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22대 국회가 출범했다. 훨씬 더 강력해진 판으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21%까지 떨어졌다. 6공화국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로 1990년 2월 노태우 대통령이 28%의 최하위 기록을 갈아치운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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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은 출범과 동시에 서서히 하락하다 임기 말에 레임덕이 오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니까 이변이 없는 한 남은 3년 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최악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은 셈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여론조사 긍정 평가는 단 5%였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열차는 오늘도 힘차게 달리고 있다. 그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대통령과 여당에겐 반전의 모멘텀이 필요할 테고 마음이 조급하다.
역대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왜 이렇게 잘 나오는 것이냐? 이해할 수 없다”
라는 말이 나온다. 어떤 사람들에겐 윤석열이 어떤 짓을 해도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아 무력감을 느끼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조급함 잠시 미뤄둬도 좋다. 야권의 지지자들의 감정과 별개로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상당히 겁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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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입에서 탄핵이라는 말이 갑자기 나왔다. 역대 대통령이 스스로 자신에 대해 ‘탄핵’이라는 말을 옮긴 경우도 없지만, 중요한 건 예산 문제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말을 누가 한 적 있냐?는 것이었다.
그렇다, 없다. 누구도 예산 문제로 대통령을 탄핵한다고 한 적이 없었다. 중요한 티비 토론에서 손바닥의 왕을 쓰고 나온다든지, 난처한 질문을 받으면 고개를 도리도리 돌리며 대답한다든지, 불편하고 어려운 사람 앞에서는 특유의 과장된 표정을 짓는 그의 성정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요즘 그의 얼굴, 그다지 용감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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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 직후 대통령실의 전술은 보스의 불안한 심정과 같이 가고 있다. 용산은 겁먹고 있다. 그 증거들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증거 1. 영수회담을 먼저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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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는 그동안 대통령에게 줄곧 영수 회담을 제안했다. 이재명 대표는 2022년 8월 28일,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최초로 영수 회담을 제안했었다. 윤석열 대통령실은 시종일관 회담을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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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서 패배한 지 9일 만에 윤석열 대통령실은 영수회담을 무려 먼저 제안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712일 만이고, 이재명 대가 첫 영수회담을 제안한 지 602일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대통령실이 줄곧 주장하던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총선이 끝나고 9일 만에 사라졌다는 의미일까? 당연히 아니다. 잔뜩 겁먹었기 때문이다. "야야 잠깐잠깐!! 때리지 말고 말로 하자"라고 하는 아이처럼, 이재명 대표에게 우리 평화롭게 협치로 풀면 어떨까?라고 제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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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두 쪽 나도 협치는 안 할 것 같던 용산이었다. 영수회담 선제안은 대통령실의 ‘항복’ 메시지다.
증거 2. 주변 사람들에게 나 잘하고 있지 않냐고 항변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언론 통제를 넘어 언론을 해체하고 있다. KBS, MBC, YTN, EBS, TBS 등 공영방송을 파괴하고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앞세워서 자신들을 비판 언론 탄압했다.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은 언론인들과 식사 자리에서 ‘회칼 테러 협박’ 등을 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한국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 43위였다가 올해 62위로 추락했다.
그랬던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패배 이후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631일 만에 열린 두 번째 기자회견이자 2022년 11월 출근길 문답 중단 뒤 18개월 만이다.
형식은 기자회견이었지만, 실제로는 이거였다.
“국민 여러분, 나 이렇게 잘하고 있어요”
추락하는 지지율, 총선에서 드러난 정권심판론에 놀란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던 것이다. 뭐라도 해야 했던 것. 물론, 뜻대로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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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이라는 필터를 거쳐서만 국민에게 전달된다. 우리는 대통령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러니까 대통령은 자신이 국민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하고 말하는 게 아니라, 언론을 통해서 어떻게 보일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언론인들에게만 잘 보이면 된다. 자신의 부족한 면은 적절하게 마사지해서 보도될 것이니까.
괜히 출입 기자들을 불러다 놓고 김치찌개, 계란말이를 해준 게 아니다. 안타까운 건 이런 게 먹힐 거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어 보인다는 것. 대통령도 참모들도.
사실 근데 이날 진짜 기자들에게 내주려 한 건 계란말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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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도운 홍보수석비서관에게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한 언론인 장기 해외연수 선발 인원이 한 해에 몇 명이나 되는지 물었고 '올해는 20명, 내년에는 80명 정도 늘리려고 계획하고 있다'는 답을 들었다.”
“윤 대통령은 "언론 문화 정책의 일환으로서 내년부터는 (선발 인원을) 세 자리로 한번 만들어 봅시다"라고 말했고 참석자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는 정부답게 우리 언론인 여러분들도 국제사회의 경험을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정부가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이런 식이다. 노골적 채찍과 노골적 당근. 돈을 받든지 뒤지든지 둘 중 하나 결정하라는 콜롬비아 마약상과 같다.
실제로 윤석열과 김치찌개 계란말이를 먹은 기자들은 뭘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만 보도하기에 바빴다. 총선 결과, 채상병 특검, 거부권 행사 등 산적한 정치 현안에 대한 질문은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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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메뉴로는 안동 한우와 완도 전복, 장흥 버섯, 무안 양파, 강원도 감자, 제주 오겹살, 이천·당진 쌀밥, 남도 배추김치, 여수 돌산 갓김치, 문경 오미자화채, 경남 망개떡, 성주 참외, 고창 수박, 양구 멜론 등 전국 각지에서 공수된 국산 먹거리들이 나왔다.”
이날 걸린 기사들은 대체로 이랬다.
증거 3. 집으로 돌아가 성벽을 쌓으며 수비를 강화한다
상대에겐 말로 하자며 타이르고(영수회담 제안), 관객 혹은 심판에겐 당근과 채찍으로 나 잘하고 있지 않냐고 항변하고 집(용산)에 돌아와선 황급히 수비벽은 강화한다(검찰 인사). 대통령실은 총선 한 달 후인 5월 13일 법무부는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충격적인 인사였다.
윤석열 정부의 약점이 될 만한 사건은 수없이 많겠지만, 우선순위로 따지면 우리 여사님 사건이다. 현재 진행 중이던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 지휘부를 전면 교체했다. 이제는 명품백 수수 의혹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 등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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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 지시로 서울중앙지검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전담 수사팀을 구성한 지 2주도 안 돼 지휘-보고 라인인 서울중앙지검장과 차장 검사가 모두 교체됐다. 친윤으로 검찰총장까지 된 이원석 총장조차 김건희 여사는 건드릴 수가 없는 노릇이다. 심지어는 검찰 인사를 하는데 검찰 총장을 ‘패싱’하고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윤석열 검찰 총장은 자신의 의견을 묻지 않고 검찰 인사를 했다며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한판 붙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본인이 검찰총장을 패스하고 인사를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여의도 바닥에서 늘 하는 말이 있다. ‘예산과 인사가 메시지다’ 대통령이 어떤 예산을 늘리고 어떤 예산을 깎는지, 어떤 사람을 어떤 보직에 앉히는지, 그 자체가 메시지라는 말이다. 이번 검찰 인사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뜻을 정확하게 전달했다.
“우리 마누라는 건드리지 마라”
이게 얼마나 무리한 인사인지, 다음날 모든 신문에서 일제히 검찰 인사를 비판했다.
“최측근에 맡긴 ‘김건희 수사’, 윤 대통령은 하지 말라는 건가”(경향신문)
“검 ‘김 여사 수사’ 지휘부 전격 교체, 왜 지금 무슨 의도로…”(동아일보)
“김 여사 수사 지휘 라인 전격 교체, 꼭 지금 했어야 했나”(조선일보)
“미묘한 시점에 의구심 키운 검찰 고위급 인사”(중앙일보)
“‘김건희 수사 라인’ 싹 물갈이, 수사 말라는 신호 아닌가”(한겨레)
“‘친윤’ 중앙지검장 인선…김 여사 수사 무마 아니어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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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무리한 인사였는지 조선일보조차도 못 참고 이런 사설을 냈다. 용산 대통령실은 그렇게 자신들을, 정확히는 여사님을 보호할 수비벽을 더욱 강화했다.
증거 4. 같은 편에게 열심히 싸워달라고 존나 독려한다
최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기사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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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석자는 본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당을 더 예우하고 존중하겠다’며 대통령이 당을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다”며 “그 과정에서 대통령의 권한인 ‘재의요구권’(거부권)과 정부의 ‘예산편성권’도 활용하라는 취지의 언급이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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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과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적극 활용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108석이라는 숫자에 위축되지 말라. 뒤에 정부가 있고, 내가 돕겠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즉, 대통령이 22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에게 거부권을 사용할 테니 걱정들 말고 열심히 싸우라는 의미다. 여당 의원은 여당이기 전에 ‘국회의원’이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국회에서 통과시킨 법안을 거부하는 권한인데, 여당 의원들에게 대통령의 ‘거부권’을 가지고 협상을 하라고 말한 것은 명백히 삼권분립을 해치는 발언이며 탄핵 사유다. 이 정도의 문제적 발언이 있었음에도 언론엔 크게 보도되지 않았다.
또한,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활용하라는 말은 여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원하는 민원성 지역구 예산을 편성해 줄 테니 야당과 열심히 싸우라는 뜻이다. 한 발 더 나가면, ‘국회에서 야당과 더 격렬하게 싸우는 국회의원에게는 원하는 예산을 주겠다’라는 뜻으로도 읽을 수 있다.
야당과 절대 협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재명 대표와 만난 영수회담 자리에서 협치 운운하던 대통령이 정작 여당 의원들을 불러서는 열심히 싸우라고 한 것이다.
증거 5. 갑자기 외국을 안 나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그렇게 열심히 하던 해외순방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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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방이 민생이라며, 혈세를 쏟아부으며 다니던 대통령 내외의 해외 순방이 사라졌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해외로 나갈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본인이 집을 비운 사이에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으로 해석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지 상기해 보자. 윤석열 대통령은 윗사람을 배신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국정원, 국방부 여론조작 사건 특별 수사팀장을 맞아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직원들을 체포하면서 대통령 뒤통수를 치며 정부와 정면충돌했다. 그리하여 직무 배제 및 정직 1개월 처분을 받고 좌천당하기도 했다. 이후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특검팀에 합류하면서 승승장구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어땠나? 검찰 총장으로 임명되자마자 조국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문재인 정부의 등에 칼을 꼽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항명하면서 검찰총장 정직 사건을 겪기도 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의 검찰 총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국민의힘에 입당해 정치인으로 데뷔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생은 배신의 인생이다. 그는 주요 시점마다 자신의 윗사람의 뒤통수를 치고 배신을 하며, 수사로 이 자리까지 왔다. 대통령이 되어 코너에 몰려가고 있는 지금, 그의 눈에는 큰 칼이든 작은 칼이든 뾰족한 걸 쥐고 있는 자가 누구든 전부 잠재적 배신자로 보일 거다. 자기가 그래왔으니까. 뭐 눈에는 거 뭐밖에 안 보이니까.
대통령이 집을 비우지 못하는 이유다. 한가로이 외국 여행 갈 마음이 안 드는 거다. 누가 어디서 뒤를 노릴지 모르므로. 내부 단속을 위해서는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설령 우리 여사님께서 해외에 나가자고 조르고 있을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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