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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형이 돌아온다!

2010-06-2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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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22. 화요일


충용무쌍


 



2010년 6월 26일 토요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산 호세


 


    효도르          VS          베우둠


(32승 1무효 1패)              (13승 4패)


 


 


 


 도르형이 돌아온다. 월드컵에 온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사이 일주일 앞으로 경기가 다가온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도록 대진표는 고사하고 출전 여부조차 몰랐던 분들 많을 걸로 안다. 효도르는 미국 진출 이후에 승승장구 중이지만 국내 팬들과 접촉 기회는 되려 줄어든 탓이다. 거의 1년에 한 경기 꼴로 늘어진 시합 주기, 소속 단체의 도산과 이적, 방송사의 불규칙한 중계일정이 겹치면서 도르형은 우리와 멀어져 갔다. 그러나 이대로 떠나보낼 딴지가 아니다. 한 번 물면 놓치지 않는 근성과 뽕빨의 정서로, 더군다나 이미 독자와의 약속 - 작년 기사 "애밀 뉘어놓고 효도를! (http://www.ddanzi.com/news/966.html)편에서 오빠야 우원은 '효도르가 강한 이유와 그를 이기기  위한 필수 요소를 짚어보는' 후속 기사를 약속했다- 까지 받아놓은 상황에서 이대로 주말을 기다릴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이 사옥 2층을 차지한 수뇌부의 현실


(http://www.ddanzi.com/photo/8164.html)


 


 


 비만이 아니면 저체중만 존재하는 딴지스 가운데 체육, 그것도 격투 기사를 작성할 사람이 선뜻 나오긴 어려운 일이라.....결국 오빠야 우원의 땜빵을 위해서 '딸근도 근육이다, 근육양으로 치면 독보적인 충용이 네가 나서라' 는 편집장님의 분부를 받들어 본 기자가 총대 멨다. 벌써부터 오그라든다. 앞서간 오빠야 우원께서 예견하셨듯이, 이런 기사는 무조건 쪼이게 되어있다. 그래도 모쪼록 잘 부탁드린다. 꾸빠닥!


 


 


0. 테스트


 


 시작 부터 만만찮다. 딴지 정신에 따르면 문체의 가벼움을 용서받을 수 있어도 내용의 가벼움은 용서 받지 못한다. 그래서 과연 독자들의 수준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가,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지금은 더 이상 아우마스에서 '힉슨 대 사쿠라바'를 놓고 침 튀기던 시절이 아니다. 수년간 격투 시청인구 뿐만 아니라 수련인구까지 꾸준히 늘어 시청자들의 안목 또한 예전과는 다르다.


 


'너희가 모르던 기술을 가르쳐 주마!' 하는 식의 글쓰기는 앞으로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젠 다들 알 만큼 안다. 그렇다고 ' 크로캅이 그놈은 말이여, 아직도 한참은 멀어부렀어! 하이킥을 찰 때는 말이여, 요로코롬 무릎을 접었다 빠박! 펴면서 순간적으로다가 빠세! 하면서 차야지, 저게 뭐여. 다리를 쭉 펴고서 저것도 발차기라고 에잉..쯔쯔쯧... 이 애비가 군대에 있을 때는 말이여.....' 하시는 우리 아버지 같은 이들 또한 외면할 수 없는 노릇. 그래서 아주 간단한 사전 테스트를 하겠다. 여기엔 이지선다 문항 세개가 있는데 각각의 보기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라.


 


1.   효도르(  )           표도르(  )


 


2.   프라이드(  )         UFC (  )


 


3.   이종격투기(  )      종합격투기 (  )


 


대단한 테스트는 아니다. 효도르라는 일본식 발음이 "예멜리야넨코 표도르" 의 잘못임을 알고(그러나 지금까지 언중들의 언어습관을 헤아려 본문에선 계속 '효' 로 부를 것이다.), 이미 사멸한 단체보단 현재 MMA시장의 동향을 주시하며, 더 이상 영춘권이 강한가 주짓수가 강한가 하는식의 해묵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지 않을 정도의 상식만 갖췄다면 이 기사를 읽는데 문제 없으실 거다. 그것을 알아보는 테스트 였으니 이제 준비 됐다면 편안히 읽어 주시면 되겠다.


 


  





국립국어원의 표기 규정상 '예멜리야넨코 표도르'가 맞다. 그러나
도르형은, 니들 마음속에 있는거다.


 


 


1. 베우둠


 


'효의 강점과 약점' 을 이야기 하기 앞서, 눈앞에 닥친 상대부터 살펴보자. 이번에 효와 맞서는 파브리시오 베우둠은 어떤 상대인가? 승산은 있나? 결론부터 말해서 '효도르한테 돈을 걸어야하는' 게임이다. 종목을 막론하고 승부에는 의외성이 존재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효도르에게 기우는 게임이다. 


 


 베우둠이라는 선수, 속칭 수준 미달의 "떡밥"은 아니다. 13승 4패의 준수한 전적과 햇수로 9년을 바라보는 짬밥이 말해주듯 견실한 중견 파이터다. 하지만 장점만큼 단점도 명확해서 비교적 손쉬운 전략 수립이 가능한 상대다. 세계 수준의 유술가로, 드러눕게 되면 골치아프지만 슈트복세의 특훈을 마치고도 여전히 허전한 타격.


 


이걸 가지고 지공전으로 상대의 진을 빼놓는 경기를 펼치니 '이기기 보다는 쉽게 지지않는 선수' 가 바로 베우둠이다. 물론 어지한간 선수는 그의 '늪' 같은 경기 운영에 말려들어 이기던 경기를 놓치기도 하지만, 챔피언을 바라보는 선수들에겐 징검다리와 같은 존재다. 


 


'크로캅을 이긴' 곤자가, '효도르 동생' 알렉산더는 그 늪에 빠져 버렸고, 프라이드 챔피언 출신 노게이라와 UFC 챔피언 출신 알롭스키는 판정까지 끌고가 이겼다. 타격으로 풀어가면서 바닥으로 끌려가는 걸 경계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선수다. 베우둠이 기록한 가장 최근의 패배이자 큰패배였던 주니오 도스 산토스 전은 바로 이런 전략이 경기 초반에 제대로 먹힌 경우다. 그리고 타격에 있어서 최고수준의 결정력을 갖춘 효도르에겐 이를 실행할 능력이 충분하다.


 


 



UFC 90에서 베우둠의 K.O. 장면. 쉽지않은 선수지만 이길 수 있는 상대다.


 


예외적으로, 정말 드문 확률이겠지만 베우둠이 먼저 효도르를 넘어뜨려 상위를 차지한다면 그 땐 이야기가 달라진다. ADCC 우승자에 빛나는 유술가에게 탑을 내줬다간 삼보마스터 효도르도 승리를 장담 할 수 없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적은 확률에 따른 가정일 뿐. 돈 내기 할 사람은 안심하고 효한테 걸어도 좋다.


 


 


2. 효는 왜 강한가?


 


 결코 어중이 떠중이는 아닌 베우둠을 상대로 낙승이 예상되는 효도르. 이제 본격적으로 그가 왜 강한지를 알아보자. 사실 여기에 대한 답들은 이미 나와 있다. 지난 10년간 무패행진(1무효 포함)을 거듭해온 그에게 온갖 매체와 사람들이 달라붙어 샅샅이 훑었다. 경기영상, 훈련방식, 심지어 사생활까지.


 


그 결과 이제 세간에 떠도는 답들도 몇가지로 압축되어 가는 중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효도르가 익힌 무술 삼보의 강함, 타고는 신체 능력, 남다른 정신력을 언급한다. 


 


 먼저 '효도르의 무술' 로 알려진 러시아 격투기 삼보(SAMBO)를 살펴볼까. 효도르의 백본(Back Bone)으로 유명해졌고 러시아에서의 위상은 한국에서의 태권도와 비슷하다는 그런 무술이다. 러시아어 SAMozashchitya Bez Oruzhiya의 약어(SAMBO)로 직역하면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맨손 호신술] 이라는 뜻이란다. 냉전시대에는 '구 소련 특수부대 스페츠나츠의 살인기술'  이니 'KGB의 실전 호신술' 하는 등의 카더라만 전해졌지만 2000년대 들어서 국내에도 보급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써놓으면 마치 효도르, 첩첩산중에서 삼보라는 비급을 익히고 하산한 고수같다 . 하지만 본 기자는 효도르의 강함을  무작정 삼보의 강함으로 연결지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어떤 의미에서 효도르의 백본은 삼보가 아닌 유도(柔道)다. 우리가 올림픽때 보는 그 유도 말이다. 사실 효도르는 구소련의 엘리트 체육 진흥책에 따라 키워진 유도 선수였다.


 


 





전세계적으로 유도가들의 상대전적과


프로필을 제공하는 쥬도인사이드 닷컴


(http://www.judoinside.com/uk/?factfile/view/8554/fedor_emelyanenko)


에 기록된 효도르의 유도경력


 


 


 유도가로서 효도르의 경력은 종합격투가로서의 명성에는 못 미친다. 최고 권위의 올림픽과 세계 선수권에는 출전하지 못 했고 그 보다 규모가 작은 국제오픈과 러시아 선수권에서 딴 동메달이 최고 기록이다. 재능은 있었지만 소련의 붕괴와 함께 엘리트 체육에 대한 지원이 끊긴 러시아에서 '밥벌이'로 삼기엔 부족한 성취였다. 따라서 삼보를 병행했으나 이마저 여의치 않았고 결국 2000년대부터 일본의 격투기 단체 RINGS에 발을 담근 계기가 되었다. 효도르도 시작은 생계형 파이터였던 셈이다. 


  


 


 


 





전완과 이두로 경동맥을 압박하는 유술식 맨손조르기와 달리 


양손을 마주잡아 기도와 숨골을 쥐어짜는 유도식 하다카지메.


효도르가 보여주는 유도적 움직임의 대표적인 사례.


 


 


 이런 변신이 가능했던 이유는 유도와 삼보간의 높은 상동성 때문이다. 사실 삼보는 30년대 소비에트 정부가 기존의 무술들을 추려 만든 신생무술이다. 삼보에서 스스로 근간이 되었다고 밝히는 무술에는 유도, 브라질 유술, 레슬링이있고 그 밖에도 몽골 씨름 바흐, 그루지야의 치타오바등도 참고했다고 한다. 그래서 현대 스포츠 삼보는 복장부터 규칙까지 올림픽 유도와 매우 닮았다. 안전을 이유로 조르기에 대한 규제가 많고 굳히기 보단 메치기 위주의 득점도 그러하다. 메치기 한판이 존재하는 도복입은 스포츠는 사실상 유도의 아종으로 봐도 좋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하체관절기에 매우 개방적인 점 정도. 효도르를 키운 건 팔할이 유도와 구 소련의 엘리트 체육 시스템인 것이다.


 


 한 발 양보하여 효도르를 삼비스트(Samboist : 삼보선수)로 보더라도 삼보의 강함과는 또 다른 문제다. 정말 삼보가 종합 격투기 무대에서 그 효용을 인정받으려면 어느 누가 수련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러나 효도르를 제외하고 삼보를 백본으로 삼은 많은 러시아 선수들 - 키릴 시델리니코프, 로만 젠소프, 세르게이 하리토노프, 블라고이 이바노프 - 은 하나같이 국제무대의 벽 앞에서 고전중이다. 효도르는 삼비스트라서 강한게 아니라 삼비스트인데 강한 걸로 봐야 옳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경우보단 예외적인 경우에 가깝다.


 


 


 




모스크바에서 1천 Km 가까이 떨어진 러시아 변방의 작은 도시 Oksol.


효도르의 고향이자 훈련 캠프가 위치한 곳이다. 


 


 그래서 효도르의 강함은 때로는 미스터리다. 특히 영화 록키를 연상시키는 그의 훈련과 일상을 보면 더욱 그렇다. 기술 혁신이 눈부시게 진행중인 MMA계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활발한 교류가 필수적이다. 자연히 자본과 인력이 집중된 미국으로 훈련캠프를 옮기고 비슷한 수준의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면서 그렉잭슨 파이트 아카데미나 아메리칸 탑 팁과 같은 체계적인 '명문팀' 들이 현대 MMA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중이다. 그러나 효도르는 여기서 완전히 비껴서 있다. 산으로 둘러쌓인 러시아 소도시에서 한참 수준차 나는 팀 동료들과  언제나 똑같은 훈련을 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싸우는데 10년째 연전연승이니, 외딴 섬마을 소년이 교과서만 보고 공부해도 전국 수석하는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까? 이렇듯 효도르의 강함은 때로는 일종의 신비다.


  


 이 신비로움에 대한 두번째 설명은 한마디로 '타고났다' 는 말이다. 효도르는 남다른 유연성과 탄력, 균형감각등을 보여줬다. 2005년 처음 내한 했을 당시 국내 모 병원에서 실시한 신체검사 결과 신체의 좌우 발달 정도가 완벽에 가까운 대칭을 이뤘다느니 헤비급의 몸으로 턱걸이를 50여개 가까이 한다는 등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유명한 훈련영상.


구보 후 턱걸이, 평행봉, 고무줄 당기기 등을 실시하는 효도르


 


 


 효도르의 이러한 육체적 능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특히 그는 중량급 선수다. 체중에 비례해 절대적 근력과 맺집등은 증가해도 상대적 근력, 심폐지구력은 처지기 쉬운 100kg이 넘는 덩어리다. 이런 윗체급으로 갈수록 경량급같이 경쾌한 움직임은 고사하고 제 몸하나 가누기도 힘들어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효도르는 이런 몸을 가지고 경량급도 함부로 못하는 턱걸이 50여개 - 물론 배치기가 들어간 일종의 키핑풀업(Keeping Pull Up)이지만 - 를 소화하고 장거리 구보 훈련도 무리없다. 이와 함께 흔히들 탄력적이고 유연한 그의 몸은 또다른 강점을 가진다. 바로 위기 관리 능력이다.


 


 


 





PRIDE 헤비급 그랑프리 2라운드(2004)


랜들맨의 공격에 머리부터 수직으로 떨어지는 효도르


 


효도르의 경기 중 가장 위험했던 순간으로 꼽히는 케빈 랜들맨 전, 후지타 카즈유키 전, 마크 헌트 전이 이런 능력이 가장 돋보였던 순간이다. 순간적으로 링 바닥에 꽂히는 짧은 순간에도 효도르는 팔을 뻗고 고개를 당기며 낙법을 준비를 하고 있다. 메다 꽂히는 것 만으로도 충격이 상당했을 상황에서 바로 뒤집어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마크헌트 전의 위기는 더 결정적이었는데 완벽한 관절기 캐치(Catch)에 당한 바 있다.


 


 




프라이드 오토코 마츠리 (2006)


암락에는 암락으로 되돌려주는 효도르


 


 이 경기에서 효도르는 하이키락에 거의 팔이 꺾인 상태였다. 당장 탭아웃이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태에서 효도르는 버텼다. 오히려 기술을 건 마크헌트가 담담한 반응에 혼란스러워하는 눈치가 보였다. 결국 헌트는 거기서 효도르를 놓쳤고 역전당해 로우키락으로 패배하게 되었다. 이런 대역전극이 가능했던 이유는 효도르의 탁월한 (그리고 천부적인게 분명한) 육체적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뿐만이 아니다. 특유의 위기 관리 능력은 세번째 장점, '정신력'의 도움도 크다.


 


 '싸움은 기술이 아니라 결국 깡으로 하는 것' 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효도르가 보여준 태도와 시합 외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촌스럽게 들려도 '정신력' 때문 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투지와 근성만 있다면 우리도 아르헨티나도 잡을 수 있다는 식의 주먹구구 이야기가 아니다. 일단 효도르는 표정 관리가 확실하다. 


 


 




2009년, 스트라이크 포스 효도르 대 로저스


 


효도르의 최근 경기였던 대 로저스전에서 1라운드 종료직후 중계 화면에 잡힌 얼굴이다. 오싹하지 않은가. 저 상처와 선혈은 효도르의 것이다. 이런 상황에 몰리면 선수는 당황하거나 흥분하게 된다. 그리고 수세에 몰렸을 때 얼굴빛이 변하거나 경기가 마음대로 안풀린다고 흥분하면 더 큰 위기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효도르는 시종일관, 심지어 결정적인 위기 상황에서도 냉혹함에 가까운 침착함을 유지하는 선수다. 앞서 랜들맨에게 슈플렉스를 맞았을 때도, 마크헌트의 하이키락에 잡혔을때도 그랬다.


 


 






효도르도 실신 직전까지 갔던 경기, 후지타 카즈유키 전. PRIDE 26


 


 그의 이런 '멘탈' 이 가장 돋보였던 순간은 후지타 카즈유키 전이었다. 승부수를 띄우려는 듯 들어가다 다리가 풀릴 정도로 큰 카운터에 맞은 효도르. 그러나 끝까지 침착했다. 일단 드러누워 가드를 전개하거나 백스탭을 밟아 도망가지 않고 순간적으로 클린치를 만들어 시간을 벌었다. 결국 그로기에서 어느정도 빠져나올 때까지 이 효도르의 붙잡고 늘어지기 전략은 주효했다. 그리고 어느정도 회복되자마자 더 정확하고 매섭게 몰아쳐 경기를 끝내버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단지 링위에서 뿐만아니라 경기 밖에서도 이런 태도를 유지하기에 더 놀라운 것이다. 챔피언이 되고 강자들을 꺾어갈수록 '동기부여' 라는 측면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효도르는 러시아의 스포츠 영웅대접을 받는 지금도 '딸내미 분유값을 벌던' 눈빛으로 경기에 임한다. 규칙적이고 늘 성실한 태도를 견지하는 그의 모습은 정신적 강함이 육체적 강함을 지탱해 주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헤비급이면서 미들급에 준하는 속도와 지구력을 갖춘 운동신경, 경이로운 탄력과 유연성. 이걸 뒷받침해주는 강인한 정신력. 이러니 그 남자 강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아직 석연찮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장점을 찾으면서 삼보에 대한 언급을 잠깐 한 것 이외엔 그 유명한 '기술' 에 대한 이야기를 아직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만 기다려 보시라. 원래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따로 하려고 떼어놓지 않나.


 


 


3. 효도르가 진정 강한 이유, "종합" 격투기 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지금 효도르가 강하다는 것은 종합 격투기 (Mixed Matial Arts)세계에서의 이야기다. 아직도 이종격투기라는 표현이 익숙한 이들은 종합이종의 용어 차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하다. 지금 우리가 즐기는 UFC나 스트라이크 포스는 '태권도와 소림권법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하는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한 '천하제일 무술대회' 가 아니다. 이미 거기에 대한 답은 십수년전에 초기 UFC를 통해 나왔다. 주짓수(브라질 유술)라고. 그리고 지금은 주짓수가 아니라 주짓수네 할아버지라 해도 단일 종목만 익혀서는 어림없다. 


 


 그래서 본 기자가 자주 쓰는 비유가 '종합격투기는 대입 수학능력 시험과 같다' 는 말이다. 높은 점수를 얻고 상위권을 차지하려면 한 과목만 잘해선 아무 소용 없다. 언어, 수리, 외국어, 제2탐구, 때로는 제2외국어까지 준비해야한다. 한 과목 하기도 빡센데 매일 같이 모든 과목을 골고루 공부하라고 닦달하던 담임선생의 얼굴을 떠올려 보라. 심란하지 않은가.


 


 MMA도 마찬가지다. 타격, 넘어뜨리기, 바닥에서의 관절기와 뒤집기, 공격 뿐만 아니라 방어까지 골고루 갖추기 몹시 어렵다. 그래도 그 어려움을 이겨낸 선수가 대성한다. 복싱, 무에타이, 주짓수, 레슬링은 수능으로 따지면 언어, 외국어, 수리 같은 개별 과목인 것이다. 아직도 '메이웨더가 지금 당장 UFC에 오면 여러명 줄초상 나지 않겠냐' 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리석다. 토익은 만점이지만 한글은 제대로 읽지 못하는 외국인 영어 강사를 불러다 수능을 치게 해도 서울대 정도는 가지 않겠냐? 라는 질문과 똑같은 수준의 말이다.


 




K-1 다이너마이트 2007 마사토 VS 최용수 


마사토에게 다운당하는 최용수 선수


 


 그렇다고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모든 분야에 통달한 달인은 결코 아니다. 수능 만점받는 고삐리한테 당장 GRE를 하라면 몇 점이 나올까. 전 영역에 거쳐 고루 '공부할 준비(수학능력)'가 갖춰졌다는 뜻이지 수능점수가 특정 분야에서의 학문적 성취를 보여주는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제 아무리 효도르라해도 킥복싱 룰로 하면 K-1지역 예선 정도나 뚫을 수 있을지 의문이고 당장 ADCC에 던져 놓으면 1회전 통과도 어려울 것이다. 절세 미녀도 눈, 코, 입 하나 하나 떼어놓으면 '부분모델' 만 못한 부분이 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 코, 입을 모아 붙인다고 절대가인이 탄생하는 것도 아니다. 즉 이것은 조화(Harmony)창발성(Emergence)의 문제다.


 


 종합격투기는 각기 다른 부분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전체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세포, 조직, 기관, 개체로 단계를 높여갈수록 '창발성' 이 발현되는 생물체 처럼 종합 격투기의 세계에서 1+1 은 단순히 2가 아니다. 때에 따라선 그것은 2를 뛰어 넘기도 하고 1에도 못 미치는 경우도 있다.


 


타격이 부족해서 복싱 따로, 복싱이 좀 되니까 레슬링을 보강하는 이런식의 '따로 국밥식' 훈련은 실제 링에서 좋은 경기와 직결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MMA라는 새로운 문법에 맞춰 최적화된 훈련이 필요하다. 복싱에서 펀치만 조합한 콤비네이션만 연습한 선수가 라자담넌이나 룸피니에 들어서면 컬쳐쇼크를 받을 것이다. 펀치와 궤도가 전혀 다른 발차기와 무릎이 추가되면 그것은 전혀 새로운 문법을 갖춘 외국어와 같다. 


 


같은 입식 타격 안에서 느껴지는 차이도 그러한데 아예 갈래가 다른 타격과 그래플링이 혼합된 종합에서는 오죽 하겠나.  MMA까지 갈 것도 없이 K-1의 WBA챔피언 최용수의 사례만 보자. K-1이라는 새로운 문법에 적응 못하고 여전히 복싱시절같은 위빙과 더킹을 고집하다 마사토의 킥에 무너졌다. 종합이란 낱 개의 무술들을 따로따로 잘 한다고 되는게 아니라 이들의 유기적인 재조합이 필요한 스포츠다. 그것이 바로 MMA다. 이전에 없었던 처음 만나는 새로운 세계, 그것이 MMA다.


 


- 조금  본론에서 벗어 나는 이야기지만 언급하겠다. 그렇다고 본 기자는 이제 별도의 백본을 가진 선수가 아닌 MMA 그 자체가 백본인 선수들이 활약할 것이다는 의견에는 반대한다. MMA가 수렴(convergence)을 담은 종목임은 분명하지만 각각의 훈련은 분화(divergence)를 따르게된다. MMA란 여러 종목의 수렴은 맞는데 어떤 것끼리 어떻게 조합 했느냐, 누가 조합했느냐에 따라서 저마다 자기만의 색깔이 존재하게 되는 종목이다. 똑같은 고기를 줘도 볶아먹는 놈이 있고 삶아 먹는 놈이 있듯이. MMA라는 표준화된 틀을 가진 단일 종목은 출현할 수 없다는 게 본 기자의 지론이다. 설령 그런 방식으로 훈련된 선수가 있더라도 챔피언 급에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MMA선수는 스페셜한 제네럴리스트  제네럴한 스페셜리스트 사이의 선택이다.-


 



 


효도르 하이라이트 1+1은 2가 아니다.


 


 





 바로 효도르는 이런 면에서 '매우 종합적인' 선수다. 잽이나 스트레이트는 사실상 배제하고 훅성 펀치에 의존하는 타격, 주짓수와 같은 정교한 가드플레이는 찾아 볼 수 없는 그라운드 운용, 유도선수로는 월드클래스에는 못 미치는 테익다운 능력. 이들을 하나 하나 떼어 보면 그는 평범하다. 하지만 러시안훅으로 시작해  얼음파운딩으로 끝나는 큰 그림을 보면, 그는 최강이다.  1+1 를 2+@로 만들 줄 아는 게 바로 효도르가 가진 최고의 강점이다. 


 


 그러나 MMA가 수능은 아니다. 여러 종목에 걸쳐서, 골고루 잘해야 한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총점만 가지고 대학가는' 세계는 결코 아니란 말이다. 여기서 작용하는게 바로 스포츠의 의외성이다. 게다가 MMA는 링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의외성이 큰 종목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스탯을 가진 선수가 있다고 치자. 


 


주먹:  상 


발차기:상


넘기기:상


 관절기:상


 맺집 :  하


 


 다섯가지 항목을 종합해서 생각해보면  '하' 가 1개 있는게 거슬리지만 그래도 중상은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 구멍 하나 때문에 그는 특정 약점만 공략하면 누구나 이길 수 있는 약체가 될 수 도있는게 종합 격투기의 세계다.


 


 타격으로 치면 상을 넘어 최상, 극상이라 부를만한 수많은 타격가들이 멋모르고 MMA로 전향했다 고배를 마신 것도 이런 이유다. 넘어뜨릴 필요도 없이 그냥 굴러다니다 하체관절기 그립만 잡아도, 손쉽게 이길 수 있다. 과락이 하나 생기면  다른 능력이 아무리 다 좋아도 그 하나 때문에 삼류 선수가 될 수도 있는게 종합의 세계다. 수렴하는 듯 보여도 다시 그 안에서 분화를 거듭하는 MMA의 기술체계. 그렇기 때문에 강점이 분명하고 헛점을 찾아보기 힘든 효도르는 총점이 계산 전의 + @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잘해야 한다. 총점만 높다고 되는게 아니다. 하나가 뚫리면 그것만으로도 질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을 곱씹어 생각해 보면, 효도르 역시 천하무적만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효도르를 이기기 위해 타격, 넘어뜨리기, 관절기 모든 방면에 거쳐 효도르보다 뛰어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순수 그래플링에서나 나올 법한 딥하프(Deep Half)스윕을


천역덕스럽게 쓰는 베우둠.


총점은 효도르보다 한참 딸리지만 승산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당장 다가오는 베우둠과의 대결에서도 효도르 이상의 그라운드 기술을 갖춘 베우둠에게 만에 하나 깔리기라도 한다면 효도르도 질 수 있다. 등을 땅에 대고 눕게되면 급격히 약해지는 수많은 삼비스트들의 공통된 약점에서 효도르도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효도르가 왜 강한가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하고 싶다. 그리고 이번 주말 효도르가 베우둠을 손쉽게 제압한다면  다음 시간에는 '효도르를 이기기 위해서 필요한 것' 과 함께 더 자세히 알아보겠다. 그때까지, 졸라!


 


 


P.S.


끝으로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수준 높은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격투웹진


갓므마(http://gotmma.tistory.com)에 감사한다. 많은 내용을 인용, 참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