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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해병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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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이렇게 커질 일이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일선 부대 최고 지휘관인 사단장에게까지 과실치사를 물은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는 도를 넘었다는 입장이라고 하는데 이에 동의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중략)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당시 어떤 생각이었고 무슨 조치를 했는지를 국민에게 밝히면 이에 동의할 국민도 많을 것이다. 지금이 그때라고 본다. 시기를 놓치면 각종 억측이 꼬리를 물 것이다.
- 2024년 5월 30일 조선일보 사설 中
2024년 5월 30일. 22대 국회가 개원한 날 조, 중, 동은 일제히 사설로 대통령이 국민에게 이 사건에 대해 말하라는 사설을 올렸다.
10장. 2020년 10월 22일 국정감사
“왜 그렇게 자꾸 화를 내냐, 제가 검사 26년 한 사람인데”
- 2020년 10월 22일 국회 법사위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한 대통령 발언 中
대통령이 아직 검찰총장이었던 시절. 그의 성정(性情)을 확인할 수 있는 발언이다.
이 발언이 나온 맥락은 대략 이랬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송기헌 의원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 감독할 수 있으니, 장관은 총장의 상급자”
라는 취지의 말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던졌다.
이 말에 대한 의미는 앞서 검찰총장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라고, 발언한 것에 대한 지적의 의미였다.

송기헌 의원의 발언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맞받아친 논리가 “... 제가 검사 26년 한 사람인데.”였다. 그리고 책상을 내려쳤다.
송기헌 의원은 책상을 왜 치냐고 항의 했고, 당시 검찰총장이자 지금 대통령인 그는,
“제가 언제 책상을 쳤냐?”
고 반박했다. 이야기는 나중에 동영상으로 확인하라는 말까지 이어졌다.

당시 영상
대통령에 대해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다. 그의 성격부터 시작해서, 통치 스타일, 리더십 등등 수많은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의 성격 일면을 보여주는 장면으로는 방금 언급한 2020년 10월 22일 국정감사 자리를 빼놓을 수 없다.
대통령은 검사를 26년 했다. 누군가는 대통령이 공직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국정운영을 잘할 것이란 섣부른 기대를 하기도 했지만, 처음부터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안했다. 그가 대통령 후보가 되기 전부터 여기저기서 사인이 있었다.
앞서 말한 10월 22일의 모습은 결정적인 단초였다. 그의 모습을 보라.

“제가 검사 생활을 26년 했다.”
“제가 언제 책상을 쳤냐?”
법무부장관이 직제상 검찰총장의 상급자임을 물었는데, 이에 대한 반응이었다. 검찰청법 제8조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ㆍ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ㆍ감독한다.』
그가 검사 생활 26년을 한 것과 검찰청법은 무관하다. 그가 검사 생활을 100년 했다 한들, 그로 인해 검찰청법이 달라지진 않는다.
물론, 검찰의 독립성 침해를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이 때문에 검찰청법 제8조에 대한 해석도 제각각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을 따진다면,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상급자로서 인사, 예산, 감찰권을 통해 검찰총장을 지휘 감독한다.
(여기서 지휘, 감독에 대한 여러 해석이 있긴 하다. 법무부장관이 수사 지휘라는 형식으로 검찰총장을 지휘 감독을 할 수 있다고 하나, 이건 예외적이 경우이며, 제한적이란 의견도 있다)
세부적인 부분에서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분명한 건 정부조직법이나 검찰청법을 기준으로 본다면 검찰청은 법무부의 외청이 맞다.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
정부조직법 제32조 2항이다. 이건 법리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 법조문 자체에 이미 명시돼 있는 내용이다.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 것이다.
출처-<연합뉴스>
당시 국정감사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지점은 ‘책상을 쳤는데 안 쳤다’고 하는 대목이다.
기억을 하지 못한 것일 수도, 흥분했던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에 대한 대통령의 반응이다. 이 장면을 보며 개인적으로 든 생각은,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죄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것이었다. 그간 일어났던 검사 관련 사건들을 보며 알 수 있는 ‘검사 마인드’였다. 동시에 든 생각은 이랬다.
‘전 국민이 보고 있는 국정감사에서도 ‘검사 마인드’를 숨기지 않는 걸 보면, 문제 인식 자체가 없는 사람이구나‘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됐다.

그가 대통령이 되고 많은 문제와 논란이 일어났다. 여러 이유를 들 수 있지만, 문제가 발생한 핵심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대통령이 된 후에도 검사의 시각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검사 마인드’로만 정치를 한 것이다.
직책은 대통령이지만, 여전히 검사의 모습으로만 살고 있는 그는, 품고 있는 세상 또한 검사 시절에 머물러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최소한 그가 품고 있는 세상의 범위가 한 국가 단위는 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품고 있는 세상은 딱 ‘검찰’까지다. 국가 전체의 이익보다는 검찰의 이익에만 집중한다.
대통령은 왜 그럴까.
11장. 최단기로 대통령이 된 사람
우리가 간과한 사실,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한 사실이 하나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단기로 대통령이 된 사람』
대통령이 검찰총장 자리를 내려놓은 게 2021년 3월 4일이었다. 사퇴를 말하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출처-<한겨레>
사실상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해 버린 거다. 그리고 1년 후인 2022년 3월 9일, 그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평생 검사만 하던 사람이 1년 만에 대통령이 된 거였다(변호사 생활도 했지만 1년 정도였다).
출처-<연합뉴스>
정확히 말하자면 2021년 7월 30일 국민의 힘에 입당하면서 그의 정치 인생이 시작됐다고 봐도 된다. 그렇다면 약 7개월 만에 대통령이 된 셈이다.
어찌 됐든 그는 좌충우돌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그리고 대선 기간에 그의 속내가 드러나는 한마디가 나왔다.
“정권교체를 해야 되겠고 (더불어)민주당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제가 부득이 국민의 힘을 선택했다.”
2021년 12월 23일 그의 발언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입에서 ‘부득이’란 말이 나왔다. 이 말의 함의를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당시 대통령의 스탠스는 단순했다.
“너희들이 오라고 해서 온 게 아니냐?”
자신이 원해서 국민의힘에 들어 온 것도 아니며, 자기는 원래 대통령에 큰 욕심이 없었으나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의힘으로 들어온 것이란 입장이다. 경쟁력 있는 대선 후보 하나 내놓지 못한 능력 제로 정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무시였다.
이게 우리가 간과했던 가장 큰 문제다. 바로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대한 이해와 무거움을 모른다는 거다.
“여의도에는 300개의 대선 플랜이 있다.”
란 말이 있다. 정치를 하는 이라면, 한 번쯤 대권에 대한 욕심을 꿈꾼다. 그걸 구체적인 계획으로 삼는 이들도 있고, 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 : 예비 내각)을 그려보기도 한다.
87년 직선제 이후,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정당을 막론하고 오랜 기간 준비 끝에 대통령이 됐다. 저마다의 대권 플랜이 있었고, 그 플랜이 좌절되어 분루를 삼키기도 했다.
노태우조차 전두환 정권에서 경력을 쌓았고,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은 40년 동안 5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고, 4번의 도전 끝에서야 겨우 대통령이 됐다.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도 갖은 실패와 지난한 과정을 거쳐 겨우 대통령이 되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도 오랜 기간이 걸렸다.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라 불렸던 어느 판사 출신 대통령 후보는 3번의 도전 끝에도 국민의 선택을 못 받았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이다지도 되기 힘든 자리이며, 5천만 국민의 삶을 짊어지는 무거운 자리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대통령이라는 자리
그런데,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은 불과 1년도 안 돼 대통령이 됐다. 더 큰 문제는, 정치를 시작하고 1년 동안 대통령은 아무런 ‘거부’를 받은 기억이 없다는 거다.
대통령 후보 시절, 당대표가 어깃장을 놓은 적은 있지만, 그 이외에 큰 문제가 될 일은 없었다. 손바닥에 글씨를 쓰고 나와도, 자신이 내놓은 공약과 정책을 이해하지 못해도, 아내에 대한 수많은 의혹이 있어도 무난하게 대통령이 됐다.
선거운동 시절에는 상대 후보가 소화하는 일정의 1/3 정도만 선거운동을 했음에도 당선됐다(물론, 아슬아슬하게 이겼지만).

출처-<연합뉴스>
그의 거침없는 행보에는 한 번도 ‘거부’ 당하지 않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권력을 얻는 과정이 누구보다도 짧았고, 그 와중에 단 한 번도 제대로 거부당한 기억이 없었던 인물.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
나는 이 기사에서 대통령의 권력의지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에 대해서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의 판단 능력에 대해서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말하고 싶은 건 대통령직이 얼마나 무거운 자리인지에 대해 지금 대통령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런 그를 최단시간에 대통령으로 만든 건 국민들이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대통령직의 무거움을 이해시킬 수 없었을뿐더러, 그걸 강요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 22대 총선이 끝나고, 당시 국민의 힘 조직본부장은 이런 말을 남겼다.
"대통령은 국가지도자라 PI(President Identity : 최고경영자 이미지) 개선 노력을 해야 하는데, 지난 2년간 우리는 속된 말로 망했다."

2022년 10월 말 대통령실은 ‘마약’을 대통령 이미지 중 하나로 만들겠다는 기류를 만들었다. 대통령의 검사 이미지를 활용해 그가 주요 국정 운영을 잘 수행하고 있으며, 그만의 ‘비전’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거였다.
그러나 그 시작은 불과 며칠 만에 타격을 입었다.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터졌다.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천재지변이었을 거다.

출처-<시사IN>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대통령의 PI는 늘 부정적이었고, 이미지는 계속 나빠졌다. 그리고 지지율로 이어졌다.
대통령의 이미지는 뭘까?
기본 베이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한 가지. 바로 “술”이다. 재래시장을 방문하여 물가를 점검하는 자리에서 해산물과 멍게를 본 대통령은,
“소주만 한 병 있으면 되겠다.”
라고 발언했다.
출처-<연합뉴스>

대통령이 술을 좋아하는 건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방송에 나와서 자기가 술을 좋아하는 걸 거리낌 없이 말했으며, 우리가 보는 대통령의 모습 중 술이 빠진 자리를 보는 게 어색할 지경이 됐다.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에 당대표와 했던 것도 치맥회동이었다.

출처-<한겨레>
언제부터인가 대통령의 근태를 확인하는 이들이 나왔고, 대통령이 관저에서 뭘 하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대통령이 52도짜리 수정방을 좋아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고, 두주불사(斗酒不辭)로 술을 마시며 지낸다는 말이 나돌기 시작했다.
그를 말릴 수 없다는 건, 지난 5월 30일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 자리에서 다시 한번 확인 할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서도 대통령은 맥주를 들었다.
"오늘 저녁은 맥주를 놓지 않아야 된다고 하던데, 오늘 제가 욕 좀 먹겠다.“
이날은 12사단 사망 훈련병의 영결식 날이기도 했다. 어퍼컷 세레모니보다 문제였던 건 바로 그 ‘술’이었다.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출처-<대통령실>

출처-<연합뉴스>

12사단 사망 훈련병 영결식
출처-<연합뉴스>
이날조차 공개적인 자리에서 대통령은 술을 들었다. 그리고 이 술에 대한 국민의힘 반응을 보면, 대통령이 현재 얼마나 ‘거부’ 없는 주변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사실 요즘 저녁 먹으면서 맥주 한 잔 안 하는 곳은 없지 않은가, 생맥주가 아니라 캔맥주를 종이컵에 따라서 건배한 것뿐이었다 (중략) 그럼에도 술이라고 하는 프레임에 가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국민의힘 김민전 수석대변인의 발언 中
대통령의 이미지에 ‘술’과 ‘격노’가 박혀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은 자신의 이미지 개선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주변에는 그의 비위만을 신경 쓰는 ‘예스맨’만 있다. 이런 요소들은 여론과 벽을 쌓고 그들만의 세계를 더 공고히 만들고 있다.
출처-<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금, 대통령의 폭음은 물론, 폭주를 막을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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