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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환 사령관의 말 못 할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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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사령관으로서 안타까움과 아쉬움, 말하지 못하는 고뇌만이 가득합니다.”

 

-2024년 4월 11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내놓은 지휘 서신 중 발췌

 

지난 4월 11일, 총선이 끝나자마자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A4 4장 분량의 지휘서신을 해병대 내부 전산망에 올렸다. 야당의 압승으로 총선이 마무리되자마자 김계환 사령관은 의미심장한 내용으로 가득 찬 지휘서신을 올린 것이다.

 

“요즘은 하늘조차 올려다보기 힘든 현실이 계속되고 있어서 하루하루 숨쉬기도 벅차기만 합니다.”

 

“경찰, 공수처, 법원의 결과만 기다려야 하는 답답한 상황 속에서 해병대 조직과 구성원에게 아픔과 상처만 있을 뿐입니다. 아니, 결과가 나와도 다시 한 번 정쟁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비록 사령관에게 희생을 강요하더라도 (중략) 누군가 던져놓은 가시밭길이라도 주저함이 없이 나아갈 것입니다.”

 

지휘 서신 속에는 김계환 사령관의 ‘속내’가 잘 드러나 있다. 총선 결과 야당의 압승인 상황. 누가 봐도, 22대 국회가 열리면 채상병 특검 이야기가 나올 것이 뻔했다. 이 상황에서 김계환 사령관이 날린 지휘서신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먼저 특검 법안이 통과되면(물론 윤석열은 거부권을 행사하겠지만)김계환 사령관이 바로 소환될 것이니, 그 전에 근거자료 만들어 놓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휘 서신의 이 대목을 주목해야 한다.

 

말하지 못하는 고뇌만이 가득합니다.

 

이건 민주당, 공수처, 용산에 보내는 사인이다. 나 뭐 있고, 내 입이 열리면 여럿 다친다는 사인을 보낸 것이다. 채상병 특검이 통과되거나 하다못해 수사가 계속 이어진다면, 수사의 칼날은 용산으로 향할 것이고 그건 곧 윤석열 대통령에게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김계환 사령관의 서신에 과연 용산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김계환이 쏘아 올린 작은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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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 서신이 나오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김계환 사령관의 일정이 언론에 흘러나왔다. 4월 22일부터 5월 3일까지 포항특정경비지역사령부와 해병대 제2사단 등 해병대 주요 부대를 방문한다는 일정이다. 군 생활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느낌이 올 것이다.

 

“어? 지금 고별 순시하는 거 아냐?”

 

그렇다. 높은 분이 자리를 떠나기 전에 예하 부대, 그중에서도 자기가 특히 마음 쓰이는 곳을 들르는 건 일종의 관례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떠나기 직전에 예전에 자기가 근무했던 2사단이나 7군단을 둘러보며 고별 순시를 하고 떠났다.

 

김계환 사령관의 4월 말~5월 초 일정을 보면, 누가 봐도 김계환 사령관이 옷을 벗든지 무슨 다른 일이 터지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때가 상반기 장성 인사철이었다. 하나씩 짚어 보자.

 

첫째, 김계환 사령관은 이종섭 전 장관과 함께 출국 금지 명단에 올라간 인물이다.

 

둘째, 22대 국회가 열리면 채상병 특검은 진행될 것 같은 상황이다.

 

셋째, 법정은 물론 공수처에서 김계환 사령관을 압박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4월 11일, 꼭 누군가에게 보내는 듯한 의미심장한 지휘 서신이 나갔다. 그리고 4월 말부터 고별 순시 일정이 나왔다. 이제 다급해지는 건 누굴까?

 

대통령실이다. 이들은 이미 전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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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1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는 이종섭 전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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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로 보낸 대통령실은 김계환 사령관도 하와이로 보내려고 했다. 말 그대로 ‘네가 가라 하와이’였다. 대충 이런 상황이었을 것이다.

 

“해병대랑 연관 있는 외국이 어디에 있지?”

 

“음... 오키나와에 미 제3해병기동군이 있고 하와이에 태평양해병대사령부가 있습니다.”

 

“거기 무슨 행사 없어?”

 

“우리 해병대와 연합훈련을 합니다.”

 

“오케이, 그거 핑계로 내보내!”

 

그러나 김계환 사령관은 출국 금지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이 정도면 대통령실의 행보는...정말 깨끗하다 못해 투명하다. 그 의도가 너무나 투명해서 이거 트릭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때 김계환 사령관의 지휘 서신이 나왔다. 앞서 언급했듯, 해당 서신은 많은 뜻을 내포했으며 해병대 장병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에게 보낸 사인으로 보인다.

 

공수처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김계환 사령관은 ‘필살기’를 던졌다. 그리고 이 지휘 서신이 나가고 얼마 뒤에 해병대 사령부에서 장군단 회의가 있었다. 해병대 장성들이 모인 그 자리에서 김계환 사령관이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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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에 유임됐다.”

 

공수처의 소환이 임박한 상황에서, 김계환 사령관의 유임이 결정된 것이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간단하다. 대통령실이 김계환 사령관에게 자리를 마련해 준다는 뜻이다.

 

여기서부터는 공직의 ‘작동구조’를 생각해 봐야 한다. 사기업의 경우, 사람을 움직이는 동인은 ‘돈’이다. 돈으로 사람을 부린다. 그러나 공직에서는 돈으로 사람을 움직이기 힘들다. 공직에서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바로 ‘자리’다.

 

여기서 하나 짚어 볼 것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일찍부터 김계환 사령관의 유임을 말해 왔다는 사실이다. 이미 2년 임기를 보장해 주겠다고 여러 차례 천명한 상황에서 또 한 번의 유임. 이미 보장된 자리인데, 연말까지 반년 정도 더 자리를 유임해 준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다급해진 대통령실

 

공수처 소환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김계환 사령관의 심리적 압박은 대단했을 것이다. 여기에 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22대 총선 결과까지 나왔다. 이대로 가면, 김계환 사령관에게는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대통령실은 김계환 사령관을 단도리해야 했다. 이종섭 장관처럼 해외로 내보내려 한 걸 보면, 대통령실도 이종섭과 김계환이 무너지면 그대로 대통령실의 ‘누군가’가 그대로 노출된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이들을 움직인 ‘누군가’가 누구인지 말이다.

 

그렇다면, 이 둘을 지켜야 한다는 핵심 과제가 생겼다. 문제는 김계환을 어떻게 지키느냐이다. 단순하게 보면, 김계환 사령관의 임기를 보장해 준다는 건 명분상 지극히 합당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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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김계환 사령관은 임기 때까지 해병대를 지휘할 것.”

 

이라고 못 박은 상황이다. 2022년 12월에 취임했으니 통상적인 임기인 2년을 채워주겠다는 건데, 이런 발언이 나온 배경이 중요하다.

 

이미 김계환 사령관은 해병대 지휘관으로서 근무하기에는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군검찰, 민간 경찰, 공수처 수사는 물론 군사법원 출석까지 하고 있어서 그 임기를 지킨다고 해도 제대로 된 지휘를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기에 4월 정기 군 장성 인사에서 김계환 사령관을 교체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던 시점이었다.

 

상식적으로 이 정도 상황이라면, 지휘관을 교체해 주는 게 맞다. 지휘관이 법적인 문제로 여기저기 소환되고, 조사받는 상황인데 부대 지휘가 가능할까? 교체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렇다면, 김계환 사령관의 임기를 지켜준다는 것은 그에게 과연 어떤 메리트가 있을까?

 

공수처 소환이 임박해 있고 조만간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채상병 특검이 예정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병대 사령관 몇 달 더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대통령실이 김계환 사령관을 ‘단도리’ 하기에는 약간 부족해 보인다.

 

해병대 숙원 사업

 

지금부터는 순전히 내 ‘추측’의 영역이란 걸 감안해 주기 바란다. 죽지않는돌고래 편집장에게 앞으로 돌아갈 판에 대해 나름의 예상을 구두로만 하고 끝내려 했지만 언제나처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쓰게 되는 이야기일 뿐이다(고소 및 고발은 언제나처럼 거기다 하라는 얘기다).  

 

채상병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하나는 김계환 사령관이다. 특히 'VIP 격노', 즉, 채상병 사건이 이렇게까지 꼬인 이유가 대통령과 연관되었다는 것도 김계환을 통해 흘러나온 거다.  

 

즉, 그의 행보를 보면 이 사건의 그림자가 걷히는 셈인데, 안타깝게도 김계환 사령관은 올해 해병대 사령관으로서 임기를 다 끝내고 나면 ‘대장’이 될 수도 있다. 헛소리 같은가? 해병대에게 ‘대장’이란 꼭 끝내야 하는 숙제와 같다. 해병대는 원래 대장 계급이 있었지만,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해병대사령부가 해체되고 해병대 사령관의 자리가 해군 제2 참모차장으로 바뀌면서 중장 계급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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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10월, 해병대사령부 해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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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해병대에게 ‘대장’은 꼭 쟁취해야 할 숙제가 된다. 실제로 많은 대선 후보들이 선거철만 되면 내놓는 단골 공약이 있다.

 

“해병대를 확대 개편해 4군 체계를(육, 해, 공, 해병대) 만들고, 해병대 사령관을 대장으로 만들겠다!”

 

그만큼 숙원 사업이란 말이다. 여기서 주목해 봐야 하는 건 군인사법 제19조 4항.

 

참모총장은 그 직위에서 해임 또는 면직되거나 그 임기가 끝난 후 합참의장으로 전직(轉職)되지 아니하면 전역되며, 해병대사령관은 그 직위에서 해임 또는 면직되거나 그 임기가 끝난 후에도 진급하거나 다른 직위로 전직되지 아니하면 전역 된다.

 

이전까지 해병대 사령관은 임기가 끝나면 중장으로 자동 전역이었다. 그런데 2019년에 법이 개정되었다. 어떻게? 이렇게.

 

그 임기가 끝난 후에도 진급하거나 다른 직위로 전직되지 아니하면 전역 된다.

 

해병대 사령관도 대장이 될 기회를 얻는다는 말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