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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대 최대 금리 격차

 

현지 시각 7월 26일, 미연방준비제도(Fed, Federal Reserve System)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였습니다. 5.25-5.5%로 2001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도 최대 2.00%로 커지면서 역대 최대치입니다. 그동안 보수 언론은 미국의 금리 인상기조가 끝을 보인다며 국민을 안심시켰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이 금리 인상이 마지막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뉴스모아]  초유의 금리차에 애매한 파월 발언…한국은행 '답답' _ YTN 5-46 screenshot.png

<유튜브채널 'YTN'>

 

한국은 올해 1월 기준금리를 인상해 3.5%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알고 계신 것처럼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대출과 예금금리가 모두 인상됩니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5.5%의 예금금리를 지급하는 미국이라는 은행과 3.5%의 예금금리를 지급하는 한국이라는 은행이 있을 때 많은 사람이 높은 예금금리를 지급하는 미국 은행으로 몰리게 됩니다. 이런 상황은 뱅크런(bank run: 거래 은행에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는 현상)에 비유할 수 있겠죠. 한국이라는 은행은 외화가 빠져나가게 되고, 외화를 구하려면 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외화를 수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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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Fed 의장

출처-<연합뉴스>

 

물론 환율이라는 것은 이처럼 단순하게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무역수지나 경제성장률, 국제유가와 국가신용도 등등 많은 변수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미국과의 금리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미국 금리정책을 주목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미국 기준 금리를 구간으로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2008년 12월부터입니다. 간단히 말해 Fed가 발표하는 기준금리는 단기시장 금리를 그 수준에 맞추겠다는 목표금리 성격입니다. 금리는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지만 기준금리 범위를 넘어섰을 때 중앙은행이 개입해 조정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시장금리를 기준금리 범위 안에 두고자 구간으로 설정하기 시작하였지요.

 

2. 다른 나라들의 대응

 

미국이 지난 10개월간 4%가 넘는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할 때 유럽중앙은행(ECB. European Central Bank)은 22년 7월부터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때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2% 포인트 벌어진 적이 있는데, 그 시기 유로-달러 환율은 0.9998달러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유로화가 사용된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1유로 가치가 1달러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이후 ECB는 빠르게 기준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올 6월에 4%까지 인상했습니다. 아직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1.5% 포인트 벌어져 있지만, ECB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유로의 가치는 점차 상승하기 시작해 현재는 1유로당 1.1달러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 밖에 영국·캐나다·호주 등 많은 나라들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습니다. 4~5%대까지 금리를 올리며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좁히거나 벌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뉴스모아]  초유의 금리차에 애매한 파월 발언…한국은행 '답답' _ YTN 2-51 screenshot.png

<유튜브채널 'YTN'>

 

예외로서 일본은 특이하게 제로 금리(단기 -0.1%, 장기 0%)를 유지합니다. 많이들 알고 계시듯 일본 국가부채는 GDP의 256%로 1,000조 엔이 넘습니다. 1년 예산의 25%를 빛 갚는데 사용합니다. 금리가 2%만 올라도 이자 비용이 7조 엔을 넘어갑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입니다. 그래서 일본은 엔화약세가 계속되더라도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은 터입니다.

 

3. 우리나라의 환율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환율은 1달러당 1,100~1,200원 미만 수준을 유지하였습니다. 코로나 시기에도 환율은 안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22년 하반기부터 환율이 무서운 속도로 오르기 시작하더니 1달러당 1,400원이 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던 시기이지요.

 

우리나라는 선제적 금리 인상을 하지 못하고 미국을 따라갔습니다.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더니, 차츰 미국과의 금리차는 벌어졌습니다. 같은 시기 무섭게 1,400원을 넘어 1,500원까지 갈 것 같았던 환율은 이후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7월 31일 16시 기준 1달러당 1,274원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금리 격차가 생겨도 환율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니,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릴 필요는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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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원-달러 환율 추이

출처-<네이버 증권>

 

다만 환율이 급격하게 변동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외화보유액을 사용해 환율을 조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유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결국 지금 환율이 안정적인 건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습니다.

 

4. 외화보유액

 

국내 외화보유액 추이를 보면 환율 안정이 정부 개입을 통해 달성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외화보유액은 2005년 약 2,103억 달러였습니다. 꾸준히 증가하여 2021년 약 4,631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말 기준 외화보유액은 약 4,161억 달러로 약 470억 달러가량 외화보유액 감소가 있었습니다. 이는 급격하게 오른 환율을 방어하고자 정부에서 지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외화보유액 순위는 전 세계 9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순위로 보면 안정하지만 상세한 내용을 보면 안심할 수 없습니다. 2023년 4월 말 외화보유액 약 4,261억 달러로 이 중 88%인 약 3,743억 달러는 국채·정부기관채·회사채 같은 유가증권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사시 사용할 수 있는 예치금은 6.5%인 약 278억 달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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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국은행>

 

전문가들은 외화보유액 자체가 너무 작고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외화보유액은 특별한 기준이 없기에 얼마가 적당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봤을 때 국가별 명목 GDP의 최대 130%를 넘는 곳도 있으며 평균적으로는 약 4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명목 GDP의 24%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데 40% 수준으로 증가시키면 약 8,000억 달러로 현재의 2배 수준입니다.

 

또한 외화보유액의 구성 중 예치금은 5~6% 수준인 200~300억 달러 수준으로, 비율로만 따지면 2009년 총보유액 약 2,063억 달러 중 예치금이 약 213억 달러로 10%일 때보다 그 비율이 낮습니다. 유사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외화보유액 전체 규모를 늘리고 예치금을 3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과 채권에 투자한 규모는 6,000억 달러 규모인데, 환율변동으로 이 중 10%만 자금 유출이 일어나도 600억 달러가 필요하며, 예치금만으로 이를 방어하기는 불가능합니다.

 

5. 국민의 불안감

 

물론 앞서 말한 시나리오는 정말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유사시엔 유가증권을 매각해서라도 외화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국가신뢰도가 떨어지고 불안감이 증폭되어 외화 유출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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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뉴시스>

 

이런 상황을 정부가 모르지 않겠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나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지 않습니다. IMF 때도 그랬지만 정부는 마지막까지 국가의 위기를 국민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았고 준비 없이 닥친 재앙으로 오랫동안 국민들이 고통받았습니다.

 

추경호 부총리는 금리 차이가 2%로 벌어졌지만 "시장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며 새벽 글로벌 금융시장은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이었다"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습니다. 또한 "우리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된 모습이며 금리차가 2%까지 확대돼 불확실성이 다소 확대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있지만 자본 유출입과 환율 변동의 경우 내외 금리차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금융 상황, 글로벌 경제·금융 여건 등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은 순유입이 지속되고 있고 환율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외화자금 시장 역시 양호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한 국가의 경제수장으로서 국민들에게 과도한 불안감을 주는 것도 올바른 모습을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 다수가 명백한 지표들을 통해 위기를 걱정하는 터에 "아무 문제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라는 발언은 진정성 없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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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3년 7월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출처-<기획재정부>).

 

6. 금리는 올라야 하는가

 

결국 문제는 금리로 귀결합니다.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아시다시피 현재 우리나라의 엄청난 가계부채와 연체율 때문입니다. 많은 전문가가 작년부터 가계부채를 경고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부동산 정책을 완수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늦췄고, 심지어 기준금리를 올리고도 시중은행들에 대출금리를 내리라고까지 했습니다.

 

GDP 대비 가계부채는 100%를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도 200%가 넘습니다. 그렇다면 추가적인 대출을 제한해서 최대한 부채와 연체율을 낮춰야 함에도 각종 부동산 완화 정책을 펴고,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이 추가적인 대출을 가능케 하여, 2023년 상반기에만 가계부채가 4조 이상 증가했습니다.

 

_한해 소득으로 빚도 못 갚는 나라_…1위·2위·3위 차지한 한국 [와이즈픽] _ YTN 1-17 screenshot.png

2022년 말 기준

출처-<유튜브채널 'YTN'>

 

일각에서는 금리가 오르면 쌓여있는 부채가 부실화하면서 기업은 물론이고 금융권까지 막대한 피해가 올 것이기에 금리 인상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 부채로 유지되는 한계기업이나 좀비기업들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정리되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잔인한 이야기지만 지금 상황에서 아무런 피해나 손실 없이 경제를 연착륙시키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국 금리 인상은 이루어져야 하며 부채를 축소할 수 있도록 철저한 DSR(Debt Service Ratio,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 1년간 버는 소득에 비해 빚을 갚는 돈이 얼만큼인지를 뜻함)관리 등도 함께 필요할 것입니다. 추가적인 부채를 늘리지 않도록 정책금융 등 지원을 중단해야 하는 시점임에도 정부는 임대인들에게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조건을 완화해 주며 상황에 역행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_한해 소득으로 빚도 못 갚는 나라_…1위·2위·3위 차지한 한국 [와이즈픽] _ YTN 2-35 screenshot.png

출처-<유튜브채널 'YTN'>

 

7. 치킨, 아파트에 이은 순살 경제

 

어쩌면 금리를 인상해야 할 적기를 놓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듭니다. 언급한 가계부채 외에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대출, 새마을금고 사태를 야기한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 사회간접자본이나 부동산 개발사업을 위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것)대출 등 나라가 빚으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가져오는 효과는 훨씬 더 크고 가혹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본인과 가족의 비리 문제와 내년에 있을 총선에 집중하며 소모적인 정쟁만 반복하고 이전 정부 탓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불명예 1위 한국, ‘유사 가계부채’ 위기도 카운트다운 [뉴스 인사이트] _ KBS  2023.05.30. 1-5 screenshot.png

출처-<유튜브채널 'KBS'>

 

금리가 인상되면 부동산 시장 붕괴로 인한 경기침체와 그에 따른 부채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를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보다 더 크고 긴 수렁으로 이끌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상처가 무서워 수술을 미루면 더 이상 손쓸 방법이 없어집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우리나라가 과거 최고의 경제성장을 이루며 다른 국가들의 모범이 된 것처럼, 그런 국가가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보여주는 전 세계적인 사례가 될 것입니다.

 

경제정책에 관한 깊이 있는 논의와 숙고 없는 정책들이 난무하여 제2의 IMF를 걱정하게 만드는 동안 한국의 경제는 점점 적기를 놓쳐가고 있습니다. 이제 정말 결단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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