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사 |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많은 정보와 기사가 있다. 전체적인 내용을 정리한 기사는 보기 힘들다. 중요한 문제임에도 말이다. 그런 이유로 본 연재를 쓰게 됐다. 최대한 많은 독자들이 보고, 최대한 널리 퍼뜨려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난 기사에서 독자 한 분이 질문을 주셨다. 닉네임 ‘기후위기가곧기후재앙’님. 닉네임도 내 생각과 일치하지만, 질문 내용도 의미 있어 본 기사에서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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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질문처럼, 망가진 후쿠시마 원전에 냉각수를 투입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Q. 현재 후쿠시마 원전에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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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FOE-Japan>
후쿠시마 원전 전체를 간단히 나타낸 그림이다. 우선 그림에서 초록색 네모칸으로 표시된 원자로 부분만 떼어 보자.
원자로 모형도
출처-<JAEA>
초록색 부분만 나타낸 그림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다. 정상 원자로에서는 핵연료가 내뿜는 방사성 물질이 압력용기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압력용기가 단단하게 내부와 외부를 차단한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자로는 사고 당시 파괴되어 제 역할을 전혀 못 한다.
현재 후쿠시마 원자로 내, 핵연료(880톤 이상)는 크게 두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1. (밖으로 노출된) 압력용기 내부
2. 콘크리트 바닥
콘크리트 바닥에 위치한 핵연료는,
①원래 압력용기 안에 있었다가 후쿠시마 사고가 나면서 부서진 압력용기에서 떨어진 핵연료
②사고 당시 (전력이 끊겨) 냉각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음 → 핵연료 온도가 계속 올랐음 → 핵연료가 녹았음(멜트다운) → 액체화된 핵연료가 압력용기를 녹이면서 뚫림(멜트스루) → 뚫린 곳으로 핵연료가 떨어졌음 → 콘크리트 바닥에 착지 → 이후 냉각수 공급되며 굳은 핵연료
가 있다.
콘크리트 바닥은 후쿠시마 사고 당시 여러 충격으로 인해 1미터 이상 벌어진 균열이 있다고 한다. 그 균열 사이로 핵연료가 내뿜는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로 직접 전달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밑 지하수가 오염되는 이유다.
(지하수는 하루에 140~300톤 정도가 바다로 나간다고 알려져 있다. 정확한 양 측정은 힘든 상태라 여러 양이 주장되고 있다.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말하는 양은 하루 약 140톤. 그러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가 받은 제보에 따르면, 1천 톤 이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엄청난 양이 매일 바다로 나가고 있다)
초록색 화살표 방향으로 지하수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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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원자로 내부 모습
출처-<한국일보>
그나마 이 정도라도 유지하는 건 현재 냉각수가 공급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질문처럼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1. 핵연료의 온도가 계속 올라 녹을 것이다(멜트다운).
2. 지금 압력용기에 있는 핵연료도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질 것이다(멜트스루). 원래 콘크리트 바닥에 있던 핵연료는 그 상태에서 계속 온도가 오를 테고.
3. 핵연료가 떨어지는 충격으로 콘크리트 바닥은 더 균열이 갈 것이다.
4. 그러면 그 밑의 지하수로 내뿜어지는 방사성 물질이 더 늘어날 것이다.
5. 핵연료의 온도는 3 ~ 4000℃ 이상 오를 텐데, 800℃ 쯤 되면 핵연료와 맞닿아 있는 지하수가 수소와 산소로 물분해될 것이다.
6. 수소는 가벼우니 위로 올라갈 것이다.
7. 올라온 수소는 높은 온도의 핵연료와 만나게 될 것이다.
8. 수소는 가연성이 높아 폭발의 위험성이 크다. 펑! 하고 폭발할 것이다.
폭발이 일어나면 원전이 더 파괴되어 방사성 물질을 내뿜는 핵연료들이 완전한 외부로 노출될 수 있다. 핵연료가 지하수 등, 물과 더 만나게 되며 핵분열이 발생할 수도 있다(이유는 지난 기사 참조(링크)). 그야말로 진짜 ‘헬게이트’ 열리는 거다.
누군가 이런 반문을 할 수도 있다.
“도쿄전력이 지하수가 바다로 가지 못하게 차수벽을 설치했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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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차수벽을 설치하긴 했다. 그러나 콘크리트로 된 튼튼한 벽이 아니다. 어처구니없지만, 흙을 얼려서 만든 차수벽이다. 흙으로 만든 벽이 지하수를 완벽히 막을 수 있을까? 파손되지 않을까? 이미 차수벽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겼다는 사례가 있다. 차수벽은 별 소용이 없다. 위 그림 1번 위치에 있는 지하수는 2번 위치로 지금도 흘러가고 있다.
2022년 1월 28일 MBC 뉴스
지난 8월 24일 오후 1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할 때,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노랗게 경계가 생기는 현상을 목격했을 것이다. 그게 그동안 무너져 쌓여있던 차수벽의 진흙이 오염수 흐름에 따라 퍼지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윤 정부의 국무조정실은 차수벽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오염수 방류와 연계할 사안은 아니다’라고만 발언했다.
출처-<아티브뉴스>
독자 질문 답변 끝!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6. 과학적으로 ‘안전한’ 방사능 기준치는 없다
윤석열 정부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말할 때, 꼭 하는 말이 있다.
(안전 혹은 음용) 기준치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말하듯 ‘알프스(ALPS, 다핵종제거설비)’라는 필터를 거치면 핵 오염수 속 방사성 물질이 안전 기준치 이하로 걸러진다는 것이다. 알프스로 정화되지 않는 삼중수소는 바닷물로 희석하여 기준치 이하로 만든다고 한다. 한마디로 ‘건강 걱정은 할 필요 없다’라는 것.
그러나 방사능에 관한 ‘기준치’라는 건, 그거라도 지키자는 ‘최소한의 의미’이지 기준치만 충족하면 ‘만사OK’라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는 과학이 발전된 현대 사회에 살고 있다. 자연적으로 나오는 자연 방사선 외에 많은 인공 방사선을 맞으며 살아간다. 원자력 발전, X-ray, CT, (상품의 성능 및 상태를 확인하는) 비파괴검사 등에서 나오는 각종 (인공) 방사선이 그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나오는 정도의 방사선량에는 피폭(노출)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건 우리가 현대 과학의 큰 혜택을 누리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닥치는 대로 방사선을 맞을 순 없다. 건강 이상으로 죽을 테니까.
이런 이유로 인간 사회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냈다.
“(인공) 방사선을 완벽히 피할 순 없다. 그러나 우리 건강을 위해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준 수치를 정해놓자. 그 이상 방사선량에는 피폭(노출)되지 말자.”
이것이 방사능에 대한 ‘기준치’라는 개념이다.
‘과학의 혜택이라는 큰 장점을 포기할 순 없으나 최소한 이 이상 방사선량에 노출되지는 말자’라는 그야말로 ‘최소한의 안전 기준’인 것이다. 이 정도라도 지키면서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위험성을 줄이자는 것이다. 이것만 지키면 만사OK라는 게 아니다.
(참고로, 방사선은 방사성 물질에서 내뿜어지는 입자선 혹은 전자기파를 말하고, 방사능은 방사선을 내뿜는 능력을 의미한다. 본 기사에서는 이 둘을 동일한 의미로 두고 읽어도 이해하는 데는 전혀 지장 없을 것이다)
방사선량에 대해선 이미 1977년 국제적으로 제정된 ‘알랄라(ALARA) 원칙’이 있다.
‘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우리가 합리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방사선량을 줄여야 한다)
방사선량은 ‘기준치 이하’가 아니라,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 왜냐, 과학적으로 안전한 방사선량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지지하는 미국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미국엔 환경보호청(EPA)이란 곳이 있다. 우리나라의 환경부 역할을 하는 미국의 독립 행정기관이다. 이곳에서 하는 일 중 하나가 미국 시민들에게 방사능에 대한 위험을 알리는 것이다.
여기서 만들어 배포한 자료를 한번 보자.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 발간한
‘방사능 위험에 대한 자료’
위 두 번째 사진 3번을 보면, 다음 내용이 있다.
질문
How much radiation is safe?
(안전한 방사선량은 어느 정도입니까?)
답변
• There is no known safe amount of radiation.
- The current body of scientific knowledge tells us this.
(과학적으로 안전한 방사선량은 없습니다.)
• We always assume that less radiation is better.
(방사선량은 적을수록 좋습니다.)
이것이 과학적 사실이다. 그런데 현재 윤석열 정부는 ‘과학적’ 팩트를 무시한 채 반론을 제기하는 국민들을 ‘비과학적’인 우매한 민중들로 치부할 뿐이니, 암담하기만 하다.
더욱 기가 막힌 일이 있었다. 한덕수 총리를 향해 국회 대정부 질문을 할 때였다.
“총리께서도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셔도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완전히 과학적으로 처리가 된 거라면... 세계보건기구(WHO)의 (삼중수소) 음용 기준이 1만 베크렐(방사능 단위)입니다. 그 기준에 맞다면, 저는 마실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국회 대정부 질문
한 국가의 총리라는 사람이 기준치에만 맞으면, 전혀 문제없다는 식의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해선 안 되는 것이다(자세히 따지고 들어가면, 정말 기준치에 맞는 것도 아니지만, 그 부분은 여기선 그냥 넘어가겠다).
지금은 제대로 된 폐로 계획도 없어서 오염수 방류가 언제 끝날지 기약 없는 상황이다. 2,000개 이상의 방사성 핵종이 계속 나오고 있다. 사람 몸에서 이상증세를 나타내는 방사선량은 사람마다 다르다. 실제 방사선량이 기준치 아래라 하더라도 여러 방사성 핵종이 사람 몸에서 어떻게 합동하여 질병을 유발할지도 계산할 수 없다. CT, X-ray, 비파괴검사 등처럼 얻게 되는 혜택이 커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오염수 방류로 우리가 얻는 건 피해밖에 없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실제 그렇지도 않지만) 기준치를 충족한다고 해도, CT나 X-ray 등처럼 우리에게 이득을 안겨주는 어떤 점도 없는 오염수 방류를 찬성할 이유가 전혀 없다.
2. 방사능에 대한 안전한 기준치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기준치에만 맞으면, 안전하다고 하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계속>
이어지는 후속 기사에선
-삼중수소, 정말 괜찮은 것인지
-후쿠시마랑 먼 곳이 더 위험할 수 있는 이유
-일본이 오염수를 꼭 방류해야만 했던 것인지
-폐로는 정말 가능한지
-윤석열 정부의 대응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오염수 방류가 계속 되면 어떤 영향이 예측되는지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에 대해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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