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건물 잔해를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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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될 거라 예상한 이-팔 전쟁. 하지만, 이란의 참전으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여전히 물러날 수 없는 이들의 자존심 대결은 가뜩이나 이슈로 가득한 지구촌을 더 심란하게 하는 중이다.
대체 이들은 왜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는, 반드시 둘 중 하나가 상대에게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여야만 가능하다. ‘평화’란 무엇인가? 서로 뜻이 맞아 좋은 관계를 이루어 갈등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하지만, 이 둘은 평화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관계다. 내가 너보다 더 낫고, 더 먼저고, 우위에 있다는 심리가 뇌와 가슴속 심연의 어딘가에 깊숙이 박혀 나올 생각을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화?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자기보다 더 천박한 민족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을 역사적으로 자신들의 동생 격이라 여긴다.
과연, 이 둘 사이에 ‘평화’라는 단어가 존재할 수 있을까?
출생의 비밀
아브라함, 사라와 천사(얀 프로보스트 작)
이삭(‘Isaac’이라 쓰고 영어로는 ‘아이작’이라 읽히는 이름. 아이작 뉴톤(Isaac Newton)의 아이작이 바로 그 ‘아이작’이다)은 아브라함(Abraham)의 아들이다. 그런데 이삭에겐 출생의 비밀… 까지는 아니지만, 그가 세상에 태어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아버지 나이 100살,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배다른 형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이렇다.
창세기 12장에서부터 기록된 내용을 요약하면,
아브라함이 ‘야훼 하나님(훗날 유대인들이 믿는 유일신)’을 섬기게 되었고,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자식을 주실 것이고, 또 그 자손들이 번성해 큰 민족을 이루게 될 것이라 약속하셨다. 그런데, 그 약속을 받은 때에 아브라함은 이미 70세가 넘은 나이였다. 게다가 부인인 사라(Sarah)도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노인이었으며, 임신을 하기에는 현대의학으로도 불가능에 가까운 나이였다.
어느 누가 대대손손 자손들이 번성하리라는 말을 믿을 수 있었겠나. 하지만, 아브라함은 믿었다. 이런 믿음은 결국 유대인들이 그를 믿음의 조상으로 여기도록 한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깜깜무소식. 하루라도 빨리 임신해야 건강한 나이에 자녀를 낳을 수 있을 텐데 도무지 소식이 없었다.
그렇게 아브라함의 나이는 80세를 넘겼고, 몸은 점점 노쇠해졌다. 참다못한 아브라함의 부인 사라(Sarah)는 자신을 섬기던 이집튼 출신의 여인, 하갈(Hagar)을 불러 자기를 대신해 아브라함의 대를 이을 자녀를 갖도록 한다. 그리고 아브라함은 하갈을 통해 자녀를 얻는다.
그런데, 문제는 종 신분이었던 하갈이 임신을 하고 자녀를 가지니 본처인 사라를 무시하기 시작했다는 것. 사라가 아브라함에게 이러한 사정을 따져 물으니, 아브라함은 “당신의 종인데 당신 뜻대로 하시오”라는 무책임한 말을 남기며 손을 뗀다.
과거 이집트 왕이 사라의 미모에 흠뻑 빠져 아브라함에게 저 여인을 아내로 삼고 싶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나의 누이이니 그렇게 하라며,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한발 물러선 적이 있다. 비겁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 어쨌든 아브라함은 그렇게 또 뒤로 물러나 책임을 면했다.
하갈과 이스마엘을 쫓아내는 아브라함(지오반니 작)
그렇게 여인들의 싸움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무수리가 중전을 이기기엔, 제아무리 임신하고 자녀를 낳게 된다 한들 역부족이었다. 결국, 하갈은 쫓겨난다.
다행히도 야훼 하나님은 하갈을 불쌍히 여기고 그녀에게 천사를 보낸다. 아이를 낳거든 이름을 이스마엘로 지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그 아이는 들나귀 같아 닥치는 대로 치고받아 “모든 골육의 형제와 등지고 살 것”이라는 예언도 남긴다.
정말 불쌍히 여겼던 건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형제들과 등을 지고 살게 될 것이라는 예언은 수천 년간 반복된다. 그렇게, 이스마엘의 후손과 이삭의 후손은 서로 자기가 진짜라며 지금까지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순수혈통 '이삭'
100세의 나이에 아들을 얻은 아브라함
하갈이 쫓겨난 뒤, 아브라함이 99세가 되던 해. 야훼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 사라가 곧 임신하고 아이를 낳게 될 것이라 한다. 그때 사라의 나이는 90세. 폐경이 된 지 오래였고 이미 노쇠해 더 이상 임신은커녕 제대로 된 활동도 어려웠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브라함이 100세가 되던 해에 아이가 태어난다. 그 아이의 이름이 바로 ‘이삭’이다.
이삭은 순수혈통이다. 가부장제가 심했던 부족사회 시절 정부인에게서, 그것도 90이 넘은 어머니의 몸에서 기적과 같이 태어난 아들. 제아무리 나이가 많고 먼저 태어났다 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장자의 승계는 무조건 순수혈통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물론 정부인에게서 자녀를 얻지 못한다면, 얻더라도 딸이라면 후계 구도가 넘어갈 수 있겠지만, 이젠 모든 상황이 역전됐다. 이삭이 태어나기 전까지 아브라함의 장자로서 승승장구하던 이스마엘은 뒷방 노인네 신세로 전락한다.
창세기 25장. 아브라함이 175세에 세상을 떠나면서 남아있던 모든 재산을 이삭에게 주었다. 아브라함은 거부였다. 성경에 따르면, 하는 일마다 잘 되어 부를 이뤘고, 재산의 규모도 어마어마하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이 모든 걸 이삭에게 준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있다거나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얘기는 전해지지 않는다. 미루어 짐작건대, 이삭은 평생 누군가와 싸우거나 다툼을 일으키지 않았다. 이삭과 이스마엘의 관계가 좋지 않았을 것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이스마엘 입장에선, 당시 사회 분위기가 그러하니 운명을 받아들이고 살았겠지만, 그의 자손들은 그렇지 못했다.
이스마엘의 후손들은 아브라함이 죽고 난 뒤, 그리고 이스마엘까지 세상을 떠난 뒤에 이삭을 떠난다. 성경 창세기 25장에 따르면,
“이스마엘 사람들은 하윌라에서 수르에 이르는 지방에 퍼져 살았다. 수르는 이집트 동쪽 아시리아로 가는 도중에 있다. 이렇게 그들은 모든 골육의 형제들과 맞서 자리를 잡았다.”
고 기록되어 있다.
이집트 동쪽은 지정학적으로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이슬람 신정정치를 하는 국가가 사우디인 것을 감안하면, 그의 후손들이 여전히 그 땅에 정책해 살고 있지 않았겠나 미뤄 짐작해 본다.
장자 승계 '이스마엘'
사막의 하갈과 이스마엘(리슈카 작)
제아무리 순수혈통이라지만, 어쨌든 먼저 태어난 건 이스마엘이다. 그것도 14살이나 많은 형. 이삭이 태어나기 전까지, 이스마엘은 아브라함의 장손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 냈을 것이다. 게다가 성품도 좋았다.
태어난 동생이 정부인의 자녀라는 이유로 자기의 모든 걸 내려놓아야 했다. 이삭이 없었다면 어머니와 생이별하지 않아도 됐을 터. 하지만, 그는 이삭을 미워하거나 야박하게 굴지 않았다. 아브라함이 죽었을 때도 함께 장례를 치르고 형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 책임감이 있었다.
꼭 이런 인품/성품 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사정이야 어찌 됐든 먼저 태어난 건 이스마엘이다. 그러니까, 훗날 이스마엘의 후손들은 자기의 조상이 아브라함의 제1 후손이라 여긴다.
유대인의 정경인 구약성경에는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이삭의 아들)의 하나님”이라고 표현되지만, 무슬림의 경전인 코란에는 “너희는 아브라함과 이스마엘과 이삭과 야곱과 그의 후손들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이삭과 그의 아들인 야곱보다 늘 이스마엘이 먼저 등장하고, 이스마엘이 아브라함의 첫 번째 아들임을 강조한다.
그렇게 이스마엘의 후손들은 훗날 무하마드(Muhamad) 선지자를 통해 코란이 쓰인 뒤 이를 경전으로 받든 이슬람교도, 즉 무슬림이 되고, 이삭의 후손들은 지금의 유대인이 된다.
파키스탄 도심에서 이슬람교도가 예배드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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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사우디를 비롯한 여러 중동 국가(이슬람교를 국교로 믿는 국가들)의 왕위 계승은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한다. 부인이 누가됐건 상관없다. 일단 가장 먼저 태어난 남자가 아버지로부터 모든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그래서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슬람 세계에서는 정치적으로 누가 우선권을 갖는가에 대한 시시비비가 없었다. 무조건 첫 번째 남자로부터 이어진다는 장자 승계의 원칙이 지역과 시대를 막론했다.
이슬람이 타지역, 종교권과는 숱한 전쟁을 치러왔으나 내전이니, 쿠데타니 왕위 찬탈이니 하는 일도 흔치 않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나 있던 권력다툼이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흔치 않았던 이유는 간단하다. 무조건 장자 승계원칙.
장자 승계 원칙이 무너지면 이스마엘이 아닌 이삭이 장자로서의 권한을 갖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스스로 입증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슬람의 존폐 위기까지 연결된다. 이슬람에서 장자 승계는 목숨과도 같다.
후손들의 전쟁
무장한 하마스 군인
왜 팔레스타인(구 블레셋)과 이스라엘의 싸움을 거론하면서 갑자기 이슬람이 등장했는지 궁금할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과 전쟁을 펼치고 있는 이들은 팔레스타인에 거주하는, 흔히 ‘이스라믹 지하드’라 불리는 급진주의적 성격을 띤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이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뭐고, 블레셋은 다곤신을 섬기던 민족인데 왜 갑자기 이슬람인가 같은 질문들은 차차 다룰 예정이다. 그래도 그냥 넘어가긴 아쉬우니 잠시 맛보기로 언급하자면,
현재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위치한 지역은 누군가가 한곳에 계속 정착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고대 이집트와 이후에 나타난 페르시아, 로마, 오스만 제국과 같은 거대 강대국들이 교통의 요충지로 삼았던 곳으로, 사실 현재의 팔레스타인, 이스라엘도, 지금의 자리에서 국가를 형성한 지는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민족의 역사는 오래됐을지 모르겠으나 해당 지역에 거주하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됐단 얘기다.
기원후 635년, 이슬람 제국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점령한 이후, 이슬람 교도들이 이주해 살기 시작했다. 이 나라 저 나라에 의해 점령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이슬람교가 뿌리를 내린 곳이다. 고대 이스마엘의 후손들이 자리 잡고 살기 시작했다는 이유도 있고 바다와 대륙을 잊는 중요한 요충지로서 그 값을 톡톡히 하는 이유도 있었다.
어찌 됐든 국가의 형태를 띠진 않았지만, 이슬람교도들이 오랜 기간 자리를 잡아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스라엘의 포격을 받은 가자 지구 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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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된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투쟁 운동은 이란의 이슬람(시아파) 신정 지도부의 이념을 따라 극단주의적인 성향을 띄며 무하마드 예언자의 신앙을 고수한다. 이들에게 가장 걸림돌이 되는 건, 이스마엘의 동생 이삭에게서 난 후손, 유대인들이었다.
유대인들은 이슬람을 몸종에게서 난 근본 없는 민족이라 여기는 경향과 함께, 이슬람에서 알라(하나님) 다음으로 위대한 예언자라 일컫는 무하마드도 인정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오롯이 유대인의 핏줄, 아브라함의 야훼 하나님뿐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반대로 이슬람의 입장에선 유대인이 눈엣가시다.
그렇게 서로 이빨을 드러내 으르렁거리기를 수년, 마침내 이 둘은 서로를 죽이며 싸우기 시작했다.
정부인 사라의 몸에서 난 이삭의 후손인 이스라엘과, 비록 몸종이긴 하지만, 이삭보다 14년 먼저 태어나 아브라함의 장자였던 이스마엘의 후손 무슬림. 이 둘은 성경에서도 예언된 것처럼, 한쪽에선 순수혈통, 다른 한쪽에선 장자 승계를 외치며, 형제끼리 서로 맞서 싸우며 피 튀기는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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