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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2일, <매일경제> 노원명 논설위원이 밑도 끝도 없이 ‘이재명 대통령’을 들고 나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재명 대통령’을 내심 수긍하고 받아들였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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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독자들이 굳이 해당 칼럼을 읽는 고역까지 감내할 필요는 없다. 딴지 편집부가 산재 처리를 해주진 않지만, 그 정도 산업재해는 스스로 감당하고 대신 추려서 읽어드리겠다.

 

“지난해 9월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이 기각된 후 강서구청장 재보궐을 필두로 총선에서조차 파죽지세로 압승을 거둬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부쩍 높아진 이재명. 당신이 진짜 대통령이 되려면 ‘부동층’이 중요하고 ‘부동층’은 강경한 걸 싫어하니까 대통령이 되고 싶으면 살살 좀 하세요.”란 얘기를 중언부언 쓸데없이 길게 늘어놓았다.

 

난 해당 칼럼을 보고 살짝 충격을 받았다. 일전에 읽은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이 떠올라서다. 극우 할배들이 묘하게 같은 행보를 걷고 있다.

 

<조선일보> 김대중이 누구인가. 전설의 레전드 기사 ‘지조때로 영문법(참고 기사: 김대충, 새로운 영문법자습서 발간(링크))’으로 딴지일보와도 연이 깊은,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수구(守舊)의 주구(走狗)이자, 영화 <내부자들>에서 “민중은 개돼지” 운운하던 일등신문 주필 이강희(배우 백윤식)의 실제 모델 아니냐고 뒷말 많았던 인물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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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직전인 지난 4월 1일, 김대중은 <조선일보>에 실은 기명 칼럼 ‘4·10 총선에 정권이 걸렸다’에서 “선거 결과 민주당이 제1당이 되면 윤 정권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나라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그의 결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총선에서 패배하면 임기가 보장되지 않으니 내 말 좀 듣고 한동훈한테 양보하고 ‘부동층’에게 어필하라는 협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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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김대중이 선거 보름 후인 4월 26일 칼럼 ‘윤 대통령을 다시 주목한다’에선 앞서 했던 말을 홀랑 뒤집는다. ‘2년 전 대권에 도전할 때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면 ‘오늘의 역경을 넘지 못할 리가 없’단다. 총선에서 역사적인 참패를 기록한 대통령의 등을 안쓰럽게 토닥토닥하는 본새가 애잔한 브로맨스로 느껴질 지경. 백주대낮에 노년 BL물 보는 줄.

 

이 칼럼에서 재미있는 건, “그는 지난 2년간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너무 심취했던 것 아닌가 하는 자괴감도 든다.”는 문장이다. 자괴감(自愧感)은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라는 뜻의 명사다. 문장 구조가 참으로 웃기지 않은가. ‘지난 2년간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너무 심취했던’ 건 윤석열인데 왜 뜬금없이 김대중이 ‘스스로 부끄러운 마음’을 느낄까. 은연중에 자신을 대통령 위에 있는 상왕이라도 된 양 여기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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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그랬던 김대중이 대략 열흘이 지난 5월 7일 자 칼럼 ‘‘보수 대통령’으로 당당했으면’에서 또 말을 뒤집는다. 야당의 총선 승리에 대해 온갖 저주를 늘어놓다가 결국 이 난국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보수답게’ ‘당당하게’ ‘능동적’으로 ‘정공법’을 펼치는 것이며 이게 안 먹히면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냉큼 내려오란다.

 

앞서 말한 노원명이도 그렇고 지금껏 살펴본 김대중이도 그렇고, 내가 볼 때 이 땅의 ‘극우 할배’들은 지금 슬픔의 5단계(five stages of grief):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중에서 ‘타협’의 단계에 와 있다.

 

국민들이 윤석열의 진심을 알아주고 체감하기만 한다면 국민의힘이 170석 이상도 꿈이 아닐 거라던 선거 초반의 현실 부정을 지나 그깟 조그만 파우치백이 뭐라고 윤석열의 위대한 우파 정책도 몰라주는 우매한 국민과 우리가 던져주는 훈수를 귓등으로도 처듣지 않는 윤석열에 대한 분노가 들끓어서 당장 내려오라고 악을 쓴다.

 

그리곤 ‘대통령 이재명’이라는 대세와 타협하며 대신 ‘부동층’에도 어필할 ‘중용’과 ‘협치’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고 가스라이팅을 시전하는 중이다. 근데 진짜로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겠지. 너무 우울해서 밥맛도 없을 게다. 그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훌훌 털고 일어나 ‘좌파’를 향해 저주를 쏟아내며 현실을 수용할 게다.

 

물론, 모든 ‘극우 할배’가 다 같은 건 아니다. 아직 현실 부정의 단계를 못 벗어난 할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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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3일 있었던 법무부의 검찰 고위직 인사를 두고 ‘김건희 방탄용’ 아니냐는 저간의 해석을 두고 14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자기 여자 하나 보호 못 하는 사람이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겠나. 당신이라면 범법 여부가 수사 중이고 불명(확)한데 자기 여자를 제자리 유지하겠다고 하이에나 떼들에게 내던져 주겠나”라며 “그건 방탄이 아니라 최소한 상남자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대의명분’이란 말이 심심해서 생겨난 게 아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란 말도 괜히 생긴 게 아니다. "내가 가족 건사를 못했다. 모든 게 내 부덕의 소치"라며 깔끔하게 하야하는 게 '상남자' 아닌가. 언제부터 '상남자'가 '찌찔이'와 같은 말이 됐나. 세상 어느 '상남자'가 자기 여자 하나 보호하겠답시고 5천만이 고생해 일궈놓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파괴하나.

 

아내의 마지막 선물인 강아지를 위한 복수를 과하다 싶게 하는 ‘상남자 사랑꾼’ 존윅은 대통령을 하면 안 된다. 이게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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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각에선 “겉으로는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씩 뜯어서 들어가 보면 결국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과정”이며 “아내와 관련된 내용을 덮기 위해서 (검찰) 인사했다는 (야당의) 주장을 홍 시장이 완전히 기정사실로 (만들어) 버렸다”(김병민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는 평가도 있다만, 글쎄다. 워낙 럭비공 같은 할배라 그 꿍꿍이를 또 누가 알겠는가.

 

아무튼, ‘극우 할배’들의 리드미컬한 감정변화를 따라가며 구경하는 것도 꽤 볼만한 큰 재미이지 않나 싶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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