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주
위 글은 독자투고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바, 독자투고 및 자유게시판(그 외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3번 마빡에 올라가면 필진으로 자동 등록됩니다. |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문제가 있는 법이다.
법에서 다루는 명예는 '사회적 평가', '외부적 평가'이다. 즉 법으로 명예에 관한 생활관계를 규율한다는 것은 다른 사회 구성원들이 한 구성원을 평가하는 행위에 관하여 규율한다는 의미한다.
평가하는 행위에는 평가를 하는 평가주체가 있고, 평가를 당하는 평가객체가 있어야 한다. 또한 평가 행위에는 평가의 근거가 되는, 평가객체의 행태에 관한 정보의 전달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평가객체의 행태에 관한 정보를 평가주체에게 전달하는 정보전달자가 평가행위에 관련되게 된다.
명예에 관한 생활관계를 규율함에 있어 평가주체와 평가객체, 정보전달자의 이해관계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현행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정보의 유통을 통제함으로써 평가행위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지된 정보를 유통할 경우 정보전달자가 처벌받는다.
현행법이 정보의 유통을 금지하는 기준은 해당 정보의 유통에 의해 평가객체의 평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지이다. 다만 정보전달자의 목적이 오로지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처벌을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이 정보의 유통을 금지하는 기준에 분명한 문제가 있다.
이에 관하여 논하고자 한다.
평가객체로서 각 사회구성원은 다른 사회구성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을 경우 사회적 이익을 향유할 수 있으며, 나쁜 평가를 얻을 경우 사회적 불이익을 감내해야 한다. 이에 따라 평가객체들은 다른 구성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고 나쁜 평가를 피하고자 노력하며, 평가객체로서의 각 사회구성원은 평가행위에 의해 약한 규율을 받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출처-<KBS(2018)>
평가주체로서 각 사회구성원은 평가객체에 관하여, 자신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행태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자신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행태에는 부정적인 평가를 부여함으로써, 평가에 의해 형성되는 규율에 자신의 가치관을 반영시킬 수 있다. 또한 평가주체인 사회구성원은 평가객체로서 자신이 형성에 참여한 규율에 따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살피면, 사회적 평가 행위는 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율적으로 사회의 질서를 형성하고 질서에 따르도록 하는 작용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법질서는 사회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형성하고 따르는 질서와 적절하게 협력하고 적절하게 규율하여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여야 할 것이다.
평가행위를 통해 형성되는 질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구성원들로부터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행태를 보인 평가객체에게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사회구성원들로부터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행태를 보인 평가객체에게는 부정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행태를 보인 평가객체에게 긍정적인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행태를 보인 평가객체에게 부정적인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빈번해지면, 평가행위는 질서를 생성하고 유지하는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평가객체로서의 사회구성원들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조절할 동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출처-<국가인권위원회>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법질서는, 각 평가객체의 행태에 합당한 사회적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돕는 방향으로 평가행위에 관한 생활관계를 규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현행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평가의 하락을 '명예의 훼손'으로 규정하여 평가의 하락을 초래하는 정보의 유통을 금지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는 지나치게 평가객체의 이익에만 치중하여 생활관계를 살피는 관점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평가는 평가객체에게만 귀속되는 것이 아니다. 평가의 주인은 오히려 각각의 평가를 생성하는 각각의 평가주체라고 보아야 한다. 평가주체의 입장에서 보자면 잘못된 평가가 내려지는 것이 평가의 '훼손'이며, 낮은 평가가 내려지는 것은 평가의 훼손이 아니다.
출처-<연합뉴스>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것으로 여겨지는 평가객체의 행태는 주변에 알려져 주변으로부터 낮은 사회적 평가를 받아야 하며, 이를 통해 사회는 법질서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질서를 유지한다. 평가주체들은 올바른 평가결과를 통해 형성된 질서를 향유하는 이익을 누린다. 이러한 평가주체들의 이익을 훼손하면서까지 평가객체가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높은 평가를 유지하도록 보장해야 할 타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평가 객체의 이익 보호에만 일방적으로 치중하여 평가주체의 이익, 즉 평가행위를 통해 형성되는 사회질서를 훼손하면, 사람들은 점점 만사를 법질서, 즉 소송에만 의존하게 될 것이다. 세상만사를 다 소송으로 처리할 만큼 충분한 법관을 확보할 수 있을까? 지금도 법관들은 넘쳐나는 소송으로 업무량이 상당한 것으로 안다. 명예에 관한 잘못된 규율이 법질서 밖의 영역에 형성되는 공서양속(公序良俗; 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에 혼란을 주어 이에 기여한 측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기준과 범위로 명예에 관한 생활관계를 규율하여야 할까?
법질서는, 올바른 사회적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생활관계를 규율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잘못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행위는 처벌받아야 한다. 허위 사실을 통해 낮은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행위가 처벌받는다면, 허위 사실을 통해 높은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행위를 처벌해야 할지 검토해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전자는 평가객체의 정당한 이익을 훼손하는 행위이고, 후자는 평가객체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는 행위이다.
출처-<MBC>
기본적으로, 법질서는 사실인 정보의 유통을 보장하여야 할 것이다. 사실인 정보는 올바른 평가가 이루어지기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법질서가 온전히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영역이 있는데, 평가행위는 그러한 영역에서도 평가를 통해 평가객체를 규율하려 할 수 있다. 그러한 영역에서는 법질서가 평가행위를 방지함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보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사실인 정보이더라도 그 정보가 개인의 자유의 영역에 속하는 정보라면 정보의 유통은 금지되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평가에 영향을 끼치는 행위는 처벌의 정당성이 있다. 사실인 정보에 관해서는 프라이버시 보호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정보전달자의 목적을 판단하여 공적인 목적의 유포를 허용하고 사적인 목적의 유포를 금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객체의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프라이버시가 아닌 정보는 유통을 보장하고 프라이버시의 유통은 금지해야 하는 것이다.
덧붙여, 사자명예훼손죄의 보호 법익은 사자에 관한 평가를 통해 형성되는 질서를 향유하는 평가주체의 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사자명예훼손죄에서도 사자의 생전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정보의 유통은 금지되어야 한다. 사자에 관한 평가 또한 생자에 관한 평가와 마찬가지로 평가 객체로서의 사회구성원들의 행위를 규율하므로, 사자의 프라이버시 영역을 평가하게 되면 살아있는 사회구성원들의 프라이버시의 자유가 평가에 의한 규율로 침해받게 된다.
출처-<MBC>
실추된 명예로 괴로움을 겪는 평가객체는 명예를 회복하기를 원할 것이다. 명예가 실추된 평가객체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취해야 할 올바른 방법은 이미 존재한다. 자기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자신의 행태로 피해를 본 사람이 있다면 진심을 담아 사과하며, 피해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선행을 거듭쌓아 과오를 만회해야 한다. 그 노력이 충분하다면 평가주체들은 과거의 잘못에 그 노력을 더하여 그 사람에 관한 평가를 조정할 것이다.
이러한 명예회복의 과정은 법관이 범죄자에게 요구하는 바와도 일치할 것이다. 평가를 통해 형성되는 사회질서가 법질서를 대체로 포괄할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러하다. 범죄자가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처벌을 감면받도록 법이 도와야 할까. 마찬가지로, 낮은 평가를 받아야 할 사람이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높은 평가를 유지하도록 법이 도와야 할까.
편집자 주: 유엔은 2011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사실적시 명예훼손 관련 문제가 제기된 지도 10년이 지났다. 반복된 유엔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2016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해당 법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편집자가 참고한 자료
검색어 제한 안내
입력하신 검색어에 대한 검색결과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딴지 내 게시판은 아래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라 검색기능을 제한하고 있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 22조의 5제1항에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2.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청소년성처벌법 제11조에 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 소지한 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