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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의 기준금리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습니다. 가장 영향력이 큰 미국도 1년도 안 되는 사이 금리를 4% 올렸습니다. 그사이 우리나라는 금리 인상에 미온적으로 대응했고 결국 미국과의 금리 차이는 2%까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할 때 언론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금리를 동결했던 지난 6월 연준 회의 이후에는 금리 인상이 끝났고 금리 인하가 있으리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번 7월 연준 회의로 0.25%의 금리를 올린 이후 우리나라 언론 대부분은 또다시 마지막 금리 인상이고 9월에는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는 기사를 내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골드만삭스나 웰스파고 같은 대형 금융사들은 금리 인상이 멈출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습니다. 미국이 다시 금리를 올리게 될지 동결하게 될지는 예측하기 힘듭니다. 이는 7월 제롬 파월 연준의장의 애매한 발언도 한몫합니다.

 

"9월에는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고,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라고 했는데, 그동안의 발언들이 매파적(Hawkish, 통화량 긴축)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 발언은 비둘기파(Dovish, 통화량 확대)이라는 것이 이유입니다.

 

[뉴스모아]  초유의 금리차에 애매한 파월 발언…한국은행 '답답' _ YTN 4-48 screenshot.png

출처-<유튜브채널 'YTN'>

 

2. 미국 금리에 영향을 주는 요인

 

파월의 이 같은 발언은 연준 의장으로서 당연합니다. 반드시 조절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면 당연히 이를 반영해야 합니다. 동시에 금리를 조절한다는 것은 경제 전반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기에 신중할 필요도 있겠지요.

 

미국이 9월 회의까지 금리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 요인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우선 순위는 당연히 물가입니다. 미국의 올해 6월 소비자 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가 지난해 같은 달 기준 3%를 기록했습니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기준점인 지난해 같은 달을 100으로 두고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소비재들이 기준시점보다 상승했는지 하락했는지를 조사하는 지표입니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기초 데이터입니다.

 

미국 소비자 물가는 2022년 6월 8.9%를 기록한 후 금리 인상과 더불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물가 하락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내림세가 뚜렷하나 연준은 물가지수 2%를 유지할 때까지 시장을 관찰하겠다고 합니다. 만약 이번 금리 인상으로 미국의 물가가 2%대로 떨어진다면 금리 인상을 동결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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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 이미지>

 

하지만 연준의 이날 성명에서 물가 상승도는 여전히 높기에 인플레이션에 높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연준의 목표치인 2%보다 높은 수준의 물가를 기록하고 있기에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일축했습니다.

 

3. 미국의 물가 전망

 

물가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관련 데이터가 방대하고 한가지 데이터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언급했던 소비자 물가지수에는 식품과 에너지, 상품, 서비스 등 큰 영향을 끼치는 특정 항목이 있습니다.

 

앞서 미국의 6월 소비자 물가 지수가 3%를 기록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정말 물가가 안정화되었고 이 물가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세부 지표를 보면 상품과 서비스 항목의 물가 변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부분 물가지수가 16.7%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 오름폭이 제한된 것으로 보입니다. 휘발유 26.5%, 천연가스 18.6%, 연료유 36.6%씩 하락했습니다. 이는 국제 유가 영향이 큽니다. 국제유가는 올해 4월부터 계속해서 하락하며 1배럴당 70달러 선을 유지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6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산출된 것이지요. 

 

그런데 잠잠하던 유가가 7월 들어 갑자기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1배럴당 75달러 수준이었던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West Texas Intermediate)가 배럴당 7월 말 8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두바이유와 브렌트유는 이미 8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향후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의 감산이 영향을 끼치리라 봅니다. 이미 6월에 하루 70만 배럴, 7~8월에는 하루 200만 배럴가량 공급이 부족하리라 추정합니다. 9월의 공급부족도 예정되고 있기에 국제유가가 빠르게 하락하지는 않을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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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1일 뉴스

출처-<SBS Biz 뉴스>

 

더불어 미국의 곡물 수급 동향도 좋지 못합니다. 러-우 전쟁으로 국제시장에서 곡물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고 미국의 대표적인 밀 생산지인 캔자스주(Kansas州)가 가뭄으로 수확량이 급감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곡물 가격이 10~15%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처럼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주는 항목의 공급 불안으로 인해 7월 연준의 금리 인상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7월 이후 물가지수가 현재의 3%에서 상승한다면 미국은 9월 회의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4. 금리 인상과 물가

 

단순화해서 금리와 물가의 관계를 설명하자면, 기준금리가 1%일 때 시중은행들은 중앙은행으로부터 1%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시장에 2%의 금리로 대출을 해줍니다. 기준금리가 2%가 되면 시중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기에 시장에는 3%의 금리로 대출을 해 줍니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통해 부동산, 자동차 등을 구입하기 어렵고 할부거래도 감소합니다.

 

이렇게 수요가 감소하면 이미 공급되었거나 공급 예정인 상품은 가격을 낮춰서라도 판매합니다. 이미 대출을 보유한 사람들은 늘어난 이자로 인해 자산을 처분하면서 시장에 공급이 늘어납니다. 기업도 자금 조달이 어렵기 때문에 투자나 고용을 줄이고 심한 경우 구조조정을 하지요.

 

물론 금리를 통해서만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언급한 러-우 전쟁과 같이 국제 공급망에 영향을 주는 사건이 발생하면 상품의 이동과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물가가 상승합니다. 역으로 전쟁의 종결이나 합의를 통해 공급망이 안정된다면 금리 인상 외에도 물가를 조정할 수 있는 요인이 발생하지요.

 

또한 금리가 오름으로 해서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줄고, 구조조정이 늘어나면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경기가 후퇴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가 오르는 동안 미국 경제가 버텨줘야만 금리 인상으로 인한 물가 안정화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지요.

 

5. 우리나라에 끼치는 영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과거 "미국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종료하긴 어렵다"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미국의 금리 인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칩니다. 가장 가시적인 것은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입니다. 금리가 높은 국가로 자금이 유출하여 국내에 있는 외국인 자금이 줄어들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합니다.

 

[뉴스모아]  초유의 금리차에 애매한 파월 발언…한국은행 '답답' _ YTN 7-26 screenshot.png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출처-<유튜브채널 'YTN'>

 

환율이 상승하면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물건 가격이 오르기에 국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우리나라 10대 수입품목 중 25%가 원유와 석탄 등 에너지 관련 품목입니다.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용 장비, 화학 원료 등 원자재 수입도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처럼 수입품목은 달러에 영향을 받는 품목들로 환율이 올라 수출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에너지와 원자재 비용도 늘어나 무역수지가 개선되지 않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한국이 미국의 기준금리보다 낮은 금리 수준을 유지함에도 시중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지수(COFIX, Cost of Funds Index. 정보제공은행들의 자금조달금리를 가중평균하여 산출한 것)는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준금리는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기준금리일 뿐 실제 시장에 반영되는 금리에는 환율과 경기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지요. 8월 24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발표가 예정되어 있는데 기준금리가 동결되더라도 시중은행 금리는 오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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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은행연합회>

 

6. 올해 말 미국 금리 예상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미루어 볼 때, 앞으로 남은 9월 19일과 10월 31일, 12월 12일 3번의 회의 동안 0.25~0.5%는 추가로 상승하리라 봅니다. 당장 9월 회의에서 유가와 곡물 가격 상승에 따라 한 번 더 상승할 것입니다. 이후 연말까지 한 번의 베이비스텝(0.25% 상승)을 거쳐, 2023년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 최종은 6%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결과는 9월 19일입니다. 9월 금리가 인상되느냐 아니냐, 베이비스텝이냐 빅스텝(0.5% 상승)이냐에 따라 향후 세계 경제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터입니다. 올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 회의도 8월 24일과 10월 19일, 11월 30일 3번이 남았습니다. 아마 8월 회의에서는 0.25% 인상이 확실히 될 것으로 보이며, 미국의 9월 금리 변동 결과에 따라 남은 2번의 한국은행 회의에서도 2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바뀔 것입니다.

 

예측은 틀릴 수 있고 상황은 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동결되더라도 우리나라와 금리 차이는 아직 큰 상황입니다. 언론들이 한결같이 미국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건 그만큼 미국의 금리가 오르는 것이 우리나라에 많은 영향을 주고, 또 불리해지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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