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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결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판후이 유럽 챔피언이 졌을 때까지만 해도 이세돌 사범이 진다는 건 생각지도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여러 정보들을 입수하면서 불안감이 커진다. 그래서 지금 필자의 예상은 뭐냐? 모르겠다.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일례로 체스챔피언 카스파로프와 IBM의 딥블루의 대국을 보자. 승부처에서 딥블루는 모두의 예상을 빗나가는 이상한 수를 두었다. 카스파로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이 안 되는 수이기 때문이다. 카스파로프는 자신이 예상한 수를 안 둔 컴퓨터를 응징하여 그 판을 이겼다. 대국이 끝난 후 카스파로프와 마스터들이 모여 검토를 해보니 카스파로프가 예상한 수를 딥블루가 뒀다면 20수 뒤에 필패여서 컴퓨터가 그 수를 안 두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카스파로프는 놀랐다. 컴퓨터가 자신보다 수를 더 읽어서 승부수를 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리적으로 흔들린 카스파로프는 결국 컴퓨터에게 패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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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은 오해였다. 딥블루의 이상한 수는 단순한 버그였던 것이다(물론 이것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많다. 당시 IBM 직원이 중간 중간 컴퓨터를 점검하고 난 후에 컴퓨터가 두기 힘든 수가 나와서 공정성에 의문을 품는 체스인들이 많았다). 이러한 변수들이 언제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는 일이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체스를 ‘인공지능의 초파리’라고 부른다. 연구자들이 초파리 성애자라 초파리를 키우는 것이 아니다. 배양이 쉽고 세대가 빨리 늘어 연구하기 좋기 때문에 키우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체스 자체에 관심이 있기보다 체스가 초파리처럼 좋은 재료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초파리가 바둑이 되었다.


인공지능이나 알파고의 구동방식이나 프로세스는 전공하신 분들이 잘 정리한 다른 글이 많으니 여기서는 살짝만 훑고 넘어가자.


우리가 학습하는 과정은 이렇다. 뇌는 오감을 통해서 정보를 받아들인다. 정보는 휘발성으로 날아가기도 하고, 각인되기도 한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가? 바로 패턴에 있다. 왜 똑같은 선생님이 가르치는데 결과가 다를까? 같은 정보를 받아들여도 뇌에서 어떻게 패턴화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무분별한 정보들을 취합해서 긍정적인 기억은 살리고 부정적인 정보는 버린다. 그래서 긍정적인 정보들로만 패턴을 만들어(이를 스키마라고 한다) 장기기억을 하는 것이다.


알파고가 딥블루와 차이점이 이것이다. 딥블루는 사람이 입력한 정보를 기반으로 계산을 한다. 하지만 알파고는 자기강화를 통해 천문학적 수를 계산하며 실패한 값은 버리고 승리한 값만 저장해서 성장한 것이다. 그래서 체스와는 다르게 다른 분야로 적용이 광범위하게 가능하리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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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배경은 요 정도만 하고. 이제 누가 이길 것인지에 대한 썰을 풀어보겠다. 다른 평범한 바둑사이트와 달리 본지 특유의 첨단미신이 동반된 취재를 바탕으로 작성된 예상기사임을 유의해 읽어주시라.



이세돌 우세설



1. 인공지능 너희는 아직 준비가 안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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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비약적인 발전을 했지만 아직 멀었다. 판후이랑 둔 기보를 보면 아직 하수다. 또한 일반인이 바둑을 처음부터 배워서 판 후이 레벨에 오르는 것보다 판 후이 레벨에서 이세돌 레벨로 가기가 훨씬 어려운 게 바둑이다.



2. 이세돌 기풍설


알파고의 상대가 철저한 계산을 기반으로 하는 기사라면 알파고에게 고전할 수 있지만, 이세돌은 변칙의 제왕 아닌가. 아무리 계산을 잘하는 컴퓨터라고 해도 이세돌의 수읽기와 직관을 따라가기엔 아직 멀었다. 이세돌은 컴퓨터가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기풍이다.



3. 패의 특수성


바둑은 패라는 특수 룰이 있다. 동형반복을 피하기 위한 특수 룰인데 인공지능이 이걸 어려워한다. 패를 따내기 위해서는 팻감이라는 걸 써야 하는데 이 가치판단이 매우 어려운 것이다. 특히 패가 2~3개 이상 될 경우 계산하기가 너무 어려워진다. 이세돌이 인공지능의 약점을 이용해서 공략하면 무난히 이긴다는 예상이다. 하지만 이 작전의 문제는 억지로 패를 냈다가는 역관광 당할 수도 있다. 알파고의 기풍이 싸움을 싫어하는 듯 보이지만 막상 싸움이 붙으면 정확한 수읽기로 끝을 내버리는 츤데레함이 있다.



4. 구글 호구설


사실 구글이 알고 보면 호구여서 5,000년 역사의 바둑의 깊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까부는 것이다. 이세돌은 100만 달러 인 마이 포켓하고 바둑 보급 되고 경사났네~ 경사났어~라는 일부 바둑계 노인정에 계신 분들의 주장.



5. 존 코너설


사실 이세돌은 알파고에 지배당한 미래에서 왔다. 그가 잘 두는 이유는 미래에서 알파고에게 바둑을 배웠기 때문이다. 알파고를 버그에 빠져 자폭하게 만드는 수를 연구해서 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날이 다가왔다. 기대하시라 두둥.




알파고 우세를 점치는 의견



1. 기상예보에 비하면 바둑의 경우의 수는 적다


무한과 무한의 크기를 비교할 수 있는가? ‘0~1 사이의 무한’과 ‘자연수의 무한’이 같은 크기인가? 뭐 이런 얘기인데, 듣다가 결국 칠공에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기상예보를 생각해 보자.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데이터를 입력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정확한 데이터를 입력할 수 없다. 게다가 그 데이터도 입력하는 동안 값이 바뀌어서 완벽하게 일치하는 값을 입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주 작은 오차에도 결과가 달라져서 정확한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날씨를 얼추 맞출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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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바둑은 결국 19줄 361칸 안의 한정된 세상이고 입력하는 수도 기상에 비하면 오차가 적으니 컴퓨터에게 바둑은 일도 아니다. 라는 주장이다.



2. 학습정보 제한실험을 통한 알파고 우세설


알파고의 지난 경기인 유럽 챔피언 판 후이와의 기보를 보고 알파고의 실력이 한참 멀었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다. 맞다. 그 기보만 따지자면 알파고는 이세돌에게 뒤져도 한참 뒤지는 수준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간과한 게 있다.


첫째로 판 후이는 정상급 프로에게 2점 정도 치수다. 이런 판후이를 5:0으로 이겼다. 바둑 두는 사람들은 알지만 2점 하수를 이기는 건 어렵지 않지만 5:0은 다른 문제다. 또한 기보 내용을 분석하면서 알파고가 느슨하다고 말하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알파고는 20집 이기는 99%보다 2집 이기는 100%를 추구하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을 수 있다. 그 결과 느슨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두 번째다. 판 후이와 대전 전까지 알파고에 입력된 기보는 인터넷사이트 7~9단의 기보였다. 프로기사 기보들이 있는데 왜 아마바둑을 입력했을까? 이런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프로기사 기보 구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는가.


구글의 노림수는 이렇다.


구글은 아마 고수들의 데이터만을 가지고 아마 최고수 레벨을 이길 수 있는지 실험해본 것이다. 그 결과 아마추어들의 기보만으로 공부한 알파고가 유럽 챔피언인 판 후이를 이겼다.


구글은 판 후이 대전 이후 프로기사 데이터들을 입력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추어 데이터로 아마추어 챔피언을 꺾고, 프로 데이터로 프로 챔피언을 꺾는다는 것이다. 썰이지만, 중국 정상급 프로기사들이 최근 영국에 놀러 갔다는 목격담이 들려온다고 한다(비밀 유지 계약 때문에 말은 못 한다는 썰).



3. 구글은 호구가 아니다


이 놈들이 누구냐. 세계 최고의 IT업체인데 5:0으로 깨지는 게임을 할 리가 없다. 최소한 30% 확률은 있으니깐 하는 것이다. 적어도 1판은 이긴다는 생각이 있다고 본다. 라고 구글 슈미트 회장의 뇌를 염력으로 취재해서 본 필자가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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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병렬+클라우드 컴퓨터의 위력


알파고는 병렬 컴퓨터로 계산력을 올릴 수 있다. 그 얘기는 컴퓨터만 많으면 무한하게 계산력을 올릴 수 있다는 이론이다. 알파고 뒤에 얼마나 많은 컴퓨터들이 알파고의 연산을 도와줄지 모른다. 그리고 구글은 그런 힘이 있다. 한 달에 100만 판을 스스로 둔다. 그런데 병렬 컴퓨터의 숫자만 늘리면 하루에 100만 판씩 둘 수도 있다. 이세돌과 두는 알파고는 우리가 아는 알파고가 아니다. 그래서 알파고가 유리하다는 주장이 있다.



5.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설



1999 일곱 번째 달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

 

앙골모의 대왕이 부활하리라

 

화성을 전후로 행복하게 지배하리라.



요게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다. 다들 세계 3차 대전이니, 핵전쟁이니 그러는데 다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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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알파고의 등장을 얘기한 것이다.


1999 일곱 번째 달

 

바둑이 컴퓨터에 지는 날을 말한 것이다. 당시 개념으로 1999년은 역사의 끝이었다. 2000년을 생각할 수 없어서 일곱 번째 달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올해가 2016년이다. 2000년하고 16년인 것이다. 1+6은 7 그래서 일곱 번째 달이라 은유해서 표현한 것이다.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


바둑돌을 놓을 때 위에서 아래로 딱 하고 두지 않는가. 바둑돌 놓는 것을 얘기한 거다. 알파고의 수에 사람들이 공포에 떤다.


앙골모의 대왕이 부활하리라


앙골모는 알파고를 의미한다. Angolmois, Alphago 스펠링이 비슷하지 않는가. 예언이란 원래 너무 정확해도 안 되는 법이라 비스무레하게 돌려쓴 것이다.


'부활하리라'라는 부분에서 필자는 많은 고민을 했다. 부활이라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5분이라는 영원 같은 시간이 흐른 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병렬컴퓨터를 의미한다. 무협이나 환타지를 보면 사교나 혈교 그리고 흑마법 쪽 애들 단골 레퍼토리가 있지 않는가. 가운데 제단이 있고, 그 제단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빙 둘러 앉아 주문을 외운다. 뭔지 모를 주문을 외우면서 가운데 있는 애한테 기를 몰빵하면 마계에서 마왕이 소환되고 뭐 그러지 않는가. 노스트라다무스는 병렬컴퓨터들이 알파고에 계산력을 몰빵해주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은유해서 표현한 것이다.


화성을 전후로 행복하게 지배하리라.


이 부분에서 필자는 소름이 끼쳤다. 한국바둑의 앞날을 정확하게 예측한 것이다. 현재 (재)한국기원은 화성시 동탄으로 이전을 준비 중이다. 노스트라다무스의 ‘화성’은 mars가 아니라 경기도 화성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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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새 미생, 응팔, 그리고 이번 이벤트로 바둑이 꽤 흥하고 있다. 이 이벤트를 끝으로 알파고가 바둑계를 지배한다는 예언이다.


필자는 소름이 끼쳤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정확한 예언에 운명이란 모두 정해진 것이구나. 피할 수 없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예언의 무서운 점은 알파고가 언제든 이기기만 하면 맞는 예언이 되는 것이다.



6. 이세돌 심리전 불가론


이세돌의 장기는 심리전과 흔들기인데 컴퓨터한테는 안 통한다. 이세돌은 심리전에 밀리는 상황을 겪어보지 못해서 멘붕이 오고 폭주할 수 있다. 폭주한 이세돌이 알파고와 싱크로율이 400% 되면서 하나가 되고 이를 본 슈미트 회장이 황급히 컴퓨터 코드를 뺀다. 하지만 알파고의 컴퓨터 화면에 금발여성의 얼굴이 나오고 이세돌 목소리로 ‘나는 정보의 바다에서 태어난 생명체.’ 뭐 이런 드립을 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이런 온갖 예측들이 난무하여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이런 대형 이벤트에 대처하는 한국기원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넘어가야 겠다. 먼저, 아쉽게도 이런 공전절후한 이벤트에 한국기원은 딱히 하는 게 없다. 기사 퍼 나르고 사실 확인해 주는 정도. 이 정도의 이벤트라면 체육관을 하나 빌리는 이벤트라도 기획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


두 번째는 한국기원이 이세돌의 상금에서 얼마를 떼느냐로 신경 쓰고 있다는 거다. 아마 칼같이 떼 갈 것이다. 이런 세기의 이벤트에서도 상금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으니.. 이 흥행을 이어갈 리가.


세 번째, 대전 상대의 아쉬움이다. 권투를 보자. 이제 갓 등장한 루키가 바로 세계챔피언하고 붙는가? 아니다. 신예들 꺾으면서 올라오고 전적도 만들면서 스토리도 생기고 이러지 않는가. 그런데 바로 세계챔피언하고 매치를 시키니 이런 이벤트를 너무 빨리 소모하는 감이 없잖아 있다.


필자가 만약 기획자라면, 과거의 전설 조훈현 국수가 한 판, 그리고 신산 이창호 국수가 한 판 둔 후에 이세돌과의 대결을 할 것이다. 흥행도 많이 되고 기사거리도 풍부해지지 않겠는가. 전신 조훈현의 감각과 알파고의 대결, 신의 계산 이창호와 컴퓨터의 대결 등 필자가 15초 정도 생각하고 나온 아이디어인데 기획하려면 얼마든지 더 좋게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이 너무 아쉬운 것이다.


뭐 아무튼 이런 아쉬움은 뒤로하고라도 바둑에 이런 대형 이벤트가 발생한 것은 좋은 일이라 본다. 이상 첨단미신취재를 정리하면서 필자도 조심스레 결과를 예측해보자면, 이세돌이 4:1 혹은 5:0 정도로 이기지 않을까 싶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소름 끼치도록 정확한 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자, 그럼 이제 인류역사의 획을 그을 이번 대결을 팝콘과 함께 즐겨보자.






알파돌


편집: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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