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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 입니다. 아직 실력은 부족하지만 안드로이드 앱 개발만 5년 정도 했고 총 개발 경력은 10년 정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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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공기관용 앱 개발에 국정원이?

 

제 첫 안드로이드 프로젝트는 특정 공공기관 내부에서만 사용하는 앱이었습니다. 해당 공공기관에서 인터넷에 공개하는 내용을 보는게 전부인 그런 앱입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에 공공기관용 앱은 국정원 보안 검사를 통화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는 이러했죠.

 

'아이폰은 보안이 강력해서 보안 어플을 깔 수 없으므로 안드로이드로만 개발한다.'

 

 

 

2. 구글, 삼성/LG, SKT/KT/U+


안드로이드 소스는 완전히 공개되어 있습니다. 그걸 구글에서 가공하고, 삼성과 LG에서 또 가공하고, SKT와 KT와 U+에서 자기네들 앱을 탑재해서 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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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구글은 믿습니다. 만약 구글 자료가 털렸다면 저의 구글 아이디와 비번이 털렸을 가능성이 더 클겁니다.

 

하지만 국내 회사는 못 믿습니다. 필리버스터에 나온 국정원의 과거를 보세요. 지금 한국은 삼성이 법 위에서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삼성조차 국정원 눈 밖에 나면 털릴 겁니다. 중요한 정보가 담기고, 막강한 기능을 가진, 국내 회사에서 만드는 제품이니 욕심나는 게 당연합니다.

 

게다가 저처럼 단순히 앱만 만들 수 있는 사람보다는 제조사에서 건들 수 있는 기능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어떤 기능이 추가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3. 국정원이 이탈리아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안드로이드로 개발하다보면 신기한 기능도 많고, 열려있는 기능도 많습니다. 안드로이드 앱 보면 문자나 카톡 같은 거 오면 읽어주는 앱도 있어요. 원리는 푸시바에 뜨는 내용을 긁어오는 거지요.

 


파파이스 14편 40:08 에 통신사에는 남아있는데 폰의 통화내역이 지워졌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안드로이드에서는 가능합니다. 허접한 제 실력으로도 30분 안에 만들 수 있더군요.

 

그 외에도 폰의 전화번호, 연락처 목록, 현재 위치, 다운받은 파일 목록, 브라우저에서 접속한 사이트 목록, 녹음, 촬영, 설치된 앱 목록, 문자 목록(상대방, 내용, 시간), 통화 목록(상대방, 시간, 수발신 구분), 어떤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끊었다, 무슨 번호로 문자가 왔다 등등의 기능이 있어요.


충전이나 배터리 교체 빼고는 원격으로 거의 다 할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iOS에서는 불가능하거나 사용자의 허락을 받아야만 가능한 것들입니다. (물론 제조사나 통신사에서 정보를 넘겨주는 코드를 깔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까 국정원에서 해킹 어플을 사온거겠죠.)

 

위에 열거한 기능들을 조합한다면 무시무시한 앱을 만들 수 있습니다.


'폰이 1분간 일정 범위 이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녹음을 해서 어딘가로 전송한다'


까페에서 친구와 대화거나, 애인과 므흣한 시간을 보내고 있거나, 집에서 잠을 자고 있을 때 폰이 어디있는지 생각해보세요. 할지 말지의 문제이지 기술적으로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4. 카카오톡

 

카카오톡은 한국에 본사가 있는 회사에서 만들었고, 한국에 서버가 있고, 한국 사람들이 많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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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생각해보니 폰에 자기네 해킹어플을 설치하기가 너무 힘든 겁니다. 통신사는 이미 정보를 넘겨주고 있고, 카톡에서도 달라고 하니 잘 넘겨줘서 잘 쓰고 있었는데, 작년 카톡망명 이후로 카톡이 말을 안 듣습니다. (어떻게 됐는지는 홍종학 의원의 필리버스터 연설을 들어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카카오 사장 잘리고, 그 이후로는 카톡도 고분고분 넘겨주고 있을 겁니다.)

 

 

 

5. 안드로이드에서 뱅킹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뱅킹어플도 쉬워졌습니다. 컴퓨터를 안 켜도 되고 ActiveX를 안 깔아도 되죠. 하지만 안드로이드에서 뱅킹어플을 쓰려면 보안 어플을 깔아야 합니다. 보안 어플 개발사는 한국에 있고, 게다가 특정 보안 어플 회사의 술상무가 칭송받는 거 모르시는 분?

 

 

 

6. 왜 이제 와서 통화 감청을 하려는걸까?


제조사에도, 통신사에도, 카톡에도, 네이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 왜 국정원은 이제와서 통화 감청을 하려는 걸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화면이 커진 아이폰이 발매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넘어갔습니다. 그래서 폰 해킹이 제약이 많이 생기니 짜증나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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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6 출시 이후부터 급상승한 국내 iOS 점유율

(이미지 출처 - Counterpoint)


통화라도 마음껏 듣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하는 낮은 수준의 의심 밖에 못하겠습니다. 제 상상력은 빈곤하니까요.

 

물론 필리버스터에 나온 얘기를 토대로 상상하자면 곧 있을 대량해고 사태에서 시위주동자를 색출하려는 것일 수도 있겠군요.

 

 

 

7. "나는 털릴 것도 없고, 잘못하지도 않을 거야"


* 저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만 한두 번 정도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린 적이 있습니다.

* 저는 단 한 번도 의도적으로 길거리에 침이나 가래를 뱉은 적이 없습니다.

* 저는 무단횡단을 하지 않습니다.

* 저는 나이와 무관하게 처음보는 모르는 사람에게 반말을 하지 않습니다.

* 저는 담배를 피지도 않고, 술도 한 달에 맥주 한 컵 정도 밖에 안 먹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이런 저보다 법을 잘 지키고 털릴 걱정없는 사람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이번 필리버스터를 통해 의원들이 밝힌 내용을 들어보면 국정원이 한 사람 간첩으로 모는 건 일도 아니라는 걸 아실 수 있습니다. 

 

 

 

8. 조언

 

제조사와 통신사에서 무슨 장난을 쳤는지 믿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통신사에서도 T전화 같은 통화앱을 만들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의 장점인 자동통화녹음으로 만들어진 파일이 어딘가로 자동전송되고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자신이 다음 목록에 속한다면 어서빨리 안드로이드와 카톡을 벗어나시는 게 좋을 것입니다. 


각종 노조에 소속된 사람, 전교조, 국가와 소송 중인 사람, 트위터나 페북에서 정부에게 쓴 소리를 많이 하는 유명인, 연예인, 정치인, 기자, 그리고 이런 사람의 가족들, 친구들.

 

안드로이드를 못 벗어나겠다면 최소한 넥서스/소니/샤오미/원플러스/교세라 같은 해외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세요. 현 시점에서 최신 버전인 마시멜로우 안드로이드라면 더 좋습니다. 마시멜로우는 아이폰처럼 카메라나 녹음같은 특정 기능을 사용할 때 사용자에게 물어보게 바뀌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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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이폰 끼리라면 페이스타임 오디오를 적극 이용하세요. 페이스타임 오디오는 통신사나 인터넷 제공자들이 엿들을 수 없습니다. 해외에 있는 사람과의 통화여도 음질이 엄청 좋고요.

 

아울러 털릴 정보가 없는 분, 털 필요가 없는 분들 또한 이번 테러방지법을 통한 국정원 강화 움직임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잘 지켜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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