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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 기준 새마을금고의 연체액은 12조1천600억 원입니다. 연체율이 6.18%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에 미쳤습니다. 이후 새마을금고 자체의 불안을 느낀 고객들이 7조 원가량 예금을 인출하였습니다.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는 높아진 대출 연체율을 감당하지 못해 해산하였습니다. 지역 내 화도새마을금고와 합병으로 고객들의 예·적금은 보호되었지만, 이에 따라 고객의 불안감은 커졌습니다. 뱅크런과 더불어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제2금융권 전반의 부실에 대한 우려가 생겼습니다. 

 

새마을금고는 지역농협과 더불어 주변 곳곳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금융기관입니다. 새마을금고의 지점 수는 본점만 1,297곳이고 지점을 포함하면 3,259곳입니다. 이는 1위 지역농협 4,847개에 이어 제2금융권 2위의 점포 수이자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영업점 수를 모두 합친 2,873곳보다 많은 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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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유튜브 채널 'MBCNEWS'>

 

갑자기 의문점이 듭니다. 규모가 큰 시중은행의 점포 수가 평균 700여 개인데 제2금융권인 새마을금고의 지점 수가 3,000개가 넘는다니 시중은행과 어떤 부분에서 차이점이 있는지, 새마을금고 사태는 어쩌다 발생한 건지, 다른 제2금융권 기관과 뭐가 다른지. 잘 모르지만 찾아보기 귀찮았던 점들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1. 새마을금고 특성

 

새마을금고는 상호금융기관으로 분류됩니다. 제2금융권이지요. 주변에 간간이 보이는 신용협동조합(신협), 축산업협동조합(축협), 수산업협동조합(수협), 산림조합 그리고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농업협동조합(농협)과 같이 별도의 상호 협동 조합법에 따라 관리하는 금융기관입니다. 농협의 NH농협은행(제1금융권)과 지역농협(제2금융권)은 별개의 기관입니다. NH농협은행은 '농협', 지역농협은 '지역농협','단위농협' 등 명칭을 달리하여 구분하기도 합니다. 직관적으로는 '은행'이란 단어가 있냐 없냐를 보시면 빠르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금고'라는 말에서 은행과 다른 별개의 금융기관 같은 뉘앙스가 느껴지는데, 단지 이름이 금고일 뿐입니다. 은행의 이름이 은행인 것처럼, 신용협동조합의 이름이 협동조합인 것처럼, 단순히 이름이 새마을금고일 뿐이죠. 이 '금고'라는 단어가 새마을금고를 구분하는 명칭이자 단위입니다. 'ㅇㅇ동 새마을금고'가 하나의 법인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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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대출로 폐업한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

출처-<연합뉴스>

 

일반은행은 각 지점을 큰 회사의 부서로 취급하고 운영합니다. 지점장이 직급상 부장급 정도 됩니다. 반면 새마을금고와 같은 협동조합은 하나의 지점을 별개의 법인으로 운영합니다. 우리 동네에 새마을금고가 두 개 이상 있다고 한다면 내가 이용하는 새마을금고와 다른 금고는 시중은행의 각 지점 간 관계에 비해 더 독립적입니다. 간판은 모두 '새마을금고'라고 붙어있지만, 그 밑에 'ㅇㅇ동 새마을금고 본점', 'ㅇㅇ동 새마을금고 ㅇㅇ지점'처럼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 'ㅇㅇ동' 이라고 붙은 새마을금고와 'ㅎㅎ동 새마을금고'는 별개의 법인입니다.

 

새마을금고나 신협·지역농협 등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각 지점마다 예금이자와 대출이자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언급한 것처럼 각 지점은 별개의 법인이기에 운영하는 총자산, 그에 따른 예금이자와 대출이자 상품의 종류 등이 모두 상이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새마을금고에서 개설한 계좌의 돈을 ㅎㅎ동 새마을금고에서 인출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닙니다. 현재로서는 내가 이용하던 새마을금고가 없어지더라도 예금자보호기금을 통해 1인당 5000만 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고, 주변 새마을금고에서 자산과 부채를 인수함으로 내가 보유한 돈을 잃을 확률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상 미국처럼 여러 개의 주(금고)가 모인 국가(새마을금고라는 금융기관)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듯합니다. 이런 금고들을 관리하는 상위의 개념이 새마을금고 중앙회(본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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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새마을금고 중앙회

출처-<새마을금고중앙회>

 

여담이지만 새마을금고와 같은 상호금융기관에만 있는 '출자'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일반 회사에 투자하는 투자금의 개념인데 이러한 출자금을 내면 조합원이 될 수 있고, 조합원이 되면 예·적금 상품에 세금 우대 혜택을 받습니다. 출자금은 새마을금고·농협·신협 등을 모두 합산하여 3,000만 원을 넘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출자금을 출자한 조합원은 해당 지점의 수익에 따라 배당금도 받을 수 있습니다. 출자금은 투자금과 같다고 말씀드린 것처럼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으나, 상기했듯이 주변의 다른 새마을금고에서 흡수 합병하기 때문에 출자금도 보호가 됩니다. 

 

2. 새마을금고가 다른 제2금융권 기관과 다른 점

 

새마을금고는 1963년에 처음 만들어져서 여러 회사를 인수 합병하였습니다. 오늘날 총자산 250조 원이 넘습니다. 시중은행에 버금가는 규모이지만, 은행법에 적용받지 않는 제2금융권에 속합니다. 시중은행에 비해 금리·상품·외환 등 수익 사업을 하기에 여러 부분이 부족하거나 불리한 여건입니다. 특히 시중은행에서 가능한 주택청약 저축의 가입이 불가능하고 각종 금융정책이 시중은행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새마을금고 같은 제2금융권은 시중은행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TV에서 새마을금고 광고가 자주 나오는데 다른 시중은행들과 달리 '보험'에 대한 광고가 주를 이룹니다. 그만큼 시중은행들과의 일반적인 예·적금 상품으로는 이익을 내기 어렵기에 보험·저축·투자 같은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죠. 또한 일반적인 고객들이 새마을금고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중은행보다 높은 예금이자와 조합원이 되면 받을 수 있는 세금 혜택 때문입니다.

 

2010년대 중 후반부터 시중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며 비대면 거래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영업점도 줄여갔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시중은행은 본격적으로 점포 수를 줄이기 시작했는데 새마을금고는 오히려 점포 수를 늘렸습니다. 비대면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지역 내의 고령자나 금융소외계층을 상대로 적극적인 지역경영을 펼쳤습니다. 2019년 코로나 시기 이후 오히려 점포를 더욱 늘렸고 이와 함께 총자산도 2019년 기준 190조 원에서 2022년 250조를 넘어섰습니다.

 

3. 왜 하필 새마을금고만 연체율이 높을까

 

여기까지만 보면 자산도 충분하고 예금자 보호도 가능하고 지점 수도 많아서 이용도 편한데 어쩌다 이번 같은 새마을금고 사태가 일어났을까 싶습니다만 답은 의외로 쉽습니다. 언급한 바와 같이 은행만큼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보니 대출과 투자 등 은행과는 다른 부분에서 이익을 발생케 하고자 리스크가 높은 대출, 특히 기업대출 등에 많은 자금이 빠져나갔습니다. 새마을금고에서 대출받은 기업들은 주로 부동산업·건설업에 종사하는데, 최근 원자잿값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제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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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유튜브 채널 'MBCNEWS'>

 

새마을금고가 허술하게 대출을 해준 원인도 있다고 봅니다. 특히 한 개의 지점에서만 진행되지 않고 여러 지점이 공동 출자 형태로 이루어지면서 자금 규모도 커졌습니다. 다른 금융기관들이 레고랜드 사태 등 PF(Project Financing: 사회간접자본이나 부동산 개발사업을 위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것)대출 부실화를 우려하며 규모를 축소하고 있을 때 오히려 PF대출의 큰손으로 불릴 정도로 대출 규모를 급속히 늘렸습니다.

 

새마을금고 사태가 발생한 건 예견된 일일지 모릅니다. 미국을 기점으로 한 세계적인 금리 인상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의 금리도 3.5%까지 올랐습니다. 이 시기 새마을금고의 기업 대출 규모는 19년 대비 23년 56조 원으로 2배가량 증가했습니다. 부동산업·건설업 침체에 따라 기업대출 연체율도 2.5%에서 9%대로 급증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전체 연체율은 22년 말 3.6%에서 23년 6월 6.4%로 급증했습니다. 이 와중에 지역 금고 이사장 승인으로 이자를 100% 탕감해 주는 상식 밖의 행동을 하며 억지로 부실 대출 비율을 낮추려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한눈에 이슈] 새마을금고에 맡긴 내 돈, 놔둬도 괜찮은거 맞아요_ _ KBS 2023.07.06. 2-18 screenshot.png

이번에 드러난 지역 금고 이사장의 일탈

출처-<유튜브 채널 'KBS NEWS'>

 

그렇다면 위와 같은 새마을금고의 방만한 경영을 왜 사전에 막지 못했을까요? 금융기관은 저마다 정부 기관이 감독합니다. 시중은행은 한국은행·금융감독원·기획재정부 등이 감독합니다. 상호금융기관인 농협·수협·축협은 각각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산림청 등 각 관계 부처가 감독합니다. 농협·수협·축협도 신용사업에 대한 감독 권한은 금융위원회에 있습니다. 상호금융기관 특성상 신용위험이 높아 금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서이지요.

 

새마을금고는 다릅니다.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의 감독만 받습니다. 금융감독체계 밖에 있는 것이지요. 이에 따라 규제격차가 발생합니다. 행정안전부 내 새마을금고를 담당하는 직원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방재정경제실 산하 지역 금융과 직원 수는 과장을 포함해 14명뿐인데, 전국 새마을금고는 1,297곳(지점을 포함하면 3,259곳)입니다. 가뜩이나 점포 수가 많아 애초에 관리하기가 쉽지 않기도 하지요. 자금 규모도 284조 원에 달합니다. 금융권 PF대출 현황을 집계할 때도 새마을금고는 자료누락으로 집계에서 제외되기까지 했습니다. 

 

[한눈에 이슈] 새마을금고에 맡긴 내 돈, 놔둬도 괜찮은거 맞아요_ _ KBS 2023.07.06. 5-47 screenshot.png

출처-<유튜브 채널 'KBS NEWS'>

 

4.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리고 내 돈은 괜찮을까

 

이런 결과로 새마을금고 사태가 발생하자 부랴부랴 정부가 사태 파악과 해결에 나섰습니다. 새마을금고 현금자산의 규모가 예·적금 규모 대비 30%인 77조 원으로 충분하고,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새마을금고를 이용하는 고객은 불과 10여 년 전의 저축은행 사태가 떠오르며 불안감을 지울 수 없을 터입니다. 

 

게다가 아직 새마을금고의 기업대출 부실이 해결된 것도 아닙니다. 뱅크런처럼 거액의 자금이 빠르게 인출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시기에 우체국예금이 1조 원가량 늘어났고, 일반 시중은행들로 예·적금 유출도 지속되었습니다. 또한 새마을금고는 안전하다고 하면서 시중은행들과 기업은행·산업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에 새마을금고에 유동성 자금을 지원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새마을금고와 정부의 '안전'이라는 말을 신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늘 이 뉴스] _안심하세요!_ _그게 잘 안돼_..새마을금고 문 열자 '우르르' (2023.07.05_MBC뉴스) 1-31 screenshot.png

출처-<유튜브 채널 'MBCNEWS'>

 

물론 이번 사태로 새마을금고가 사라지거나 다른 금융기관에 합병된다거나 하는 극단적인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언급했던 기업대출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터에 연내 기준금리가 올라가게 된다면 부실 대출의 규모와 연체율을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새마을금고의 방만한 경영과 정부 당국의 허술한 관리가 합쳐져 이번 새마을금고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금융권 전반의 연체도 안심하기 이릅니다. 정부에서는 적어도 내년 총선 때까지 금융권 부실이 표면에 드러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7월 말 예정된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도 0.25% 이상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상승시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금리 격차로 인해 문제를 야기할 공산이 큽니다). 

 

제방에 작은 구멍이라도 하나 생기면 경제 전반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게 될 것 같은 시점입니다. 현 정부와 언론을 생각하면 이미 구멍이 났으나 기사가 안 난 걸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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