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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통제를 받지 않는 대한민국 판검사
대한민국 판검사는 민의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가운데 행정부(정부)와 입법부(국회)는 일정 기간 선거를 통해 국민의 뜻을 듣는다.
그러나 3부 가운데 유일하게 사법부만이 직접 선거를 하지 않는다. 사법부의 수장은 대통령의 임명을 받는다. 검찰도 비슷하다. 다른 공무원에 비해 압도적이면서도 독점적인 사정 권력을 갖고 있으나 선거로 선출되지 않는다. 검찰 역시 최고 수장인 검찰총장은 대통령의 임명만을 받을 뿐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필자의 눈으로는 이런 이유로, 현재 한국에서 ‘사법의 정치화’가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필자와 비슷한 시각으로 한국의 사법 환경을 보는 이들이 있다. 그래서 이들을 중심으로 현재 검사장 등을 직선제로 선출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현재 ‘검찰공화국’이라 불릴 정도의 한국이기 때문에 검찰을 집중 타깃으로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검찰의 정치적, 편파적 기소가 나올 때마다 목소리가 더 강력해지고 있다.
검찰뿐만은 아니다. 판사도 마찬가지다. 국민감정과 전혀 맞지 않는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마다 사법부를 향해서도 이런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 상식과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다.
출처-<한겨레, KBS>
출처-<노컷뉴스>
대표적인 예로,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의 ‘50억 퇴직금’은 뇌물이 아니다라는 법원의 판결은 대다수 국민의 상식으론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었다. 위대하신(?) 검찰총장과 여당도 “납득 못 한다”라고 할 정도였다. 오죽하면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해 ‘오십억 게임’이 나왔겠나.
검사장 직선제에 대해서는 이미 2016년 대한변호사협회에서도 권고안이 있었던 바다. 최근에는 조국혁신당이 가장 강력하게 ‘검사장 직선제’를 공약으로 걸고 나왔다(자세한 건 이전 기사 참조 <링크>).
하지만, 아직 ‘판검사 직선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국민들도 있다. ‘판검사 직선제’는 정말 한국의 현실에는 맞지 않는 허무맹랑하고 현실성 없는 이야기일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 지역 판사와 검사장을 직접 선거로 선출하는 미국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현직 미국 판사를 만나봤다.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은 미국 조지아주 안나 마리아 마르티네즈(Ana Maria Martinez) 판사다.
미국 조지아주 안나 마리아 마르티네즈(Ana Maria Martinez) 판사
출처-<마르티네즈 판사 제공>
이너뷰 시작
고물상주인(이하 ‘고’) : 판사님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마르티네즈 판사(이하 ‘마’) : 이름은 안나 마리아 마르티네즈. 디캡카운티 주법원(State Court of DeKalb County) 판사입니다. 12살 때 콜롬비아에서 미국으로 이민 왔고, 2022년 미국 조지아주 최초의 라틴계 여성판사로 임명됐습니다.
(미국 남부에 위치한 조지아주는 보수적이다. 리버럴한 캘리포니아주나 뉴욕주와는 다르다. 때문에 라틴계 법조인이나 판사가 대단히 숫자 적다. 라틴계, 그것도 여성으로서 판사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고 : 근본적인 질문부터 해보죠. 왜 미국에서는 판검사를 선거로 뽑나요?
마 : 나도 잘 모르겠는데요. (웃음)
너무 해맑게 “아이 해브 노 아이디어”라고 했다.
출처-<고물상주인>
고 : 그럼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해주세요.
마 : 제 생각엔..... 민심을 대표하는 사람은 반드시 직접 선거로 뽑아야 한다는 미국민의 원칙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판사를 투표로 뽑는다고 해보죠. 여러분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건의 재판을 누가 주재할 것인지는 커뮤니티 차원에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판사를 뽑는다는 것은 그 재판을 주재할 사람을 국민 여러분이 공개적으로 선택하고 알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결에서 같이 시행되는 제도가 바로, 미국이 일반 국민들 통해 배심원 재판을 하는 것이죠.
누군가가 범죄로 기소당할 때도, 법률가가 아닌 일반 시민 6명-12명이 재판정에 앉아서 기소 사실을 듣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 역시 같은 결에서 시행하는 제도이고요.
(미국 형사재판 기소는 검사가 하지 않는다. 6-12명의 배심이 검사의 기소 사실을 듣고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이런 제도를 일반 배심과 대비해 대배심(Grand Jury)이라고 한다)
물론 이런 제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재판은 반드시 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더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주장이죠. 하지만 우리 사회에 중요한 재판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이라는 사실, 저는 그게 미국 사법제도의 훌륭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고 : 저도 이론적으로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판검사 선거가 과연 제대로 치러질 수 있나요?
마 : 미국 판검사 선거의 문제는 무당파 선거(nonpartisan)라는 점입니다(민주당, 공화당 등 정당 공천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저는 현직 판사이기 때문에 다른 공직자 후보들처럼 적극적으로 선거 운동을 할 수 없습니다. 많이 홍보할 수 없죠.
(약간 해석하자면, 판검사 선거가 엄청 중요한 선거임에도 무당파 선거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해서 잘 모르고 관심도 떨어져서 문제라는 뜻)
또 다른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 선거는 열심히 투표해도, 판사 선거는 잘 몰라서 그냥 투표 안 하고 지나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판검사 선거의 투표율은 다른 선거에 비해서 낮지요.
하지만 일반 국민들에게 있어 판검사 선거는 대통령 선거보다 훨씬 중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여러분은 평생 대통령을 만나볼 기회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사업상 분쟁이 생겨서 소송이 붙었을 때, 그걸 누가 결정할까요? 바로 판사입니다. 따라서 여러분의 중요한 사업이나 안전 등을 판단하는 사람을, 바로 여러분이 투표로 뽑는 것은 멋진 일이죠.
마르티네즈 판사 지지를 선언한
법조인들과 정치인들의 명단.
전직 주 대법관 2명의 이름도 포함돼 있다.
이렇게 미국 사법부 선거에서
법조인과 정치인들은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
고 : 그런데 주민들의 선거로 뽑힌 판사가 정말 공정하게 재판할 수 있을까요?
마 : 판사로서, 저는 공정해야 하고 한쪽 편을 들어서는 안 됩니다. 언제나 공정해야 하죠. 저는 사람이 아닌, 법을 따라야 합니다.
따라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따르느냐죠. 법관인 내가 따르는 것은 바로 ‘법’입니다. 법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나의 임무는 법에 따라 모든 사람을 공정하게 대우하고,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공평하게 일하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이 직업의 대단히 어려운 점이죠.
고 : 이번 판사 선거에서의 중점 공약이 있나요?
마 : 물론이죠.
첫 번째는 적체된 재판 건수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법원에 많은 사건이 적체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형사 사건은 대면 재판으로 처리하되, 민사 사건은 화상회의(Zoom) 등으로 처리했습니다. 그 결과 제 임기 동안 적체 건수가 대폭 줄었습니다.
두 번째는 기결수의 정신건강 재활 및 두 번째 기회 주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문제 등으로 잘못을 저지릅니다. 그들을 모두 감옥에 넣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생산적이지도 않습니다. 저는 ‘재판 후 절차’를 통해, 기결수들이 감옥에서 시간을 보내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죗값을 치를 방법을 찾아봅니다. 그래서 기결수들은 죗값을 치르는 한편, 일자리를 잃지 않고 가족과 함께 사회로 복귀할 수 있게 됩니다.
고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번 선거 좋은 결과 기대합니다.
마 : 감사합니다. (미국민들에게) 올해 선거에서 판사 선거는 빈칸으로 남겨두지 말고 꼭 투표하세요. 사법부 선거는 여러분에게 정말 중요하니까요.
마르티네즈 판사는
지난 5월 21일 판사 선거에서
58%를 득표해,
4년 임기를 더 보장받았다.
미국 판검사 선거가 열리는 투표소의 모습
현직 검사장과 판사 후보가
각각 “한 표를 부탁합니다”라며
표심을 호소하는 ‘야드사인’이 붙어있다.
출처-<고물상주인>
마르티네즈 판사와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한국 사람의 관점에서 흥미로운 점이 몇 가지 있다.
1. ‘판사와 검사를 주민들이 선거로 뽑는다’가 당연하다. 너무 상식적이라 현직 판사도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고 할 정도다.
2. 판사와 검사도 구체적 공약을 내걸고 선거한다. 예를 들어 재판 적체 건수를 줄이겠다든지, 구속수사를 예전보다 줄이겠다든지 하는,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구체적인 공약을 한다.
3. 심지어, 중요한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와 검사장이라 할 지라도 재판 진행 기간에 선거 일정이 잡히며 선거를 치러야 한다.
미국에선 이 정도로 판검사 선거가 당연하고 중요하다.
헌데, 여기서 이렇게 반박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판사, 검사를 선거로 뽑으면, 선출된 법조인들은 정해진 법을 따르는 대신, 자기를 뽑아준 유권자들의 눈치를 볼 것이다. 결국 법치주의는 사라지고, 공정한 재판이 아니라 인기투표가 될 것이다!”
충분히 일리 있는 지적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마르티네즈 판사의 바로 옆 동네,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판사와 검사 이야기’를 해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판
트럼프는 지난해 8월 24일 미국 역사상 최초로 ‘머그샷’을 찍히는 대통령이 됐다. 조지아주 검찰이 트럼프를 선거 개입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이다.
출처-<풀턴 카운티 구치소>
트럼프는 일반 잡범들처럼 조지아주 구치소에 출두해 사진과 지문을 찍었다. 그리고 현재 조지아주 법원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트럼프 재판을 담당한 조지아주 법조인들은 다음과 같다.
출처-<게티 이미지>
스콧 맥아피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고등법원 판사와
출처-<게티 이미지>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검찰 파니 윌리스 검사장이다.
트럼프는 조지아주 검찰에서 기소당하고 재판받으면서, 시종일관 이렇게 주장했다.
①검찰이 나를 부당하게 기소했다.
②검찰이 나를 기소하기 어려우니 ‘별건 수사’ 한다.
③검찰이 나와 친한 사람들과 측근들을 소환조사, 압수수색, 구속한다.
④검찰이 나를 기소한 목적은, 선거에 영향을 끼쳐 대통령 당선을 방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트럼프는 현직 대통령 후보이고, 막강한 지지층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에게 ‘찍힌’ 정치인은 선거에 떨어진다고 할 정도다.
출처-<YTN>
앞에서 아무리 중요한 재판을 맡고 있는 판검사라도 선거에 예외는 없다고 했다. 모든 현직 판사, 검사장은 계속 직을 이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 또한 말했던 건, 3일 전이었던 지난 5월 21일 조지아주 판검사 선거가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트럼프 지지층이 트럼프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해보자. 이번 선거에서 두 사람은 반대표를 받아 떨어졌을 것이다. 지난 기사(링크)에서 소개했던 재키 존슨 검사장처럼 말이다. 게다가 현재 조지아주는 올해 11월 대선 후보 중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이 제일 높은 상황이다.
선거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조지아주 판검사 선거 결과
“맥아피 판사를 재선출해 업무를 완수하도록 합시다”라는
판사 선거운동본부 웹사이트의 모습
맥아피 판사는 선거 결과 83%의 압도적 득표로 경쟁 후보를 제쳤다. 이번 승리로 4년 임기를 더 보장받았다. 트럼프 재판을 계속 담당하게 된 것은 물론이다.
윌리스 검사장 선거운동 웹사이트의 모습
윌리스 검사장도 87%의 압도적 투표율로 4년 임기의 재선에 성공했다. 역시 트럼프 재판을 계속 맡는다.
지난 5월 21일 조지아주 사법부 선거 결과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말해준다.
1. 막강한 위력의 트럼프도 자기 재판 담당 판사와 검사 선거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2. 80%의 유권자들이 트럼프에 대한 사법 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지해 줬다.
3. ‘살아있는 권력’ 트럼프를 재판하는 판사와 검사도 앞으로의 재판 진행에 한층 힘을 받게 됐다.
4. 80%의 압도적 투표가 막강한 정치권력(트럼프)으로부터 사법부를 막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판검사 직선제’ 결론
많은 사람이 판검사를 국민들이 투표로 직접 선출하면, 법리나 원칙보다 ‘개인의 인기’나 ‘바람’에 좌우되어 ‘법치’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의 판검사 선거를 보면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1. 미국의 판검사 직선제는 민주정치의 원칙(선거)을 전면에 내세워 사법부를 민주화하고 있다.
2. 그러면서도 미국의 사법부와 검찰은 선거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갖춤으로서, 정치권력의 영향을 일정 정도 차단한다.
3. 반면, 사법부와 검찰이 일탈할 경우, 국민들은 선거와 주민소환투표로 판사와 검사를 직접 견제하여, 삼권분립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사법부와 검찰이 국민들의 직접 선거를 통해 견제받고 있음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미국의 모든 판검사가 선거로 뽑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주 차원이 아닌 연방 법원, 연방 검찰 차원에서는 한국과 똑같다. 대통령이 판사와 검사, 그리고 대법관도 임명한다.
그렇다면 미국의 임명직 연방 판검사들은 한국처럼 견제 없는 ‘무소불위’ 권력인가?
그렇지 않다.
다음 편에서 이들은 어떻게 견제받는지 디벼보겠다.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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