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8월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가 있었습니다. 미국과의 금리차가 2%나 나고 환율 상승 압박도 심합니다. 더불어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기에,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으나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였습니다. 금통위의 정책 방향 전문을 보면 현재는 긴축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고 추가적인 인상 필요성은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를 점검하면서 판단하겠다고 합니다.

 

[굿모닝경제] 가계부채·중국발 위기 속 기준금리는 또 '동결' _ YTN 1-14 screenshot.png

출처-<YTN>

 

정부의 정책 방향과 금통위의 정책 방향, 그리고 시장의 심리가 모두 엇나가고 있다고 느끼는 터입니다. 이번에 동결된 금리는 약 6주 뒤 10월 19일 회의가 되어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이 사이 미국 금리를 결정하는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가 9월 21일에 있습니다. 상황은 어떻게 될까요?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가계부채와 부동산 투기의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으로 실현하지 못한 채 구호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이제 금리를 조정하는 통화정책으로 물가와 부채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만큼 적기는 지나갔고 금리 인상으로 발생할 피해도 막대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과 금통위는 어째서 현실적인 조처를 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1. 금융통화위원회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한국은행법에 따른 정책 결정 기구입니다. 통화정책과 한국은행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회의체입니다. 구성 인원은 의장(한국은행 총재), 부의장(한국은행 부총재), 위원 5명까지 총 7명입니다. 과거에는 매달 회의하고 정책 방향을 결정했으나 2017년부터 미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와 같이 6주에 한 번씩 연 8회 회의합니다.

 

금통위의 가장 큰 문제는 독립성입니다. 총 7명의 금통위 위원 중 한국은행 총재, 부총재 그리고 한국은행 지명위원 1인을 제외한 나머지 4인은 사실상 대한민국 정부의 거수기 역할입니다. 각각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대한상공회의소·전국은행연합회에서 1인씩 추천한 인물들이 위원이 됩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한상공회의소와 은행연합회의 경우도 추천위원에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합니다. 특히 은행연합회를 이루는 한국의 은행들은 아직도 내부 승진이 아닌 낙하산 인사가 존재합니다. 은행연합회 임원진조차 금융 관련 경력이 없는 인사가 허다합니다.

 

joo230824_5.jpg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2023.8.24 

출처-<사진공동취재단>

 

영향을 받는 건 언급한 4인의 위원들뿐이 아닙니다. 한국은행 총재와 부총재도 임명은 대통령이 합니다. 내부 승진 또는 한국은행 출신 인사로 임명되긴 하지만 정부로부터 완벽하게 독립성을 갖기란 불가능한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미국의 FOMC를 비롯한 세계의 통화정책기구가 완전한 독립성을 지닌 채 움직이지는 못하지요.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혼란만 가중할 것입니다. 다만 통화정책을 비롯한 정책기관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려면 한국의 금통위는 지금 체제를 개선해야 하리라 봅니다.

 

참고로 한국은행의 인건비와 복리후생비용의 경우 기획재정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한국은행법에서 규정합니다. 이 조항은 한국은행이나 금통위 통제에 사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은 박정희 정부 이래로 한국은행을 국책은행처럼 운영한 데서 비롯되었지요.

 

2. 한국 가계부채의 특징

기준금리 조절과 같은 통화정책으로 시장의 자금을 조절하는 것은 전통적이고 오래된 방법의 하나입니다. 특히 물가가 상승하고 가계부채가 늘어날 때 기준금리를 인상해서 시장의 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지요. 하지만 금통위에서는 쉽사리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가계부채의 몇 가지 특징에 기인합니다.

 

[이슈] 한국도 미국도 금리인하 생각도 않는데...늘어만 가는 주택담보대출_지방 아파트는 1년 3개월 만에 오름세로 전환_2023년 8월 27(일)_KBS 0-13 screenshot.png

출처-<KBS1>

 

우선 한국의 가계부채는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 대비 105%입니다. 스위스(128.3%)와 호주(111.8%)에 이어 세계 3위의 수준입니다. 부채의 총량도 문제지만 한국 가계부채의 약 80%는 변동금리를 적용한 대출입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는 대출자가 전체 80%인 것이지요. 이미 부실 비율이 한계치까지 다다른 상황에서 무작정 금리를 인상하기엔 부담입니다.

 

통상적으로 금리 인상기에는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가 유리합니다. 그런데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가계대출이 증가세에 있던 시기에 대출받는 차주(借主)들이 변동금리에 비해 1%가량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를 선호했습니다. 대출을 주관하는 은행들도 시장변화에 맞춰 금리를 조절하는 변동금리에 비해 고정금리가 조달 비용과 수신이자 비용 증가 등으로 위험 관리가 어려운 까닭에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지요.

 

중국 부동산발 경제 위기…_정말 심상치 않다_ _ SBS _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15-37 screenshot.png

출처-<SBS>

 

또한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의 53.7%가 만기일시상환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자와 원금을 함께 갚아 나가는 원리금 균등분할이나 원금 균등분할 방식이 아닌 만기일시상환 방식은 투기성 대출이 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대출을 이용해 이자만 상환하면서 이자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린 후 만기에 상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죠. 당연하게도 만기일시상환은 다른 방식에 비해 더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 합니다. 만약 대출금을 이용한 투자에서 생각한 것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는다면 이자 비용과 만기상환의 부담이 큰 방식입니다.

 

마지막으로 눈여겨봐야 할 것은 고소득자 차주의 대출이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현재 DSR(Debt Savings Ratio. 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로 대출의 한도를 정하는 방법의 하나) 규제가 시행 중인 상황에서 소득이 높은 사람은 대출한도가 좀 더 여유롭습니다. 이를 통해 추가적인 자산 구입과 투자가 가능하며, 저소득자 대비 더 많은 자산 증식을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소득과 부의 불균형이 영끌을 비롯한 무리한 대출에 원인의 하나로서 영향을 미친 터입니다.

 

[이슈] 한국도 미국도 금리인하 생각도 않는데...늘어만 가는 주택담보대출_지방 아파트는 1년 3개월 만에 오름세로 전환_2023년 8월 27(일)_KBS 0-27 screenshot.png

[이슈] 한국도 미국도 금리인하 생각도 않는데...늘어만 가는 주택담보대출_지방 아파트는 1년 3개월 만에 오름세로 전환_2023년 8월 27(일)_KBS 0-51 screenshot.png

출처-<KBS1>

 

3. 엇갈린 정책 방향

지난 2분기 가계대출은 이전 대비 10조 원 넘게 급증했습니다. 한국은행은 가계대출 증가 이유로 '부동산 회복 기대감'을 꼽았습니다. 이런 심리 작용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우선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서 긴축에 대한 신호가 없기 때문이고, 다음으로는 정부의 정책이 규제 완화와 부동산 부양책 위주기 때문입니다.

 

[이슈] 한국도 미국도 금리인하 생각도 않는데...늘어만 가는 주택담보대출_지방 아파트는 1년 3개월 만에 오름세로 전환_2023년 8월 27(일)_KBS 1-21 screenshot.png

출처-<KBS1>

 

가계부채는 작년 4분기(-3.6조)와 올해 1분기(-14.3조) 감소한 이후 3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가계대출에는 은행 등에서 받은 대출과 카드 할부 등을 모두 포함하는데 특히 증가한 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이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2021년 3분기에 20.9조가 증가한 이래 14.1조가 증가한 최대치를 달성했습니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동결할 때마다 '금리 인하는 없다'는 발언으로 나름 매파적인 발언을 했다지만, 시장 심리는 지속적인 금리 동결을 금리 인하의 준비로 받아들입니다.

 

이 같은 심리는 통계에서도 볼 수 있는데, 지난 22일 공개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8월 주택가격 전망 소비자 지수(CSI, Consumer Sentimeut Index)는 한 달 전보다 5포인트 오른 107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CSI는 1년 뒤 집값에 대한 소비자의 판단을 0~200으로 표현한 수치로, 100이 넘으면 상승에 대한 심리가 우세함을 나타냅니다.

 

[굿모닝경제] 가계부채·중국발 위기 속 기준금리는 또 '동결' _ YTN 4-38 screenshot.png

출처-<YTN>

 

이 같은 심리 작용에는 정부의 정책도 큰 몫을 차지하지요. 이미 정부는 수많은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과 연착륙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나 보금자리론 등 수요를 이끌만한 정책들을 쏟아냈습니다. 이에 부동산 가격이 저점에 달했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대출받는 유인이 늘어난 터이지요. 오히려 정부와 한국은행에서 부채관리에 따른 금리 인상 단어가 나오는 것은

 

'조만간 인상하긴 할 건데 지금은 아니고 또 올려도 곧 더 많이 내려갈 수 있으니, 그전에 대출받아 부동산 구입해라'

 

라고 말하는, 그들만의 시그널이 아닐까 싶습니다.

 

4. 남은 2023년 세계 경제 흐름 속 한국 경제 운명

올해 세계 주요 기관들이 평가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1.1~1.4%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1분기 0.3%에 비해 0.6%로 소폭 상승했지만 민간 소비를 비롯한 수출, 수입, 투자, 정부 소비 등 모든 부문에서 하락했습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해서 겨우겨우 역성장이 안 된 것뿐이지요. 

 

최근 중국의 부동산개발업체의 채무불이행 위기로 중국발 리스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추가적인 긴축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올해 초 정부와 한국은행이 기대했던 하반기 경기 반등은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maxresdefault (2).jpg

[한방이슈] _이러다 다 죽어_..'공동부유' 중국의 추락 _ YTN 3-4 screenshot.png

출처-<YTN>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3% 상승했다고 합니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 5.2%를 기록한 뒤 점차 하락하였는데, 7월 상승률은 25개월 만의 최저치를 달성하였습니다. 물가 상승률을 하락시킨 주요 품목은 석유류입니다. 경유 33.4%, 휘발유 22.8%, LPG 17.9%가 하락하여 전체 물가상승률에 -1.49% 기여하였습니다. 즉, 석유류가 하락하지 않았다면 물가 상승률은 3.8%였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7월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호우로 인한 식료품 가격 불안, 계절 요인 등이 합쳐지면 하반기 물가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입니다.

 

특히 앞서 언급한 중국의 부동산개발업체의 채무불이행으로 비롯하는 동북 아시아권 위기가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해당 부동산개발업체들은 중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입니다. 정부에서는 이들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나 연관이 적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으나, 이미 정부 차원의 위기대응반을 꾸리고 있다고 하니 정부 말에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중국발 리스크가 우리나라에 끼치는 영향을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데, 중국의 경제 특성상 손에 꼽는 대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주도하에 육성된 기업들입니다. 해당 기업과 산업을 키우는 동안 중국 내의 수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연계되어 왔습니다. 중국에서 발생하는 피해가 큰 만큼 수십 년간 중국과 교류하며 직간접적인 투자 관계가 있는 한국은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국가 중 하나가 될지 모릅니다.

 

maxresdefault.jpg

[한방이슈] _이러다 다 죽어_..'공동부유' 중국의 추락 _ YTN 5-1 screenshot.png

[한방이슈] _이러다 다 죽어_..'공동부유' 중국의 추락 _ YTN 2-5 screenshot.png

출처-<SBS·YTN>

 

최근 미국은 대규모로 국채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채권을 발행해서 부족한 정부예산을 충족하려는 것이지요. 그런데 기준금리 인상과 국채 발행으로 채권금리는 올라가고 가격은 내려가는 터임에도 지금까지 많은 투자자가 미 국채를 구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미국의 추가적인 긴축이 예상되는 터라 국채 가격이 더 하락할까 하는 불안 심리도 작용합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추는 시점에 나타날 터입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며 긴축하는 이유는 물가를 잡기 위함입니다. 즉 미국의 금리 인상이 멈추는 시점은 미국 내의 물가가 안정화되었다는 이야기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으로의 투자가 늘어나며 세계적으로 미국으로의 달러 유출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지금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위험이 다가오지 않았다고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슈] 한국도 미국도 금리인하 생각도 않는데...늘어만 가는 주택담보대출_지방 아파트는 1년 3개월 만에 오름세로 전환_2023년 8월 27(일)_KBS 2-50 screenshot.png 

출처-<KBS1>

 

5. 금리 5연속 동결이 전달하는 불안감

정부는 지속적인 규제 완화와 대출상품을 출시하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에 충분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습니다. 가계부채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고 경고는 하지만 실제로 시장에 개입하거나 규제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경고했고, 많은 분이 예상할 만큼 가계부채 문제 수준은 심각이란 단어로 표현하기 부족합니다.

 

한국은행도 정부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일 것입니다. 닥쳐올 위기는 아는데 이를 타개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터이지요. 경제적인 자립도가 떨어지는 한국은 주변국과 미국 등 강대국들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시기입니다. IMF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 한국 정부도 '위기는 없다'라고 했지요. 작금은 홍범도 장군과 독립운동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역사를 상기해야 할 시점입니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