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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해병 사건

     

 
 
 
 
 
 

 

 

역사는 어쩌다 채해병 사건을 향해 달리게 되었나

 

12장. 모든 것이 정상이었던 마지막 날

 

해병대 사령부.PNG

해병대 사령부

 

2023년 7월 28일 오전 7시 20분경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수사 결과를 보고 받았다. 보고의 핵심 내용은 이랬다.

 

“임성근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겠다.”

 

이 보고 직후, 김계환 사령관은 해병대 1사단 사령부로 향해 임성근 사단장을 만났다. ‘사단장 보직’과 관련하여 이야기 하기 위함이었다.

 

“제가 1사단장실에 가서 사단장과 또 보직과 관련된 부분을 논의했다 (중략) 사단장이 고민하는 것 같아 조금 더 생각해 보라고 시간을 줬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말이다. 임성근 사단장도 이를 납득했던 것 같다. 

 

“책임을 통감한다. 사단장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

 

사실상의 사의 표명처럼 들렸다. 

 

김계환 임성근  연합뉴스.jpg

출처-<연합뉴스>

 

그 외에 남은 건 후속 조치와 처벌이었다. 해병대 수사단은 이날 채수근 상병 가족에게 수사 결과를 설명하고, 경찰로 사건을 이첩할 예정임을 알려줬다.

 

이틀 뒤인 7월 30일 오전 10시. 박정훈 대령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집무실로 향했다. 해병대는 아직 해군 소속이기 때문에 당연한 절차였다. 해병대 사령관이 사건의 결과를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에게 보고했고,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은 이를 납득했는지 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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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이취임식에서

이종호 해군참모총장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오후 4시 30분. 김계환 사령관, 박정훈 대령,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 앞에서 대면보고를 했다. 이 자리에는 해병대 공보정훈실장, 허태근 국방부 정책실장, 박진희 군사보좌관,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까지 자리했다. 

 

전하규.PNG

(왼쪽부터)

허태근 국방부 정책실장

박진희 군사보좌관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박정훈 대령이 수사 결과를 보고 했고, 이종섭 장관은 직전 결재자인 해군참모총장에게 확인함과 동시에, 보좌관들의 의견까지 꼼꼼히 확인했다. 

 

이종섭 장관은 박정훈 대령을 격려한 후 밖으로 내보냈고, 김계환 사령관과 임성근 사단장의 후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모든 게 끝났다.  

 

그러나 이날이 모든 게 정상이었던 마지막 날이 되었다. 

 

13장. 탄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남자

 

다음 날인 7월 31일이 되었다. 

 

안보실 회의.jpg

출처-<연합뉴스>

 

대통령이 안보실 회의를 주재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격노’ 사건이 터졌다. 대통령의 격노를 기점으로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궤도를 따라 움직이던 사건 수사는 탈선하기 시작했다. 사건은 계속 어그러졌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르며, 사건의 진상이 조금씩 드러났다. 사건의 진상이 점점 드러날 때마다 ‘격노’는 그 모습을 바꿔 갔다.  

 

1. 처음에 이종섭 장관과 김계환 사령관은 ‘격노는 없었다’고 말했다. 

 

2. 공수처에서 격노에 관한 증거들이 하나씩 밝혀졌다.  

 

3. 사건이 점점 드러나자, 격노한 것이 무슨 잘못이냐면서 격노를 인정했다. 

 

4. 구체적인 통화 내역이 드러나자 격노하며 해당 사건에 대해 언급은 했지만, 그것이 사건 개입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5. 해병대 수사단이 실질적인 수사권이 없음에도 과도하게 수사해 혐의자를 너무 많이 양산 했다며 ‘격노’의 이유를 설명했다.

 

대통령이 격노한 사실이 드러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종섭 前 장관 측의 중요 논리 중 하나가 이 논리였다. ‘격노’가 무슨 잘못이냐는 논리다.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자신을 보좌하는 국방부 장관을 통해 군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한 것이 외압이 될 수 없다.”

 

노컷뉴스.PNG

출처-<노컷뉴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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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前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 

출처-<연합뉴스>

 

이 의견에 발맞추듯, 대통령을 옹호하는 논리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군법에는 대통령과 장관 모두 군사경찰을 지휘할 수 있게 돼 있다. 직권남용과는 관련이 없는 사안”

 

이라는 논리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여론을 뒤집겠다는 느낌은 아니다. 이미 여론조사 결과를 본다면, 국정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제는 법적 방어논리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이런 모습은 국민의힘 22대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확연히 보였다. 

 

“이제 지나간 건 다 잊어버리고 한 몸이 돼서 나라를 지키고 나라를 개혁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이 나라를 발전시키는 그런 당이 되고, 저도 여러분과 한 몸으로 뼈가 빠지게 뛰겠다.”

 

워크숍 연합뉴스.jpg

출처-<연합뉴스>

 

대통령의 발언이다. ‘한 몸이 돼서’의 의미는,

 

“8석을 지켜내자.”

 

란 의미로 들린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중 8명이 이탈하게 되면, 대통령은 나라를 다스리는 건 고사하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거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우리는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 지금 그 자리에 올랐는지를 잊고 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을 수사해서 그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대통령 탄핵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 그게 바로 지금 대통령이다. 

 

『탄핵』의 한 가운데에서 모든 걸 지켜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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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팀

출처-<연합뉴스>

 

그는 이 나라의 누구보다도 탄핵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그 파훼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박근혜 정부가 최순실 사태를 마주쳤을 때, 청와대 안에서는 두 개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정무 라인 쪽의 의견은 부정이었다.

 

“최순실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인정하는 순간 둑이 무너진다. 국민 정서가 요동칠 것이다!”

 

이때 우병우를 중심으로 한 민정 라인은 인정이었다.

 

“법리적으로 다 검토해 봤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인정하고 털고 가는 게 국정운영을 위한 길이다.”

 

양쪽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고, 결국 민정 라인 쪽이 이겼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게 됐다. 

 

박근혜 구속.jpg

문재인 당선.jpg

 

이 모든 걸 가장 잘 들여다봤던 사람이 지금 대통령이다. 대통령과 우병우는 각별한 사이였다.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자 신분으로 인사청문회를 받을 때, 우병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유능하고 책임감 강한 검사라고 생각한다.”

 

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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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겨레>

 

한때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우병우 사단’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윤석열 사단’과 별반 다를 게 없었기에(둘 다 검찰 특수통 인사들을 데리고 활동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에 인재풀이 똑같다), 이 둘은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어찌 보면, 검찰 특수통 인사들이 정권을 잡고, 나라를 다스린다면 서로 비슷해질 수밖에 없었을 거다.

 

(우병우가 박근혜 정권의 실세임은 맞지만, 통치하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직접 하지 않았다는 걸 전제로 한다면, 우병우가 상당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음은 사실이다. 실제로 최순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우병우가 권력의 실세라는 게 세간의 평가였다)

 

(우병우는 대통령보다 7살이나 어리고, 대학 기수도 5년 선배지만, 검사 임용은 4년 선배다)

 

천지일보 우병우.PNG

출처-<천지일보> 링크

 

우병우는 지난 2023년 대통령으로부터 신년 사면을 받았다. 그래서 그가 22대 총선에 출마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그는 출마하지 않았다. 

 

384일간 감옥 안에 있었던 그는, 대통령 탄핵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거다. 그리고 지난번 탄핵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때 제일 많이 적용한 혐의가 직권남용이었다.”

 

경향신문.PNG

국정농단 사태 당시인 2016년 12월에 나왔던 기사 

출처-<경향신문> 링크

 

형법 123조에 명시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당시 특검에서 가장 많이 적용한 조문이다. 이 당시 특검은 직권남용을 가지고 청와대 고위공직자 수십 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법정 다툼 끝에 하나둘 무죄판결을 받았고, 이건 당시 기소를 했던 대통령에게 부담이 됐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잡아넣으려 했던 양승태 대법관도 이 직권남용으로 집어넣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양승태.PNG

출처-<서울신문> 링크

 

이에 대해 대통령이 집권 남용의 법리 적용을 너무 무리하게 적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불과 6년 전의 일이었다. 이때 대통령은, 

 

“헌법이나 정부조직법에서 대개의 공무원 직무를 법령으로 설정하는 것은 입법상 불가능하다 (중략) 공무원의 직무를 넓게 봐야 한다.”

 

노컷뉴스 윤석열 직권.PNG

출처-<노컷뉴스> 링크

 

직권남용은 대통령에게 있어선 전가의 보도였다. 특검 시절 때부터 계속해서 써먹었던 직권남용은 정권이 바뀌고,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기소할 때도 사용했다. 

 

그리고 지금, 대통령은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고발된 사건이 10여 건이 넘어가고 있다. 

 

오마이뉴스.PNG

출처-<오마이뉴스> 링크

 

대통령도 알고 있다. 지금 자신에게 탄핵이 덫을 놓는다면, 아마도 직권남용일 것이라는 걸. 대통령이 나라를 어떻게 통치해야 하고, 어떻게 국민과 소통해야 하는지는 몰라도 탄핵에 있어서만은 누구보다도 전문가이며, 가장 많은 경험을 한 사람이다. 

 

모든 것의 총합은,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건 꽤 어려울 것이다.”

 

라는 거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이어지고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