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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스포츠물인 <슬램덩크>. 운동부 고교생이 주인공인 만큼, 딱히 패션이라 할만한 것이 없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교복 아니면 운동복 차림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제한된 차림새 속에서도 어떻게든 멋을 부리려 애쓰는 청소년들의 면면이 깨알같이 엿보이기도 한다. 송태섭과 채소연의 차림을 유심히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두드러지게 패셔너블한 캐릭터는 없다.

 

그런 와중에 운동복만으로도 충분한 멋쟁이는 단연코 서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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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얼굴만으로도 패션의 완성이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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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벌 신사 강백호에 비하면 서태웅은 운동복도 여러 가지 다채로운 스타일을 뽐낸다.

 

하나씩 벗겨(?) 보자.

 

서태웅과 마이클 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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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부 입부 첫날은 별 특색 없는 운동복 셋업을 입고 나왔는데, 이건 학교 공식 체육복인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면 채치수도 같은 걸 입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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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부 1주일 여 지나고 처음 등장한 안 감독님이 1학년 대 2, 3학년으로 연습 시합을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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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등장하는 등번호 23과 왼쪽 팔의 밴드는 서태웅의 모티브가 마이클 조던임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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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은 루키 시절부터 1990년까지 빨간 암밴드를 왼쪽 전완(팔꿈치 아래쪽)에 착용하였다. 그러다 1991년부터 검정 밴드를 팔꿈치에 맞춰서 착용하는데, 이때부터 불스 왕조의 위대한 쓰리핏이 시작된 것을 보면 의미심장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조던의 슈팅폼만 5년을 연구했다는 한 블로거의 분석에 의하면, 이 시즌에 조던의 점프슛 폼에 변화가 있었고 슛 정확성이 향상된 것과 암밴드의 위치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슛을 쏘는 순간 왼손 엄지손가락에 의해 공의 방향에 간섭이 생기는 것을 왼쪽 팔꿈치의 밴드가 억제해 주는 원리다. 이게 진짜라면 “왼손은 거들 뿐”이지만 덜 거들기 위한 또는 더 잘 거들기 위한 핵심 소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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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웅이 이 모습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연재 초반인 1990년 말로, 조던의 암밴드가 빨간색이고 팔꿈치 아래에 있었을 때였다. 바꿔 말하면, 조던이 아직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때였다. 우승 전에도 조던의 인기는 높았지만, 전무후무한 The GOAT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터. 그런 조던을 모티프로 하다니, 이노우에도 쫌 치는구나 싶다(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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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이 1991년 첫 우승을 하고 암밴드의 색상과 위치가 바뀐 이후, 서태웅의 밴드도 검정으로 바뀌었다. 위치도 팔꿈치 쪽으로 올라온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정우성의 밴드가 팔만 바뀐 오른팔의 같은 위치에 있는 건 둘이 똑 닮은 라이벌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장치인 걸까?

 

나이키를 즐겨 입는 고교생

 

이렇게 서태웅의 정체성이 조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이 확실해지고… 그에 걸맞게 그는 역시 나이키를 주로 착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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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에게 드리블 슛의 모범을 보여주는 장면. 별 특색 없는 흰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같은 날 돌연 옷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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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민짜였는데 빨간색 나이키 에어 로고 티셔츠로 순식간에 옷을 바꿔 입은 패셔니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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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 동네 공원에 연습하러 갈 때는 위아래 나이키에어 트레이닝 셋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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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남과의 연습 시합 날. 드디어 등번호를 받은 날이기도 하다. 원래 서태웅이 10번을 받았지만, 망나니 강백호의 패악질로 11번으로 밀린다. 이날도 역시 정체성에 충실한 나이키 에어 로고 민소매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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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섭이 처음 등장한 날에는 민짜 검정 티셔츠를 입는다. 로고가 없어서 브랜드를 알 수 없지만, 이것 역시 나이키가 아닐까?

 

특별히 눈에 띄거나 화려한 걸로 입은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매 등장 마다 옷이 바뀐다. 늘 한결같은 강백호의 복장과 비교하면 서태웅의 집은 유복한가보다. 하긴 미국 유학까지 고려할 정도니까.

 

농구 유니폼 트렌드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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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남과의 연습 시합에서 처음으로 북산 고교 공식 유니폼이 등장한다. 그런데 어쩐지 바지 길이가 짧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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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농구 유니폼은 바지의 길이가 매우 짧고, 몸에 밀착되는 스타일이 대세였다. 1990년 10월에 연재를 시작한 슬램덩크의 유니폼도 이 시기의 트렌드에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짧고 타이트한 유니폼이 유행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있다.

 

거친 몸싸움에 방해가 되는 것을 피하고, 선수들이 슬림한 몸매를 드러내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한편, 70~80년대에는 미국 내 컬러TV 수상기가 대중적으로 보급되었고, 스포츠 유니폼에도 다채로운 색상과 화려한 로고가 경쟁적으로 등장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색깔 변화에 비해 형태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더뎠을 뿐이라는 설도 있다.

 

그러다 90년대 초반부터 NBA에서 점점 헐렁한 유니폼이 유행하기 시작하는데, 트렌드 변화의 중심에 조던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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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말, 조던은 당시 NBA 유니폼 공식 스폰서였던 챔피언사에 자신의 경기 유니폼 바지를 좀 더 길고 헐렁하게 (longer and baggier) 만들어달라고 요청한다. 표면적으로 밝힌 이유는 경기중 숨이 찰 때 몸을 굽혀 바지에 매달리기 위해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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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경기 중 이렇게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있는 조던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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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노우에는 매의 눈으로 이것을 캐치했다. 서태웅, 강백호가 유니폼 바지에 매달려 숨을 몰아쉬는 장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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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장 많이 따라 한 캐릭터는 윤대협으로, 최소 3회 나온다.

 

조던이 바지를 길고 헐렁하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이유에 대해 다른 설도 있다.

 

80년대 말, 시카고 불스는 동부 콘퍼런스 플레이오프에서 3년 연속으로 탈락한다. 이에 조던은 그의 대학 시절 연습용 반바지를 유니폼 속에 겹쳐 입기 위해 바지를 길고 헐렁하게 만들어 달라고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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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에게 그 낡은 파란색 바지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부적이었고, 이후 모든 경기에서 공식 유니폼 바지 속에 겹쳐 입었다. 그 후의 역사는 다들 아는 바와 같다.

 

이유가 뭐든, 이후 다른 선수들도 조던의 길고 헐렁한 바지를 따라 입기 시작하며 NBA 유니폼 트렌드가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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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여름쯤 출판된 산왕 공고와의 경기 후반전(제233화)에도 이런 트렌드 변화가 감지된다. 연재 초반 능남 고교와의 연습 시합에서 등장한 짧고 타이트한 유니폼과 비교하면 사이즈가 꽤 넉넉해졌다. 능남고교와의 연습 시합이 1991년 4~5월경 발매된 제28화였으니, 슬램덩크 세계관에서도 불과 4년 만에 농구 유니폼의 스타일이 완전히 바뀐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 시기 힙합이 음악 장르를 넘어 패션과 대중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과도 관련이 있어서, 유니폼뿐만 아니라 생활 스포츠 복장 전반에서 나타난다.

 

연재 초기, 1학년 VS 2, 3학년의 연습 시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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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연습 시합이기 때문에 유니폼이 아닌 제각각의 운동복을 입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바지 길이가 짧고 타이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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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1993년 초여름쯤 발행된 제135화의 연습 시합에서는, 전체적으로 바지의 길이도 길어지고 핏도 약간 헐렁해졌다. 해남전 패배 이후, 백호가 머리를 빡빡 밀고 정대만으로부터 골밑슛의 필요성에 대해 깨달음을 얻는 연습 시합 장면이다.

 

이 트렌드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서 요즘 나오는 농구 바지들은 대체로 헐렁하고 길이도 무릎 근처까지 온다.

 

조던의 연습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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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웅이 입은 복장 중 가장 특징적인 것은 반소매 티셔츠에 민소매 저지를 겹쳐 입은 룩. 농구부 습격 사건에 처음 등장해 작품 전체에서 색깔만 바꿔가며 여러 차례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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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소매 티셔츠에 농구 저지를 겹쳐 입는 복장은 실제로 선수들이 연습할 때 흔히 입는 복장이다. NBA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서태웅이 입은 건 NBA 선수들의 전형적인 복장과 달리 소매가 좀 더 짧고 비스듬하게 잘라낸 듯한 모양이다. 서태웅의 모티브가 조던이란 걸 다시금 확인시키는 룩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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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N 다큐 <더 라스트 댄스>(2020)에서 공개된 조던의 불스 시절 연습 복장이 한동안 화제였다. 구글에 Jordan Practice Look이 자동완성 검색어로 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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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의 이 복장에 대해 쓰인 몇몇 칼럼들을 종합해 보면, 소매의 저 비스듬한 각도가 이 룩의 핵심이다. Cut-off T Shirt라고 불리는데, 너무 조금 잘라내도 안되고 너무 많이 잘라내도 조던의 맵시와 동떨어지게 된다.

 

또한 티셔츠와 저지를 모두 바지에 넣어서 (tucked-in) 입어야만 조던룩을 완성할 수 있다. 농구 경기 규정상 상의를 바지에 넣어 입어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던이 왜 저런 소매를 입었는지에 대해 별로 알려진 바는 없다. 팔과 어깨를 많이 사용하는 농구 특성상 소매가 없는 편이 움직임도 자유롭고 시원하니까? 정도로 추측해 본다.

 

그렇다면 조던은 저 소매를 직접 잘랐을까? 그것 또한 알 수 없지만, 조던 말고는 입은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조던이 직접 또는 누군가가 조던을 위해 잘라준 게 아닐까 싶다(조던의 아내라던가).

 

이 정도로 소매를 잘라낸 티셔츠는 시중에서 찾기도 쉽지 않다. 구글에서 Basketball Cut-Off T Shirt로 검색하면 수많은 결과가 나오지만, 조던의 티셔츠와 비슷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얼마나 찾기 힘들었으면, 유튜브에 이걸 직접 만들었다는 영상도 있다. 사실 만들었다고 하기 민망할 지경. 가위로 잘라 내기만 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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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림은 워낙 아이코닉(iconic) 해서인지 이노우에는 일부러 서태웅에게만 입힌 것 같다. 다만, 다른 캐릭터가 입은 장면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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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출판된 (일본 기준) 완전판 10권 표지에서 이렇게 이정환이 입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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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에피소드인 제276화에서 송태섭도 같은 스타일로 등장한다. 20년도 넘게 지난 현시점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그의 인기를 생각하면, 대사가 예사롭지 않다.

 

서태웅이 세계관 최고 멋쟁이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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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더워짐에 따라 겹쳐 입지 않고 그냥 민소매 저지만 입을 때도 많아지는데, 색깔은 항상 바뀐다.

 

교복은 매우 단정하게 입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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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복 단추도 끝까지 채워 입었고, 하복도 어딘가 껄렁하게 입은 강백호나 정대만에 비하면 서태웅은 항상 단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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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섭은 교복에도 구두가 아닌 농구화를 신고, 상의도 셔츠보다 피케 티셔츠를 입는다. 반면, 서태웅은 단추도 잘 채우고 항상 셔츠를 바지에 넣어 입는 등 대단히 모범적인 학생의 차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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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채치수 조차 더위를 이기지 못했던 합숙에서도 서태웅은 흐트러짐이 없다.

 

서태웅이 사복을 입은 모습은 드물다. 내용 중 사복 차림은 두 차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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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왕전 전날 밤 숙소에서 입은 하얀색 피케 티셔츠. 송태섭에겐 교복인데 서태웅은 저걸 사복으로 입네. 단정하고 깔끔한 스타일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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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전 고교 남훈의 복장과 비교하면 정말 참하고 단정하다. 이 장면에서 남훈은 무늬가 요란한 셔츠에 금목걸이까지 두르고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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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복다운 차림은, 유학에 대해 안 선생님 댁에 상담하러 간 날 입은 V넥 스웨터와 청바지. 넥 라인에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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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안 선생님의 "자네는 아직 윤대협에 미치지 못하네"라는 말에 바로 윤대협을 찾아가 1대1을 청할 정도로 경쟁심이 강한 서태웅. 이들은 키가 커서인지, 평범한 차림새도 예사롭지 않다. 역시 패션의 완성은 몸매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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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스웨터 속에는 역시나 운동복 저지를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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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에게 충격을 준 마지막 장면. Japan이 새겨진 국가대표 패션.

 

20대 젊은이들이 “가장 폼나는 바시티 재킷(Varsity Jacket)은 명문대 로고가 새겨진 것”이라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을 감안하면, 서태웅이 세계관 내 패션 최강자이며 가장 힙한 멋쟁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최고의 농구선수가 최고의 멋쟁이가 되는 세계관..!!

 

그 와중에 재활 중에도 연습 때와 똑같은 복장을 한 강백호. 신발만 에어 조던에서 삼디다스로 바뀌었다. 역시 (패션에서도) 강백호는 서태웅을 따라갈 수 없는가. 뚜둥.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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