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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99년, 유기화학 중간고사를 앞두고 '벤젠이니 알킬이니 세상은 왜 이리 간단치 않을까 이과 다 망해라' 이런 당치않은 생각을 하던 복학생들이 그래도 시험 전날인데 공부는 해야 할 것 같아 기숙사 독서실에 모였다. 일단 책을 펼치긴 했는데 '아! 담배 한 대 피우고 시작하자'며 담배 피우면서 썰을 푼 게 아이쿠야! 군대 얘기, 평소라면 "야! 이 미친놈들아 후배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군대 얘기하고 축구 얘기인 거 몰라?"이러면서 거세게 욕 처먹을 레퍼토리였지만 때까 때였던지라 전역한 지 반년도 안 된 예비군들에겐 그놈의 군대 얘기가 그렇게 흥미진진하더이다. 그리고 우연찮게 당시 발칸 조작하던 놈과 발칸 조작하던 친구를 알고 있었던 놈이 있어서 '현대전에 있어서 발칸이라는 놈이 얼마나 허접스러운 놈인가.'에 대한 사례가 쏟아지게 되었는데 그 중 몇 가지를 함 풀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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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요렇게 생겨먹은 발칸 M167




CASE 1 : 이건 발칸 조작하던 친구를 두었던 놈이 들었다는 얘깁니다.


당시 제 친구의 친구는 해안가에서 발칸을 조작했는데 그때가 한미연합훈련이 있었대요. 꽤 큰 훈련이었나 본데 이 발칸포대는 꽤나 한가했다고 하더라구요. 걍 발칸포 앞에서 대기하고 그걸로 끝이었대요. 근데 훈련의 내용으로도 적기가 자기네들 작전구역에 진입할 예정은 없었던지라 야밤에 꽤나 심심했다 하더라구요.


근데 말했다시피 이게 한미연합훈련, 해안으로 상륙하는 적의 공기부양정을 요격하기 위해 쌀국의 아파치가 패트롤을 뛰고 있었는데 상당히 심심한 상태였던 발칸포대가 이 바쁜 벌꿀, 아니 이 아파치를 조준했던 모양이에요.

알다시피 아파치에는 RWR(Radar Warning Reciever)가 있어서 레이더나 레이저로 조준하면 다 압니다. 아울러 빈총에 맞아도 기분 나쁜데 레이더 맞아서 행복할 항공기 조종사는 또 없었던지라 조준 당한 아파치가 신경질적으로 기동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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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ACHE


근데 생각 없이 조준했던 레이더에 아파치가 반응을 보이니 상당히 심심했던 발칸포대가 술렁거렸다고 해요. 이게 딱 여자애 찝쩍거리는 찌질이 패턴인데 하여간 그땐 발칸포대가 낄렵낄렵 쒼나게 아파치를 조준하고 놀았던 모양이에요.


얼마 지나지 않아 훈련이 끝나가던 시점, 짜증을 못 이기고 아파치가 훈련 종료 시점 이전에 철수를 했더래요. 발칸포대는 '아파치 별거 아니네.' 이러면서 낄낄거렸구요.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발칸포 뒤쪽 얕은 야산 뒤에서 뭔가 시커먼 게 소리도 없이 '툭' 튀어나오더래요. 


아이 씨바, 아까 그 아파치!


그 아파치가 로터(Rotor Blade : 쉽게 말해 날개) 소리도 없이 갑톡해서 발칸포대 위에서 호버링(Hovering : 공중에 띄워 자리에 머물게 하는 것)을 하더래요. 30mm는 포대를 조준하구요. 발칸포대 약 1분간 스턴. 1분간 그렇게 호버링하던 아파치는 나름 만족한 듯이 돌아가더랩니다.


APACHE HOVERING


한 줄 요약 : 아파치는 소리 없이 등 뒤에서 나타난다.




CASE 2 : 이건 실제 방공포병으로 발칸 조작했던 동기 놈의 사례


당시는 육해공 합동 훈련 일정이 잡혀있던 때. 갓 부임한 중대장은 자기 작전구역 안으로 아군 F-16이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요. 이 사실에 뜬금없이 흥분한 중대장은 '발칸으로 F-16 잡는 훈련을 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고 이걸 윗분한테 결재를 올린 모양이에요. 애초대로라면 이런 뻘짓을 왜 하냐고 반려되어야 마땅한 일.

그러나 이게 묘하게 분위기를 타더니 공군까지 협조공문이 전달되고, 공군에서는(비웃음을 섞어) 협조하겠다며 F-16의 진입경로와 진입시간까지 알려줬다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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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6


바야흐로 훈련 당일,


눈에 들어오면 반드시 격파하겠다는, 간절히 기도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줄 거라는 믿음과 함께 여러 개의 발칸포대가 F-16의 진입 경로를 향해 포대를 고정했는데, 드디어 F-16 이 진입하기로 예정한 시간이 다가오니 일제히 무전 폭발!


"적기 발...지나갔다!"

"적기...놓쳤다!"

"적기확인! 조준! 놓쳤다!"


당사자의 얘기로는 눈으로 보긴 했는데 포구를 돌리니 이미 지나갔더라고.

 

한 줄 요약 : C4I(감시 타격체계) 없이 구두로 적기의 출현을 경보해봤자, 발칸으로 저고도 아음속기(최대속도가 음속 이하인 항공기)를 격추하기는 무리데스.




CASE 3 : 그리고 CASE 1, 2를 모사이트에 올리고 나니 누군가가 말해준 비슷한 사례 


육군의 대규모 훈련에 항작사가 참여를 했는데 뽀대나는 AH-1 같은 게 온 게 아니고 MD500이 지원된 모양. 생긴 것도 계란 같은 게 지도 나름 헬기라고 뜨고 내릴 때마다 소규모 황사가 시전되니 근처에서 텐트 친 보병들이 뜬금없이 빡친 모양. 아니 니들 뭐 하는 것도 없이 먼지만 날리고 ㅅㅂ, 니들 딴 데 가서 놀아. 뭐 이러면서 비행복 입은 MD500 비행사들 지나갈 때마다 디스를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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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잠자리 아니 MD500


나름 프라이드 쩛었던 MD500 비행사들은 이에 MD500을 몰고 산을 타고 저고도로 접근해서 보병 텐트 위로 갑톡하고 풍압으로 텐트 몇 동을 박살 내며 총알도 들지 않은 미니건 총신을 마구 돌려줬다고.


이 무례하고 개념 없는 짓거리에 피해를 입은 보병중대는 그 이후 MD500 비행사들을 보면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고.


한 줄 요약 : MD500도 보병한텐 사신.

 

 

 

 

잠깐 딴지에 대공병기든 보병하고 아파치하고 붙으면 어떻게 되냐는 이슈가 뜬 모양인데, 보병이 걍 죽습니다. 암것도 못하고 죽습니다. 아니 대공미사일이면 아파치도 격추시킬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없는 건 아닌데 스팅거를 비롯한 보병이 쏘는 대공미사일, 즉 맨패드(Man-Portable Air Defense Systems : 이동식대공방어시스템)는 그렇게 간단하게 발사되지 못합니다. 조준을 위해서 냉각가스가 든 실린더를 개방해서 열상 장치를 냉각시켜줘야 해요.

 

Stinger_fim-92A_man_portable_air_defense

 

이미지에서 보이는 'Battery Coolant unit'이라는 건데 적기가 확인되면 저거 장착하고 시커 냉각시켜서 조준하고 발사하는 겁니다. 이게 무슨 콜옵(게임 : 콜 오브 듀티)도 아니고 적기가 보인다고 걍 '빵'하고 쏘면 맞는 거 아닙니다.


아울러 저 냉각기는 기껏 해봤자 30초 정도 밖에 냉각을 유지 못할 거에요. 이말인즉, 적기 보이면 저거 장착하고 30초 이내에 발사해야 합니다. (30초는 정확한 수치가 아닙니다. 솔직히 기억 안 납니다) 그러니까 내내 전투준비 태세를 유지하지 못해요. 적기가 언제 출현한다는 명확한 정보가 있어야 교전이 가능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주간의 경우 높은 고도에서 날아가는 수송헬기 정도는 저걸로 맞출 수 있습니다. 물론 육안이나 기타 정보로 헬기가 지나간다는 내용을 알고 있어야 가능해요. 이 말을 뒤집어보면 야간에는 저런 맨패드만으로는 교전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됩니다.


유튜브같은데서 아파치가 IS를 쓸어버리는 영상이 다 야간인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에요. 야간이면 IS 같은 집단을 일방적으로 학살할 수 있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냉정하게 말해서, IS가 맨패드를 가지고 있다고해서 아파치를 상대로 교전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요. 아파치가 헬파이어같은 장거리 미사일이 아니라 30mm 체인건으로만 교전한다고 해도 마찬가집니다.

 

AH-64_from_above.jpg

 

AH-64D 의 상부사진입니다. 엔진 배기구의 위치 보이시죠? 이게 상부로 향해있어요. 뜨거운 배기가스는 로터에 차갑게 식어요. 열추적미사일로는 조준도 어려워요. 






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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