니다. 6월 22일 백악관이 공개한 양국 정상 공동성명을 보면 이번 국빈 방문을 위해서 미국과 인도가 모두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다. 공동성명이 58개의 문단, 6,400단어가 넘는 길이다.3) 공동성명 내용이 너무나도 방대하고 다양한 분야를 여기저기 넘나드는 바람에, 몇 가지 분야로 좀 갈무리해서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디 총리가 주관한 요가 수련이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둥, 모디 총리가 질 바이든 여사에게 인도 과학 기술진이 인공적으로 만든 7.5캐럿짜리 인공 다이아몬드를 선물했다는 둥 이런 가십성 기사도 물론 재미있다. 하지만 과거 서로 애증으로 얽혀 있던 인도와 미국의 관계가 어떻게 변모해 가고 있는지를 알려면 공식적인 문서를 살펴봐야 할 터이다. 

 

주요 내용을 한번 보자. 양국은 첫 문단에서 미국과 인도의 외교관계를 '포괄적, 전 지구적, 전략적 동반자(Comprehensive Global and Strategic Partnership)' 관계라고 정의했다. 멋진 형용사를 여러 개 가져다 붙인 모양새이다. 공동성명을 읽고 나면 그럴싸한 문구에 수긍이 간다. 양국 정상은 곧이어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캐치프레이즈인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이고 유연한 인도-태평양(free, open, inclusive and resilient Indo-Pacific)'의 구축을 지향한다는 문장을 박아 넣었다. 이 표현은 중국이 남중국해 등을 중심으로 시도하고 있는 각종의 도발에 대한 대응 표현으로 미국이 자주 쓰는 것이다. 양국 공동성명의 맨 첫 문단부터 이 두 나라가 어느 나라에 공동 대응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재미있는 문장으로 첫 문단을 마무리했다. '이 위대한 두 나라의 협력은 바다에서 우주까지 뻗어있으며, 인류가 있는 어디에도 닿지 않는 곳이 없을 것이다(No corner of human enterprise is untouched by the partnership between our two great countries, which spans the seas to the stars).' 이 뜬금없는 문장은 왜 나왔을까? 중국과 파키스탄은 흔히 자신들의 우정이 '바다보다 깊고 산보다 높고 강철보다 강하며 꿀보다 달다(Pak-China friendship is higher than mountains, deeper than ocean and sweeter than honey)'라고 줄곧 강조해왔다.4) 미국과 인도가 이번에 "너희들의 우정은 고작 산맥 타령이냐? 우리는 바다에서 우주까지야. '탈 지구' 급이라구"라고 한방을 날려준 것이다. 그렇다. 외교라는 것이 때때로 이렇게 유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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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파키스탄 총리인 나와즈 샤리프 지지자가 만든

중국-파키스탄 관계에 관한 짤

출처-<Nawas Sharif our hope>

 

2. 과학·기술 발전을 함께 이야기하는 두 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2,400달러 밖에 안되는 가난한 나라라고 인도를 무작정 깔보면 곤란하다. 이번에 인도와 미국간 정상 공동성명에서는 우주개발·인공지능·양자컴퓨터·원자력 발전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협력 방향에 대한 합의가 수두룩하다. 그 중에서도 미국의 나사(NASA)와 인도 우주개발기구(ISRO)와의 기술협력이 눈에 띈다. 미국이 인도 우주인에 대한 훈련도 제공하고 궁극적으로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인도 우주인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명시했다. 이제 인도 출신 우주인을 볼 날도 얼마 안 남은 듯하다.

 

이외에도 양자컴퓨터 및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에서의 양국 협력 강화를 합의했다.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가 인도에 총 8억 2,500만 달러를 투자하여 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계획에 양국 정상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게 제대로만 실행된다면 인도가 반도체를 자기 손으로 개발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인도의 반도체 기술자 최대 6만명을 교육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인도내 5G 및 6G 등 이동통신 기술개발에 대한 협력도 합의했다. 구글이 인도디지털펀드(India Digitization Fund)를 만들어 최대 100억불을 투자하겠다는 발표에도 환영 의사를 밝혔다. 심지어 핵개발 관련 협력도 발표되었다. 불과 30년 전에 인도가 핵실험을 감행하자 미국이 인도에 가혹한 경제제재를 가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그야말로 뽕나무 밭이 바다로 바뀐 터이다.

 

3. 인도가 고대하던 국방 협력

 

국방분야 협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 2개가 있다. 먼저 미국 GE의 대표적인 제트엔진인 F414 엔진을 인도 내 공장에서 생산함과 더불어 기술이전(Transfer of technology)도 진행하겠다고 합의한 점이다. 인도 내에서도 이번 합의를 열렬하게 반기는 분위기다. F414는 GE가 30년 넘게 생산해 온 미 해군 주력 전투기 F-18에 장착하는 엔진이다. 항법장치와 전자장비가 전투기의 두뇌라면 엔진은 전투기의 심장이라 할 수 있다. 인도가 그토록 원하던 제트엔진 관련 첨단기술을 보유하게 될 날이 얼마 멀지 않았다. 인도 자체 개발 전투기인 테자스(Tejas)에 이 엔진을 탑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공동성명에서 이번 기술이전이 전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와 스웨덴 등 극소수의 우방국에만 제공한 F414 엔진을 인도에 제공한다는 것은 꽤 큰 뉴스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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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414 엔진

출처-<Indian Express>

 

두 번째는 미국산 드론(정확하게는 MQ-9B HALE UAV)을 인도에서 조립 생산함은 물론이고 그 정비(MRO)도 인도에서 시행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첨단 정보수집 장비인 무인 드론 또한 인도가 오랫동안 희망해 왔던 장비이다. 이 장비는 현지 생산은 고사하고 웬만한 나라에 잘 배치하지도 않아 왔는데, 선뜻 인도에서 생산하겠다고 합의한 것이다. 물론 미국 내에서도 "인도에 과연 이 장비를 줘도 되겠냐?"라는 반대 여론이 있고, 인도 내에서도 "이거 너무 비싼 거 아냐?"라는 반대 여론이 나타나고 있으나 그 목소리가 크지는 않다. 이외에도 인도양에 배치된 미 해군 각종 장비가 인도에서 정비받도록 하자는데 합의했다. 한마디로 군사 분야에서의 협력과 접근을 더욱더 강화하자는 거다. '포괄적이고 전 지구적이고 전략적인 관계'라는 표현이 결코 헛말이 아니라는 느낌이 슬슬 들기 시작한다.

 

공동성명 앞부분에서 F414 엔진의 인도 내 현지 생산, MQ-9B 드론 판매, 인도에서의 미국 군함 정비 등 굵직굵직한 내용을 언급한다. 그러다 보니 정상 공동성명 뒷부분에 있는 내용에 잘 눈길이 안 가게 되지만 여기 내용도 흥미롭다. 에너지 저장장치(ESS) 분야와 요새 엄청 화젯거리인 그린수소 및 해상풍력 지상 풍력 등의 분야에서의 협력도 합의하였다. 인도 철도 부문의 넷제로(Net Zero. 기후중립과 같은 뜻으로 6대 온실가스 의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달성과 인도 내 전기버스 생산을 미국이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광물 관리에서도 협력(물론, 이 역시 중국을 의식한 거다)과 함께 현재까지 러시아가 강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도 내 핵발전소 건설 시장에 미국 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진출하고자 인도 측과 벌이고 있는 협상에 힘을 실어주는 문구도 포함하였다.

 

4. 중국과 파키스탄에 갑툭튀 북한까지 때린 인도

 

그다음 부분은 영어로는 'Deepening Strategic Convergence(전략적 융합 심화)'라는 소제목이 달린 장인데, 여기에도 자세히 뜯어보면 재미있는 내용이 몇 개 숨어있다. 우선 24번 문단에서 '규범에 입각한(rules-based) 국제질서가 존중되어야 한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건 누가 들어도 기존 국제질서를 뒤흔들려는 국가들 특히나 중국을 겨냥한 말이다.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 또는 'UN 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국제질서'라는 표현은 중국이나 기타 말썽꾸러기 국가들을 대상으로 미국이 사용하는 전매특허 표현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양국이 우려를 표명하였다.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바로 이번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규탄하는 표현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은 인도가 좀 더 속 시원한 태도를 보이면 좋겠지만 러시아에서 값싼 원유를 지속해서 수입하며 재미를 보고 있는 인도 입장에서는 그런 표현을 공동성명에 넣는다는 것에 'NO'였을 터이다. 25번 문단에 그저 '국제법은 존중되어야 하며 각국 영토와 주권은 존중되어야 한다'라는 뜨뜻미지근한 표현만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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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바이든, 나렌드라 모디, 조 바이든

출처-<AP>

 

곧이어 26번 문단에서 "일방적으로 다자 시스템을 전복하려는 어떠한 종류의 시도에도 반대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은 위의 24번 문단을 이어받으면서 중국을 다시 한번 견제한 표현이다. 한편, 진짜 재미있는 내용은 그다음에 나온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에 미국 측이 찬성하며 그 상임이사국으로 인도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상임이사국 확대는 인도가 간절히 바라나 중국 반대로 실현되기 요원한 일이다. 중국이 머리에 총 맞지 않는 한 인도에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주겠다는 데에 찬성하겠는가? 지금 당장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진입하지는 못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미국이 우리를 지원하고 있어'라고 인도가 한번 멋지게 뽐내는 기회를 가져본 것이다. 29번 문단에 양국이 '자유롭고 개방되고 포용적이고 평화롭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재확인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시 한번 중국에 대한 견제 펀치를 날린 거다.

 

31번 문단에서 갑툭튀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규탄과 한반도 비핵화 및 북한에 대한 대화 촉구가 나온다. 미국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미국과 인도가 발표한 공동성명에 왜 갑자기 북한이 등장한 것일까? 그 이유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를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이 보유한 핵기술은 파키스탄으로부터 전수하였다는 것이 거의 정설이다.5) 북한이 그동안 인도와 껄끄러운 관계인 파키스탄과 핵폭탄 관련 기술을 교류한 증거가 속속 나오면서 인도도 한반도의 비핵화 지지 의사를 꺼릴 이유가 전혀 없는 터이다.

 

5. 얽히고설킨 인도와 미국의 이해관계

 

국방이나 외교 문제에 비해 다소 중요성은 떨어지지만 인도와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밀접하게 부합한 합의도 적지 않았다. 우선 미국으로 향하는 인도인들이 가장 많이 받는 취업비자(H1B)의 발급 절차 간소화와 인도 내 미국 영사관 2개(벵갈루루와 아메다바드) 추가 신설 의지도 재확인했다. 인도 제약 부문 언급이 52번과 53번 두 개의 문단에 걸쳐 상당히 길게 나온다. 이 또한 미국과 인도가 어느 지점에서 공통의 이해관계 있는지를 알면 쉽게 이해된다. 복잡한 내용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미국의 건강보험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인도의 제약사들이 싸게 생산한 복제약이 다량으로 필요하다. 싼 복제약을 제공해 주는 인도의 제약회사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당장 미국 시민들은 큰 경제적 부담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인도 제약산업은 그 원료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중국 정부는 의약품 원료의 인도 수출을 막으면서 인도를 골탕 먹여 왔다. 인도 제약산업의 중국 의존에 위험 경감(de-risking)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을 합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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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로이터>

 

말미에 마약 문제도 언급했다. 불현듯 웬 마약일까? 아프가니스탄에서 생산된 값싼 마약이 북인도를 거쳐 동남아까지 수송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만큼 인도도 마약 문제에 있어서는 자유롭지 못한 나라이다. 게다가 미국은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펜타닐을 포함한 신종 마약으로 골치가 썩고 있다. 그러다 보니 두 나라의 정상 모두 마약 문제에 대해 언급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었다. 세계 최고 강대국과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가난한 나라가 서로 많이 다른 듯하면서도 의외로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셈이다.

 

6. 인도, 국뽕에 취하다

 

이번 모디 총리의 방미 성과에 대한 인도 내 반응은 어떨까? 대충 짐작하다시피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 그 자체이다. 실제로 미국이 거의 처칠이나 만델라급 대우를 해준 것이 실시간으로 인도 텔레비전에 방송되었다. 기회만 있다면 언제든지 '모디어천가'를 소리높여 부르는 친 여당 성향의 매체에서는 '저러다가 앵커 목소리 쉬는 거 아닌가' 걱정될 정도로 핏대를 높여가며 '인도 만만세'를 외쳐댔다. 인도가 고대하던 제트엔진의 인도 내 생산, 드론 구입 등 국방 분야 협력이 가시화되었다. 테러 문제에 관련하여 파키스탄을 향해 강한 경고성 발언도 넣었다. 취업비자 절차 간소화 같은 생활밀착형(?) 성과도 있었다. '인도가 원한 건 대부분 다 얻어낸 셈이다'라는 게 인도 내 대체적인 평이다. 인도를 향한 초강대국 미국의 구애를 보며 인도인들은 한껏 '인뽕'에 차올랐다.

 

반면, 인도 내에서 점점 심해지는 소수 종교(특히 무슬림과 기독교도)에 대한 차별과 언론자유 침해 등에 목소리를 높여주길 원했던 미국 내 진보 세력은 모디 총리의 방미 일정을 바라보면서 입이 댓 발은 튀어나왔다. 인권, 언론자유 등의 내용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보기에 인도가 원하는 국방·기술·경제 관련 내용만 가득 차 있는 공동선언문은 미국이 인도에 호갱짓 당한 증거문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6)

 

이래저래 인도만 노난 셈이다. 인도 정부는 자국 인기를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인도인들도 자국이 인기 만발이라는 점을 이번 모디 총리의 방미를 통해 재확인했다.

 

모디 인도 총리, 배우 리처드 기어와 요가 '신기록' _ SBS _ #D리포트 0-12 screenshot.png

..요가의 힘인가?

참고로 요가의 날인 6월 21일 135개 국적자가

참가한 요가 레슨 기록으로 기네스에 올랐다

출처-<SBS>

 

<'쿠마르의 인도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1) 국제 정세에 조금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미국과 인도 사이가 '절친'이라고 표현하기에는 관계가 애매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인도의 철천지원수인 파키스탄에 미국이 지난 수십 년간 여러 가지 원조는 물론이고 무기까지 제공하면서 그야말로 인도의 속을 박박 긁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인도가 1947년 독립한 이후 미국 정부는 인도의 국가원수를 단 2차례만 국빈 방문 초청했다. 그나마 1963에는 실질적 권한을 가진 인도 총리가 아닌 인도의 대통령을 국빈방문으로 초청했고, 이로부터 무려 46년 동안 미국은 단 한 번도 인도 총리를 국빈방문으로 초청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만모한 싱 총리를 2번째로 국빈방문으로 초청했고 이번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방문이 세 번째를 기록하게 된다.

2) 리차드 기어는 독실한 티베트불교 신자로 알려져 있으며, 달라이 라마와도 친밀한 교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티벳 불교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중국 정부의 박해를 피해 인도 북부의 다람살라에서 망명 생활을 한 지 수십 년이 되었다. 한편, 리차드 기어는 1997년에 중국 정부의 탄압을 받은 미국계 변호사의 실화를 다룬 '레드 코너'라는 영화의 주연을 맡으면서 중국과의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었고 중국에서의 개봉을 염두에 둔 영화에는 사실상 거의 출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살펴보면 중국이라는 공통의 적을 가진 리차드 기어가 요가 수련을 위해 인도 총리 옆자리에 나타난 것은 조금은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3) 참고로, 올해 4월 우리나라 대통령이 한-미 양국간 동맹 70주년을 기념한 국빈 방문 초청을 받아 미국을 방문했고, 그때 발표한 공동성명은 2,500단어 내외였다. 두 배가 넘는 길이이다.

4) 'Pak-China friendship is higher than mountains, deeper than ocean and sweeter than honey: PM', www.nation.com.pk, 2010년 12월 19일자 기사 참조

5) 'How Pakistan's A.Q. Khan Helped North Korea Get the Bomb', Foreign Policy, 2021년 10월 11자 기사 참조

6) 'The Biden-Modi meeting was a failure for democracy', Times, 2023. 6. 24자 기사 참조

 


추신

 

저와 제 자녀들이 경험한 프랑스 학교와 미국 학교의 교육방식, 교육 철학, 그리고 그 안에서 허둥지둥 똥볼을 차며 고생했던 토종 한국 학부모의 생생한 고생담과 실수담이 궁금하시다면 아래의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2014년부터 3년 동안은 테러 사건이 빈번하게 터지던 프랑스 파리에서, 2020년부터 지금까지 코로나로 수십만 명이 확진되던 인도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고 있는, 문자 그대로 타이밍 하나는 완벽하게 '꽝'인 해외주재원의 진솔한 삶이 궁금하신 분들께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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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옮겨다니며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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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Prologue)
2020년 1월. 인도의 '이응'자에도 관심이 없었는데, 한국을 떠나자고 조르는 첫째 딸의 고집에 아무 준비도 없이 가족과 함께 인도에 도착했습니다. 각오는 하고 왔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네요. 상상을 초월하는 무더위와 미세먼지 속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정전, 길거리를 활보하는 소와 개와 원숭이, 게다가 끔찍한 코로나 사태까지.
 

되돌아보니 직장 생활 20여 년 동안 각종 위기 상황의 한복판을 귀신같이 찾아가는 '신박한' 능력을 발휘해 왔는데, 이번에도 영락없이 그 능력이 발휘된 듯합니다. 한국에서는 IMF 사태(1998년)와 리먼 브러더스 사태(2008년)의 칼끝을 간신히 피하고, 2014년부터 3년 동안은 무려 3번의 끔찍한 테러 사태가 연달아 벌어진 프랑스 파리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했는데···. 그런데 인도는 정말 차원이 다른 것 같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시작된 코로나 사태 때문입니다.

 

이 책은 미국과 프랑스에서 '꿀 빠는' 해외주재원 생활을 했던 제가 다른 나라도 아닌 인도에 아내와 사춘기 두 딸과 함께 부임하며 겪은 일을 담았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시작된 무시무시한 코로나 사태···.무섭지 않았다면 거짓말입니다. 가족들 건강도 많이 걱정되었습니다. 하지만, 걱정만 하면서 세월을 보내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프랑스에서 생활하며 겪은 경험과 인도에서의 경험을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비교해 가면서 차분하게 글을 적어 나갔습니다. 그러고는 제 자신에게 묻고 대답했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가족이란 무엇인가요?', '우리가 잘 몰랐던 우리의 모습은 무엇일까요?'

 

어떤 분들은 한 달짜리 인도 배낭여행만 하고 나서도 이 세상 모든 철학을 깨우친 듯한 명문장을 휘리릭 써내시던데···. 회사에 들어가 20년 넘게 워드보다 엑셀을 더 많이 들여다본 저에게는 그런 글솜씨는 없습니다. 하지만, '글쟁이' 아빠가 아닌 '생활인' 아빠의 입장에서 '여행지로서의 인도'가 아닌 '생활의 터전으로서의 인도'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담백하게 기록했습니다. 

 

어디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저희 가족이 프랑스로 떠나기 전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요? 첫 페이지를 한번 넘겨보세요. 3개의 나라를 넘나드는 저희 가족의 생생한 고생담을 들여다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