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랑스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이고, 매년 여름, 거의 예외 없이 매번 한국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때마다 놀라움을 경험한다. 한국 사회의 변화 속도는 앞으로든 뒤로든, 좌로든 우로든 급격하다. 돌아온 나는 업데이트하기 바쁘다. 최근 들어서는 전 사회 구성원을 영향권에 두는 이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생성되어 퍼져 나간다. 이를테면 양평, 장모, 폭우, 공공장소에서의 칼부림, 그리고 잼버리까지. 모두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수면 위로 떠오르거나 발생하여 시민을 때로는 치에 떨게, 때로는 공포에 떨게 한 것들이다. 이 와중에 다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언뜻 생각하기에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적인 존재인 동시에 개인적 존재이기에, 개인적인 이슈는 여전히 우리의 관심 중심에 있다. 그리고 때로는 아주 개인적이라 여겨지는 것이, 사실은 진실로 사회적인 경우가 있다. 아니, 생각보다 많다.
당신은 일 년에 며칠의 휴가를 실제로 누리는가? 정말로 ‘누린다’는 표현에 걸맞은 휴가를 보내고 있는가? 한국의 법정 유급휴가는 15일에서 최대 25일이다. 하지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2년 전국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임금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연차휴가 평균은 17.03일, 실제로는 11.63일만 사용했다.
그럼 짧은 휴가나마 우리는 ‘누리고’ 있는가? 사실 '제대로 보낸 휴가'의 형태는 제각각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지향점이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즐거움과 만족감을 휴가에서 느끼고 싶은 것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우리의 당연한 욕구이다.
프랑스의 ‘모두를 위한 휴가’는 휴가를 누릴 권리를 모든 시민이 마땅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집중한다. 우선, 프랑스의 최소 법정 휴가일은 연간 30일. 한국의 2배다. 1936년, 2주로 시작된 유급 휴가 기간은 1982년에는 5주가 되었고, 이것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모두가 휴가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2018년 코로나19 이전에는 최고소득층의 90% 이상이 휴가를 떠났지만, 최저소득층에서는 40% 미만만이 휴가를 즐길 수 있었다. 중앙 및 지방 정부는 ‘모두를 휴가’라는 이상향과의 거리를 조금이나마 좁히기 위하여 여러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1936년 유급휴가의 시작
기차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만연하다
모두, 떠나라
프랑스의 ‘모두를 위한 휴가’, 혹은 ‘모두를 위한 바캉스’ 정책은 크게 두 줄기다. 돈이 없어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것과, 장애가 있어 휴가를 떠나기 힘든 이들을 위한 것이다. 먼저, 저소득층의 관광 접근성 확대를 위한 정책을 살펴보자.
먼저 바캉스 수표(chèque-vacances) 정책이다. 한국에서는 ‘체크바캉스’로 알려져 있다. 바캉스 수표는 1982년 미테랑 대통령 시절 도입된 시스템으로, 이 수표는 휴가를 위한 교통수단이나 숙박, 식당, 문화행사 등에 돈 대신 사용할 수 있다. 프랑스의 가족수당금고(Caisses d’allocations familiales)에서는 연 9천만 유로(대략 1270억 원 정도)의 재원을 들여 바캉스 수표를 발행한다. 수표 구입은 회사가 지원한다. 정규직, 비정규직, 현직, 은퇴자 가리지 않고 모두가 바캉스 수표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가구의 소득에 따라 개개인의 부담금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2023년 현재, 월 소득이 3666유로 이하인 가구는 바캉스 수표 부담률이 최소 20%이다. 즉, 이 가구에서 바캉스 수표 100유로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최소 20유로만 부담하면 된다.
바캉스 수표 발행과 별도로 가족수당금고에서는 매년 8천만 유로(약 1128억 원)를 추가로 숙박비로 지원하여 저소득층 가정으로 하여금 휴가를 떠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가장 많은 지원을 받는 가족 형태는 한 부모 가정으로, 전체의 65%를 차지한다. 이 지원을 받으려면, 여행 기간은 8일 이상이어야 한다.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숙소들이 정해져 있는데, 대략 프랑스 전역에서 3600곳에 달한다. 2020년, 지원금은 가정당 최대 650유로였는데, 2023년의 경우에는 최대 550유로다.

출처 - <링크>
프랑스 정부에서 저소득층 관광 접근성 확대 정책을 펼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아동 및 청소년이다. 한 사회 구성원의 생활 양식과 가치관은 사회화 과정에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 정부의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프랑스는 아동의 여행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어릴 때부터 여행 문화를 형성하는 데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저소득층 아동 및 청소년의 관광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간단하게 소개해 보자. 우선은 유명한 콜로니 드 바캉스. 한국식으로 하자면 아동 및 청소년 대상의 여름 방학 캠프이다. 프랑스의 학생들은 여름에 2개월, 봄, 가을, 겨울에 드문드문 2개월가량 1년에 4개월간의 긴 방학 기간을 갖는다. 학생들의 4개월간의 교육 공백을 메우기 위해 프랑스에는 '콜로니 드 바캉스(Colonie de Vacances)'라는 일종의 방학 캠프가 있다.
방학 때 학생들을 캠프에 보내면 단체 생활과 새로운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처음에는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던 이 콜로니 드 바캉스는 1960년대 이후 모든 계층의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게 되었다. 현재 '콜로니 드 바캉스'를 주관하는 단체들은 청소년들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갖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는데 천문대 탐방, 돛배 타기, 승마, 인디언 캠프, 윈드서핑, 카누-소형 보트 타기, 암벽 타기, 자전거 타기 등이 있다. 여기에도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은 계속되어,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였다. 즉, 거의 무료로 캠프에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장 자크 상페의 유명한 소설 <꼬마 니꼴라>에도 주인공인 초등학교 저 학년생 니꼴라가 콜로니 드 바캉스를 떠나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장면들이 등장할 만큼, 아주 대중적이고도 범 계층적인 활동이라 하겠다.
그런데 2020년에는 기존의 콜로니 드 바캉스에 더하여 하나의 프로그램이 더 생겼다. 바로 ‘공부하는 캠프’ (Colos apprenantes). 코로나19가 한창일 당시, 온라인 학습을 실시했고, 이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격차를 벌려 놓았다. 온라인 학습에 부적합한 가정 환경에 처한 학생들의 학습권은 계속해서 침해당했던 것이다. 결국, 온라인 시대의 교육 부재에 대해 국가가 적절한 대안을 내어놓아야 했다. 2020년 프랑스 교육부에서 3-17세 사이의 아동 및 청소년 25만 명을 대상으로 ‘공부하는 캠프’를 운영하기로 하였다. 아동 및 청소년 한 명당 일주일에 최대 400유로를 지원하고, 총 일정의 80%를 정부가 지원하여, 아이들의 ‘학교 이탈’과 ‘학업 포기’를 막고자 한 것이다. 또한 지자체의 지원과 바캉스 수표 및 기존 정부 보조금과 연계하여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가 무료로 여름 캠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저소득층 청년에 대한 휴가 지원 프로그램도 있다. 18세에서 25세 사이의 프랑스 거주 학생이나 구직자 신분이고 저소득층이라면 국적에 관계 없이 최대 250유로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 국내나 유럽연합 국가로 떠날 수 있고, 여행 경비의 80%까지를 지원한다. 이에 따라 청년들이 여행 경험을 보다 다양하고 손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스키 여행의 경우에는 프랑스 바캉스 수표 기금이 수년 전부터 저소득층 청소년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문제 의식을 가지기 시작한 분야이다. 아웃도어 스포츠를 메인 이벤트로 하는 여행은 비용이 많이 든다. 특히 스키나 스노보드 등이 그렇다. 실제로 프랑스인의 8%만이 스키 여행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통과된 ‘산악 지역의 현대화 및 발전과 보존 법’에 따라 2020년 9월부터 여러 사회 계층 아동 및 청소년의 스키 여행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프랑스 전역에서 비용 절감을 이끌어 내는 것을 목표로 방학 캠프 운영 단체와 스키 교실 운영 단체, 스포츠 장비 생산 업체, 스키장 운영사 등의 협력을 위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Départ 18 :25 (출발 18 :25)’라는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스키 여행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편안하게, 떠나라
‘모두를 위한 바캉스’ 정책의 두 번째 줄기, 장애인의 관광 접근성 확대에 대한 이야기다. 영구적 혹은 일시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여행을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가족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시민이 휴가를 즐길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프랑스에서는 2001년부터 ‘관광과 장애’ (Tourisme et Handicap) 라벨 사업을 시작했다. 모든 종류의 장애를 크게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체장애 및 지적장애 총 네 가지로 분류하여 해당 장애를 지닌 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설에 ‘관광과 장애’ 라벨을 붙였다. 숙소, 관광 정보, 레저, 음식, 투어 등 다섯 가지 분류에 속하는 시설이 해당된다. 말하자면 일시적 및 영구적 장애를 지닌 이들도 원활히 관광을 할 수 있도록 시설을 조성하고, 그러한 시설을 정부가 인증하는 형태인 것이다.

‘관광과 장애’ 라벨
각종 관광 시설이 ‘관광과 장애’ 라벨을 획득하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1) 장애인 관광객을 포함한 신규 고객 유치
2) 국내, 유럽 및 국제 수준에서 경쟁 우위의 확보
3) 관광업의 선두 주자로서의 입지 확보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한 바캉스’라는 대의에 공감하는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음)
4) 영업장의 신뢰성과 품질에 대한 정부의 인정
5)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인식, 그로 인한 보다 효율적인 경영 (기업의 사회에 대한 헌신은 피고용인의 동기를 부여하는 강한 요소로 작용하며, 따라서 관광 및 장애인 라벨을 획득하는 것은 실질적인 경영 도구가 될 수 있음)
6) 장애인의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전문가의 지원 혜택 (라벨을 신청하면 우선 다양한 장애 유형에 대한 시설의 접근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가 평가 설문지를 받게 됨. 평가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 관련 부처 및 전문 협회의 지원을 받아 환경 개선을 진행할 수 있음).
이 라벨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체장애 및 지적장애 중 최소 두 종류의 장애를 위한 관광 상품을 제공해야 하고, 나머지 장애를 위한 상품도 지속 개발해야 한다. 또한 관광지나 활동 접근성뿐 아니라 일상생활 및 이동의 편리성까지 고려하여 부여되며, 한 번 라벨을 획득하면 5년간 이를 유지할 수 있다. 이후에는 별도로 신청하고 재심사가 이루어진다. 3년 전인 2020년 5월에는 프랑스 전역의 4,120개소에 ‘관광과 장애’ 라벨이 부여되었다.
또한 장애인의 관광 접근성 확대를 위하여 프랑스 정부는 2013년부터 ‘관광과 장애’ 라벨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 모두를 위한 여행지 » (Destination pour tous) 라벨 사업을 시행하였다. ‘관광과 장애’ 라벨 사업이 관광을 위한 시설을 대상으로 한다면, ‘모두를 위한 여행지’ 사업은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말하자면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체장애 및 지적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적합한 관광 및 여가 활동을 제공하는 지역에 라벨을 붙이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관광과 장애’ 라벨과 마찬가지로 라벨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네 종류의 장애 중 최소 두 종류의 장애를 위한 관광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나머지 장애를 위한 상품도 지속 개발해야 한다. 관광지나 활동 접근성 뿐 아니라 일상 생활 및 이동의 편리성까지 고려하여 부여되며, 한 번 라벨을 획득하면 5년간 이를 유지할 수 있다.
이 라벨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의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 지역의 관광 인프라 구축이다. 우선 관광과 레저 및 휴양 시설과 프로그램이 다수 갖추어져 있어야 하고, 장애인의 일상을 위한 서비스 역시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둘째, 관광 인프라 운영 방식도 장애인의 이용에 적합해야 하고, 지역 주민의 장애인에 대한 감수성 역시 높아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 장애인의 관광 접근성 역시 높아야 한다. 장애인 관광 접근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교통 수단 접근성, 도보 접근성, 가이드 및 위생과 사회적 의료 부문의 인적 지원, 그리고 기타 장애인 관광 인프라 및 서비스 정도로 나뉜다. 2020년에는 아미앵 (Amiens), 발라뤽 레 뱅 (Balaruc-les-Bains), 보르도 (Bordeaux), 콜롱비에 및 레스피냥 (Colombiers, Lespignan), 그랑 닥스 (Grand Dax), 모기오 카르농 (Mauguio-Carnon) 등 6개 지자체에 해당 라벨이 부여되었고, 2023년 현재에는 2개 지자체가 더 포함되어 총 8개 지자체가 ‘모두를 위한 관광지’ 라벨을 획득했다. 그중 가장 모범 사례로 꼽히는 도시는 아미앵이다.

‘모두를 위한 여행지‘ 로고
정책이 삶에 미치는 영향
아미앵은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소도시로, 파리에서 150킬로 정도 떨어져 있다. 일반 열차로 파리에서 1시간가량 걸린다. 50제곱 킬로미터가 채 안 되는 면적에 2020년 기준으로 인구 13만 5천. 대략 서울 종로구 두 배 면적에 비슷한 인구가 산다. 아미앙 시에서도 가장 인구 유동성이 높은 지역, 즉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시내는 총 9km에 이른다.

아미앵 대성당
이 구역에는 지체장애 및 시각장애를 지닌 이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휠체어가 다니기에 적합한 도로 정비, 횡단보도 신호등의 음성 신호 등이 대표적이다. 모든 시설은 설치 후에도 그 적합성을 검증하기 위하여 여러 공적 위원회의 심사를 거쳤다. 지속적으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관광 표지판의 경우, 지적 장애인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픽토그램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만들었다. 이 9km 구역에 위치한 여러 숙소 중 7개는 지체장애에, 또 다른 7개 숙소는 시각장애에 합당하다는 ‘관광과 장애’ 라벨을 획득한 곳들이다. 이 구역을 벗어나면 인접 지역에 16개, 조금 더 먼 곳에 29개소의 ‘관광과 장애’ 라벨 보유 숙소들이 존재한다. 또한 도심에서 먼 곳이라 하더라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별도의 교통편을 이용하여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숙소뿐만 아니라 여러 관광 편의시설 및 관광지가 ‘관광과 장애’ 라벨을 보유하고 있다. 관광안내소는 당연하고, 아미앵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피카르디 지역 역사박물관과 쥘 베른 박물관 (La Maison de Jules Verne) 역시 네 가지 종류의 ‘관광과 장애’ 라벨을 모두 획득하였다. 그중 쥘 베른 박물관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작가, <80일간의 세계 일주>, <해저 2만 리>로 유명한, 과학 소설 분야를 개척한 작가인 쥘 베른이 1882년부터 1900년까지 살았던 집에 자리하고 있다. 이 박물관에서는 수어로 하는 가이드 투어가 상시 진행 중이며, 또한 아미앵시의 대표적인 체육시설인 수영장, 스케이트 링크도 여러 장애를 고려한 활동들을 제공하고 있다. 관광의 백미는 쇼핑. 아미앵시의 쇼핑 장소 70곳 역시 여러 장애를 고려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쥘 베른 박물관
출처 - <링크>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아미앵시의 관광지로서의 입지는 전에 없이 견고해졌다. 2022년, 아미앵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하여 엄청난 성장을 했다. 뤼미에르 행사로 유명한 크로마 축제에는 2019년보다 20% 많은 총 18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갔고, 쥘 베른 박물관은 5만5천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이는 2019년보다 80% 많은 수치이고, 박물관이 유료 관람임을 감안하면 더 의미 있는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박물관 역사상 이 정도의 관람객 숫자는 전에 없던 것이라고. 이외에도 모든 행사와 모든 관광지를 방문하는 이들의 숫자가 굉장히 늘었다. 앞에서 언급한 ‘현지 관광’ 유행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아미앵시가 ‘모두를 위한 관광지’를 만들기 위해 기울인 노력의 결과임에는 틀림 없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모두를 위한 관광지’ 라벨을 아직 획득하지 못한 지역에서도 장애인의 활동을 감안한 프로그램들이 풍부해지고 있다. 프랑스 남부의 옥시타니 주는 툴루즈를 중심 도시로 하고, 스페인, 안도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이다. 옥시타니 주에서는 2023년 7월 현재, 총 660종의 액티비티를 제공하고 있다. 스파나 마사지 등의 웰빙, 견학 및 가이드 투어, 테마파크, 문화 유적 및 박물관, 스포츠 및 야외 활동, 농장이나 와이너리 등 체험 활동 등 풍부하다. 가장 수가 많은 것은 스포츠 및 야외 활동으로, 자전거, 유람선, 패러글라이딩, 카누 및 패들, 등산 등 총 280종에 달한다. 이 중에는 ‘모두를 위한 관광’의 일환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활동도 아주 많다. 장애 유형별로 지체 장애를 지닌 이들에게도 적합한 활동 305개, 지적 장애 413개, 시각 장애 341개, 청각 장애 411개. 네 개 장애 모두에 적합한 활동은 192개다. 대부분은 도심 관광이나 박물관, 유람선, 헬리콥터 등을 이용한 관람, 와이너리 관람 및 와인 시음, 온천 등이지만, 그중에는 카누를 타고 하는 보물찾기라던가 래프팅과 같은, 보다 적극적인 액티비티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장애인의 관광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설 구축, 활동 프로그램 마련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당연히 존재한다. 이미 앞서 소개한 여러 휴가비 지원책에 더하여, 2020년부터 프랑스 각 지자체의 장애인복지센터 (Maisons départementales des personnes handicapées, MDPH)와 장애보상수당기금 (Prestation de Compensation du Handicap, pCH)이 협력하여 장애인의 바캉스 계획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하여 2022년 시행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장애인 본인의 바캉스뿐만 아니라 동행하는 보호자를 위한 지원금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장애인의 여행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치료 및 간호다. 2020년까지는 장애인이 자신의 거주지가 속한 지자체 내에서만 치료 및 간호에 대한 경제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나, 이후 실시된 장애인 바캉스 지원 계획에 따라 현재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동일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잘 쉬고 있는가
‘모두를 위한 휴가’를 실현하기 프랑스 정부는 지속적으로 보다 세심한, 그러면서도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3년 현재, 프랑스 바캉스 수표 기금은 지원 사업 사업계획서를 받고 있다.
1) 가정폭력 피해자로서의 여성들을 위한 휴가
2) 보호 대상 아동 및 청소년들을 위한 휴가
3) 장애인 노동을 위한 사회 의료 시설(ESAT) 노동자 (장애인)들을 위한 휴가
4) 저소득층 밀접 구역 거주 16-25세 청소년을 위한 휴가
5) 노인과 노인 돌봄 노동 종사자를 위한 휴가
이렇게 크게 다섯 가지 테마이다. 이 다섯 테마는 올해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사업이 진행되어 오고 있다. 다만 프랑스 정부가 올해부터 이 다섯 개 부문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것이다. 정말 전방위적이다.
물론 어떤 정책이든 완벽한 정책은 없고, 그 정책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이들이 있을 수 있고, 또한 그 정책에서 소외되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즉 좋아 보이는 정책이기는 하지만 한국이 바로 똑같이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부러운 건 사실이다.
<한겨레>의 2023년 7월 23일 기사에 따르면, 여름휴가를 떠나기를 포기하거나 유보한 직장인이 61.9% 에 달한다.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3%가 올여름 휴가를 떠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여유 없음. 한국 정부가 ‘근로자 휴가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사실 역부족이다. 그런데 지구 반대편의 어떤 나라에서는 ‘경제적 여유 없음’이 휴가를 떠나는 데에 있어 엄청나게 큰 방해 요인이 되지 않기도 하다. ‘모두를 위한 휴가’가 당연한 권리이고, 이를 위하여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즉, ‘경제적 여유 없음’은 사회의 의지로 극복할 수도 있는 사유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로서의 유급휴가가 정착되었다고 말하기는 아직 힘들 것 같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에서 처음으로 유급휴일에 대한 규정이 입안되었음을 감안하면, 한국의 유급휴가의 역사는 아직 짧다.
언젠가, 하지만 하루빨리 ‘모두가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한국이 찾아오기를.

출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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