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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

 

1. 오염수 방류,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이유

 

2. 후쿠시마 앞바다 색깔은 왜 바꼈을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한 방에 정리하는 연재물, 이번에 다룰 건 ‘삼중수소’ ‘탄소-14’다. 

 

1. 사실 미국도 알고 있는 삼중수소의 위험성

2. 중국 원전의 삼중수소가 후쿠시마 오염수의 50배?

3. 윤석열 정부가 발간한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집 속 개소리

4. 언론에서 잘 언급하지 않은 오염수 속 ‘탄소-14’

 

등에 대해 본 기사에서 다루려 한다.

 

‘삼중수소’와 ‘탄소-14’에 대해선 이전 기사(링크) 서두에서 잠깐 스치듯 이야기한 적 있다. 이 두 가지는 도쿄전력(+일본 정부)조차 알프스(ALPS, 다핵종제거설비)로 걸러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방사성 물질이다. 

 

도쿄전력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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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전력 임원들

출처-<연합뉴스>

 

“삼중수소는 바닷물로 희석하여 기준치 이하로 농도를 낮춰서 방류하면 되고, 탄소-14는 워낙 소량이라 방류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정말일까? 아니다.

 

사실 ‘삼중수소’와 ‘탄소-14’에 대해서는 크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도쿄전력은 이 2종 외에 오염수 속 다른 방사성 핵종은 모두 알프스로 안전하게 정화된다고 하지만, 이 말부터 잘못되었으니까(자세한 건 이전 기사 참조(링크)). 즉, 오염수에는 방사성 핵종이 드글드글하고, 이런 오염수 방류를 찬성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삼중수소’‘탄소-14’를 다루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1. 오염수 방류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면, 다른 문제와는 달리 되돌릴 수 없다. 때문에 오염수를 방류하면 안 되는 이유(논리)를 최대한 많이 소개하기 위해

 

2. 윤 정부와 일본에서 언급하는 삼중수소를 중점적으로 고려해도, 오염수 방류는 멍청한 짓이라는 걸 말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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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에는 이전 기사에서 다뤘던 내용도 부분적으로 등장한다. 오염수와 관련된 여러 지점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점이다. 이전 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이미 아시는 분은 그 부분은 가볍게 읽어주시면 될 듯하다. 

 

우선 삼중수소부터 디벼보자. 

 

 


 

7. 사실 미국도 알고 있는 삼중수소의 위험성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반감기는 약 10일 정도다. 우리 몸에 들어오면 빨리 배출되는 편이다. 문제가 되는 건 몸에서 배출되기 전에 우리 몸과 결합하는 경우다. 정확하게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탄소(정확히는 탄소-12다. 방사성 물질 탄소-14랑은 다름)와 결합하는 것. 원래 우리 몸에 없어야 할 삼중수소가 몸에 결합하고 쌓이면서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교 티머시 무쏘 생물학 교수가 삼중수소에 대해 연구하여 쓴 약 130건의 논문(링크)을 보면, 이런 결과가 나와 있다.

 

'삼중수소가 쌓이면 유전자 변형을 일으켜 암 등 각종 질병을 유발했고, 정자의 운동능력과 난자의 수정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 불임까지 유발했다.'

(한마디로, 윤 정부에서 삼중수소가 전혀 농축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구라라는 것)

 

이런 영향을 받는 건 인간뿐이 아니다. 해양 생물도 마찬가지. 물고기 등 어류에 각종 질병이 생기고, 생식 능력에 문제가 생겨 개체수가 줄어들 수 있다. 어류의 몸에 쌓인 삼중수소는 결국 최상위 포식자인 우리 몸속에 들어오게 된다. 안심해도 되는 물질이 결코 아니다. 

 

이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찬성한 미국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얼마 전 뉴욕에서 삼중수소 때문에 난리가 난 것 아닌가. 이게 무슨 말이냐. 이 뉴스를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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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주에서 60년 동안 가동되다 2년 전 운영을 멈추고 해체 작업에 들어간 원전이 있다. 그 원전의 해체 과정에서 사용후핵연료의 냉각수로 썼던 물 5천 톤을 뉴욕의 허드슨 강에 방류하려 하자 뉴욕 정치인들, 지역사회는 길길이 날뛰며 반대했다. 삼중수소 때문에. 결국 뉴욕주 의회가 ‘방류금지법’을 통과시켜 방류를 막았다. 후쿠시마 오염수 같은 ‘핵 오염수’가 아닌 ‘냉각수’였는데도 말이다.

 

 

8. 삼중수소의 위험성을 속이는 법

 

도쿄전력(+일본 정부)은 오염수를 방류하기 위해, 위와 같은 삼중수소의 성질을 최대한 숨겨야 했다. 그래서 몇 가지 꼼수를 생각했다. 

 

1. 삼중수소를 캐릭터로 귀엽게 표현하여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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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게 표현된 삼중수소 캐릭터

출처-<일본 부흥청>

 

하지만 이 방식은 일본 내에서도 비판받으며 하루 만에 홍보물을 내렸다.

 

2. 항상 ‘농도’로만 말한다. 

 

후쿠시마 원전은 지금 폐로 계획도 제대로 없다. 언제까지 방류하게 될지 모르는 삼중수소의 총량을 말하지 않는다. 바닷물과 희석하여 기준치 아래 농도로 낮추겠다고만 말한다. 희석해서 방류하든 그냥 방류하든 어차피 바다로 나갈 총량은 변함이 없다. ‘희석’이라는 워딩은 단순한 속임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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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딴지만평>

 

그럼에도 오염수로 방류되는 삼중수소 총량에 대해, 국제적인 규칙을 근거로 비판하는 모습을 보긴 쉽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삼중수소를 포함하여) 방사성 물질 배출 총량에 대한 국제적인 안전 규제 기준이 없다. 개별 국가가 따로 기준을 갖고 있는 경우도 없다. 농도에 대한 기준만 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방사성 물질이 드글드글한 핵 오염수를 이 정도로 장기간 바다로 방류하는 경우가 이전엔 없었기 때문이다. 인류 최초 사건이다. 이로 인한 결과가 얼마나 크게, 어느 정도 범위까지,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아무도 정확히 예측 못 한다. 지금으로서는 무기한 방류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이 정도면 농도보다 총량이 중요하다.  

 

 

9. 중국이 삼중수소 더 많이 배출하니, 오염수 방류 괜찮다?

 

이에 대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여러 기사에서는 중국 원전이 배출하는 삼중수소가 후쿠시마 50배라는데?”

 

“후쿠시마 오염수보다 중국에서 나오는 오염수가 더 심한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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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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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TV조선>

 

한 마디로, 중국의 원전에서 나오는 삼중수소량이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량보다 훨씬 많다는 것. 이 논리가 말하는 포인트가 무엇일까.

 

‘중국에서 훨씬 많이 배출하니, 일본의 오염수 방류도 정당한 것이다.’

 

‘중국에서 그만큼 배출하는데,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네? 그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문제없겠네.’

 

결국 이 말 아닌가. 가장 우려되는 논리다. 즉, 너도나도 다 같이 방사성 물질을 버리자는 말. 일본이 삼중수소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조심함으로써, 다른 국가들에도 그런 의식이 퍼지게끔 하는 긍정적인 논리가 아니라 너도나도 다 버리자는 부정적인 논리다.  

 

또한 이 논리엔 중대한 오류가 몇 가지 있다.

 

중국의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처럼 파괴된 원전이 아니라 정상 원전이다. 기사 서두에서 언급했듯, 정상 원전에서는 거의 삼중수소만 나오는 반면, 후쿠시마 오염수에서는 삼중수소를 포함한 각종 방사성 물질이 나온다. 

 

지난 기사(링크)에서 봤던 그림을 다시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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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딴지방송국>

 

왼쪽은 정상 원자로다, 삼중수소는 압력용기 내(방사선 마크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핵반응으로 생성된다. 그런데 삼중수소는 크기가 굉장히 작다. 대부분 물질을 뚫고 지나간다. 압력용기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원자로에 투입된 냉각수가 원자로에서 나올 땐 삼중수소를 포함하고 있게 된다. 중수로 발전을 하는 우리나라 경주의 월성 원전에서도 삼중수소가 많이 나온다. (그래봤자 리터당 13.2베크렐로, 윤석열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집에서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라고 말하는 리터당 1,500베크렐에는 한참 못 미친다)

 

오른쪽 그림을 보자. 파괴된 후쿠시마 원자로다. 후쿠시마 원자로에 들어가는 냉각수는 부서진 원자로로 인해 핵연료에 직접 닿으며 2,000개 이상 방사성 물질을 품는 오염수가 되어 나온다. 절대로 정상 원전 같은 경우가 아니다.

 

정리하자면, 중국 같은 정상 원전은 삼중수소만 주로 나오는 것이고, 후쿠시마 오염수는 삼중수소뿐 아니라 각종 방사성 물질이 나오는 것. 때문에 이 내용을 퉁치고, 동일 선상에서 삼중수소만을 말하며 오염수 방류가 문제없다는 식의 뉘앙스를 주어선 안 된다. 

 

방사선에 있어서 모든 국가를 무조건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보다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예를 들어보겠다.

 

캐나다, 핀란드 하면 청정 국가 이미지를 떠올리는 분들 많을 것이다. 근데 의외로 이런 청정국에서 미국이나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높은 삼중수소 기준치를 두고 있다(출처 링크)

 

현재 이 국가들의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때문에 원전이라면 필시 배출할 수밖에 없는 삼중수소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긴 쉽지 않다. 근데 이것만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다른 환경이 깨끗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준치가 높다고 기준치만큼 삼중수소를 꽉 채워 배출하는 것도 아니지만, 높은 기준치를 설정할 수 있는 건 그만큼 다른 부분에서 인체에 해가 될 원인이 적기 때문이다. 

 

인간이 병에 걸리는 건 대체로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주요 원인이 있을 순 있지만, 다양한 원인이 쌓이고 쌓여 일어난다. 근데 캐나다, 핀란드는 삼중수소 기준치를 높게 둬도 다른 부분에서 안전한 환경이 많다. 이처럼 나라별 상황에 따라 기준치를 다르게 설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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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YTN>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를 평가할 때도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오염수에 포함된 수많은 방사성 물질을 고려해야 함은 물론이고, 백번 양보해서 62개의 방사성 핵종을 알프스가 걸러낼 수 있다는 도쿄전력의 말을 믿는다 쳐도 그 외 오염수에 있는 2,000개 가까운 방사성 핵종을 고려해야 한다. 도쿄전력마저도 알프스로 못 거른다고 인정한 ‘탄소-14’가 배출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뒤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정상 원전에서는 배출 안 됨).  

 

즉, 삼중수소만 두고 비교한다고 해도,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와 다른 국가 원전의 삼중수소를 동일 선상에 두고 생각하는 건 옳지 않다.

 

지난 기사(링크)에서 말한 ‘알랄라(ALARA) 원칙’을 고려해도 결과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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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질병관리청> 링크

 

‘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우리가 합리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방사선량을 줄여야 한다)

 

과학적으로 안전한 방사선량은 없기 때문에 전력 생산, CT, X-ray, 비파괴검사 등처럼 인간이 얻는 이득이 크지 않은 이상 방사선 배출은 용인할 이유가 없다. 현재 전력 생산도 못하는 후쿠시마 원전이 주는 이득은 아무것도 없다.    

 

다시 잠깐 ‘중국 원전 삼중수소 배출 50배’ 기사로 돌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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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이런 류의 기사는 진실을 교묘하게 호도한다. 중국 원전에서 나오는 삼중수소가 50배라는 건, 중국에서 가동 중인 55기 원전 전체와 후쿠시마 원전 단 한 곳을 비교한 것이다(출처 링크). ‘1 대 1’로 비교하면 후쿠시마 원전의 배출량이 더 많은데도 저런 식으로 보도하는 건 최대한 그런 인식을 죽이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오해 방지 차 말하면, 정상 원전에서 삼중수소가 배출되는 건 어쩔 수 없으니 정당하다는 말이 아니다. 정상 원전에서도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나오니,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원전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 아닌가. 원전 외에 효율적인 에너지 발전 방식이 많지 않을 때야 우리의 편리함을 위해서 원전으로 인한 오염을 감수한다지만, 지금은 정치경제적 추세로 보나 과학기술 수준으로 보나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10. 윤석열 정부가 퍼뜨리는 삼중수소 괴담

 

이 정도로 말했는데도 이렇게 반박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오염수 방류로 인한 삼중수소가 커피나 바나나보다도 더 안전하다던데?”

 

후... 그래. 한 번 끝까지 가보자.

 

윤석열 정부가 4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 KTX, SRT 등에 뿌린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이라는 제목의 책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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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1리터 속 삼중수소가 

커피 한 잔이나 바나나 한 개보다 

안전하다고 말하는 정부 책자

 

이 책자에서는 알프스(ALPS)가 삼중수소 외에 위험한 방사성 물질을 다 정화한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간다. 그래서 다른 방사성 물질에 대한 언급 없이 삼중수소에 대해서만 집중한다. 결론적으로는 ‘오염수에 있는 삼중수소가 굉장히 안전하다’고 말한다. 얼마나? 커피나 바나나보다도 안전하다고 한다.

 

이런 기조는 윤 정부의 오염수 홍보 영상(링크)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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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을 드셔도 그리고 우유 한 잔을 드셔도 계란 하나를 드셔도 다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에 (인체에) 피폭을 받습니다. '(오염수가 방류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거다'라는 우려는 전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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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미미하고 자연 상태에 있는 (방사선과) 거의 동일한 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본 연재를 처음부터 읽은 독자라면 바로 헛소리임을 알 것이다. 전술했듯, 역시 다른 방사성 물질은 다 정화된다는 전제부터 틀렸으니까. 그러나 본 기사에선 다시 한번 삼중수소에만 초점을 맞춰도 정부의 오염수 괴담 책자가 얼마나 헛소리인지 디벼보려한다. 이 정도면 진짜 국민을 바보로 아는 수준이다.

 

사실 과학을 어느 정도 아는 분이라면, 이 내용을 보고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가 배포한 오염수 괴담 책자를 다시 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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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괴담 책자에는 구체적인 방사선량을 명시해놨다. 일단 이것부터가 잘못됐다(출처 링크). 지금부터 살짝 개념이 들어가야 하는데, 최대한 쉽게 설명할 테니 긴장 푸셔라. 하핫! 

 

‘선량환산계수’라는 개념이 있다. 바로, 예를 들어보겠다.

 

A 방사성 물질 방사선량 : 100베크렐

B 방사성 물질 방사선량 : 100베크렐   

 

여기서 A와 B는 방사선량이 같다. 그러나 A의 선량환산계수가 B보다 2배 더 높다면, 명시적으로는 같은 100베크렐이라도 A가 실제 영향을 행사하는 방사선량은 B보다 2배 크다.

 

즉, 각 방사성 물질마다 명시적인 방사선량이 있지만, 그 물질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선량환산계수’에 따라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방사선량은 다르다는 것이다. 

 

윤 정부가 커피와 바나나에도 방사선이 있다고 하는 건 ‘칼륨40(K-40)’ 때문이다. 커피와 바나나에 있는 칼륨40이 방사성 물질이라는 것. 칼륨40의 선량환산계수는 삼중수소의 350배라고 한다. 그래서 원래 커피 한 잔에 있는 방사선량은 14베크렐인데, 삼중수소와 동등비교를 하기 위해 350을 곱해서 4,900베크렐로 표시한 거라고 한다(출처 링크1 / 링크2).

 

근데 이렇게만 하고 비교하는 건 칼륨40이 갖고 있는 성질을 의도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거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전체 칼륨 중 0.012%는 ‘칼륨40’ 형태로 존재한다. 이 칼륨40이 (자연) 방사성 물질(혹은 원소)인 건 맞다. 

 

근데 다른 칼륨이 그러듯, 우리 몸에 들어오면 그대로 배출되어 우리 몸속에선 일정 비율로 유지된다. 오염수 속 삼중수소 같은 인공 방사성 물질이 아니라 우리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자연 방사성 물질이다. 그래서 커피나 바나나를 많이 먹는다고 유전자 변형이 되진 않는 거다. 방사성 물질이긴 하나 위험성이 전혀 다른데도 같은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게 어이없기만 할 뿐이다. 

 

만약 오염수 괴담 책자의 내용처럼 방사성 물질을 전혀 구분하지 않은 채, 책자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가정하면, 참으로 웃긴 일이 발생한다. 우리는 커피를 마셔서도 안 되고, 바나나를 먹어도 안 된다. 자칫하면 방사선에 피폭되어 죽는다. 

 

커피 한 잔(200ml)의 방사선량이 4,900베크렐이라고 나와 있다. 윤 정부에서는 ‘WHO 음용 기준치’인 리터당 1만 베크렐만 지키면 안전하다고 한다. 비교하기 좋게 커피도 1리터로 바꾸면 24,500베크렐이다. 방사선 농도가 극악무도하다. WHO 기준치를 훌쩍 넘는다. 나는 하루에 커피를 5잔 이상 마시는데, 멀쩡히 살아있는 나는 방사능에 무적인 사나이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훨씬 더 하다. 우리나라에선 음용수 기준 삼중수소 농도가 리터당 6베크렐(환경부령)이다. 이 정도면 커피는 당장 사형시켜야 할 아주 살벌한 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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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링크

 

바나나도 하나에 6,000베크렐이란다. 바나나 하나를 150g 정도로 두면, 2개만 먹어도 12,000베크렐이다. 과학적으로 1L=1000g이니까, 1L에 맞게 치환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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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베크렐이다. WHO 기준치의 무려 4배다. 이 정도면 거의 무기 수준인 것 같다. 일본이 아니라 필리핀에 가서 방사선 반대 시위를 해야할 판이다.

   

윤 정부의 오염수 괴담 자료집, 오염수 홍보 영상 등을 보면 헛웃음만 나오는 이유다.

 

 

11. 알프스가 거르지 못하는 또 하나의 방사성 물질, 탄소-14

 

도쿄전력이 알프스(ALPS)로 거르지 못한다고 인정하는 또 하나의 방사성 물질은 ‘탄소-14’다. 탄소-14는 도쿄전력이든 언론이든 언급 자체가 굉장히 적다. 도쿄전력은 탄소-14에 대해 방출되는 양 자체가 ‘기준치 이하’이니 걱정할 것 없다고 한다. 

  

그러나 도쿄전력의 과거 전력을 고려하면 진실인지도 불분명할뿐더러, 정상 원전이었으면 방출되지 말아야할 방사성 물질이 방출되는 것이다. 정상 원전에서도 탄소-14가 만들어지긴 하지만 굉장히 소량인데다가 압력용기를 뚫을 수 없어 원자로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즉 외부로 배출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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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딴지방송국>

 

그러나 망가진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탄소-14가 그대로 외부로 나온다. 그 양도 정상 원전보다 훨씬 많다. 한국 원전의 제어봉이 카드뮴(Cd), 인듐(In), 은(Ag) 등으로 구성된 것과 달리, 후쿠시마 원전의 제어봉은 탄소-12(안전한 탄소, 우리 몸을 구성하는 탄소)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의 핵연료가 계속 핵붕괴하며 방사성 물질을 배출하고 있다는 건 지난 기사에서 이미 언급했다. 이때 핵연료에서 중성자도 배출되는데 그 중성자가 탄소-12에 붙으면서 ‘탄소-12 → 탄소-14’로 변한다. 이런 이유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특히 탄소-14가 많이 만들어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게다가 탄소-14의 반감기는 5,730년이다. 오염수에서 나오는 탄소-14는 계속 바다에 쌓인다. 도쿄전력 말처럼 소량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된 폐로 계획도 없는 지금, 계속 오염수를 방류한다면 쌓이는 총량은 적지 않다.

 

탄소-14는 삼중수소보다 체내에 잘 농축되며, 우리 몸에 들어오면 DNA를 변형시켜 각종 유전적 돌연변이를 유발한다. 

 

 


 

지금까지 오염수의 ‘삼중수소’와 ‘탄소-14’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오염수에 있는 삼중수소, 탄소-14를 판단할 때는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다른 거 제쳐두고 딱 그것만 떼어놓고 보면 안 된다. 단순히 ‘기준치 이하’, ‘소량’이라는 워딩에 중점을 두면 안 된다는 거다. 오염수로 인해 우리 건강에 위험이 발생한다면, 그건 어떤 방사성 물질 1종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여러 방사성 물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계속 말했듯 실제로 기준치 이하라는 말도 믿기 힘들지만, 실제 기준치 이하라고 해도 배출되는 방사성 핵종이 약 2,000개일 정도로 많다면, 그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위험성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윤 정부, 도쿄전력(+일본 정부)에서 계속 이야기하는 오염수의 삼중수소에 대해서 절대 정상 원전 경우와 같은 기준으로 봐선 안 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본 기사에선 최대한 ‘삼중수소’와 ‘탄소-14’만 따로 떼어서 보려고 노력했다. 완벽하게 떼어놓고 보기란 불가능하지만. 서두에서 말했듯 독자들께 논리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논리. ‘이것들만 떼어놓고 봐도 문제가 많다’는 논리 말이다. 실제로도 그러하니까. 가능하다면 본 기사의 내용을 토대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지인들에게 퍼뜨려 주길 바란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경제가 무너져도 다시 일으킬 수 있고, 나라를 빼앗겨도 다시 찾아왔다. 그러나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회복할 길이 없다. 나는 그것이 두렵다.

 

<계속>

 

 

이어지는 후속 기사에선 

 

-후쿠시마랑 먼 곳이 더 위험할 수 있는 이유

-일본이 오염수를 꼭 방류해야만 했던 것인지

-폐로는 정말 가능한지

-윤석열 정부의 대응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오염수 방류가 계속 되면 어떤 영향이 예측되는지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에 대해 다루겠다. 

 

 

 

Profile
본명 : 임지현 / 딴지일보 기자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남자입니다.
국내외 정치를 필두로 다양한 이슈에 관심이 많습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메일은 ddanzi.limkwonsan@gmail.com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