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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가 총선을 치렀다면, 영국은 현지 시각으로 5월 4일, 런던 시장을 비롯한 전국 지방선거를 치렀다. 영국도 전례 없는 야당의 승리로 끝났다. 특히, 선거를 통해 런던시장을 선출하기 시작한 이후로 노동당 소속의 현 사디크 칸 시장이 최초로 3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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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BBC> 링크

 

사디크 칸은 투표율 42.8%, 2백 40만 명이 참여한 이번 선거에서 백만 표 (1,088,225) 이상을 획득하며 811,518표를 획득한 보수당의 수잔 홀(Susan Hall)에 27만 표가량 차이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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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나와서 하는 얘기지만, 애초부터 게임이 안 됐던 승부였다. 사전 조사에서 마지막 출구 조사에 이르기까지 사디크 칸의 우세가 예상되었던 선거였다. 물론, 중간에 위기도 있었다. 지난 영국 브리핑(링크)에서도 다뤘듯, 신분증을 지참하고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는 보수당의 제안으로 이번 선거는 예년과 다르게 선거에 참여하는 이들이 여권이나 운전면허증과 같은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 제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하여 선거를 이끌려 했던 보수당의 속셈은, 여론을 뒤집기에 역부족이었다.

 

(런던은 노동당, 보수당 지지 지역이 극명하게 나뉜다. 노동자, 이민자 계층이 많은 지역은 노동당이 강세이며, 오래전부터 런던에 터를 내리고 있는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은 보수당이 강세다. 

 

보수당 입장에서는 노동자, 이민자들이 투표를 덜 하는 게 좋고, 노동당은 그 반대다. 그런데 신분증을 소지해야 하는 게 왜 보수당에 유리하냐. 영국은 운전을 해야 한다거나 해외여행을 가지 않은 한 신분증을 가질 일이 없다. 여권을 신청하는 것이나 면허증을 취득하는 건 적지 않은 금액이 발생한다. 돈이 없는 노동자, 이민자 등에게는 그런 과정조차 힘겨운 일이다.  

 

따라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등록된 시민이고, 선거인 명부에 등록된 시민이라면 누구나 별다른 본인 증명 과정 없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던 기존의 방법에서 신분증을 꼭 지참해야 하는 선거 제도로 바꾸는 건 보수당에게 정치공학적으로 유리하게 된 셈이다)

 

우리와 비슷한 점 몇 가지

 

1. 꼼수는 안 통해

 

런던 시장 레이스 중, 보수당은 언론을 통해 지속적인 강세, 우세 메시지를 띄웠다. 사실, 런던은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절반 이상 되는 노동당이 강세 지역이다. 보수당의 집권이 10년 이상 지속되었지만, 2016년 이후 런던 시장은 늘 노동당의 차지였던 이유다.

 

하지만, 보수당은 선거가 시작되기 전부터, 시민들이 사디크 칸의 퍼주기식 복지와 공공임대 주택 정책에 불만을 품었다며 흑색선전을 했고, 보수당 후보가 턱 밑까지 쫓아 왔다고 알렸었다. 국민의힘에서 과반을 얻을 수 있다고 했던 것과 같은 형식의 메시지였다. 

 

하지만, 현 정권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은 영국이나 우리나 같다. 그리고 이를 회복할 수 있을 만한 여지도 없다. 결과는 노동당 소속의 사디크 칸이 큰 차이로 보수당 후보를 눌렀으며, 기존에 조사되었던 여론조사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러한 기조는 영국 전역에서 실시된 시의원 선거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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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BBC>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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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의 시의원 당선 수는 185석을 추가해 천 명이 넘었고, 보수당은 473석을 잃었다. 더블 스코어였다. 이에 더해, 지난 시의원 선거 때 보수당을 지지했던 지역들 다수가 노동당에게 넘어갔다. 전통적으로 보수당을 지지해 왔던 지역들 역시 동일했다. 

 

영국 언론은 일제히 보수당의 참패를 전했다. 특히 스트라스클라이드 대학(Strathclyde University)의 존 커디스(John Curtice) 선거 관련 전문 교수는 지난 40년 동안 이와 같은 참패는 없었다며 최악의 선거 결과를 가져온 보수당을 향해, 앞으로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비쳤다.  

 

2. 점점 더 치우쳐지는 지지층

 

존 커디스 교수는 단순히 참패에 그치는 것이 아닌, 이번 선거를 계기로 보수당은 점차 지지층을 잃어 갈 것이고 평가했다. 실제로 현 보수당이 중도층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일부 강성 지지층을 제외한 나머지 계층에서 어떤 호응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 총선에서도 보았듯, 국민의힘 지지층은 65세 이상에서 두드러진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세력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결국 그 지지층이 얕아질 수밖에 없다는 영국 보수당의 상황과 같다. 

 

물가 상승과 부동산 시장의 불안전성, 빈부격차 등 영국도 우리와 비슷한 사회경제 문제를 겪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그렇듯 영국도 보수당 지도층은 현실 부정으로 일관하는 중이다. 그중에 으뜸은 총리다.

 

문제가 무엇인지 전혀 깨닫지 못하는 모습인데, 이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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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급식 봉사하는 리시 수낙 

 

현 영국 총리인 리시 수낙은 영국 정치인 중 자산이 가장 많은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노숙자들에게 식사 제공하는 자선단체에서 무료 급식 봉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리시 수낙이 식사를 받는 노숙자에게 질문을 했는데, 그 질문은 아직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당신 직업이 무엇입니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더 이상 일어날 힘이 없는 이들에게 하는 질문으로 적절하지도 않을뿐더러 당시 그의 태도에서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도 그가 공감 능력이 전혀 없는 지도자임을 이야기하는 사례로 종종 거론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21세기임에도 여전히 계층이 뚜렷하게 존재하는 영국, 전쟁을 겪었던, 그리고 그 직계 자손들, 현재 노년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보수당, 하지만, 시대적 흐름과 변화에 맞서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는 선거였다.

 

3. 독립정당의 약진

 

한국 총선의 돈키호테는 조국혁신당이었다. 선거구 없이 비례 대표로만 12석을 차지한 정당. 과거 제3지대를 키우고자 했던 정당들과 달리 (예컨대 자민련, 국민의당과 같은) 기존 정치인들을 기반으로 정당을 꾸려 의석을 확보한 게 아닌, 오롯이 비례로만 전국적인 지지를 얻어 제3 정당 된 입지적인 사례다. 진보정당이라 불린 과거의 그 어떤 정당들보다도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졌다. 독립정당과 녹색당이 이번 시의원 선거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녹색당의 선전은 지켜볼 만하다. 녹색당은 말 그대로 ‘Green Party’, 환경을 위해 정치활동을 하는 정당이다. 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전문가를 내세워 정치활동을 전개하는 정당이 아니라는 뜻. “나는 한 놈만 패!”라는 과거 어느 영화의 유행어를 떠올리게 하는 정당인데, 이들에게 그 한 놈은 ‘환경’이다. 기후 변화에 대한 대책을 비롯 재생에너지 개발 등 다양한 환경 분야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정당이다. 이 정당이 시의원을 무려 181석이나 가져갔다. 이는 역대 최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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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수의 당선을 기뻐하는 녹색당 공동 대표들

출처-<BBC> 링크

 

보수가 몰락하는 궁극적인 이유

 

정리하자면, 이번 영국 지방선거는 보수당 참패, 노동당 압승, 녹색당의 대두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정치 전문가 중 상당수는 보수당이 워낙 국가 운영을 잘 못하고 있으니 이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1등 성적이 떨어지면 2등이 1등 되는 건 당연한 이치라는 건데, 2등이 그간 1등을 차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따위는 무시한 채, 1등에게만 초점을 맞춰 해명하는 이런 궤변들이 떠도는 건 우리나라 역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 부분도 영국과 우리와 닮은 점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2등이 뭘 그리 노력했느냐 물을 수 있다. 영국의 물가는 10% 이상 상승했다. 5,000원 하던 수박이 5,500원이 된 건데, 겨우 500원 갖고 그러느냐며 따지면 할 말 없다(한국의 사과값을 보면 이해가는 측면도 있지만). 

 

시장에서 장을 볼 때 수박만 사지 않는다.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담고 나중에 결재하려고 보면 3-4만 원씩 빠져나가는 건 일도 아니다. 그렇게 한 달이 모이면 수십만 원씩 차이가 발생한다. 고작 조금 물가가 오른 게 아닌 거다.  

 

영국이 왜 이리도 물가가 많이 올랐느냐 물으신다면, 브렉시트가 큰 역할을 했다. 영국은 습하고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 많다. 때문에 감자나 당근, 버섯과 같은 작물들은 내수로 충당이 가능하지만, 딸기, 망고, 포도 등 태양이 주는 에너지에 대부분의 영양분을 공급받는 과일들은 재배되기 어렵다. 대부분 이탈리아, 프랑스 남부, 혹은 스페인에서 수입한다.

 

이런 물품들이 브렉시트로 인해, 관세부터 시작해서 이동 수단에 따른 별도의 비용이 부과되다 보니 물가가 안 오를 레야 안 오를 수 없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연합은 말이 안 통하는 보수당을 제외하고 노동당과 재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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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과 자동차에 대해서 노동당과 재협상을 하겠다”는 유럽연합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이미 지난 2월부터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현재, 노동당은 국민들의 지속적인 요구에 부응하려 유럽연합과도 재협상을 준비하고 있는데, 보수당 유력인사들은 여전히 대영제국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시간만 지나면 영국이 스스로의 길을 찾게 될 것이라는 책임 없고 허망한 말만 되풀이 중이다. 

 

이것이 민심이 떠난 궁극적인 이유다. 그리고 이 점 또한 우리나라와 겹쳐 보이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