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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분에게

 

삼라만상의 만 가지 지혜를 알려주기 위해

 

부득이하게 면벽 수련을 깨고

 

세상에 내려온 만공 스승이노라.

 

 

부디 여러분들이

 

나의 세상을 꿰뚫어 보는 명철로 가득한

 

강의를 들으며

 

만공이 전해주는 조물주의 무한한 이치를

 

함께 깨닫기를 바라노라.

 

 

이번 강의를 들어야하는 중생은 각별히 이런 중생입니다.

 

이 강의는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좋아하는 시주

하지만 맛있는 걸 먹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들이 많다는걸 아는 시주

 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용산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잔치에 분노하는 시주

 우리들의 세금이 아무 쓸데 없는 곳으로 낭비되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시주

이 모든 것을 바로 잡고 싶은 시주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같은 시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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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식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하지만 그 재료가 이미 충분한 조리 과정을 거친 재료인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기껏해야 데치거나 볶거나 삶는 과정을 거친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만듭니다. 

 

김치찌개는 다릅니다. 이미 지나칠 정도로 공이 들어간 김치라는 요리를 굳이 재가공해서 만드는 요리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김치찌개는 참 묘한 요리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요리를 가지고 하는 요리이기 때문에 직접 담근 김치가 아니라면 김치찌개를 조리한 사람이 이 김치찌개를 내가 전부 만들었다고 하긴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김치찌개가 맛있는 음식점은 김치가 맛있는 집입니다. 맛없는 김치를 가지고 찌개를 만들어봐야 맛을 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맛없는 김치를 가지고 맛있는 김치찌개를 만들 수 있는 대장금 같은 조리사도 있겠으나 이는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맛있는 김치라야 맛있는 김치찌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김치찌개 조리 솜씨보다는 김치 담그는 솜씨가 김치찌개의 맛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가 되겠죠.

 

계란말이는 또 어떻습니까?

 

요리하는 이의 실력에 따라 좀 더 맛있는 계란말이도 덜 맛있는 계란말이도 있겠으나 그 맛의 차이가 극적으로 달라지지는 않는 요리입니다.

 

계란말이는 일상의 밥상에선 최고의 반찬이지만 고급 요리점에선 희귀한 요리입니다. 싸고 구하기 쉬운 재료로 만들 뿐 아니라 만드는 이에 따라 맛이 크게 차이 나기 어렵기 때문에 고급 요리점에선 격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용산에 사는 대통령이 가장 자신 있다고 말하는 요리가 김치찌개와 계란말이인 건 우연이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러 차례 자신의 요리 솜씨를 뽐낸 바 있는데 그때마다 김치찌개와 계란말이가 등장했습니다. 요리할 기회만 있으면 자신의 김치찌개 요리 솜씨를 뽐내곤 합니다. 장제원 의원을 집에 초대해서 계란말이를 해줬다고도 하고, 명동성당 무료배식소에서도 김치찌개를 노숙인에게 대접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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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윤 대통령이 김치찌개를 좋아하기 때문일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 만공스승은 그렇게만 보지 않습니다. 박정희의 막걸리처럼 김치찌개를 자신의 상징 혹은 남편의 상징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고 봅니다. 

 

윤 대통령은 서민과는 거리가 아주 먼 사람입니다. 평생 단 한 번도 서민의 삶을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서민성을 내세우고 싶을 것입니다. 서민성을 내세우기 위한 재료로 박정희가 막걸리를 내세웠던 것처럼 윤 대통령 혹은 누군가는 김치찌개를 내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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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실제로 입시 관련 일을 하지 않았고, 주식투자 관련 일을 한 적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한 경험만으로 자신을 해당 분야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점도 이미 완성된 음식인 김치를 요리해 찌개를 만들고는 마치 자신이 전부 요리인 양 생각하고 말하는 모든 분야 전문가 윤 대통령과 이미지가 겹칩니다. 명동성당에서 노숙인들에게 조리봉사를 하러 가서도 조리사에게 요리에 대해 가르치려고 든 적이 있고 수해가 난 후 소방대원을 만나 구조에 대해 가르치려고 든 적도 있습니다. 

 

김치찌개를 택한 데에는 윤 대통령의 기호도 반영되어 있지만 앞에서 말한 김치찌개라는 요리의 특수성도 반영되어 있다고 봅니다. 김치만 맛있다면 김치찌개는 실패가 적은 요리입니다. 윤 대통령이 실제로 요리를 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매번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만을 내세우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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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능 프로에 출연했을 때도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했습니다. 매번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만 하는 게 우연이나 기호 때문일까요? 나 만공스승에게는 앞에서 말한 김치찌개와 계란말이 조리의 특수성 때문인 것처럼 보입니다. 

 

사실 대통령이 김치찌개를 쫄이건 계란말이를 태우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중요한 건 대통령이 자신의 장점을 어필해야 할 때가 되면 항상 내세우는 게 김치찌개, 계란말이와 노래라는 사실입니다.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잘할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고 싶었으면 백종원 씨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하고 노래를 잘하는 사람을 뽑으려면 가왕 조용필이 대통령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백종원이나 조용필을 대통령으로 뽑지 않는 건 요리나 가창력이 대통령이 되는데 그닥 중요한 조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사실입니다 당연한 사실인데 윤석열 정권에선 이 당연한 사실이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여집니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결정하는 자리입니다. 우리나라의 중요한 일들은 전부 대통령이 결정합니다.

 

대통령도 정치적 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대통령은 보통 사람이 하지 못 하는 결정을 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정치적 위기 상황에 빠졌을 때 보통 사람은 하지 못 하는 정치적 결단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결과가 좋으면 위대한 지도자가 되고 나쁘면 실패한 지도자가 됩니다. 노태우의 6.29 선언이, 김영삼의 3당 합당이, 김대중의 DJP 연합이, 노무현의 대연정 제안이, 이명박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사과가, 박근혜의 대전 상황에 대한 질문이, 문재인의 사면이 그런 예입니다.

 

결과가 좋았건 나빴건 역대 대통령들은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결단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나쁜 의미로 전혀 다릅니다. 정치적 결단을 해야 되는 상황이 오면 노래를 부르거나 김치찌개를 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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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어안이 벙벙합니다.

 

총선으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에 빠졌습니다. 지지율이 박근혜가 탄핵당할 때와 큰 차이 나지 않습니다. 선거 전에 윤 대통령이 말했던 ‘탄핵하려면 하십쇼’라는 말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 대통령이라면 정치적인 결단을 해야 합니다. 

 

윤 대통령은 어떤 정치적 결단을 했습니까? 이재명 대표를 만나 부부 모임하고 골프 치자는 얘기나 했고, 여당 초선 의원들을 만나 본인이 거부권을 적극 행사할 테니 걱정 말라며 지지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급기야는 기자들을 만나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나 대접하고 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

 

대통령의 의도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나 탄핵하지 마라. 나 버리지 마라. 나 살고 싶다. 전부 자신과 부인의 안전과 안녕만을 위한 행동입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걸맞은 어떤 말과 행동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서글픕니다. 고작 이런 사람이 우리나라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못내 서글퍼 눈물과 한숨이 나옵니다.

 

자신의 실정으로 인해 수많은 국민들이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태원이나 오송 지하차도, 해병대 채상병처럼 눈에 보이는 형태로 죽는 국민들도 있고, 지표로만 보이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죽어가는, 죽은 국민들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눈에는 이런 국민들이 보이지 않는 게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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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기사링크>

 

이태원에서 150명이 죽어도 사과하지 않던 윤 대통령은 총선에 참패하자 사과(하는 척) 했습니다.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요? 대한민국 국민의 목숨보다 자신의 정치적 안녕이 중요하다는  의미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나 만공스승은 정말 두렵습니다. 국민의 목숨보다 자신의 안녕이 중요한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정말 두렵습니다. 자신의 안녕을 위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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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슬프고 두려우며 우스운 건 윤 대통령이 자신의 안녕을 지키기 위한 행동조차 제대로 못 하는 무능한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윤 대통령은 혹은 그 부인은 서민성을 내세우기 위해 김치찌개를 끓이고 계란을 말면서 김치찌개 레시피를 올려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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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고 국민들이 레시피를 공유해줘서 고맙다고 생각할까요? 윤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고 지지를 하게 될까요? 더 한심한 건 기껏 서민성을 내세우기 위해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내세워 선전을 하고는 다른 고급 식재료를 감추지 않고 전부 공개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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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기사링크>

 

저녁 메뉴로는 안동 한우와 완도 전복, 장흥 버섯, 무안 양파, 강원도 감자, 제주 오겹살, 이천·당진 쌀밥, 남도 배추김치, 여수 돌산 갓김치, 문경 오미자화채, 경남 망개떡, 성주 참외, 고창 수박, 양구 멜론 등 전국 각지에서 공수된 국산 먹거리들이 나왔다.

 

술은 아예 제공되지 않았다.

 

한반도의 고급 식재료는 전부 공수했나 봅니다. 이러면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왜 전면에 내세운 걸까요? 이걸 보고 국민들이 ‘와 우리 대통령이 기자들이랑 고급스러운 거 먹어서 기분이 참 좋다’고 생각할까요? 

 

이준석 대표가 양두구육을 했다고 말했지만 양머리 옆에 개꼬리를 걸어놓은 셈입니다. 이런 정도 판단조차 못 할 정도로 윤 대통령과 부인과 대통령실은 윤리, 도덕, 정무적 판단이 철저히 마비되어 있습니다. 그 와중에 술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강조는 왜 하는 걸까요? 쇼조차 제대로 못 하는 무능한 대통령과 그 부하들입니다. 

 

진짜 한심한 부분은 지금부터입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 결과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말했던 소통이 이런 겁니다. 기자들 데리고 비싼 밥 먹이면서 기자들의 해외연수를 파격적으로 늘려주면 호의적인 기사 써줄 테고 국민들은 견돈 같은 존재라 그 기사를 보고 자신을 지지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연수 발언을 하자 기자들은 환호했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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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기사링크>

 

윤 대통령은 이도운 홍보수석비서관에게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한 언론인 장기 해외연수 선발 인원이 한 해에 몇 명이나 되는지 물었고 '올해는 20명, 내년에는 80명 정도 늘리려고 계획하고 있다'라는 답을 들었다.

 

윤 대통령은 "언론 문화 정책의 일환으로서 내년부터는 (선발 인원을) 세 자리로 한번 만들어 봅시다"라고 말했고 참석자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는 정부답게 우리 언론인 여러분들도 국제사회의 경험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윤 대통령이 말한 공정과 상식이 국민들이 생각하는 공정과 상식과 달랐던 것처럼 그가 말하는 소통은 국민들이 아는 소통과는 의미가 전혀 다릅니다.

 

문재인 정부 때 질문은 기자의 의무고 언론은 권력을 견제해야 된다며 목소리 높이던 기자들이 윤 대통령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김치찌개 좀 더 달라고 말하는 대목에 이르면 이 만공스승의 마음은 무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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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하시는 분에게 짬뽕을 시켰는지 짜장면을 시켰는지 알려달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김치찌개와 계란말이와 소고기, 돼지고기, 전복과 버섯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질문할 게 없었던 걸까요? 기자가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은 식사 메뉴 뿐인걸까요?

 

김건희,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질문할 거라고는 기대도 안 합니다. 2년 가까이 되었는데 윤 대통령에게 직접 바이든이라고 했는지 날리면 이라고 했는지 물어본 기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의 언론과 기자들은 아무 가치도 없는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입니다. 질문해야 할 것은 애써 모른척하고 몰라도 그만인 일은 어떻게든 세상에 알리겠다며 소리칩니다. 대한민국 언론은 담배와 같은 존재입니다. 대한민국에 백해무익한 존재입니다. 미국 3대 대통령 제퍼슨은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며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최소한 이 말은 용산에 가서 안동 한우와 완도 전복을 먹은 기자들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습니다.

 

용산 변학도 윤석열 대통령과 그 부하들 그리고 기자라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이 춘향전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옥반가효는 만성고일세.

 

아마 술을 내지 않았다고 애써 강조한 건 춘향전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김치찌개와 계란말이에 분노하는 사이에 한‘일’중 정상회담은 조용히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이것만으로 윤 대통령은 김치찌개 끓이고 계란말이 부친 보람은 충분히 있을 거 같습니다. 나무관셈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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