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사
10. 인간 vs AI의 전초전, 할리우드 쌍파업 썰 :
12. 할리우드 배우가 까발리는 넷플릭스 출연료 실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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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재를 꾸준히 읽어주신 독자분이라면 할리우드가 총파업 중이라는 사실을 지겹도록 들었을 것이다. 할리우드 작가조합은 5월 1일부터, 배우조합은 7월 14일부터 영화제작을 거부하고 있다.
우리는 할리우드 배우라 하면 보통 수백, 수천만 달러 출연료와 화려한 생활을 떠올린다. 그러나 톱배우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배우는 생각보다 많이 벌지 못한다. 지난 기사(링크)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사실이다.
할리우드나 충무로나 무명 배우들은 배고프고 서럽다. 안 그래도 힘든데, 파업으로 일까지 못 하고 있으니 할리우드 무명 배우들은 더욱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 그래서 청소 알바 등 각종 알바를 뛰면서 파업 시위를 하고 있다(지난 기사(링크)).
그런데, 이 더운 날씨에 이렇게 파업 시위를 하고 있는 무명 배우들 사이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출처-<HueroJack 트위터>
“이런 띠바! 벤 에플렉은 도대체 어디 있냐?”
즉, 할리우드 ‘톱스타’들은 어디에 갔냐는 것. 사실 할리우드 시위대에서 톰 크루즈, 벤 에플렉, 맷 데이먼, 브래드 피트, 조지 클루니 등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파업 대열에서 사라진 것이다.
지금 영화 상영 중인 ‘바비’, ‘오펜하이머’, ‘미션 임파서블’의 배우들도 파업 규정에 따라 영화 촬영 및 홍보활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활동을 중단했을 뿐, 시위 대열에 대다수 주연 배우들은 직접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할리우드 톱배우들은 뭐 하고 있나
출처-<게티 이미지>
브래드 피트, 앤드류 가필드, 아리아나 그란데(가수이자 배우)는 한가롭게 영국에서 윔블던을 보고 계셨다.
그렇다면, 얼굴 안 내비치는 다른 할리우드 스타들은 뭘 하고 계시느냐?
파업 중 열심히 성형 수술하느라 바쁘다. 할리우드 성형수술병원에 따르면, 파업 직후 성형수술 예약이 30%가 늘었다고 한다. 성형수술 전문의 캐서린 장 박사는 ‘배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이렇게 오랜 기간 스케줄이 없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배우들은 이 시간에 개인적인 걸 하고 싶어한답니다. 특히 안면거상술, 주름 제거 등 회복 기간이 오래 걸리는 수술 문의가 많습니다. 파업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배우들은 최대한 빨리 수술받고 싶어 합니다.”
전직 배우, 현직 고귀한 왕족도 파업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해리 왕자와 결혼한 ‘서섹스 공작부인’ 메간 마클이 그 좋은 예다.
출처-미드<슈츠>
메간 마클은 해리 왕자와 결혼하기 전 미드 ‘슈츠’ 등에 출연했고, 당연히 배우조합 노조원 자격을 갖고 있다. 그는 2021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나는 노조가 필요하다”고 고백한 적도 있다. 그는 영국 왕실에서 시집살이하면서 구박당한 일을 털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출처-<오프라 쇼>
“내가 과거에 하던 일(배우)에는 최소한 노조가 있었다. 적어도 노조는 날 지켜줬다.”
배우조합도 메간 마클을 응원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우리는 메간을 지지합니다. 모든 사람은 노조의 보호를 필요로 합니다.”
이렇게 배우노조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 메간 마클인데, 정작 올해 배우조합 파업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조차 안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다큐멘터리 해리와 메간
출처-<넷플릭스>
“메간 마클이 2020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해리와 메간’에 독점 출연하고 출연료 1억 달러를 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배우 노조의 ‘주적’은 넷플릭스인데, 메간 마클이 넷플릭스에게 거액을 받고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넷플릭스는 올해에도 해리, 메간 마클과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우리(넷플릭스)와 그들(해리 부부)의 멋진 여행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아, 참! 파업 선언 하루 이틀을 앞둔 중대한 시점에 돌체 앤 가바나 스폰를 받아 이탈리아에서 킴 카다시안하고 사진을 찍으신 배우조합 노조위원장 프랜 드레셔도 빼놓을 수 없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프랜 드레셔
출처-<킴 카다시안 인스타그램>
왜 할리우드 A급 톱스타들은 파업을 나 몰라라 할까
1. A급 톱스타들은 돈에 묶여 있다.
돈 때문이다. A급 톱스타들은 단순한 배우가 아니라, 제작자 그 자체이다. 한국이나 할리우드나 마찬가지지만, 톱스타 1명이 출연하면 제작비 투자 규모가 팍팍 올라간다. 톱배우들은 제작자와 금전적 이득을 공유한다는 뜻이다.
톰 크루즈나 마고 로비는 ‘미션 임파서블’과 ‘바비’에서 주연뿐 아니라 아예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한마디로 자기가 출연하고 제작한 영화를 망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파업 시위에 참여하는 게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다. 파업 직전에 톰 크루즈가 배우조합-제작자협회 사이에 중재역으로 나선 것도 이런 이유였다. (톰 크루즈의 파업 중재 관련 내용은 이전 기사를 참조하시라)
둘째, A급 톱스타들이 시위에 나서면 오히려 역효과다
톱배우들이 시위 대열에 서면 오히려 파업 취지를 왜곡할 수 있다는 취지다. 배고픈 무명 배우들이 “출연료를 인상해달라”고 외치는데, 수백, 수천만 달러를 받은 배우들이 같이 동참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배우조합원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링크).
“우리 배우들은 이미 편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배우들은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이잖아.’ 그런 스타들은 이미 출연료 인상이나 계약조건 갱신이 필요 없죠. 만약 리즈 위더스푼이나 제니퍼 애니스턴이 시위하러 나오면 마치 ‘배부른 부자’처럼 보일 겁니다.”
출처-<금발이 너무해 보도자료>
하긴 리즈 위더스푼이 이런 모습으로 출연료 인상 시위에 나오면, 전혀 설득력이 없어 보일 것 같긴 하다.
다른 할리우드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할리우드 톱배우들은 외출할 때마다 계약에 따라 메이크업과 복장을 갖춰야 합니다. 그들은 밖에 나설 때마다 언론의 취재 경쟁 대상이 되기 때문이죠. 파업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인데, 레드카펫 복장을 하고 나섰다간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셋째, A급 톱스타들은 각개전투를 할 수 있다.
할리우드 A급 톱스타들은 직접 시위에 나서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지명도와 영향력을 통해 각개전투로 여론전에 나서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몇몇 톱스타들은 언론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파업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조셉 고든 레빗은 파업 직후인 지난 7월 26일 워싱턴포스트에 다음과 같은 글을 게재했다(링크).
「제목 : AI가 우리 작품을 쓴다면, 우리는 돈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 배우와 작가들은 이른바 인공지능(AI)에 의해 일자리를 위협받는 첫 사례가 될 것입니다. 거대 테크놀로지 기업들, 엔터테인먼트 거대기업, 그리고 이윤을 추구하는 거대기업들은 이렇게 주장할 것입니다. AI는 ‘트레이닝 데이터’를 통해 아주 적은 비용으로 인간의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고요.
하지만 ‘트레이닝 데이터’로 사용되는 인간의 작업에 따른 비용은 어떻게 됩니까? ‘생성형 인공지능 AI’는 이전 작품의 데이터 없이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트레이닝 데이터는 누가 생산하는데요? 바로 우리 인간입니다.
따라서 우리 인간들은 보상을 받아야 합니다.
이런 상황은 배우들뿐 아니라 의사, 엔지니어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AI는 인간의 작업을 아직 대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곧 대체할 가능성이 있죠. 그리고 AI에게 일자리를 뺏기는 사람은 바로 AI를 위해 트레이닝 데이터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데이터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형태의 보상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데이터를 생성하는 작가, 배우, 카메라 감독, 의상담당, 음향기술자들은 정작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갖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데이터 저작권은 바로 거대 영화 제작사가 갖고 있죠. 이제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아시겠습니까?
현재 백악관과 의회는 AI규제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의회는 AI 트레이닝 데이터에 대한 보상을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보상금이 데이터를 만든 사람들에게 직접 돌아가도록 저작권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AI가 만들어 내는 멋진 결과물과 이윤이 거대 테크놀로지 기업들에게만 돌아가서는 안 됩니다. 그러한 데이터가 만들어지도록 일한 사람들에게도 이윤이 돌아가야 합니다.」
워싱턴 포스트 유튜브에 나와
파업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조셉 고든 래빗.
출처-<워싱턴포스트 유튜브>
요즘 AI에 대한 학자, 교수들의 담론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조셉 고든 레빗의 글이 워싱턴 포스트까지 게재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그가 ‘스타 배우’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명도와 영향력을 이용하는 데는 많은 방법이 있는 셈이다.
넷째, 톱스타들은 ‘돈질’로 도울 수 있다.
톱스타들이 돈으로 도와줄 수 있다. 돈보다 더 중요하고 확실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 노조들은 파업으로 인해 일거리를 잃은 노조원들을 위한 긴급 구호자금 및 의료보험 제공 자금을 모금하고 있는데, 할리우드 톱배우들이 거액 기부를 했다.
출처-<제이미 리 커티스 인스타그램>
제이미 리 커티스 부부의 2만 5천 달러 기부를 시작으로,
‘더락’ 드웨인 존슨도 수백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그 밖에 다른 톱배우들도 기부를 이어갔다. 1백만 달러 단위로 기부한 배우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메릴 스트립, 조지 클루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니콜 키드만, 오프라 윈프리, 아놀드 슈워제네거, 줄리아 로버츠
메릴 스트립
메릴 스트립은 기부하면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나도 배우 일거리가 없을 때 웨이터, 청소부, 타이피스트 일을 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인간성과 존엄성, 그리고 일자리를 위협하는 거대 기업을 상대로 연대해 싸워야 합니다.”
또 액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부한 배우들은 다음과 같다.
라이언 레이놀즈, 블레이크 라이블리, 제니퍼 로페즈, 벤 에플렉, 휴 잭맨, 맷 데이먼.
출처-<게티 이미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케이트 캡쇼 부부, JJ에이브람스 등 영화감독들도 기부에 나섰다.
이런 기부금을 모아서 가난한 배우들에게 가눠주는 배우조합 긴급구조자금 책임자는 이분이시다.
‘아메리칸 뷰티’의 아네트 베닝
마블 유니버스 팬들에게는 ‘마벨’로 유명할 것이다.
세상에 강철대오 같은 건 없다
할리우드도 결국 사람 사는 데다. ‘강철대오’로 똘똘 뭉치는 노동자들 따윈 세상에 없다.
할리우드 파업도 마찬가지다. 배우들 각자가 처한 사정이 다르고, 원하는 바가 다르다.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도 통일되지 못하고 중구난방이다. 길거리로 나가는 사람은 배고픈 무명배우들뿐이고, A급 톱스타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이 단합하지 못한 채 서로 미워하고 싫어하지만, 그래도 어떤 방향을 향해 꾸역꾸역 나아가는 게 사람 사는 일이다. 보이지는 않아도 응원하고 돕는 사람들도 있다. 성형수술이나 받고 윔블던 관람하며 나 몰라라 하던 할리우드 톱배우들도 마침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마침내 파업 시위 대열에 나서는 할리우드 톱배우들
지난 9월 14일 ‘바비’의 주연배우 마고 로비가 파업 시위에 나섰다. LA 파라마운트 영화사 스튜디오 앞에서 열린 배우조합 시위에 피켓을 들고 나선 것이다.
파업 시위대에 피켓을 들고 나타난 마고 로비.
인스타그램에는
“이 바비는 자기의 신념을 위해 일어섰습니다.”
라고 써져있다.
출처-<엔터테인먼트 온라인 인스타그램>
올해의 블록버스터 영화였던 ‘오펜하이머’와 ‘미션 임파서블’에 출연했던 톱배우들도 시위에 참여했다.
시위에 나선 ‘오펜하이머’의 플로렌스 퓨
출처-<게티 이미지>
시위에 나선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의
사이먼 페그
전술했듯, 현재 개봉 중인 블록버스터 영화의 주, 조연이 파업 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다.
파업에 나선 이유에 대해 사이먼 페그는 데일리 텔레그레프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영화는 인간을 인간답게 묘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돈 문제를 제외하고서라도, 관객들은 인간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보고 싶어 합니다. AI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AI가 내 목소리, 나의 몸, 그리고 나의 목소리를 본떠서 뭔가를 한다면, 나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이건 옳지 않습니다.”
그런가 하면 제시카 차스테인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배우노조 지지 티셔츠를 입고 포토 라인에 섰다.
제시카 차스테인
출처-<게티 이미지>
배우노조원은 파업기간 동안 영화 출연은 물론이고 홍보가 금지된다. 그러나 제시카 차스테인이 출연한 영화 ‘메모리’는 AMPTP 소속 9대 메이저 영화사가 아닌 독립 영화였고, 배우노조와 노사 협약을 따로 타결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영화제 참여가 가능했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영화제 기자회견에서 배우노조 파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들 이 바닥에서 일할 기회(영화 캐스팅)를 잡으려면 조용히 일만 하라고들 많이 합니다. 특히 우리 배우들은 ‘이런 기회’를 갖게 되는데 감사하라는 말을 많이 듣죠.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결과적으로 일터(영화 촬영 현장)에서 벌어지는 부당 노동행위를 부추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노조원들은 부당한 계약조건에 실망하는 것입니다…
저의 출연작을 제작한 독립영화사는 배우노조와 별도로 협상하여 노사 협약을 타결하였습니다. 이렇게 작은 독립영화사도 노사 협약 타결이 가능한데, AMPTP(메이저 영화사)도 노조와 공정한 노사 협약을 타결 못 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 배우들은 합당한 보수, AI에 대한 규제, 스트리밍 서비스 수익 보장을 요구한다고 전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저처럼 많은 독립영화인들이 노조지지 의사를 밝힐수록, 파업이 곧 끝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메이저 영화사들도 협상 테이블에 돌아오리라 믿습니다.」
할리우드 ‘더블 파업’도 도대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작가 파업은 100일이 넘어갔고, 배우 파업도 두 달째에 접어들었다. 노사협상 타결의 가능성은 보이지 않고, 배우, 작가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으며, 올해 겨울부터 영화, 드라마 오픈에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에도 이런 상황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해결이 결코 쉽진 않다. 서로 입장도 다르고 생각하는 해결 방안도 서로 다를 것이다. 정말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그리고 서로 도왔으면 좋겠다. ‘꿈의 공장’ 할리우드 배우들이 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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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