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지난 기사

     
 
 
 
 
 
외전
 
 

 

 

소설 『연금술사』

 

책표지.jpg

출처–<문학동네>

 

 

헤라클레스가 만든 해협과 이슬람

 

헤라클레스.jpg

헤라클레스

출처-<안토니오 델 폴라이우올로, '헤라클레스와 히드라'>

 

여신 ‘헤라’가 내린 광기에 빠져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영웅 헤라클레스는 속죄의 신탁을 받아들여 12가지 과업을 수행하게 되었다. 이 과업 중 하나가 서쪽 땅끝으로 가 ‘게리온’의 소들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임무를 수행하려는 헤라클레스의 앞을 거대하고 험준한 ‘아틀라스 산맥’이 가로막았다. 헤라클레스는 이 산맥을 부숴버렸다. 

 

아틀라스 산맥이 부서지자 대서양과 지중해가 연결되었고, 유럽 쪽 이베리아 반도의 북 바위산과 아프리카 쪽 남 바위산이 파괴된 산맥의 흔적으로 남았다. 사람들은 이것을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 불렀다. 이것이 ‘지브롤터 해협’의 고대 명칭이 헤라클레스의 기둥인 이유이다.

 

지브롤터 지도.PNG

 

헤라클레스의 기둥.jpg

헤라클레스가 부쉈다고 하는 곳

출처-<링크>

 

가장 좁은 폭 14km의 지브롤터 해협. 이 해협을 통해 유럽과 북아프리카 두 문명의 거대한 충돌과 교류가 이루어졌다. 한니발의 로마 정벌이 이루어졌고 반달족(게르만족 일파)은 이 해협을 건너 아프리카를 침략했다. 반대로 아프리카 이슬람 세력은 오늘날의 스페인에 이슬람 제국을 건설했다. 

 

우마이야 왕조.PNG

스페인을 지배했던 이슬람 우마이야 왕조의 지배 영역(연두색)

 

스페인에서 지브롤터 해협을 건넌 후 고대 문명의 비밀을 간직한 곳, 이집트로 가기 위해서는 사하라 사막을 횡단해야 한다. 사하라 사막, 남극을 제외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큰 사막이다. 오직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과 약탈자들, 그리고 동서남북을 분간할 수 없는 거대한 모래밭만이 사방에 펼쳐져 있어 길을 찾아 헤매다 고통스러운 갈증 속에 쓰러져 끝내는 죽을 수밖에 없을 것 같은 그런 곳이다.

 

지브롤터 해협 이집트.PNG

출처-<구글 지도>

 

‘나는 지도를 보면서 하룻밤을 꼬박 새웠다. 하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으므로.’  

 

- 생 텍쥐페리, ‘사막의 죄수’ 中 - 

 

양치기 ‘산티아고’는 사막을 건너기로 했다. 피라미드 근처에 숨겨져 있다는 자신의 보물의 찾기 위해서......

 

 

‘산티아고’의 꿈과 ‘살렘’의 왕

 

‘인생을 살맛나게 해주는 건 꿈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것이지.’

 

양치기 ‘산티아고’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해몽을 잘한다는 집시 노파를 만나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산티아고는 이틀 연속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었다. 양들과 놀고 있는 어린아이 하나가 자신의 손을 잡고 이집트의 피라미드로 데려가는 꿈이었다. 꿈속의 아이는 또박또박 분명하게 ‘만일 당신이 이곳에 오게 된다면 숨겨진 보물을 찾게 될 거예요’라 말했다. 

 

피, 라, 미, 드... 복채를 뜯어낼 궁리만 하는 것 같았던 집시 노파는 갑자기 산티아고에게 복채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산티아고에게 꿈에서 말한 대로 이집트의 피라미드로 간다면 보물을 찾게 될 터이니, 그 십분의 일을 달라고 했다. 산티아고는 해몽이랄 것도 없는 이 말에 대한 실망과 복채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만족감 두 가지 모두를 느끼며 노파의 집을 나왔다.

 

“나는 살렘의 왕일세.” 

 

노인이 말했다.

  

“어째서 왕께서 양치기와 더불어 이야기하십니까?” 

 

너무도 놀라 당황하고 들뜬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산티아고가 물었다.

   

“이유야 많지.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자네가 자아의 신화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는 걸세.”

 

중세 유럽 시장.PNG

중세 유럽 시장 풍경

 

산티아고가 실망감을 잊고 새로 산 포도주를 맛보기 위해 광장으로 나왔을 때였다. 아랍인 복장의 한 노인이 그에게 다가와 지치고 목이 마르다며 포도주 한 모금을 달라고 했다. 산티아고가 포도주를 내밀자, 노인은 자신이 살렘의 왕 ‘멜기세덱’이라고 했다. 노인은 산티아고에게 누군가가 자아의 신화를 포기하려 할 때, 그때 자신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삶의 이유를 무척 빨리 배우는 것 같아. 아마도 그래서 그토록 빨리 포기하는지도 몰라. 그래, 그런 게 바로 세상이지.”

 

노인이 산티아고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양들의 십분의 일에 해당하는 돈을 들고 내일 이 시간에 광장으로 다시 오라고 말했다. 그 돈을 주면, 보물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그리고 노인은 광장 한 모퉁이로 사라져 버렸다.

 

 

보물로 안내하는 ‘표지’들

  

다음 날 정오, 양 여섯 마리를 끌고 나타난 산티아고에게 노인은 이집트 피라미드로 가라고 말했다. 산티아고가 무슨 말인가 하려는 순간 나비 한 마리가 팔랑거리며 두 사람 사이로 날아왔다. ‘산티아고, 나비는 행운의 표지(標識)란다.’ 산티아고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만물이 다 한가지라는 것을 명심하게. 또한 표지가 말하는 것을 잊지 말게. 특히 자네 자아의 신화 끝까지 멈추지 말고 가야 해.”

 

노인은 산티아고에게 흰색과 검은색, 두 개의 보석을 내밀었다. 보석의 이름은 ‘우림’과 ‘툼밈’이라고 했다. 노인은 검은 보석은 ‘예’를 뜻하고 흰 보석은 ‘아니요’를 뜻한다며 표지들을 식별하기 어려울 때 이 보석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 했다. 산티아고는 배낭 속에 보석들을 간직했다. 말을 마친 노인이 양 여섯 마리를 데리고 사라지자, 산티아고는 이제부터는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지중해로부터 바람 한 줄기가 불어왔다. 사람들은 이 바람을 ‘레반터’라 불렀다. 옛날에 이 레반터를 타고 무어인(이베리아반도와 북아프리카에 살던 이슬람인)들이 쳐들어왔었다. 

 

무어인.jpg

무어인

 

아프리카는 가까이 있었다. 배로 두 시간이면 바다를 건너 아프리카로 갈 수 있었다. 산티아고는 뺨을 스치는 레반터를 느끼며 생각했다. 이미 익숙해져 있는 것과 가지고 싶은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산티아고는 성직자가 되길 원했던 아버지의 뜻을 거부하고 자신의 뜻대로 양치기의 삶을 선택했던 순간을 떠 올렸다. 산티아고는 깨달았다. 자신이 떠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임을.

 

멜기세덱은 부두를 떠나는 작은 배 한 척을 보았다. 그 젊은 양치기를 다시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첫 번째 시련과 포기한 꿈 

 

울음이 터져나왔다. 신은 불공평했다. 오직 꿈 하나만 믿었던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보상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산티아고는 울음을 참으려 애썼다.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곳, 아프리카의 항구도시 ‘탕헤르’가 그에게 준 첫 선물은 ‘사기꾼’이었다. 카페에서 그에게 접근한 사기꾼은 사막을 건너려면 낙타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도와주겠다고 했으나, 결국은 산티아고가 가진 돈 모두를 들고 도망쳤다. 

 

중세 이슬람권 시장 모습.PNG

중세 아랍 시장 모습

출처-<pixabay>

 

탕헤르 시장 오르막이 끝나는 곳에는 작은 크리스털 가게가 있었다. 산티아고는 그 가게로 들어가 자신을 맞이하는 상인에게 그릇을 닦을 터이니 먹을 것을 달라고 말했다. 그는 상인에게 그릇이 빛난다면 장사가 더 잘될 것이라 말하며 그릇을 닦았다. 그리고 손님 둘이 들어와 산티아고가 닦아 놓은 크리스털 그릇 몇 개를 사 갔다. 크리스털 가게 상인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자네가 내 가게에서 일해주었으면 하네. 오늘 자네가 그릇을 닦는 동안 손님이 둘이나 들어왔어. 이것은 좋은 표지일세.”

 

산티아고는 가게 주인에게 이집트로 갈 여비가 필요하니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나이 든 상인은 웃음을 터뜨렸다. 상인은 산티아고에게 탕헤르와 피라미드 사이에는 수천 킬로미터의 사막이 가로놓여 있으며 일년내내 그릇을 닦아도 이집트로 갈 돈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티아고는 잠시 침묵했다. 희망도 모험도 자아의 신화도 끝나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그의 마음은 오직 공허함 뿐이었다. 

 

그럼에도 산티아고는 가게 주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집트로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양을 사기 위해서였다.

 

 

크리스털 가게 상인이 ‘메카’로 가지 않는 이유 

 

산티아고가 반짝이게 닦은 그릇들은 잘 팔렸고 가게 바깥에 진열대를 놓자는 산티아고의 제안도 적중했다. 산티아고가 일하면서 가게는 번창했다. 그의 판매 수당은 점점 늘어갔다. 산티아고는 이곳에서 일 년 정도만 일한다면, 양을 살 돈을 다시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상인은 산티아고를 볼 때마다 자신이 이 스페인 친구를 고용한 것이 잘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가 곧 양치기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왜 피라미드를 찾아가려 했는지 물었다.

 

상인.PNG

왜 피라미드에 가려는겐가?

출처-<링크>

 

산티아고는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는 피하며 대답했다. 보물이란 이제 그에게 가슴 아픈 추억일 뿐이어서 가능하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상인은 산티아고에게 이슬람 신도의 의무에 대해 말했다. 그 의무 중 하나는 반드시 성지 ‘메카’로 순례 여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자신의 젊은 시절 꿈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 그 꿈을 이룰 돈을 모았지만, 아직 메카를 향해 떠나지 않고 있다는 말도 했다. 산티아고는 그가 돈이 있어도 순례 여행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왜냐하면 내 삶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바로 메카이기 때문이지. 이 모든 똑같은 나날들, 진열대 위에 덩그러니 얹혀 있는 저 크리스털 그릇들, 그리고 초라한 식당에서 먹는 점심과 저녁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바로 메카에서 나온다네. 난 내 꿈을 실현하고 나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질까 두려워.”

 

어느 날 산티아고는 동트기 전 새벽에 잠에서 깼다. 아프리카 대륙에 발을 디딘지 열한 달하고 구 일이 지난 날이었다. 그는 자신이 양을 다시 사기에 충분한 돈을 모았다는 생각을 했다. 산티아고는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때 양치기 시절의 낡은 배낭을 보았다. 처음 꿈을 찾아 이곳을 방문했을 때의 그 배낭이었다. 배낭을 드는 순간 우림과 툼밈 두 개의 보석이 땅에 떨어졌다.

 

그가 있는 곳으로부터 안달루시아 평원까지는 배로 두 시간 거리며, 피라미드와의 사이에는 거대한 사막이 가로놓여 있었다.

 

일 년 전 노인의 말이 떠올랐다. 자아의 신화, 그 말이. 산티아고는 어찌 되었든 자신이 예전에 비해 보물에 두 시간 거리만큼 더 가까이 와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커다란 기쁨이 느껴졌다. 산티아고는 가게에 크리스털을 공급하는 상인들이 사막을 건너다닌다는 대상들로부터 물건을 받는다는 말을 기억해 냈다. 그리고 피라미드가 정말 그렇게 먼 곳에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상들이 있는 창고로 향했다. 

 

 

사막의 여인 ‘파티마’

 

연금술의 완성에 모든 것을 바쳤다는 영국인이 산티아고의 길동무가 되었다. 영국인은 자신이 이집트 근처 ‘알 파이윰’의 오아시스로 간다고 말했다. 그곳에는 이백 살의 연금술사가 살고 있는데, 그는 어떤 금속이든 금으로 바꿀 수 있으며 자신은 그를 만나 반드시 연금술을 완성할 것이라고 흥분한 표정으로 산티아고에게 말했다.

 

대상 행렬.jpg

출처-<링크>

 

이백 명 정도로 이루어진 대상은 레반터가 불어오는 방향, 동쪽을 향해 꾸준히 움직였다. 아침에 길을 가고 태양이 뜨거워지는 낮에 멈추었다가 저녁에 다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며칠이고 눈에 보이는 것은 침묵에 잠긴 광대한 사막과 짐승들의 발굽에서 피어오르는 먼지뿐이었다. 부족들 간의 전투 소식과 느닷없이 출몰하는 베두인족들로 대상 행렬은 지쳐가고 사람들이 공포심에 말을 잃어갈 때, 바로 그때 산티아고의 눈앞에 오아시스가 나타났다. 사막 한가운데 펼쳐진 푸른 야자수 숲이 산티아고에게는 기적처럼 느껴졌다.

 

순간, 시간은 멈춘 듯했고, 만물의 정기가 산티아고의 내부에서 끓어올라 소용돌이치는 듯했다.

 

오아시스에 도착한 다음 날이었다. 연금술사를 찾는다며 영국인이 넓디넓은 오아시스를 뒤지고 다닐 때, 산티아고의 앞에 물항아리를 어깨에 진 처녀 하나가 나타났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 그리고 침묵과 미소 사이에서 망설이는 듯한 그녀의 입술을 보는 순간 산티아고는 깨달았다. 그녀는 산티아고가 양들 곁에서, 크리스털 가게와 사막의 침묵 속에서 찾아 헤매던 바로 그 표지였다. 산티아고는 온몸으로 확신했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파티마, 그녀의 이름이었다. 산티아고는 다음날도 우물가로 갔다. 파티마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동쪽에서 불어오는 레반터는 그녀의 향기를 실어 오는 것 같았다. 영국인이 나타났다. 그는 연금술사를 만났으나, 그가 말해준 것은 자신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가엾은 영국인이 말없이 사막을 응시하다 자리를 뜨자 드디어 파티마가 나타났다.

 

“당신에게 할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내 아내가 되어줄 수 없겠습니까.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제 산티아고에게는 자신이 찾으려던 보물보다 파티마, 그녀가 더 소중했다. 놀라서 물항아리를 엎지른 그녀는 우물가를 떠났다. 그날 이후 산티아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파티마를 만나러 우물가로 갔고 그녀에게 그간 자신이 겪은 모든 일을 말했다. 두 사람은 친구가 되었고, 그녀와 함께하는 얼마간을 제외한 하루의 모든 시간이 산티아고는 끔찍하게 여겨졌다.

 

 

사막이 전하는 말

 

오아시스.PNG

 

가끔씩 산티아고는 오아시스 주변 사막을 정처 없이 걸었다. 바람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발길에 채는 돌들을 느끼기도 했다. 파티마를 생각했다. 그녀와 함께라면 보물을 찾겠다는 꿈을 포기하고 다시 양치기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따금씩 만나는 소라껍데기들은 이곳이 먼 옛날 광활한 바다였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매 한 쌍이 날고 있었다. 그 흐트러진 선의 움직임이 산티아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산티아고는 계속해서 매들의 움직임을 쫓았다. 어쩌면 거기서 어떤 메시지를 읽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소유하지 않는 사랑에 대해 사막의 이야기를 들려줄지도 몰랐다. 졸음이 몰려왔다. 산티아고는 잠들고 싶었으나 심장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고 계속 뛰었다. 사막의 모든 것, 만물이 그에게 언어로 다가왔다.

 

갑자기 매 한 마리가 먹잇감을 발견했는지 급강하했다. 바로 그 순간, 청년은 짧고도 갑작스런 어떤 환상을 보았다. 군대가 칼을 빼들고 오아시스로 쳐들어가는 광경이었다.

 

그것은 또 하나의 표지였다. 산티아고가 만물의 언어를 들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사막은 그에게 다가올 위험을 알려준 것이었다. 산티아고는 깨달았다. 이제는 사막이 안전지대요, 오아시스가 위험한 곳이 되었다는 것을. 파티마도 위험해졌다. 산티아고는 오아시스의 부족장들을 만나기로 결심했다.

 

“사막의 전언을 가지고 왔습니다.”

 

산티아고의 예언은 적중했다. 오아시스의 부족장들은 산티아고의 예언을 믿고 이천 명의 무장한 오아시스의 남자들을 야자나무 숲에 매복시켜 놓았다. 그리고 해 질 무렵 말을 탄 오백 명의 병사들이 오아시스를 덮쳤다. 굶주린 그들의 목적은 약탈이었다. 이천 명의 무장한 오아시스 남자들은 그들을 포위했다. 그들은 맥없이 패배했다. 오아시스의 부족장들은 산티아고에게 50개의 금화를 감사의 표시로 주었다.

 

오아시스 부족.jpg

고맙다네

출처-<링크>

 

 

연금술사와 떠나는 여행

 

“누가 감히 매들의 비행을 읽어냈는가?”

  

마치 알 파이윰의 야자나무 오만 그루가 일제히 메아리치는 것과 같은 목소리였다.

  

“제가 감히 그랬습니다.”

  

산티아고가 대답했다.

 

온통 검은 옷을 입고 백마를 탄 기사가 산티아고 앞에 나타나 호통을 쳤다. 그의 왼쪽 어깨에는 매 한 마리가 올라앉아 있었다. 장엄한 위용이었다. 기사가 반월도를 뽑자, 칼날이 달빛을 받아 번쩍였다. 그 칼날이 산티아고의 이마를 스치자, 그곳에 피 한 방울이 맺혔다. 기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산티아고도 마찬가지였다.

 

산티아고는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속에서 알 수 없는 기쁨이 솟구쳤다. 표지들이 보여준 것은 모두 사실이었고 만물의 언어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자신이 자아의 신화를 위해, 그리고 파티마를 위해 죽게 되리라는 것, 그것이 기쁨의 실체였다. 

 

“이방인이 낯선 땅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아의 신화를 찾으러 왔습니다. 당신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어떤 것을 찾아서.”

 

그는 영국인이 말하던 연금술사였다. 연금술사는 산티아고에게 자신이 그의 용기를 시험해 본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용기야말로 자아의 신화를 찾으려는 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란 말도. 둘은 함께 사막을 걸었다. 바람이 사막의 소리를 실어 왔고, 산티아고는 그 속에서 파티마의 음성을 찾으려 애썼다. 연금술사는 산티아고에게 자신과 함께 여행을 떠나겠냐고 물었다.

 

가겠습니다.PNG

 

“함께 가겠습니다.”

  

산티아고가 말했다. 그 순간, 마음이 말할 수없이 평온해졌다.

  

“내일 해 뜨기 전에 떠나세.”

  

연금술사는 짧게 대답했다.

 

 

만물의 정기와 연금술의 존재 이유  

 

“나는 당신 꿈의 일부이고, 당신이 자주 얘기하는 자아의 신화의 일부이기도 해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당신이 여행을 계속하길 원해요. 당신이 찾는 그곳으로 말예요.”

 

“사막의 모래언덕은 바람에 따라 변하지만, 사막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랍니다. 우리의 사랑도 사막과 같을 거예요.”

 

산티아고는 그녀에게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한 약속을 떠올리며, 처음으로 그녀와 몸이 닿았던 포옹을 생각하며 연금술사와 여행을 떠났다. 밤이 되면 그들은 땅바닥에 각자의 담요를 폈고, 전쟁 중인 부족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모닥불도 피우지 않으며 꼭 필요한 말만 했다. 사막의 밤은 추웠고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는 피비린내가 느껴졌다. 

 

여행 일곱째 날 밤, 연금술사의 매가 어느 병사의 물통 하나를 물고 왔을 때였다. 연금술사는 산티아고에게 자아의 신화를 쫓아 여기까지 온 것을 축하한다며 곧 여행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계속해서 사막을 걸어갔다. 연금술사와의 대화는 언제나 산티아고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산티아고는 어느덧 연금술사를 ‘스승님’이라고 불렀다. 산티아고의 마음은 점점 더 고요해져갔다. 그는 과거와 미래의 일에 대해 더 이상 근심하지도 않았다. 그의 마음은 언제나 사막만을 주시했고 사막 속 만물의 정기를 음미했다. 그와 그의 마음은 이제 서로를 배신할 수 없는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바로 그게 연금술의 존재 이유야.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인 거지. 납은 세상이 더 이상 납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납의 역할을 다하고, 마침내는 금으로 변하는 거야.

 

둘이 어느 병사들에게 체포되었다 풀려난 마지막 위기를 헤쳐나왔을 때, 연금술사는 산티아고에게 이별을 말했다. 세 시간만 더 가면 피라미드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니 이제부턴 혼자 가라고. 

 

“그대의 보물이 있는 곳에 그대의 마음 또한 있을 것이네.”

 

산티아고는 자신의 마음이 속삭이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계속 말을 타고 사막을 달렸다. 오직 자신의 마음만이 보물이 숨겨진 정확한 장소를 알려줄 것이기에. 

 

사막 밤.png

출처-<pixabay>

 

산티아고가 모래 언덕을 총총히 오를 때였다. 밤하늘엔 별들 총총했고 보름달은 환히 밝혀져 있었다. 그의 마음이 속삭였다. 울음을 터뜨리게 될 장소, 그곳이 바로 보물이 있는 곳이라고. 

 

마침내 모래 언덕의 정상에 올라서자, 산티아고는 뛰는 가슴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의 눈앞에 사막의 순결한 흰빛으로 신성하게 환히 빛 나는 장엄한 피라미드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달빛은 이윽고 사막의 침묵 위에 내려앉아, 보물을 찾아 머나먼 길을 헤쳐온 한 청년의 험난한 여정을 감싸안는 듯했다.

 

피라미드 밤 모습.jpg

출처-<pixabay>

 

 

산티아고의 보물이 있는 곳

 

산티아고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사막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순간 풍뎅이 한 마리가 눈물이 떨어진 자리로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산티아고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표지였다. 산티아고는 모래를 파기 시작했다. 손이 상처투성이가 되고 바람과 싸워가며 밤새도록 팠다. 그러나 보물은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거친 말소리가 들렸다. 탈영병처럼 보이는 병사들이었다. 산티아고가 자신은 보물을 찾고 있다고 말하자, 그들은 계속 구덩이를 파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끝내 보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산티아고를 두들겨 팼다. 산티아고의 옷은 누더기가 되었고 입은 시퍼렇게 멍들고 부어올랐다. 산티아고는 죽음 그림자를 느꼈다. 그는 진심을 다해 그들에게 자신의 꿈 이야기와 지금까지의 고단했던 여정에 대해 말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내뱉듯 말했다. 자신도 그런 꿈을 꾼 적이 있노라고. 스페인 어떤 평원의 다 쓰러져가는 교회, 그곳의 무화과 나무 그늘 아래 보물이 숨겨져 있던 꿈을. 자신도 똑같은 꿈을 두 번 꾸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봐, 그런 꿈을 되풀이 꾸었다고 해서 사막을 건널 바보는 없어. 명심하라구.”

 

다행히 그들이 사라지고 난 뒤, 산티아고는 피라미드를 바라보았다. 피라미드는 그를 향해 조용히 미소 짓고 있었고 드디어 산티아고는 자신의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날 산티아고는 예전에 자신이 양 떼를 몰고 와 하룻밤을 지냈던 낡은 교회 앞에 다다랐다. 교회 마당에는 무화과 나무 한 그루가 있었고 그의 손에는 삽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포도주 한 모금을 마신 산티아고는 땅을 파기 시작했다. 산티아고는 하늘을 향해 외쳤다. ‘늙고 교활한 마술쟁이 같으니.’라고. 그러자 연금술사의 목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왔다. ‘내가 미리 말해줬다면 넌 아름다운 피라미드를 보지 못했을 거야.’라고. 

 

웃음.PNG

훗~

 

산티아고는 미소 지었다. 삽날에 무언가가 부딪혔다. 궤짝 하나가 나타났다. 그 속에는 옛 스페인 금화와 황금 마스크, 그리고 눈부신 보석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아프리카로부터 오는 바람, 레반터가 불어왔다. 거기에는 그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향기가 담겨 있었다. 살며시, 아주 살며시 다가와 그의 입술에 내려앉는 부드러운 입맞춤. 산티아고는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그녀, 파티마가 처음으로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춘 것이었다.

 

그는 조용히 속삭였다.

  

“파티마, 기다려요. 이제 그대에게 달려가겠소.”

 

 

다시 꿈꾸는 인생을 살기 위하여

 

납을 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을 익힌다면 참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한 망상이라고 인정하신다면 그것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행복한 인생의 비법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우리들 각자는 젊음의 초입에서 자신의 자아의 신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지. 그래서 젊은이들은 그 모두를 꿈꾸고 소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그 신화의 실현이 불가능함을 깨닫게 해주지.

 

젊은이와 늙은이를 나누는 기준은 나이가 아닙니다. 나이야 숫자일 뿐이지요. 젊은이들은 말할 때 ‘나는 이다음에, 나는 앞으로’ 같은 말들을 많이 합니다. 늙은이들은 이런 말을 잘 쓰지 않습니다. 늙은이들이 잘 쓰는 말들은 보통 ‘내가 왕년에,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같은 것들입니다. ‘앞으로’는 미래 시제이고 ‘왕년’은 과거 시제입니다.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말이야.PNG

내가 왕년엔 말이야~

 

젊은이와 늙은이를 나누는 기준, 그것은 바로 시선입니다. 시선의 방향입니다. 시선이 미래를 바라보고 있으면 젊은이인 것이고, 과거를 향해 있으면 늙은이인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미래를 보며 사는 이유는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젊다는 것은 꿈을 꾸는 것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산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의 하루는 활기차고 행복합니다. 행복은 꿈이 있는 사람들의 것이니까요.

 

인생을 살맛나게 해주는 건 꿈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것이지.

 

나이를 먹어가며 꿈은 점점 빛이 바래지고 현실은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확정되지 않은 미래보다야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해결해야 할 일들이 훨씬 중하니까요. 비어 있는 통장과 카드 청구서를 앞에 놓고 미래의 꿈을 생각하며 행복해 할 수는 없으니까요. 세월은 귀신같이 꿈이 사라진 자리를 비집고 들어옵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면서 나이를 먹어가고 어느덧 늙은이가 되는 것입니다. 

 

꿈이 있었던 시절을 떠올려 봅니다.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빈약한 안주에 소주를 마신 다음 날, 쓰린 속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행복해하던 시절 말입니다. 꿈을 꾸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다시 꿈꾸는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내가 살면서 놓쳤을 수많은 ‘표지’들, 꿈으로 안내하는 그 표지가 다시 나타난다면 이제는 놓치지 않고 싶습니다.

 

‘만약 당신이 꿈을 꿀 수 있다면, 그것을 이룰 수 있다. 언제나 기억하라.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꿈과 한 마리의 쥐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 월트 디즈니 -

 

월트 디즈니.jpg

월트 디즈니

출처-<PBS>

 

납을 금으로 만들 수 없다면, 시간을 거꾸로 돌려 과거의 어느 아름다웠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 없다면, 그것만큼이나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 비법입니다. 그것은 다시 꿈꾸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인생이 여행이라면 그것은 꿈을 찾아가는 여정일 것입니다. 살아온 날들은 이미 지나가 버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살게 될 날들일 것입니다. 그날 중 어느 하루, 문득 내 앞에 다시 꿈을 가리키는 표지가 나타난다면 그것을 선택할 용기가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종착지가 어딘지 모르기에 오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 말입니다.

 

꿈을 잊고 사는 사람들, 다시 꿈꾸는 인생을 살고 싶은 ‘나’와 ‘우리’에게 ‘꿈을 꾸었다고 사막을 건넌 바보’, 스페인의 양치기 청년 ‘산티아고’의 인생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사막으로 가야 할지 현재에 안주해야 할지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부디 사막을 선택할 젊은이의 용기가 있기를 바라며 짧은 시 한 편으로 예순다섯 번째 인생 탐구를 마칩니다.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灼熱)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神)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孤獨)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 유치환, ‘생명의 서’ -

 

Profil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