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 45기와 <PD수첩>

(왼쪽부터)해사 45기 김영수 전 소령, 최원일 전 함장, 임성근 사단장
채해병 특검 관련 기사들을 더듬어 보다가, 접근 방법을 달리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해사 45기 중 기수 에이스가 누굴까? 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이리저리 찾아보니 황선우 중장(현재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이 나왔다. 2022년에 1차 진급 후, 2024년 5월 현재, 45기 중 유일한 중장 진급자이다.
(왼쪽부터)46기 최성혁 중장, 강동길 중장
한 기수 아래인 해사 46기에는 벌써 중장 진급자가 2명(최성혁, 강동길) 있다.
(왼쪽부터)44기 김계환 중장, 이성열 중장, 정승균 중장, 양용모 대장
한 기수 위인 44기에서 중장 진급자만 3명(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이성열 예비역 중장, 정승균 예비역 중장), 그리고 양용모 대장(해군 참모총장)을 배출한 걸 보면, 45기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보통 한 기수에 중장 2명 정도는 배출하는 게 평균이다. 그런데 45기는... 아직은 뭔가 아쉬운(?) 상황이다. 보통 이런 기수를 비운의(?!) 기수라고 부른다.
45기 기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다 눈이 번쩍 뜨였다. 이들은 다른 의미로 ‘비운의 기수’가 맞다.
군대에서 정훈(공보정훈)쪽 파트를 통하지 않고 언론에 나오는 건, 대부분 ‘좋은 일’이 아니다. 군대에서 알리고 싶은 일이 있을 땐 어떻게 할까? 정훈을 통해 보도자료를 뿌리고, 질문지를 돌려 좋게 좋게 잘 포장해서 나온다.
하지만 이런 정훈 쪽을 거치지 않고 나오는 경우, 십중팔구 사건사고다.
더군다나 사건사고계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시사 고발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낙점됐다는 건 그 사건 자체가 사회에 큰 반향을 울리는, 꽤 큰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PD수첩>에 등장할 정도면, 기본적으로 신문 1면과 메인 뉴스의 첫 화면을 장식한 사건이라 봐도 무방하다. 해사 45기는 이 <PD수첩>에 3명이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이 정도면 온갖 풍랑을 겪은 기수라고 할 만하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해사 45기들을 알아보자.
내부고발자 김영수 소령
![[Full] 한 해군장교의 양심선언 _나는 고발한다__MBC 2009년 10월 13일 방송 3-6 screenshot.png](https://img-cdn.ddanzi.com/files/attach/images/977701/450/711/809/40446c262c088cb28f36276e32dc6843.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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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 45기를 세상에 알린 첫 번째 인물은 김영수 소령. <PD수첩> 2009년 10월 13일 방영분인 <나는 고발한다> 편에 나왔다.
전투병과가 아닌 보급병과로 전과한 특이한 사례다. 계룡대 근무지원단에서 근무할 때 납품 비리를 확인하고, 헌병과 국방부 검찰단 등등에 고발했음에도 시정은 되지 않고, 오히려 김영수 소령에게 불이익이 가해오자 <PD수첩>에 출연해 군 납품 비리를 고발하게 된다.
<PD수첩> 방영 후,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수사가 속도를 냈고 결국 김영수 소령의 말이 모두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관계자들도 처벌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수 소령은 계속 소령 계급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결국 방영 3년 만인 2011년, 전역하게 된다.
당시 <PD수첩>을 시청하면서 들었던 첫 생각은,
저 사람 곧 옷 벗겠네.
당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왔던 정옥근 해군 참모총장의 발언을 보자. 참 아이러니하다.
![[Full] 한 해군장교의 양심선언 _나는 고발한다__MBC 2009년 10월 13일 방송 39-57 screenshot.png](https://img-cdn.ddanzi.com/files/attach/images/977701/450/711/809/2f9128005c30541826facc7ad94cca9f.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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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소령을 매도한 정옥근은 얼마 뒤에 뇌물수뢰로 구속기소 된다. 자기 아들 회사를 통해(쿠션 먹여) STX로부터 뇌물을 받은 일로, 죄질이 정말 더러웠다.
당시 정옥근 총장은 STX 측에 유도탄 고속함과 차기 호위함 수주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 앞서 언급했듯, 아들 요트 회사에 광고비 명목으로 쿠션을 먹여 돈을 먹었다. 광고비로 무려 7억 7천만 원을 받았다.
2015년, 구속기소 후, 대법원 파기 환송되었다가 또 재상고했다가… 2년 넘게 법정 투쟁을 이어가다 최종적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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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세월호 참사로 유명해진 통영급 수상 구조함의 ‘소너(거의 어군탐지기 수준이라 욕을 먹던 것)’는 미국산 음파탐기지만 성능 미달로 판명났다. 이 음파탐지기를 쓰도록 허위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게 정옥근이지만 이후 기소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표면적으로 보면 사필귀정 같다. 하지만, 김영수 소령이 전역한 건 막을 수 없었다. 그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공무원 조직이 그렇지만...특히 상명하복에 철저한 군대 안에서 내부고발이란 쉽지 않다. 고발 전에 근무 평점이 최고였던 김영수 소령도 전출 당하고(보급 병과인 김 소령을 체육 부대로 보내버렸다) 진급 누락되고, 보직도 이상한 곳에 보내고, 온갖 모욕을 다 당한다. 주변에서 갖가지 압박을 받다가 결국 김영수 소령은 옷 벗는다.
![[Full] 한 해군장교의 양심선언 _나는 고발한다__MBC 2009년 10월 13일 방송 7-49 screenshot.png](https://img-cdn.ddanzi.com/files/attach/images/977701/450/711/809/f4a74f89252cbebcbaed9aed772fdf33.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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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이라면, 내부 고발의 공로가 인정돼 보국훈장 삼일장을 받았다는 것. 이후 국민권익위원회 조서관 공채에 합격한다(참고로 딴지일보 편집부가 공익제보자들의 인터뷰를 모아낸 책인 <공익제보하지마세요>의 대미를 장식한 것도 김영수 소령이다).
이후, 영화 <1급 기밀>의 모티브가 된 인물로 재조명받았다. 또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직속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조사과장을 지냈다. 하지만, 역시나 내부고발자의 삶은 힘들었다. 그는 군을 떠났지만, 군 조직은 계속 그를 기억하고 있었고, 알게 모르게 그를 압박했다.
김영수 소령은 권익위 시절 대북 확성기 사업의 비리를 신고했다. 이 때문에 심리전단장과 업체 대표가 구속됐는데, 이걸 제보한 김영수 소령을 군 기밀 유출이란 명목으로 수사한다.
결국 김영수 소령은 공직에서 나와 국방권익연구소를 연다.
여기까지만 보면, 거악에 맞서 싸운 의로운 사람의 모습 그대로다.

약간 논란이(?!) 있다면, 최근 채수근 상병 사건 문제로 김영수 소령이 박정훈 대령과 해병대 수사관들을 군검찰에 고발했다는 것.
김영수 소령의 논리는 이렇다.
“이번 사건은 경찰이 수사를 하고, 검찰이 확인을 해서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중략) 갈등 중심에 있는 박 대령에게는 수사 권한이 없다.”
“현 상황에서 해병대 수사단이 할 수 있는 것은 범죄 혐의가 의심돼 지체 없이 사건을 이첩하는 것뿐이지 어떤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다. (중략) 바뀐 법에 대한 시스템 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고발장을 낸 것의 핵심은 박 대령 개인을 고발한 게 아니라 해병대 수사단을 고발했다는 점이다.”
김영수 소령은 2022년에 개정된 군사법원법의 핵심을 말한 것 같다. 문제는 포인트가 잘못되었다는 것. 지체 없이 사건을 이첩해야 하는데, 그 이첩을 ‘누군가’가 막았다는 것이다. 해병대 수사단이 개정된 법에 따라 수사하고 결과를 내는 게 아니라, 지체 없이 사건을 민간 수사기관에 이첩해야 한다는 것이 김 소령의 주장이다.
참고로,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군인 등의 사망사건 관련 범죄, 군인이 민간인 때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군사법원이 아니라 일반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하도록 개정되었다.
맞는 말이다(주장을 곱씹어 보면 김 소령은 원리원칙주의자란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문제가 된 것은 그가 박정훈 대령을 고발한 부분이다. 이 때문에 욕을 많이 먹었다.
하지만, 굳이 나누자면 45기 기수 중 처음으로 <PD수첩>에 이름을 올린 김영수는 ‘좋은 쪽’으로 그 이름을 올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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