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윗과 골리앗(티치아노 작)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블레셋)과의 관계에서 ‘삼손과 데릴라’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작은 고추가 맵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 등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교훈의 주인공, 바로 다윗(David라 쓰고 데이비드 혹은 다비드라 읽는)의 이야기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약육강식의 공식을 무너뜨리는 데 이용되어 왔던 일화, ‘다윗과 골리앗’의 주인공. 다윗은 기원전 1030년경부터 970년경까지 약 60여 년간 이스라엘의 왕으로 재위했으며, 성경에서는 야훼 하나님이 가장 사랑한 인간 중의 한 명이었다. 키가 3m에 육박했다던 블레셋(현 팔레스타인)의 장수인 골리앗을 물리치고 이스라엘의 영웅으로 등극했던 그는, 약자가 강자를 이긴다는 공식의 핵심 인물로 그 이름을 만세에 드러내고 있다.

다비드상(미켈란젤로 작)
대표적인 예가 르네상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미술가이자 조각가인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높이 5.17m 압도적인 크기의 대리석상으로, 대리석임에도 아주 정교하게 조각이 되어 있으며 1500년대에 만들어졌다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만큼 잘 보존되었다. ‘조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 작품이, 바로 한때 이스라엘의 왕이었던 다윗을 상징한다.
이외에도 다윗에 대한 일화와 관련된 예술 작품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있다. 사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 사람들이 다 알 법한 이야기가 하나만 있어도 엄청난 일이다. 그런데 그 많은 이야기 가운데 이스라엘- 블레셋(팔레스타인)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삼손과 데릴라’ 외에 또 있다니. 얼마나 대단한가 싶으면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블레셋)의 질긴 오랜 인연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1: 다윗과 골리앗은 같은 집안 사람이다?
흔히 다윗은 선하고 좋은 이미지를, 골리앗은 악하거나 나쁜 이미지로 대비시키곤 한다. 약한 민족을 대신해 두려움을 무릅쓰고 나선 용감하고 순수한 청년이, 덩치 크고 못된 장수를 이긴 이야기.
그런데 궁금하다. 정말 골리앗은 나쁜 놈일까? 그리고 다윗은 용감하고 순수하기만 했던 청년일까?
기독교 신앙을 가진 이들은 골리앗이 하나님을 모욕했고, 그래서 그 대가로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골리앗은 (적어도 성경에 적힌 내용 그대로를 생각해 보건대)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이스라엘 ‘군대’를 업신여긴 것이지 이스라엘의 신, 야훼를 조롱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당시 이스라엘은 블레셋의 지배를 받고 있던 때. 이스라엘은 지속적으로 블레셋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국가로 알려졌던 이집트에 대항할 만큼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던 블레셋의 입장에서 이스라엘은 민족 단위로 뭉쳐진 부족 국가 정도에 그치는 정도였다.
또 하나. 전쟁을 하러 나왔는데 상대가 믿는 신이 누구인지까지 고려해 가며 싸우는 경우가 어디 있겠나? 골리앗은 그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민족, 국가를 위해 싸우던 장수였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전투
고대사회는 전쟁을 통해 영토를 넓혀가며 위력을 과시하던 때였던 만큼 군사력이 중요했다. 그런데 타고난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좋아 장수가 되었는데, 선하고 악하고 가 어디 있나. 골리앗은 그냥 블레셋의 군인이자, 자신이 속한 군대에서 선봉에서 나서 싸움할 만큼 능력 있는 장수였다. 그게 전부다. 다윗과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골리앗은 적이자 자신들을 조롱하는 못된 놈일지 모르지만, 블레셋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지켜주는 군인 정도였다.
바벨론의 탈무드에 따르면, 다윗의 고조할머니인 루스(Ruth, 성경에서는 ‘룻’이라고 표현된 여인)에게는 동서지간인 오르바(Orpah)라는 여성이 있었다. 골리앗은 오르바의 아들이다. 여러 학자가 증언하기를 실제로 오르바와 루스가 자매였다고도 한다. 하지만 워낙 오래된 이야기라 오르바와 루스가 친자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다만, 사실관계가 어떻게 됐든 간에 다윗과 골리앗이 먼 친척이자 집안 사람이었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약간 복잡해 보이는데, 따지고 보면 간단하다. 다윗의 고조할아버지에게 형제가 있었는데 그 형제의 아내인 오르바가 낳은 자녀가 골리앗이다. 물론, 예루살렘 탈무드에서는 골리앗은 다정자수정, 즉 한 개의 난자가 다수의 정자에 의해 수정이 되었다고 하니, 직접적으로 피가 섞인 관계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쨌든 집안 사람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다윗과 골리앗이 먼 친척이라는 사실이 입증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오르바와 루스가 친자매여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둘째, 오르바가 골리앗을 낳았을 때, 부가 다윗의 고조할아버지와 형제였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어쨌든 구도는
유일신 야훼 하나님을 믿었던 유대인 vs 다산의 신이라 불린 다곤을 믿었던 블레셋
그리고 유대인의 후손이었던 다윗은 남편이 죽었음에도 끝까지 정절을 지키고 시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아 이방인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왕을 후손을 배출한 루스를 고조모로, 다산의 신 다곤을 섬긴 블레셋의 장수 골리앗은 시어머니를 떠나 방탕하게 살았다고 전해지는 오르바를 어머니로 두게 되었다. 나 이외에 다른 신은 섬기지 말라 했던 야훼 하나님과, 다산 즉 난교를 통해 민족의 번영을 일구고자 했던 염원의 상징 다곤의 싸움에서 다곤은 철저하게 무너졌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2: 다윗의 의도는 순수했을까?
다윗의 승리(마테오 로셀리 작)
흔히 기독교회에서 전하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의 핵심은 아주 믿음 좋은 청년 하나가, 돌팔매질로 상대국의 거인 장수를 한 방에 쓰러뜨린 것이다. 이를 방증하는 중요한 대사가 있다. 성경의 사무엘상 17장 45절을 보자.
“너는 칼과 창을 가지고 나왔지만 나는 전능하신 여호와,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나왔다.”
무슨 뜻인가? 자기가 가진 능력이나 힘이 아니라 신을 의지해 상대를 쓰러뜨렸다는, 자기 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말이다. 그리고 이 대사 하나로 다윗은 지금도 이스라엘의 영웅이자 자신을 낮추고 야훼 하나님을 높인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다윗이 이 말을 하기 전 상황에 대한 성경 속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윗이 단순히 하나님의 영광'만'을 드러내기 위해 전쟁에 참여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사무엘상 17장 25절 이하에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임금님은, 누구든지 저자를 죽이면 많은 상을 내리실 뿐 아니라, 임금님의 사위로 삼으시고, 그의 집안에는 모든 세금을 면제해 주시겠다고 하셨네." 다윗이 곁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저 블레셋 사람을 죽이고 이스라엘이 받는 치욕을 씻어내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해준다구요? 저 할례도 받지 않은 블레셋 녀석이 무엇이기에, 살아 계시는 하나님을 섬기는 군인들을 이렇게 모욕하는 것입니까?" 군인들은 앞에서 말한 내용과 같이, 저자를 죽이는 사람에게는 이러이러한 상이 내릴 것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내용인즉슨, 다윗이 하나님을 섬기는 군인들을 모욕하는 것에 대해 치욕을 느껴 전투에 참여하기를 결심하기 이전, 골리앗을 때려눕히면 어떤 보상을 받게 되는지 물었다는 것이다. 자신이 지나가면서 얼핏 들은 내용(상을 받고 왕의 사위가 되고 집안의 모든 세금을 면제해 준다는 특혜)을 듣고 이 사실이 정확한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장면이다. 정황상, 다윗이 아주 순수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영광만을 드높이고자 기골이 장대한 장수 앞에 선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사실, 다윗은 여덟 형제 중 막내로 아버지와 형들에게 무시당하고 있었다. 블레셋과의 전쟁터에 가게 된 것도 오랜 기간 전쟁을 치르고 있는 형들에게 식사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형들은 이런 다윗에게 고맙다 말은 못 할 망정 “건방지고 고집 센 녀석(17장 28절)”이라고 핀잔을 주며 전쟁 구경하러 온 어린아이 취급했다.

아마도 다윗의 마음엔 억울함이 있었을 것이고, 어린 나이임에도 밤에 양 떼를 지켜야 할 만큼 허드렛일을 하며 외롭게 어두움을 이겨내야 했던 소년이었기에 인정을 받고 싶고, 집안에서 대접을 받을 만한 공을 세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거라 짐작한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다윗과 골리앗’은 야훼 하나님을 드높인 신실하고 용기 있는 소년이 훗날 이스라엘의 왕이 되어 태평성대를 이룬 승리의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입장에서는 인정을 받기 위해 집안 사람까지 죽이려 했던, 부하의 아내를 뺏은 탐욕스러운 왕의 이야기가 와전된 것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요소들이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다.
실제로 다윗은 골리앗을 죽인 뒤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이스라엘의 왕이 되지만, 목욕 중이던 여인에게 반해 충신이었던 그 여인의 남편을 전쟁터 최전방에 배치해 죽게 만든다. 그렇게 여인을 자신의 아내로 맞이한 이력이 있다. 팔레스타인의 입장에선, 이런 다윗을 민족의 영웅으로 떠받드는 모습이 우습지 않을까?
<계속>
검색어 제한 안내
입력하신 검색어에 대한 검색결과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딴지 내 게시판은 아래 법령 및 내부 규정에 따라 검색기능을 제한하고 있어 양해 부탁드립니다.
1. 전기통신사업법 제 22조의 5제1항에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삭제, 접속차단 등 유통 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집니다.
2.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청소년성처벌법 제11조에 따라 불법촬영물 등을 기재(유통)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을 제작·배포 소지한 자는 법적인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따라 청소년 보호 조치를 취합니다.
5.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라 권리주장자의 요구가 있을 시 복제·전송의 중단 조치가 취해집니다.
6. 내부 규정에 따라 제한 조치를 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