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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대장 계급을 가진 군인들은 7명이다. 이 7명 중 의전 서열 1위는 합참의장이다(의전 서열로 보면 합참의장이 1순위이고, 그 다음이 육군참모총장, 해군참모총장, 공군참모총장 순이다).

 

그렇다면, 대장보다 한 계급 아래인 중장 의전 서열 1위는 누구일까? 바로 해병대 사령관이다. 대한민국 군 의전 서열 8위이며, 중장 의전 서열 1위. 어떻게 보면, 좋은 대우 받는 것 같지만 해병대 사령관은 아픈 ‘과거’가 있다.

 

대선 때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들을 잘 살펴보자. 해병대 관련 공약이 종종 눈에 띈다. 공약의 핵심은 대부분,

 

“해병대를 독립시켜서 육, 해, 공, 해병대 4군 체제를 만들겠다!”

 

혹은,

 

“해병대를 해군에서 분리하겠다.”

 

등등이다. 여기서 핵심은 ‘독립’이다. 해병대는 해군 소속이다. 이러다 보니 예산이나, 보직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해병대 자체의 숫자가 상당히 적다는 거다. 탈탈 털어봐야 29,000여 명 수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가 해병대를 독립된 군종으로 만든다고 하자, 윤석열 후보는 해병대 사령관의 4성 보장과 4군 체계 개편안을 내놓았다. 기껏해야 2개 사단, 2개 여단의... 잘해봐야 군단급 병력을 가지고 4군 체계를 만들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미국처럼 20만 명 가까운 수라면 모를까. 대선 때라 막 던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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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해병대는 늘 해군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했다. 당장 예산이나, 장비, 진급에 있어서 해군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해병대에게 꿈같은 소식이 들렸으니... 바로 2019년 4월에 있었던 군 인사법 개정이었다.

 

해병대도 대장이 되고 싶었다!

 

2019년 4월까지 해병대 사령관은 임기가 끝나면, 옷을 벗어야 했다. 왜? 군 인사법이 그랬다.

 

“해병대 사령관은 그 직위에서 해임 또는 면직되거나 그 임기가 끝난 후 전역된다.”

 

라고 나와 있는 거다. 즉, 해병대에 몸담는 순간 (제일 출세해봤자?) 사령관인 중장 계급이 최종 계급이 된다. 이에 대한 불만이 스멀스멀 올라왔고, 팽팽한 신경전 끝에(결국은 타군과의 밥그릇 싸움) 2019년 4월 군 인사법이 개정된다. 군 인사법 19조 4항 개정이었다.

 

"그 임기가 끝난 후 전역된다"

 

 

"그 임기가 끝난 후에도 진급하거나 다른 직위로 전직되지 아니하면 전역된다."

 

로 바뀐 거다. 이제 해병대 사령관도 중장을 넘어 대장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물론, 해병대 사령관이 대장 보직으로 어디를 가냐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합참의장은 2차 보직이라 어렵고, 결국 만만한 게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인데, 아직까지는...).

 

이러다 보니 해병대에 지상과제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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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사령관의 대장 달아주기!”

 

언제부터인가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들

 

해병대 항공단이 근 50년 만에 부활했다. 그리고 조금 지나 해병대 특수 수색 대대를 개편해 여단급으로 확대한다는 이야기가 슬슬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해병대가 덩치를 키우면서 동시에 대대적으로 해병대 이미지를 재고를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이런 움직임을 보고,

 

“해병대 애들이 몸이 달아올랐네.”

 

“윤석열 정부 때 대장 한번 배출하고 싶었나 보네.”

 

등등의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해병대는 지금 대장 계급을 배출해야 한다는 ‘지상과제’ 앞에 잔뜩 몸이 달아올라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수가 났다. 해병대는 자신들의 존재를 보여주기 위해 무언가가 필요했다. 무리한 수색 활동 배경의 실마리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난데없이 수색 대대를 확대해서 여단급 부대를 창설하겠다 말한 게 채수근 일병의 사망사고가 터지기 한 달도 안 된 시점이었다. 해병대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여기서 추론을 하나 더 해보자. 지금 해병대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이 해병대가 원하는 대장 진급자와 독립된 4군 체계 완성의 적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중장기적으로 해병대를 독립시켜 육군과 해군, 공군, 해병대 ‘4군 체제’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해병대 사령관도 4성 장군으로 진출시켜 국가를 위해 헌신할 기회를 부여해 해병대의 위상을 제고하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더불어 병력도 보강해 줄 거라고 약속했다(가뜩이나 병적 자원 부족한데 어디서 병력을 보강 시킬 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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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든 윤석열 정부는 해병대 독립으로 4군 체계로 전환한다는 것을 국정 목표로 삼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병대는 군불을 열심히 떼고 있었다. 물론, 해병대도 당장 4군 체계로 독립한다는 생각은 쉽게 내비치지 않았다. 너무 멀리 나간 꿈이니까. 현실적인 1차 목표는 언제나,

 

“대장 만들기!”

 

였다. 이런 상황에서 해병대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손쉽고 확실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홍보활동’이다.

 

작년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들 기억 나는가? 이미 까마득히 잊힌 이야기처럼 됐는데, 해병대 1사단 소속의 일병 한 명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폴란드에 입국한 다음, 우크라이나군에 자원입대하겠다고 말한 거였다. 그 이유가 충격적이었는데,

 

“해병대 복무하면서 가혹행위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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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발칵 뒤집혔고, 해병대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게 된다.

 

(그 해병이 부사관을 지원하려 하자 부대에서 가혹행위와 기수열외를 했다는 말이 본인 입에서 나왔고, 해병대 조사 결과로는 가혹행위란 게 ‘언어폭력’이 고작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이 사건으로 한동안 해병대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여섯 달 후, 해병대는 이미지를 극적으로 뒤엎을 계기를 맞는다. 바로 태풍 힌남노.

 

해병대 1사단이 상륙돌격장갑차(KAAV) 2대와 고무보트(IBS) 3대를 투입해 포항 일대의 인명구조에 나선 것뿐만 아니라 포항제철 화재 진압에 투입된 거였다(정확히 말하면, 소방대원을 태워 불이 난 곳으로 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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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이 당시 국군은 해병대 말고도 육해공군의 헬기와 수송기를 투입하고, 쓸 수 있는 모든 장비를 다 투입했는데, 해병대의 상륙돌격장갑차가 던진 파괴력을 넘지 못했다. 물살을 가르고 상륙돌격장갑차가 사람들을 구해내는 모습은 그 자체로 그림이 나왔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의 상식을 깨는, 꽤 괜찮은 그림이었다. 이 ‘장갑차 뽕’에 맛 들인 해병대가 이번 홍수에도 앞뒤 안 재고 '돌격 앞으로!'를 외친 거다.

 

해병대 1사단장의 지시사항을 살펴보자.

 

“슈트 안에도 빨간색 츄리닝 입고 해병대가 눈에 확 눈에 띌 수 있도록 가급적 적색 티 입고 작업”

 

“군 기본자세 유지 철저(특히, 방송 촬영 시)”

 

무릎이 탁 쳐지지 않는가. 해병대 1사단은 작년 힌남노 때의 기억을 잊지 않고, 이번에도 다시 한번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려 한 거다.

 

책임 공방은 가관이었다. 상급자는 상급자라 빠져나가고, 하급자는 하급자라 빠져나가고 애꿎은 대대장 2명만 독박을 썼다는 말이 들리고 있다(문자 메시지 보니 대대장 2명도 당시 하천 상황을 보고 멘붕에 빠져 있던 것처럼 느껴졌다).

 

해병대 사령관이 대장이 될 수도 있는 거고, 해병대가 독립해서 4군 체계를 갖춰야 한다면... 뭐 그게 꼭 필요하다면 이해는 하겠다. 그렇지만, 그러기 위해서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해야 한다면, 거기에 찬성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다 떠나서 그렇게 만들어진 독립 해병대는 누구를 위한 군대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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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

 

지금까지 쓴 추론이 ‘억측’이었기를 빈다. 그게 아니라면,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