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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시스템이 엉망인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님에도 대부분 사람들이 정치가 썩었다며 국회의원, 검찰, 공무원들을 욕한다. 하지만 자기가 속한 곳의 비리와 부패는 적당히 넘어간다. 나는 그런 모습이 싫어서 바둑판의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오늘은 시스템이 아닌 바둑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알파고 얘기를 해야 하는데, 감도 안 오고 워낙 다양한 이야기가 많아서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진 알 수가 없다. 필자는 이세돌이 이번에 이길 거라고 생각하지만 알파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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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바둑팬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어떻게 하면 바둑이 늘어요?”


일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조남철 국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방법이 있으면 내가 가진 돈 다 드릴 테니 제발 좀 알려주십시오.”


우문현답이라 할 수 있지만, 딴지스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가는 돌 맞을 거 같아서 그동안 경험을 살려 노하우를 전수하겠다.


이 글은 바둑 입문자에게는 적용이 안 된다. 최소 초·중급은 되어야 한다. 바둑은 진입장벽이 높다. 요새 게임은 10초면 룰을 알 수 있는데 바둑은 룰 익히는 데만 며칠이 걸린다. 입문자 과정을 쉽고 재밌게 알려줄 수 있으면 떼돈을 벌겠으나 그게 쉽지 않다.


초중급자들은 ‘바둑판 어디에 둬야 할 지 모를 때’ 벽을 느낀다. 이 벽 앞에서 포기하는 사람이 있고 공부를 통해 벽을 뛰어 넘는 사람들이 있다. 아예 포기하는 건 상관 없는데 가장 안타까운 건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방법이 잘못 되어서 삽질하는 케이스다.


바둑도장의 애들이 빨리 바둑을 배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려서 잡념이 없는 것도 있지만, ‘바른 길’로 가기 때문이다. 서론이 길었지만 이 부분은 너무 중요해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바른 공부’를 해야만 실력이 는다. 바둑실력을 늘리고 싶은 분들은 정독해주시길 바란다.



1. 마음 편


<손자병법>도 ‘시계편(始計篇)’으로 썰을 풀지 않나. 뭔가 있어보여서 따라해봤다.


무릇 기술이란 잡스러운 것으로, 중심이 잡혀있으면 습득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니 바둑의 중심을 잡으려면 마음이 중요하다.


바른 수는 정심(正心)에서 나오고, 정심은 바른 자세와 바둑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어떤 자세와 바둑에 대한 태도를 지녀야 하는가? 바로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약한 상대라도 존중한다면 상대를 무시하는 수를 두지 않고, 상대를 속이는 수를 두지 않으며, 방심하지 않는다. 상대가 강할 때도 위축되지 않고, 비굴하지 않으며, 오로지 바른 수를 둘 뿐이다. 이를 ‘조화’라 한다.


바둑에서 조화란 무엇인가. 모자란 것은 채워주고, 넘치는 것은 힘을 빼준다. 세력이 강할 때는 집에 신경 쓰고, 집이 많을 때는 세력에 신경 쓴다. 바둑은 동양사상이 모두 녹아있는 게임이다. 세상에 멈춰있는 것은 없다. 멈추는 것은 곧 죽음이다.


19로 반상(盤上. 바둑판 위)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바둑이며, 고수는 이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흐름을 탄다. 잘 나간다고 까불 것이 아니며, 어렵다고 기죽을 필요 없다. 바둑에서 욕심이 많으면 패망할 확률이 높다. 유리할 때 자족하고 물러나야 한다. 99개 가진 자가 남은 1개까지 뺏으려고 하다 망하기 때문이다. 불리하다고 무리할 필요 없고 때를 기다리면서 참아야 한다. 바둑을 두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오는데 그때까지 기다리면서 힘을 길러야 한다. 우리의 인생도 물러날 때와 나아갈 때를 구분 못 해 얼마나 괴로운가. 똥오줌을 잘 가리고, 누울 자리 보고 발 뻗자.


위의 경지만 되어도 대단한 인격자다. 필자도 썰만 풀지 만날 똥오줌 못 가려서 기저귀를 차고 다녀야 하나 심히 고민 중이다. 현학적이고 어려운 경지다. 바둑은 즐기려고 두는 것인데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냐고 물으면, 인정한다. 바둑을 둘 때 상대방이 실수하길 바라지 말고, 속여 먹으려고 하지 말고, 자기만의 바둑을 두기 바란다. 프로가 되려고 하는 게 아니라면 승패와 관계없이 즐겁게 바둑을 둘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실력이 빨리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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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득탐승(不得貪勝)’이라는 말이 있다. ‘승리를 탐하면 오히려 얻지 못 한다’는 묘한 말이다. 너무 이기려고 하면 시야가 흐려진다. 승패와 관계없이 바른 수를 두겠다는 마음가짐, 그리고 상대가 왜 여기에 수를 두었는가를 생각하는 게 실력향상에 도움될 것이다.


오늘은 이정도만 하겠다. 다음은 ‘공부’ 편이다. 바둑이 잘 안 느는 건 공부하는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니, 어떻게 바둑공부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마.




추신


1) (괜찮은 선생한테 배운다는 가정 하에) 바둑은 돈 주고 배우는 게 가장 빠르다.


2) 제발 함정수 공부 좀 하지마라. 그리고 설명해주면서 ‘상대가 이렇게 둬 준다는 가정 하에 말입니다’고도 하지 마라. 그렇다면 상대가 돌 던진다는 가정 하에 바둑 두면 되지 않나. 함정수 공부는 안 당할 정도만 하자. 사실 공부 안 해도 어느 정도 수준에 다르면 함정수에 절대 당하지 않는다. 그 시간에 다른 공부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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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