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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 시장과 TBS 새 이사장 박노황.

출처 - (링크)

 

TBS에서 소송을 예고했다. 소송 청구 대상은 TBS 전 대표 이강택과 딴지 그룹 총수 김어준. 총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다. 김어준 총수와 관련해 TBS가 제시한 소송 근거는 이렇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방송에서 언급함. TBS가 법정 제재를 받음.

 

진행자가 편파적으로 방송을 진행함. TBS 지원 조례가 폐지되고, 전년 대비 88억 원의 출연금이 삭감됨.

 

즉, 이 모든 게 “김어준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 박노황 TBS 사장은 정성스럽게 보도자료까지 냈다. 너 때문에 서울시에서 지원을 못 받게 되었다고. 그러니 당신이 책임지라고. 이 일련의 사건을 뒤집어 쓸 사람을 물색 중이다.

 

또 하나. 김어준 총수가 딴지 사옥에 “망명 정부”를 수립하면서 지은 이름,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 공장>에서 “뉴스 공장”이란 단어를 문제 삼았다. TBS의 기존 프로그램명과 유사해, 시청자들에게 혼동을 일으킨다. 그래서 TBS의 이미지가 훼손되었다는 논리다. 그렇게 뉴스 공장 상표권과 관련해서도, 권리 침해 금지 및 손해 배상을 청구할 것이라 밝혔다.

 

그렇다면, 이강택 전 대표의 책임은 뭘까.

 

권한 남용 및 배임 행위

 

이 역시 김어준과 관련이 있다. 그의 출연료를 문제 삼는다. '김어준은 지역 공영 방송 통상 수준의 3배에 달하는 출연료'를 받았다. 또한 '프로그램 공정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떠한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그래서 TBS의 “존립”을 위협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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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종영 전, 마지막으로 조사한 라디오 청취율은 13.1%. 한국 예능, 음악, 시사, 교양 등을 모두 포함한, 전체 라디오 프로그램 중 청취율 1위였다. 2018년부터 종영 전까지, 20분기 연속 라디오 청취율 종합 1위를 달성한다. 김어준이 TBS 존립을 위협했다는 주장, 잘못되었다. 수치로 증명할 수 있다. 오히려, TBS는 떠나는 김어준에게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게다.

 

“너 가고 우리는 이제 Jot대따.”

 

누가 봐도 김어준 괴롭히기. 현 정권 입맛에 맞춘 소송이다. 법전을 잠깐만 들춰봐도 알 수 있다. TBS의 소송은 말이 안 된다는 걸. 그래서 준비했다. 

 

오세훈과 그 아이들을 위한, 송무 첨삭 지도.

 

김어준을 잡아라

 

박노황 이사장의 취임 이후, 그의 첫 일성. “김어준을 잡아라”가 성공하려면, 먼저 소 자체가 성립되어야 한다. 과연 이길 수 있는 소송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택도 없다. TBS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자. 진행자 김어준의 방송 진행 방식 때문에, TBS의 위상이 저해되었다고 한다. “위상 저하”를 법리적으로 규정하면, “명예훼손”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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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김어준의 <뉴스공장> 생방송 장면

출처 - <TBS>

 

라디오 전성기가 끝난 지금. 사람들은 듣는 것보다 보는 걸 선호한다. 굳이 듣는다면, 라디오보다 음악, 팟캐스트를 선택한다. 운전자들은 자동차와 휴대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한다. 일단 라디오는 뒷선으로 밀려났다는 뜻이다. 물론, 라디오 청취자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전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시대에, 가정집에서 아침 7시가 되면 라디오를 튼다. 서울 기준 주파수 95.1을 맞춘다. 지방 거주자들은 유튜브로 TBS에 접속한다. 그리고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들었다. 서울 시민의 아침 루틴같은 것이 되었다.

 

시사를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출연진도 빵빵했다.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등장해 진행자와 독특한 케미를 보였다. TBS 유튜브 채널 구독자 중 많은 사람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듣기 위해 ‘구독’ 버튼을 눌렀다. 

 

덕분에 TBS의 위상은 올라갔다. 그전까지는 일반 가정집에서 교통방송을 들을 일이 없었다. 김어준이 TBS에서 방송을 시작하면서, TBS는 비로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대중에게. 그런데 TBS에서는 지금, 김어준 “때문에” 회사의 위상이 떨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김어준 때문에 VS 덕분에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 통상적으로 형법상 배임죄나 횡령죄 성립 여부를 따져야 한다. 이렇게 회사의 위상이나 이미지 훼손 여부를 따지는 게 아니다.

 

이런 판례가 있다. 국정원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었다. 국가가 명예 훼손 소송의 원고로 참석한 첫 번째 사건이었다. 국정원은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국정원의 패소. 2012년, 대법원은 사건을 기각한다.

 

사건은 박원순 시장의 발언에서 시작된다. 2009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국가정보원이 시민단체와 관계를 맺는 기업까지 전부 조사해 시민단체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연중에 사찰 의혹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박 전 시장이 허위 사실로 국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반발한다. 그리고 2억원 배상 소송을 낸다.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문을 보자.

 

“국가는 언론매체나 제보자의 명예훼손 행위가 감시, 비판, 견제라는 정당한 활동의 범위를 벗어나,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 평가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현실적인 악의에 대한 증명 책임은 피해자인 국가에 있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김어준으로 인해, 혹은 이강택 전 대표의 기용 실수로 TBS 위상이 하락했다고 하자. 그럼, 피고에게 위상을 떨어뜨리려는 악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그 입증 책임은 현 TBS 대표 박노황에게 있다는 것.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긴 하다. 법원에서 이상한 법리로 원고의 소송을 받아들이는 경우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중, 대법원장 상당수와 대통령 몫 헌법재판소장 6명이 전원 교체된다. 사법부는 소수자와 약자 보호, 사회 정의 구현의 마지막 보루다. 이를 실현해야 하는 이들의 인사권자가 윤석열 대통령이라니, 심히 걱정되는 바다. 어쩌면, 이 가능성만을 보고, 박노황 사장은 이 소송에 뛰어들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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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모습

출처 - (링크)

 

TBS의 보도자료를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김어준이 뉴스 공장을 진행하면서 받은 제재가 많았다. 방송언어, 품위유지, 범죄 및 약물 묘사, 명예훼손금지 , 인권침해 제한 등 출연자로서 기본 소양을 지키지 못했다.

 

김어준의 방송 진행과 그 내용은, 소송 원고인 TBS가 방송 주체로서 통제하던 것이다. 즉, 사장의 관리 감독하에 방송 내용이 다뤄진 것. 그걸 가지고 후임 사장이 “위상”을 운운하는 건, 오히려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다.

 

김어준에게 고액 출연료를 지급한 이강택 전 사장의 행위는 “배임”이라고 주장한다. 김어준에게 지급된 “고액의 출연료”가 배임 행위가 되려면, 이것과 비교해 봐야 한다.

 

"김어준이 TBS에 벌어 준 수입"

 

김어준의 출연료는 회당 200만 원으로 알려져 있다. 많이 잡아봐야 월 5,000만 원이 안 된다. 일반인이 보기엔, 큰 금액 같아 보인다. 하지만, 김어준이 뉴스 공장을 진행하면서 얻어낸 협찬비, 미디어 광고비를 보자. 무려 연간 70억이다. 김어준의 출연료는, 김어준이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해' 창출한 수익의 10%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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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간과해서는 안 되는 또 하나가 있다. 이건 수치가 아닌, 인정의 범주다.

 

매일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방송을 풀로 뛰는 일. 쉽지 않다. 매일 2시간, 휴가 없이 생방송을 진행하는 부담감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그것도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 사회 이슈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마이크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두 시간일 뿐이다. 온에어 사인이 꺼지면, 다음 방송 준비를 위한 시간을 보낸다.

 

즉, 잠자는 시간 빼고는 노동 상태를 지속한다는 것.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회당 200만 원(처음부터 그런 것도 아닌 걸로 알고 있다). 그다지 큰 금액이 아니다.

 

박노황의 VIP 헌정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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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겸손은 힘들다 백스테이지 : 사장님이 돌아왔다 (링크)>

 

TBS를 나온 김어준. 딴지 사옥에서 방송을 시작한다. <뉴스 공장>을 그만두고, <겸손은 힘들다 뉴스 공장>이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을 한다. TBS 관점에서, 이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위반은 아니다. 위반이 되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명확하게 따져봐야 한다.

 

1. TBS에서 <뉴스 공장>에 대한 상표권을 등록했는가

 

2. TBS의 <뉴스 공장>이라는 상표가 김어준 이전에도 있었는가

 

3. TBS가 <뉴스 공장>이라는 상표를 만들 때, 김어준의 관여가 전혀 없었는가

 

4. 김어준이 TBS 방송을 그만둘 때, <뉴스 공장> 명칭을 다른 곳에서 사용하지 못한다는 계약이 있었는가

 

5. <뉴스 공장>이 TBS만이 특유한 상표인가

 

아이러니하다. 앞에서는 김어준의 <뉴스 공장>때문에 TBS의 가치 평판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는, <뉴스 공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손해를 끼쳤다고 말한다. 법리적으로 “금반언의 원칙” 위반이다.

 

김어준 때문에, 서울시가 지원을 끊게 되었고, 출연금이 삭감되었다고 한다. 이런 주장을 하려면, 'TBS 존폐위기'와 '<뉴스 공장> 방송 내용의 문제점' 사이에 상당한 인과 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경영적으로도 김어준은 TBS에 도움이 되었다. 수익 창출에 대한 기여도가 절대적으로 크다. 존폐 위기와 연결 짓기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또한 국민의 힘이 아닌,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이 당선되었어도 TBS 지원금이 삭감되었어야 한다. 사실, TBS의 위기는, 서울시장의 교체에서 비롯되었다. 오세훈 시장의 입맛에 맞게 TBS “개혁”을 시도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위 기사는 저명한 법학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구성되었다. 대화 막바지, 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TBS의 위기, 김어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한 법학자가 답한다.

 

“이 소송의 목적은 승소가 아닙니다. 당사자를 괴롭힘으로써, 우리도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제스처 같은 거죠.”

 

TBS 사장은 지금, 현 정부의 수장에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어준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우리도 뭔가를 하고 있다고. 주인 앞에서 배 깐 강아지처럼, 여기도 한 번 돌아봐달라고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