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회(인터하이)가 히로시마현에서 개최된다는 설정상, <슬램덩크>에는 히로시마 배경의 여러 장소가 등장하며 분량상 비중도 상당하다. 덕후는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기에... 과감히 성지순례를 결정했다.
히로시마역

인터하이 개막식인 8월 1일. 북산고교 농구부는 신칸센을 타고 히로시마역에 도착한다.
히로시마역 지상 출입구는 남쪽 출입구와 북쪽 출입구 두 곳이 있다. 내용상으로는 남쪽 출구로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개막식이 열리는 히로시마 현립체육관으로 가는 노면전차(広電)가 남쪽 광장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림 속 출구는 북쪽 출구의 모습이다.

구글맵(링크)
구글맵의 거리뷰 기능으로 작품 속 장면과 거의 동일한 북쪽 출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적어도 2014년까지는 이 모습이 유지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보행자 친화적으로 파사드를 리모델링하여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육교를 설치하고 2층에도 출입구를 내는 바람에, "広島駅 HIROSHIMA STATION"이 쓰인 흰 외벽도 없어졌다.
히로시마 거리
히로시마에서 인터하이가 열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히로시마 거리 곳곳이 등장한다.
후쿠야 백화점 핫초보리 본점 앞의 전차 정류장
구글맵(링크)
후쿠야(福屋)는 히로시마 지역의 대표 백화점으로, 이곳이 본사이며 본점이다. 왼쪽의 후쿠야 백화점 본관과 중앙의 노면전차 정류장은 그대로지만 오른편의 건물들은 재건축이 꽤 이뤄진 것 같다.
후쿠야 본관 건물은 1938년 완공된, 현존하는 피폭 건물이다. 1945년 8월 6일 리틀보이가 떨어진 폭심지로부터 불과 700미터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철근 콘크리트 구조였기에 뼈대가 붕괴하지 않았고, 여러 차례 수리하여 현재까지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구글맵(링크)
히로시마 성(城) 남쪽 삼거리(T자형 교차로)다. 사진에 나오지 않았지만, 오른쪽에는 히로시마 성이 있다.
사진에서 오른편의 인도 폭이 점점 줄어들어 분전함에서부터 화단이 없어지는 점, 왼쪽으로 커브를 그리는 차선, 왼편의 거대한 철골 구조물로 이곳을 알아볼 수 있다. 철골 구조물은 히로시마 중앙 테니스장(広島市中央庭球場)의 조명시설이다.
히로시마현립 종합체육관
구글맵(링크)
인터하이 개막식이 히로시마현립 종합체육관의 주 경기장인 동그란 모양의 그린 아레나(Green Arena, グリーンアリーナ)에서 열렸다. 지붕이 녹색이라 '그린 아레나'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오른쪽은 보조경기장.
내부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바닥은 농구코트 4개 면적, 관중석은 약 5천 석 규모다. NBA 경기장처럼 천장 중앙에 커다란 4면 스크린이 달린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없었다. 콘서트장으로도 쓰이는 곳이라 임시로 떼어냈을지도 모른다.
이 경기장은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개최를 앞두고 1993년에 새로 지어졌다. 연재 당시, 최신의 핫한 곳에서 개막식을 한 셈이다.
옆에 있는 보조경기장에서는 대영학원고교가 1차전을 치렀다. 오사카 지역 예선에서 풍전고교의 런&건을 박살 내고 오사카 1위로 출장한 팀이다. 이 건물에는 지역주민을 위한 생활체육시설이 있다.
사실 히로시마현립 체육관은 내부보다 앞마당이 더 비중 있게 나온다.

대진표를 보다가 시비가 붙는 장면. 당최 대진표는 어디에 붙어있던 걸까?
여러 장면을 종합하면, 진입로 입구쯤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 부근에는 대진표 하단에 그려진 길쭉한 화분들이 놓일만한 화단이 없다. 그래서 대략 시비가 붙은 장소는 짐작이 되나 대진표는 어느 포인트에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입구에는 체육관 안내판이 있다. 이노우에는 이것마저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두었다. 숫자 및 방위 표시까지 그대로다.

한편, 풍전고교의 강동준이 시비 걸 때 뒤쪽에 야구장 조명 같은 것이 보인다.

출처 - (링크)
실제로 체육관 남쪽에는 히로시마 시민 구장이 있었다. 히로시마 토요 카프(広島東洋Carp)의 홈구장으로, 1957년 개장해 무려 60년 이상 히로시마 시민들에게 사랑받아 온 구장이다. 그러나 너무 좁은 것으로 악명이 높아 결국 2012년에 철거/해체되었고, 토요 카프는 새로운 구장인 마쯔다 줌줌 스타디움으로 이전했다. 이 자리는 현재 히로시마 게이트파크라는 공원이 되었다.
미도리장(荘)

구글맵(링크)
북산팀이 묵은 숙소는 히로시마시 깊은 산골에 자리한 유키온천(湯来温泉)의 한 료칸. 미도리장(みどり荘)이라는 료칸으로, 작중에는 한 글자 살짝 꼬아서 치도리장(ちどり荘)이라고 나온다. 번역명은 ‘물떼새장’이다.
이곳은 행정구역상 히로시마 시내이긴 하나 상당히 깊은 산골이라 찾아가기도 빡세다. 한 시간에 한 대꼴인 노선버스를 타고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가야 한다. 이노우에는 왜 굳이 이런 깊은 산골에 있는 곳을 숙소로 정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시합장까지의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이동 시간은 둘째치더라도 선수들 체력이 이동 중에 상당히 소모될 것 같았다. 산왕공고가 시내의 대형 호텔에 묵으면서 OB를 초청해 연습 시합까지 한 걸 생각하면, 북산팀은 숙소 선정이 비교적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작중에 이 료칸의 위치가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다. 외관이 모델이 됐을 뿐, 실제 위치는 작중에서 전혀 의미가 없다. 그래도 이런 쓸데없는 것을 깊이 고민하는 일이 덕후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한참을 달려 도착해보니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공기도 맑고, 사방에 첩첩 산등성이가 보이는 절경이다.

료칸이 10여 개에 불과한 작은 온천 마을이지만, 이노우에가 이곳에 왔을 90년대 초반에는 관광지로서 활기도 있어 더욱 좋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작중에 그려진 마을 입구의 대형 안내판은 현재는 철거된 것 같다. 왼쪽으로 가면 유키롯지(湯来ロッジ), 오른쪽으로 가면 료칸 거리(旅館街)다. 미도리장은 오른쪽으로 약 150m 올라가면 된다.
지금 료칸 거리는 완전히 쇠락하여 모든 료칸이 문을 닫았다. 상점도 문을 닫았고, 대부분 빈집이었다. 미도리장은 2013년에 폐업했다. 마지막까지 남아 영업하던 미도리장의 윗집(河鹿荘)도 무기한 임시휴업 안내판을 걸어둔 상태다.
유키롯지(湯来Lodge)는 히로시마시에서 운영하는 대형 호텔로, 그나마 이곳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꽤 있었다.

미도리장은 문이 잠겨 있어서 들어가 볼 수 없었다.

유리에 붙어서 내부를 들여다보니, 큰 가구들은 다 치워진 상태.

울퉁불퉁한 기둥 옆으로 산왕의 경기 비디오를 보고 쫄아버린 송태섭의 축 처진 어깨가 보이는 듯하다. 왼편의 카운터는 강백호가 멋대로 전화를 받은 그곳이다.
남훈이 독약을 주는 게 아닌지 기대(?)하며 강백호가 몸을 숨겼던 입구의 화분도 온데간데없었다. 화분 옆 바윗덩어리는 그 자리에 계속 있지만, 키 190cm에 육박하는 덩치가 숨기엔 너무 작았다. 만화적 허용이 개입된 것 같다.
나는 대낮에 방문한 탓에 사진이 밝게 나왔다. 반면, 남훈이 찾아온 것은 해가 진 밤. 풍전고교의 숙소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으나, 18세에 불과한 소년이 저 늦은 시각에 깊은 산골까지 약을 주려고 찾아왔단 게 아무리 생각해도 개연성이 떨어진다.
(※ 덕후의 혼잣말이니,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시길)

3학년 형님들 뒤로 보이는 건물은 이웃집이다. 땅에 잡초가 고르게 자란 걸 보니 진작에 폐업하고 건물 철거까지 된 것 같다.

백호가 힘차게 뛰어나가는 길은 마을 진입로. 골목길이 아닌 대형 버스도 다니는 찻길이다. 백호처럼 저리 뛰어다니는 건 위험해 보인다.
사실 이 장면에는 옥에 티가 있다. 내용상 시간대와 그림자의 방향이 맞지 않다. 이 장면은 산왕과의 시합 날, 아침 일찍 일어난 백호가 결의를 다지며 새벽 연습을 하러 나가는 장면이다. 뛰어가는 방향이 동쪽이므로 그림자는 뒤로 길게 생겨야 하는데, 마치 남쪽 하늘로부터 햇빛이 비치는 것처럼 그려졌다.
한편, 영화<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 송태섭이 밤 조깅하던 숲도 근처일 것 같아 찾아보고 싶었지만, 산속에 들어갔다가 곰이라도 만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고건 관두기로 하자.
오오타케시립 종합체육관
구글맵(링크)
풍전고교와 1차전을 치른 오오타케(大竹)시립 종합체육관이다. 입구 왼쪽의 시계탑은 진작에 철거되었다. 구글 거리뷰로 확인해 보니, 2015년 이후의 사진부터 나오지 않는다.
오오타케시는 히로시마현이지만 야마구치현과 지리적, 경제적으로 더 가깝다. 야마구치현의 유명 관광지인 이와쿠니(岩国)와 불과 두 정거장 거리이기 때문에, 이 체육관으로 성지순례 간 김에 이와쿠니성 관광도 하면 여행 동선이 효율적이다.

코트 방향이 다르다. 하지만, 관중석의 배치나 특징적인 격자 모양 천장은 작품 속 모습 그대로다.
일본에서 체육시설을 볼 때마다 생활체육 선진국임을 실감한다. 인구 2.5만 명의 소도시 체육관이 이렇게 크고 훌륭할 수가 있다니.
작중 가장 거칠고 드라마틱했던 시합이 있었던 곳.
일러스트집에도 나왔다.

노 선생님이 데려온 오사카 어린이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계단.

정신적으로 무너진 남훈은 복도에서 옛 스승을 만난다. 노 선생님의 말씀에 크게 각성하는 남훈.
"어쨌거나 즐겁게들 하고 있지"
나를 비롯한 많은 독자에게 환기가 되는 장면이었다. 인터하이를 향해 정신없이 달려오기만 했던 시점. 무엇을 위해 농구를 하는지, 왜 하는지를 새삼 생각하게 만든 명장면이다.
그런데 이 복도가 그 복도인지는 사실 긴가민가하다.
오코노미무라

풍전고와의 시합이 끝나고 안 선생님과 노 선생님이 함께 오코노미야키를 먹은 곳이다. 신림동 순대타운처럼, 한 건물에 여러 오코노미야키 집이 모여있는 오코노미야키 전문 식당가이다.

두 선생님이 갔던 곳은 和ちゃん이라는 집. 오코노미무라에 이런 이름은 없고, 발음이 같은 かずちゃん(카즈짱)이라는 집을 모델로 했다고 알려졌다.

어느 집이나 맛은 비슷할 것 같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선생님들과 같은 곳에서 먹어보자. 운이 없었는지 세 번 방문했는데 그중 한 번만 영업 중이었다.

주문하면 눈앞에서 바로 굽기 시작한다. 의외로 이 과정을 구경하는 것이 꿀잼이었다. 재료가 하나씩 쌓여가는 것을 보며 나의 주문이 완성되길 기다린다.

나는 굴 토핑이 올라간 메뉴를 주문했다. 히로시마현은 굴의 주산지로, 일본 전체 생산량의 60%가 히로시마현에서 생산된다. 우리나라 통영 굴보다 알이 큰 편이다.
오코노미야키는 일본 전국적으로 사랑받는 일본인의 소울푸드지만, 히로시마와 오사카 사이에 원조 다툼이 있다. 히로시마식은 소바, 우동 등 면을 함께 굽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먹은 곳은 가쓰오부시와 마요네즈를 뿌리지 않았고, 소스 양도 적어 담백했다.
소스 범벅인 오사카식보다는 히로시마식이 내 입맛에 잘 맞았다.
<계속>
검색어 제한 안내
입력하신 검색어에 대한 검색결과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딴지 내 게시판은 아래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라 검색기능을 제한하고 있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 22조의 5제1항에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2.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청소년성처벌법 제11조에 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 소지한 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