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공포' 이 말 이외에는 할 말이 없다.
다들 이세돌의 압도적인 우세를 점쳤을 때 본지는 알파돌 님의 승부예측 기사 중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통해 만만치 않을 수도 있음을 이미 예고했다.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소개하겠다.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설]
1999 일곱 번째 달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
앙골모의 대왕이 부활하리라
화성을 전후로 행복하게 지배하리라.
이게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다. 다들 세계 3차 대전이니, 핵전쟁이니 그러는데 다 틀렸다.
바로 알파고의 등장을 얘기한 것이다.
1999 일곱 번째 달
바둑이 컴퓨터에 지는 날을 말한 것이다. 당시 개념으로 1999년은 역사의 끝이었다. 2000년을 생각할 수 없어서 일곱 번째 달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올해가 2016년이다. 2000년하고 16년인 것이다. 1+6은 7 그래서 일곱 번째 달이라 은유해서 표현한 것이다.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
바둑돌을 놓을 때 위에서 아래로 딱 하고 두지 않는가. 바둑돌 놓는 것을 얘기한 거다. 알파고의 수에 사람들이 공포에 떤다.
앙골모의 대왕이 부활하리라
앙골모는 알파고를 의미한다. Angolmois, Alphago 스펠링이 비슷하지 않는가. 예언이란 원래 너무 정확해도 안 되는 법이라 비스무레하게 돌려쓴 것이다.
'부활하리라'라는 부분에서 필자는 많은 고민을 했다. 부활이라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5분이라는 영원 같은 시간이 흐른 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병렬컴퓨터를 의미한다. 무협이나 환타지를 보면 사교나 혈교 그리고 흑마법 쪽 애들 단골 레퍼토리가 있지 않는가. 가운데 제단이 있고, 그 제단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빙 둘러앉아 주문을 외운다. 뭔지 모를 주문을 외우면서 가운데 있는 애한테 기를 몰빵하면 마계에서 마왕이 소환되고 뭐 그러지 않는가. 노스트라다무스는 병렬컴퓨터들이 알파고에 계산력을 몰빵해주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은유해서 표현한 것이다.
화성을 전후로 행복하게 지배하리라.
이 부분에서 필자는 소름이 끼쳤다. 한국바둑의 앞날을 정확하게 예측한 것이다. 현재 '(재)한국기원'은 화성시 동탄으로 이전을 준비 중이다. 노스트라다무스의 ‘화성’은 mars가 아니라 경기도 화성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요새 미생, 응팔, 그리고 이번 이벤트로 바둑이 꽤 흥하고 있다. 이 이벤트를 끝으로 알파고가 바둑계를 지배한다는 예언이다.
필자는 소름이 끼쳤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정확한 예언에 운명이란 모두 정해진 것이구나. 피할 수 없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예언의 무서운 점은 알파고가 언제든 이기기만 하면 맞는 예언이 되는 것이다.
노스트라다무스는 미래를 본 것처럼 정확하게 묘사했다. 소름끼친다. 이제 바둑계는 기계에 의해 정복 당하는 것일까? 기존 언론들이 인공지능 구동방식을 가지고 갑론을박하고 바둑의 경우의 수로 설왕설래할 때 본지는 노스트라다무스로 깔끔하게 정리해주지 않았는가. 바로 이점이 기존 언론들은 '노오오오오력'을 통해 본지에게 배워야 할 점이라 본다.
알파고는 마치 이창호의 재림을 보는 것 같았다. 부분적인 실수가 보였으나, 나머지는 이창호의 현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이세돌의 패인을 분석해보자.
1. 심리전
알파고와의 대국은 마치 늪과 같을 것이다. 교감할 수 없는 상대와의 대국처럼 무서운 것도 없다. 상대를 알 수 없다는 것은 곧 심연을 의미한다. 심연의 어둠 속에 헤매다가 마주치는 게 무엇인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기 자신과 날 것 그대로 대면했을 때의 당혹스러움과 충격을 말할 수 없다. 승부를 하지 않는 우리들은 언제 심연을 만날까? 바로 연애할 때일 것이다. 갈 때까지 가보면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내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나?’ 이런 자괴감이 들 것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나오는 내 본연의 모습에 대부분 충격받는다. 그리고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괴물이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괴물과 싸우다 보면 어느새 괴물이 되어 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이세돌이 심연 속에서 마주친 자기 자신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세돌은 심리전에 능한 기사로 상대의 마음을 가지고 놀았다. 그건 반대로 심리적으로 항상 우위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불리해지는 상황. 그것도 상대가 아닌 자기 자신과 대면했을 때 일어나는 현상. 그것은 바로 포기하려는 유혹과 달콤한 속삭임이다.
지금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상대가 이렇게 두어주지 않을까? 내가 기분이 좋은데 이 정도면 무난하지 않을까? 이 정도면 좋은 바둑이잖아? 이런 유혹이 마치 이브에게 선악과를 건네는 사탄이 속삭인다. 귀를 막아서 안 들리면 좋지만, 내면의 소리는 막을 수조차 없다. 이런 상황에서 냉정하게 바둑을 두는 것은 힘들다. 그리고 그것이 패인이었다.
2. 알파고의 기풍(style)
사실 이세돌이 심리적으로 흔들린 이유는 알파고의 기풍에 있다. 마치 이창호를 보는 것 같았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곧 보완될 것이다. 해설자들은 알파고의 실수를 지적했다. 하지만 그 실수라는 게 과연 실수인지는 의문이다. 대국이 끝난 후 프로들의 검토에서 나온 결과는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바로 가장 안정적으로 이기는 길을 찾아가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컴퓨터는 굳이 많이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이길 수 있는 가장 높은 확률을 선택한다.
백이 좌상귀를 튼튼하게 지킨 수가 가장 논란이 된 수다. 이 수로 이세돌이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대국이 끝난 후 검토를 해본 결과 알파고는 승부의 불확실성을 줄이면서 이길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수를 둔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다음은 승부수 같은 개념이다. 좌하귀에서 실수로 백이 망했다. 그러나 이는 좌하귀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선수를 뽑고 저 큰 곳을 두려는 것이다. 알파고의 무서운 점은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대국 전까지만 해도 모두의 예상은 알파고는 부분 전투에는 강하지만 전체적인 대세관은 약하리라 판단했는데 오판이었다. 오히려 부분에서 약간의 실수를 했다. 그런데 이 실수라는 게 유리한 상태에서 약간 이득을 덜 보고, 변화를 줄여 단순화하려는 수였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치 이창호의 전성기 같지 않은가? 아무리 수를 낼 수 있어도 확실하게 이기는 길로 묵묵히 가는 이창호. 그렇다고 피할 수 없는 싸움은 싸워서 이겨버리는 능력. 이창호의 기풍이 어쩌면 바둑의 완성형일지도 모르겠다. 알파고의 부분적인 실수들은 논하지 않겠다. 그 이유는 인간과 컴퓨터는 바둑을 보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고, 1판의 대국으로는 컴퓨터가 바둑을 어떻게 보는지 속단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부분이 아닌 전체로 바둑을 보고, 가장 좋은 수가 아닌 가장 안전한 수를 둔다는 것이다.
이게 과연 컴퓨터가 둔 수인가? 이 수에 이세돌이 깜짝 놀라며 자세를 바로잡고 연신 물을 들이켰다. 날카로웠다. 비수가 턱밑에 있는 느낌이었다.
완벽하게 밸런스를 맞추는 능력과 여차하며 칼로 푹 쑤시고 들어오는 수 읽기, 그리고 한 번 유리해지면 최대한 이길 확률이 높은 길로 두텁게 두는 수. 전성기의 이창호를 빼다 박은 것 같다.
3. 앞으로의 대책은?
첫판은 이세돌 특유의 호기심과 시험해보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알파고가 너무 탄탄하게 두니 멘붕에 빠진 것이다. 초반 내내 어떻게 받나 시험해보는 느낌이 강했다. 오늘 대국은 상대가 컴퓨터가 아니라 인간 최고수, 그것도 역대 고수들의 장점만 모아놓은 명인과의 대국이라고 생각하고 둬야 한다. 상대가 컴퓨터니깐 요런 거는 모르지 않을까? 이럴 때 어떻게 받을까? 이런 생각으로는 2국도 승산이 없다. 상대는 알파고 그야말로 반전무인의 결정체다. 다만 안전지향이 큰 만큼 아직은 약간의 빈틈이 있다. 이세돌은 인간의 반전무인이 무엇인지 보여주길 바란다.
오늘 대국이 인공지능 대 인간의 승부처로 본다. 1국은 이세돌이 방심했고, 탐색해본 의미도 있다. 오늘이 진정한 승부인 것이다.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알파고는 늘고 있다. 그것이 무섭다. 과연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추신 : 형세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궁금하면 티비 방송이 아니라 사이버오로 중계를 보시는 게 정확하다. 티비 해설들은 정확하지 못해 아쉬웠다. 그나마 박정상 9단 해설이 가장 정확했다. 유창혁 9단은 부정확한 해설을 보여주었는데 아무래도 본인의 바람이 많이 들어간 것 같다. 가장 아쉬운 점은 계가(종국終局 후 승부를 가리기 위하여 집 수효를 계산하는 일)가 부정확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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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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