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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라인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에게 면죄부를 줬다. 누가 봐도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소프트뱅크에 네이버의 지분을 팔라는 소리다.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되레 그건 아니지 않냐고 기시다 총리에게 먼저 반문하여 퇴로를 활짝 열어 주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이런 처사는 일본의 이익을 일본인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스러운 조센징임을 만천하에 보여줌으로써 일본인들에게는 찰떡같은 동질감을, 우리 국민에게는 개똥 같은 굴욕감을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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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출처-<대통령실사진기자단>)

 

보통 이런 짓은 괴뢰정권이라 불리는 허수아비 정권이 한다. 예를 들면 2차 대전 당시 독일제국의 괴뢰정권이었던 프랑스의 비시 정권이라든지 아니면 일본제국의 괴뢰정권이었던 만주국이 그랬다. 믿기지 않지만, 엄연한 자주독립 국가이며 세계 경제 대국 중 하나이자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2024년 대명천지 대낮에 일본의 이익을 철저하게 대변하는 괴뢰정권이 아니라면 벌일 수 없는 일들이 연일 막 벌어지고 있다.

 

20세기 나라를 팔아먹은 방법

 

분해 조립이 가능한 아주 큰 물건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팔 수 있다. 통째로 팔거나 분해해서 따로 팔거나. 거래의 불법성을 전제한 부정적 행위인 매국, 나라를 팔아먹을 때도 비슷하다.

 

나라의 주권을 통째로 넘기는 것만이 매국인 것은 아니다. 한 나라의 주권1)뿐만 아니라 나라가 가진 유무형의 재산을 주인 몰래 야금야금 때로는 뭉텅뭉텅 떼 다른 이에게 넘기는 것도 매국이다. 나라를 한 번에 통째로 넘기는 매국은 넘기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상당한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돈 되는 것을 한둘씩 떼어 팔다 결정적인 순간에 통째로 넘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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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tvN 벌거벗은한국사>

 

하나씩 떼어 파는 것이 꼭 부동산 같은 물권이나 유형자산 혹은 특정 지역의 개발권일 필요는 없다. 유무형의 이권들이 조밀하게 엮여 있는 보다 상위의 권리인 외교권이나 군사지휘권이 될 수도 있다. 주권에 보다 직접적으로 연계된 이런 권리들을 조약을 통해 하나 둘 씩 넘기다 어느 순간 나라를 통째로 팔아넘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물건을 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주인만 그 물건을 팔 수 있다. 주인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주인처럼 애지중지했다고 소유권도 없는 관리인이 자기 마음대로 물건을 처분하면 범죄가 된다. 심지어 그 물건을 탐내는 사람과 작당해서 주인 몰래 헐값에 물건을 넘기고 뒷돈을 받았다면 그건 더 중한 범죄 행위가 된다. 당연히 감옥에 가야 하고 주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하며 벌금도 내야 한다. 지금처럼 주권이 국민 일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군주 1인에게 귀속된 군주제에서는 역모에 해당한다. 목숨이 열 개라도 살 수 없는 대역죄다.

 

20세기 초, 한반도에서 주인을 무시하고 매수자와 작당해서 관리인이 나라를 팔아먹는 일이 벌어졌다. 보통 중앙집권적 군주제 국가에서 군주가 미치지 않은 다음에야 스스로 주권을 다른 이에게 넘기려고 하지 않는다. 아무리 나라가 작고 보잘것없어도 어떻게든 독립국가의 주인이고 싶어 하지 스스로 남의 밑에 들어가 굽신거려야 하는 신하가 되고 싶어 하는 군주는 이 세상에 없다. 대한제국의 고종도, 순종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군주의 절대권력에 붙어 호의호식하던 신하의 입장은 군주와는 다르다. 성공 가능성이 높기만 하면 더 많은 부와 권력을 나눠줄 다른 절대 권력에 얼마든 옮겨 갈 수 있다.

 

이완용

 

한일병합이라고 합법적이고 중립적인 용어로 포장했지만 한일병합은 대한제국이 일제에 주권을 강제로 빼앗긴 것이다. 이완용을 위시한 친일 매국 모리배들이 일제와 작당해서 대한제국을 일본 제국에 팔아 치웠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일제나 지금의 일본 정부나 ‘한일병합조약’2)이 국제법상 합법적 절차에 따라 체결된 정상 조약이라 강변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기록과 증거물들은 오히려 한일병합조약이 매우 이례적인 비정상적인 조약이며 당시 국내법이나 국제법3)상으로도 위법한 조약이었음을 강력하게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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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KBS '역사저널 그날'>

 

‘한일병합조약’과 관련해서 생산된 대한제국의 공식 정부 문서들도 1907년 조선통감부 시절 공식령(公式令)으로 공포된 정부 문서 작성 형식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이전에 체결된 조약이나 협정의 문서와도 달랐다. 당시에도 국가 간 조약은 주권자의 비준이 필요했다. 그런데 조약이 국가 간 병합조약이다보니 조약이 체결되면 흡수되는 대한제국의 황제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한일병합조약은 조약 체결 이전에 양국 황제들이 조약문을 잘 살펴 숙지해서 체결한 후 조칙으로 백성에게 공포하며 비준을 대신하기로 했다. 조칙은 일제와 대한제국에서 황제가 자신의 말이나 명령을 일반에게 공포하는 당시 법률로 공인된 공식 문서 형식이었다.

 

일본 제국의 천황은 원칙대로 병합조약을 조칙으로 공포했다. 그런데 대한제국의 황제 순종은 조칙이 아닌 칙유로 공포했다. 칙유는 조칙에 상응하는 문서지만 공식령으로 지정하지 않은 문서 양식이었다. 보다 익숙한 칙유를 사용했어도 공식 문서 작성 규정대로 칙유에는 황제가 도장(어새)을 찍고 서명(어명)을 해서 형식을 갖추었어야 한다. 그런데 칙유에는 순종의 친필 서명이 없다. 찍힌 도장도 순종의 국새가 아니라 을사늑약을 맺기 전 대한제국에서 사용하던 고종의 칙명지보 도장이었다.4) 1907년 1월 공식령이 발효된 이후에 작성된 순종 황제의 칙유에는 조칙 작성할 때 필요한 어새, 어명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보통 구린 냄새가 나는 게 아니다.

 

한일병합조약을 공포하는 조칙에 황제의 친필 서명인 어명이 중요한 것은 이 문서가 백성에 공포하는 문서이자 동시에 주권자의 비준을 확인하는 문서이기 때문이다. 조약도 나라의 주권을 넘겨 세계 지도에서 나라를 지우는 중차대한 조약인데 그 관련 문서가 통상조약보다 더 허술하게 작성되었다. 이건 당시 법제도에서도 위법하다. 순종의 친필 서명이 없었다는 것은 순종이 한일병합조약을 백성에게 공포하는 칙유 문서는 본 적이 없다는 뜻이고, 한일병합조약을 비준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고, 주인인 순종은 대한제국의 주권을 일본제국에 넘길 생각이 아예 없었다는 거다.

 

실제 대한제국의 주인5)인 순종은 대한제국과 일본제국의 병합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가 죽기 직전 남긴 유조(遺詔; 임금의 유언)는 한일병합의 인준은 역적 무리가 제멋대로 하고 제멋대로 발표한 것이라는 내용이었다.6) 한일병합조약을 비준하는 순종 칙유 문서에 어명이 없는 것은 이 유조가 사실임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증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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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 한국을 방문한 일본 왕세자 요시히토와 기념 촬영한 각료들. 앞줄 왼쪽 두 번째가 이완용이다. 그보다 앞에 선 사람들은 왼쪽부터 왕세자 요시히토, 영친왕이며, 맨 오른쪽이 이토 히로부미다(출처-<민족문제연구소 소장 자료>).

 

최근 연구에서 속속 밝혀지듯, 한일병합조약은 일본제국의 조선통감 데라우치 마사다케와 이완용을 위시한 친일매국 모리배들이 작당해서 국가의 공문서를 위조하고 실력 행사로 황제와 백성을 겁박하여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든 뒤 저지른 국가 주권을 불법매매·사기강탈한 매국 사건이다.

 

21세기 나라를 팔아먹는 방법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정말 믿기지는 않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도 틈만 나면 매국으로 보이는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매국 자체가 분기탱천할 일이지만 정말 분노를 주체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그 상대가 또 일본이라는 것이다.

 

21세기에 매국으로 보이는 사건들의 특징은 추상화된 이권을 아주 교묘하게 거래하는 통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감지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21세기 매국노들도, 20세기 매국노처럼 시간에 쫓기고 정성이 부족해서 굳이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무슨 짓을 했는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21세기에는 20세기처럼 나라의 이권이나 유형자산을 그냥 뚝뚝 잘라 파는 무식한 방법을 쓰지 않는다. 대신 주권을 포기하거나 나라 곳간의 돈을 빼돌려 이리저리 세탁한 뒤 조세회피처나 스위스 비밀금고 또는 가상화폐에 싣는 방법으로 교묘히 숨기며 매국한다.

 

20세기 초 대한제국의 주권은 황제 1인에게 있었다. 덕분에 대한제국의 주권을 일본제국에 넘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황제 팔만 비틀고 협박하고 속이면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5천만 명의 국민으로부터 주권이 창출된다. 한두 명 겁주고 속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교묘한 방법, 주권을 포기하는 방법까지 동원하며 매국한다.

 

주권을 포기하는 예는 윤 정권이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과 관련해서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결도 완전히 무시하고 한국 기업의 돈으로 전범 기업 미쓰비시가 책임져야 하는 배상을 하도록 한 망동이 대표적 예다. 2012년 대법원은 이미 박정희 시절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의 한일협정으로 국가 간 배상 의무는 사라졌어도 대한민국 국민 개인에 대한 전범 기업의 배상 책임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정부는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도록 선출한 대표 기구이지만 그 권한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것이기 때문에 국민 개인이 가진 총체적 주권의 영속성, 대표성, 근본성을 넘어서거나 제약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정부 간 협정을 통해 정부 차원의 배상 문제는 종결되었어도 국민 개개인이 가진 주권 침해에 관한 배상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_출처 연합뉴스.jpg

2023년 12월 28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또 나왔다(출처-<연합뉴스>).

 

대법원판결이 있기 전 1심과 2심 재판부는 한일협정으로 정부의 배상청구권과 함께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도 이미 소멸하였다고 판단했었다. 정부와 개별 국민 사이에 여전히 국가 권력의 수직 구조가 존재한다는 구태가 피해자 고 정창희 등에 패소 판결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2년 대법원은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후 연이은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재판도 모두 피해자들의 승소로 마무리되었다. 2018년에 대법원은 일본 정부가 한반도를 불법으로 식민 지배했음을 언급하며 한일병합조약이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7)

 

대법원의 판결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정확히 부합하는 판결이었으며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이 가진 시대정신과도 부합하는 판결이었다. 그런데 이런 판결을 윤 정권은 우리나라 기업들을 멱살 잡고 끌고 와 주머니를 털고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게는 그렇게 모은 돈을 나눠 줄 테니 일제 전범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은 포기하라고 종용하며 무효로 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스스로 주권을 포기하라고 종용한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현재 국내에 있는 일본 기업의 작업장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산업재해 피해를 보아도 윤석열 정부는 일본 기업 대신 그 주변에 있는 한국 기업들을 모아 놓고 피해 배상금을 갹출하고 피해자에게 그 돈 받고 더 이상 일본 기업을 괴롭히지 말라고 할 태세다. 윤 정권의 이런 행위는 일타쌍피, 아니 일석삼조의 매국 행위다. 대법원판결을 무효로 함으로써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를 무너뜨린 것이 첫 번째 매국이요, 한국 기업의 권리를 제약하고 손해를 입힌 것이 두 번째 매국이며, 일본 기업을 상대로 행사하는 것이 마땅한 대한민국 국민의 주권을 포기하게 만든 것이 세 번째 매국이다.

 

이명박

 

며칠 전 윤석열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엄청난 석유 가스전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발표를 했다. 그 뉴스를 보다 이명박의 그림자가 느껴졌다(느껴졌다는 것이지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은 21세기 현대적인 매국의 두 번째 방법, 교묘히 나랏돈을 빼돌려 세탁하고 착복하는 매국의 대표적인 주자다. 이명박은 집권 시절 맹렬하게 자원 외교와 해외자원개발사업을 하며 나라 곳간을 털었다.

 

2008년 집권할 때부터 이명박 정권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 사업과 함께 자원외교로 나라 곳간을 아주 꼼꼼하게 털며 21세기 최첨단 매국 기법을 선보였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자원 관련 공기업,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를 떡 주무르듯 하며 나라 금고에서 천문학적 자금을 빼내 이름도 들어 본 적 없는 해외 자원 사업체에 쏟아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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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별 자원외교 투자·손실액 

출처-<한겨레>

 

바다 밑바닥을 뚫고 땅을 깊이 파보기 전에는 경제성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산업의 특성상 자원 개발 사업은 말 그대로 대박이 아니면 쪽박을 차는 사업이다. 몇조 원 되는 돈을 쏟아부었는데 석유 한 방울 구경 못하고 쪽박을 차도 그러려니 하며 천문학적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잘 묻지 않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공기업이 추진하는 자원개발사업은 공익을 자기 잇속을 채우려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먹잇감이 된다.

 

2015년 감사원은 해외자원개발사업 성과분석이라는 성과감사 결과를 발표했다.8) 그 발표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공기업을 통한 자원 외교 투자액은 총 28조 원에 달했다. 이 금액은 1984년부터 2015년까지 해외자원개발을 위해 투입된 35조 8천억원 중 약 78%에 이르는 엄청난 금액이다. 회수된 이익은 실질적으로 없었고 지금도 없다. 왜냐하면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015년 이후에도 총 46조 6천억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추가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도 상당한 부문이 돈을 벌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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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노컷뉴스>

 

아주 꼼꼼히 따지자면 한 푼도 건지지 못한 건 아니었다. 2009년 4조 7천억 원에 사들였던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에서 한국석유공사는 그동안 자그마치, 500억 원이 넘는 돈을 회수했다. 하베스트는 이명박 정권이 계획한 해외자원사업 중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간 간판 사업이었다. 성공한 샐러리맨의 아이콘인 이명박이 가르쳐준 대로 열심히 투자했는데도 왜 그런지 한국석유공사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발등에 불 떨어진 한국석유공사는 하베스트를 어떻게든 처분하려고 사방팔방 뛰어다녔지만 사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다. 공짜로 준다 해도 관심을 보일 사람이 없을 터이다.

 

인수 당시 하베스트의 생산 현장이 대부분 1970년대 지어진 것들이라 시설 보수 관리 문제와 함께 환경 문제 등 채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요인이 눈에 훤히 보였다. 생산 시설의 노후화뿐만 아니라 재무적으로도 이미 하베스트는 2조 5천억 원의 부채와 2009년 상반기 2천억 원 적자에 허덕이던 부실기업이었다. 기업 상태가 이런데 누가 사려고 나설까···.

 

조 단위의 천문학적 금액이 오가는 기업 인수는 아주 정치하게 마련된 인수 프로토콜에 따라 기업을 평가하여 인수 작업을 진행한다. 특히 매수자는 해당 기업에 갑자기 튀어나올지도 모를 숨은 부채나 손해를 찾고 회계 장부의 화장기를 걷어내고자 눈썰미 좋고 경험 많은 회계사와 전문가를 동원해 기업의 계좌, 회계 장부, 생산과정을 이 잡듯 뒤진다. 잘못하면 하베스트처럼 투자한 돈을 홀랑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가 5조 원 가까운 천문학적 금액을 날린 것은 누가 봐도 살만한 회사가 아니었으나 업체 실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시늉만 하고 과감하게 회사를 샀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누군가에게 사기를 당한 사건이 아니라 스스로를 상대로 자기가 사기꾼이 되어 사기를 친 괴랄한 사건이다. 얼마나 괴랄한 사건인지 이해를 돕는 아주 이해하기 쉬운 가사도우미 버전도 있다.

 

어떤 가사 도우미가 장보고 돌아오는 길에 청과물 가게를 지나다 썩어서 내다 버린 사과 더미를 보았다. 썩은 사과더미 앞에서 물개박수를 치며 집주인이 좋아하겠다고 싱싱한 사과보다 10배나 비싼 값을 치르고 썩은 사과를 몽땅 사 왔다. 그것도 집주인이  장 보라고 건네준 집주인의 신용 카드로 결제하고 과일 가게에서 주는 포인트는 가사 도우미의 계좌에 적립했다. 집주인은 당연히 썩은 사과조차 맛본 적이 없다. 사과 대신 집 안에서 진동하는 썩은 사과 냄새와 한 달 치 생활비보다 더 나온 카드값을 마이너스 통장으로 돌려막는 고생을 덤으로 했을 뿐이다. 가사 도우미만 듬뿍 쌓인 포인트로 물 건너온 열대과일을 실컷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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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참여연대·SBS>

 

이명박 정권이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내걸었던 슬로건은 에너지 안보였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으니 제법 명분도 있고 설득력도 있는 슬로건이었다. 문제는 입으로 떠든 것과 행동한 것이 달랐다는 데 있다. 에너지 안보를 운운해 놓고는 정작 사들인 건 먹으면 배탈 나는 속 빈 쓰레기 강정이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들여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부실기업을 알짜기업이라 국민들을 속이고 피 같은 국가 예산을 축냈다. 21세기 매국은 이렇게 나라 곳간을 터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자기 자신을 사기 치며 빼돌린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윤석열

 

이명박 정권의 매국이 이렇게 생생한데 윤석열 대통령이 대뜸 영일만 앞 바다에 엄청난 유전이 있다며 일단 시추부터 해봐야 한다고 발표를 했다. 또 다른 매국이 아닐지 심히 우려된다. 영일만 앞바다에 가라앉을 돈을 줍기 위해 포항은 다이버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다. 이 정권은 다른 정권은 숨어서 하던 짓도 아무렇지도 않게 아주 대놓고 한다. 감추거나 덧칠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대통령이 언급한 액트지오사가 구설에 오르자, 한때 그 회사의 대표였고 지금은 고문인 비토르 아브레우라는 사람이 냉큼 방한했다. 뭔가 속 시원한 대답을 할 줄 알았는데 자기 SNS 프로필에 잔뜩 써놓은 자기소개 글을 되뇌기만 했다. 윤 정권도, 이 사람도 몇조 원을 쓰는 일에 정성 들여 국민의 동의를 구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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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KTV>

 

심지어 해당 광구는 세계적인 석유개발회사인 호주의 우드사이드가 가능성 없다고 포기한 광구였다. 연간 매출 20조 원이 넘고 한국석유공사와도 오랫동안 거래를 한 우즈사이드가 포기한 곳을 수평 조직을 자랑하는 1인 기업 액트우즈의 눈에는 140억 배럴이라는 엄청난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는 거다. 뭐 보일 수 있다. 보인다 치자.

 

정말 심각한 건 우드사이드 철수 배경을 설명하는 한국석유공사의 조악한 해명이다. 우드사이드는 2007년부터 두 번에 걸쳐 2022년 철수를 결정하기 전까지 무려 11년 동안 해당 광구를 조사했다. 근데 한국석유공사의 해명은 우드사이드가 조기 철수를 결정하는 바람에 시간이 촉박해서 축적된 탐사 자료를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고, 그 조사하지 못한 자료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해… 석유.. 지질.. 하여튼 액트지오에서 비토르 아브레우가 수평적으로 1인이 근무하는 동안 제대로 분석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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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경향신문>

 

우드사이드와 한국석유공사의 동해 탐사 사업은 우드사이드도 자기 자본을 투자하며 2007년~2016년, 2019~2029년까지 계획되었던 장기 합작 사업이었다. 이런 사업을 접는데 조기 철수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황당하지만 한국석유공사의 설명에 따르면 우드사이드사는 그동안 취득한 탐사 자료를 분석도 하지 않고 쌓아둔 채 열심히 구멍만 팠다는 소리다. 새로운 시추 구멍을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도 하지 않고 팠다는 소리다. 이런 의문에 우드사이드와 상관없는 데이터, 아직 조사하지 않은 광구의 데이터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아주 궁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고 한국석유공사는 이런 해명을 하는 걸까? 정성이 없어도 너무 없다. 이렇게 정성이 없으면 고무호스가 아니라 스텐(stainless鋼) 철제 호스로 맞을지도 모른다. 엄청 아플 텐데, 겁많은 사람이 참 걱정이다.

 

매국도 매국이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더 큰 문제가 하나 더 있다. 환경 파괴 문제다. 석유 사업은 뭍에서건 바다에서건 심각한 환경 파괴를 유발하는 사업이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를 유발한 원인이다. 재생에너지와는 담쌓고 사는 윤 정권이 이런 석유 시추 사업 예산에 환경 문제를 고민할 거 같진 않고 어퍼컷을 쏴대며 조ㅅ… 좋빠가만 외칠 것이다. 이래저래 나라가 말도 안 되게 망가지는 중이다.

<계속>

 

1) 현대 헌법학이나 국가론은 군주가 존재하지 않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가지는 주권은 개별성과 대표성이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덩어리로 이해한다. 국민 한 명이 가진 주권을 선거와 같은 구체적인 정치 행위로 실행할 때는 1/n(n: 총인구수 혹은 선거권자수)만큼의 개별적 실효성을 갖지만 개인의 인권, 생명권,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주권의 대표성이 발현되어 대한민국 주권에 대한 침해로 해석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면 누구나 총체적 주권을 대표하므로 지휘고하,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주권의 평등성도 확보하게 되었다.

2) 이 글에서 한일병합조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당시 대한제국과 일본제국 사이에 체결된 조약의 공식 명칭이기 때문이지 조약의 합법성을 인정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학술적으로는 한일병합 대신 한일합방이라는 또 다른 중립적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경술국치라고 말하는 경술년에 일제가 대한제국을 강제 병탄한 사건을 말한다.

3) 한일병합조약은 주권자의 뜻에 반하는 조약이 아닌가 하는 의심 때문에 국제법상으로 합법적인 조약으로 인정받기 힘든 지경에 있었다. 일본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1910년 미국과 하와이 공화국의 병합 사례를 들어 합법적 병합 조약임을 강변하였다(최정수, 한일병합조약의 국제법적 기원가 국제적 승인문제, 2012, 한일관계사 연구) 그런데 문제는 1894년에 건국한 하와이 공화국이 미국과의 병합을 위해 세워진 괴뢰국가라는 것이다. 건국하고 4년 뒤인 1898년에 하와이 공화국은 미국과 합병했다. 하와이 공화국을 건국한 주축세력은 하와이에서 사탕수수 농장을 경영하고자 미국에서 건너간 백인들이었다. 이들이 하와이 왕국을 전복하고 하와이 공화국을 세운 후 미국과 병합한, 하와이 원주민 입장에서 보면 주권의 불법 강탈이었다.

4) 한일병합조약의 불법성에 대한 학문적 논의는 이태진, 윤대원 등의 연구 참고. 윤대원, 데라우치 다사다케 통감이 강제 병합 공작과 ‘한국병합’의 불법성, 2011

5) 대한제국은 황제가 주인인 군주제 국가였다. 주권은 백성이 아닌 군주에게 있었다.

6) 신한민보 전융희왕제유죠, 1926년 7월 8일자

7) 법원 제2부 판결, 2013다6787 손해배상(기)등, 2018.11.29

8) 감사원, 해외자원개발사업 성과분석 감사결과보고서, 20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