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MBC>
2021년, 문재인 정부와 보건의료노조는 “9.2 노정 합의”를 체결한다. 13차례의 논의 끝에, 정부는 노조의 요구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합의문 내용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1. 보건의료 인력 확충
2. 코로나19 극복과 감염병 대응 체계 구축
3. 공공의료 확충 및 강화
4. 기타 특성별 의료기관의 과제 해결과 노정 합의 이행 조치
이중, 보건의료 인력 확충과 공공의료 확충 부문의 내용을 일부 살펴보자.
직종별 적정 인력 기준 마련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확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불법 의료행위 근절
70개 권역별 공공병원 지정
어디선가 많이 본 문구들. 올해 폐기된 간호법에 적혔던 내용들이다. 지난 7월에 열린,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에서도 언급되었다. 보건의료노조는 2021년에 체결된 합의문 내용을, 2023년에도 똑같이 주장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문재인을 지워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정 합의문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심지어, 합의문 내용과 정반대로 가는 부문도 있다. 바로, “공공의료 확충” 부문이다.
대통령이 된 윤석열은 전 정권 흔적 지우기에 나선다. 시작은 “문재인 케어”였다.
2017년 8월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는 문재인 대통령
출처 - <청와대>
2017년, 서울 성모병원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새로운 보건복지 정책을 발표한다. 일명 “문재인 케어”.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미용, 성형을 제외한, 질병과 관련된 모든 항목에 건강 보험 혜택을 주는 것.
질병에 있어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건강보험공단에서 보장한다. 즉, 비급여의 급여화. 여기서 지원 액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넓은 범위의 질병을 다루는지가 핵심이다. 문재인 케어의 표면적 의미는,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내는 것.
말 그대로, ‘지원’의 개념이다. 하지만, 여기엔 또 다른 의미가 숨어있다.
바로, “환자의 불필요한 지출을 방지”하는 것.
비급여 항목에 대한 서비스 가격은, 병원마다 다르다. 정확하게 말하면, 병원에서 책정하기 나름이다.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환자는 본인이 받아야 하는, 혹은 받을 서비스에 대한 적정 가격이 얼마인지 알지 못한다. 비급여 항목에 있어, 병원에서 달라는 대로 줄 수밖에 없는 상황. 환자가 바가지 쓸 확률이 높아진다.
문재인 케어는 여기서 빛을 발한다. 소액이라도, 정부가 국민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면,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던 비급여 항목. 건강보험공단에서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진료 서비스 가격을 적정선에서 유지하도록 한다. 병원이 환자의 지갑을 터는 일이 없도록.
자, 우리가 시장에 간다고 상상해 보자. 소비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안다. 다른 가게의 제품과 물건 상태를 비교한다. 보다 질 좋고, 저렴한 제품을 선택한다. 현명한 소비를 위해 판단하고, 결정한다.
마찬가지로, 환자는 병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다. 하지만, 병원의 상황은 일반 시장과 확연히 다르다. 환자가 얻을 수 있는 의료 정보의 수준과 양은 현저히 떨어진다. 이는 의료 서비스의 특수성 때문이다.
어디가 아픈지,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그 치료법에 드는 비용은 얼마인지. 환자는 알 길이 없다. 그래서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있는 것이다.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가, 건강보험공단으로 들어간다. 공단은, 환자와 병원 사이에서 대리인 역할을 수행한다. 심사평가원은 환자에게 부과된 비용이 맞는지, 그 비용이 적정하게 책정되었는지. 환자 대신 판단을 내려준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것. 그것이 보건 복지의 첫 번째 소명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생각한 보건 복지 정책의 목적도 이랬다.
출처 - <MBC>
아프면 X되는 세상
윤석열 정부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한다.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문재인 케어 때문에, 국민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2022년, 사실상 문재인 케어 폐기를 공론화한다.
윤석열 정부의, 문재인 케어 재검토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재정 악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건강보험공단의 적자를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의 준비금은 2017년 20조 7천억 원, 2021년 20조 2천억 원. 문재인 케어를 실시한 당시와 이후의 준비금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당장 재정이 악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악화가 우려된다는 “추측”이었다.
출처 - <MBC>
또 하나는, 과잉 진료다. 보험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국민들이 불필요한 검사를 “굳이” 실시한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판단이다. 이상이 없거나, 수술과 치료 기록이 없는 환자도 과도하게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MRI와 초음파 검사에 사용된 건강보험 급여가 10배 가까이 늘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출처 - (링크)
건강보험 ‘개혁’이라는 명목으로, 공공의료를 축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급여 적용을 받고 있는 치료 약이, 언제 다시 비급여화 될지 모르는 상황. 부분적으로나마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었던 고가의 검사 비용이, 다시 환자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국민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이겨야만 하는 투쟁
지난 7월 13일과 14일. 보건의료노조는 이틀간 총파업에 돌입한다. 2004년 이후, 19년 만의 역대 최대 규모다. 전국 140개 사업장에서, 조합원 4만 5천여 명이 파업에 동참했다. 노조는 보건복지부와 각 사업장의 사용자에게, ‘7대 요구안’을 제시한다.
1.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
2. 직종별 적정 인력 기준 마련
3.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 전면 확대
4. 진료 보조 인력의 불법 의료행위 근절을 위한, 의사 인력 확충
5. 필수 의료 서비스를 책임지는 공공의료 확충
6. 코로나19 최일선 의료진에 대한 정당한 보상, 코로나19 전담병원 정상화 지원
7. 노동 개악 중단과 노동시간 특례 업종 폐기
총파업 이튿날, 광화문 동화 백화점 앞으로 2만여 명의 조합원이 집결한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조합원들은 노조 측으로부터 우비를 제공받았다. 그리고 물웅덩이 가득한 아스팔트 위로 자리 잡는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양의 폭우가 쏟아진 날이었다.
특히, 간호사 참가 비율이 높았다.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 이후, 전국에서 간호사들이 모인 것은 처음이다(참고 기사: 가족 없는 사람을 위한 나라는 없다(링크)). 집회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간호법이 폐기된 이후,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
“의사와의 갈등만 깊어졌다.”
한 간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 장기 총파업을 각오하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간호사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늘로써 총파업을 마무리한다고. 이제부터 각자 현장 파업을 시작한다고.”
그 순간, 간호사들은 두려웠다고 한다.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 필수 유지 인력을 제외하고, 전원 파업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많은 걸 걸고 나온 자리였다. 이번에도 빈손으로 돌아가면, 간호사 일을 계속하지 못할 것 같았다. 환자를 버리고 갔다는 비난의 화살은, 자신들을 향할 것이기 때문에. 어차피 돌아올 거 왜 “또” 갔냐는 말을 들을 것만 같았다.
일부 지부는 현장 파업 없이 곧바로 정상 근무에 돌입한다. 또 일부는 병원 측과의 협상을 통해 순차적으로 병원에 복귀했다. 하지만 단 한 곳. 마지막까지 투쟁을 이어간 곳이 있다.
바로, 부산대학교 병원이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 개혁은 노동자 친화적이었다. “9.2 노정 합의”가 체결된 이후, 전국 국립대는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으로 전환한다. 바로, 이 항목 때문이다.
“상시, 지속 업무에 재직 중인 비정규직은, 계약 기간이 만료될 때 정규직으로 전환.”
국립대 13곳 중 12곳이 정규직화를 완료했다. 하지만, 부산대학교 병원은 열외였다. 보건의료노조 부산대 지부는 보건 인력 충원, 불법 진료행위 금지와 동시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까지 내걸었다. 그렇게 시작된 파업은 약 20일간 이어진다.
체감 온도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 의료진들은 에어컨이 꺼진 로비에서 집회를 이어간다. 심지어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의 모습을 촬영하기 위한 삼각대도 등장했다. 병원장은 출장을 핑계로 협상 테이블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게 투쟁 기간, 병원은 얄팍한 꼼수를 부렸다.
다음 기사에서는, 부산대학교 병원 의료진들의 파업 이야기를 다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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