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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해병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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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어쩌다 채해병 사건을 향해 달리게 되었나
14장. 대통령의 휴가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의 휴가는 늘 논란거리를 만들어냈다.
대통령이 취임한 지 3달이 가까워질 무렵이었다. 대통령이 첫 휴가를 떠났다. 그리고 대통령이 휴가를 떠난 이틀 뒤, 정계 거물(!)이 한국을 방문했다. 2022년 8월 3일의 일이었다. 방문한 인물은,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
대만을 방문한 후 한국을 방문한 것인데, 이 대목에서 대통령은 과연 무얼 했는가에 대한 논란이 컸다. 지금이야 옛날이야기 하듯이 말하지만, 당시 낸시 펠로시는 미국 의전 서열 3위의 정계 거물이었다.
그러나, 8월 3일 밤 9시 26분 오산 기지에 도착한 낸시 펠로시 앞에 대한민국 정부 측 인사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낸시 펠로시 방한 당시 모습
출처-<주한미국대사관 트위터>
당시 대통령은 휴가를 이유로(?!) 연극을 보고, 뒤풀이(역시 술이 빠지지 않았다)를 하고 있었다. 국무총리는 새만금에 가 있는 상황이었고, 외교부 장관은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아세안 외교장관 회담에 나가 있었다.
최우방국인 미국 하원의장이 왔는데, 아무도 영접을 나가지 않은 거다. 낸시 펠로시 의장은 한국 측 정부 관계자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불쾌함을 드러냈다.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반응은 간단했다.
“외국의 의회에서 오는 인사는 영접 대상이 아니다. 외교부 지침에서도 행정부 인사는 포함되어 있으나, 의회 인사에 대한 영접 지침은 정해진 바 없다.”
문제는 그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미국 의회 의장을 만날 때, 대통령이나 행정부에서 국빈으로 영접을 해 왔다는 거다.
펠로시 하원의장이
박근혜 정부 당시 방한했을 때
출처-<연합뉴스>
대통령이 펠로시를 패싱한 거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음날 국회의장이었던 김진표가 펠로시를 상대해 줬다는 거다.

출처-<뉴스1>
그렇다면 대통령은?
전화 통화를 했다. 40분간 펠로시와 전화 통화를 했다(그나마 1대1 통화도 아니고, 펠로시의 동행들, 그러니까 하원 외무위원장을 포함한 6인과 통화했다. 여기에 통역도 더해야 한다).
통화 이후 대통령실 홈페이지 카드 뉴스
펠로시는 이때,
"대통령의 첫 여름휴가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시간을 내준 데 대해 감사하다"
라고 말했고, 대통령은,
“이번 펠로시 하원의장의 방문이 한미 간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
펠로시가 ‘특별히 시간 내줘서’ 고맙다고 비꼬은 건데, 이에 대해 대통령은 대북 억지력이라는 생뚱맞은 소리를 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를 위해 한국까지 온 최우방국 의회 의장과 전화 통화만 할 게 아니라 만나는 게 더 억지력이 있을 사안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펠로시를 끝까지 회피했다.
외교적 결례를 넘어 대참사였다. 왜 펠로시를 패스했을까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많은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중국을 배려한 것이라고 말하기에는(직전에 펠로시가 대만을 방문했기에), 그동안 대통령이 해 왔던 ‘업보’가 많았다. 후보 시절 때부터 대통령은 사드 추가 배치를 공약했고, 중국과는 명백히 대척점에 선 모습을 보여줬다. 중국 배려는 설득력이 크지 않다. 정확히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외교 참사’인 건 확실하다.
이 당시 주목해 봐야 하는 건, 대통령 당선 이후 첫 휴가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지방으로 휴가를 떠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한데, 대통령 취임 이후 계속된 ‘실책’으로 지지율에 20%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직전에 있었던 학제 개편으로 학부모들의 민심이 요동쳤다. 초등학교 입학을 만 5세까지 낮춰버리겠다는 말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반대가 심했다)

이러던 때였다
민심을 수습하고, 여론을 돌리기 위해 낮은 자세로 경청하겠다는 거였는데, 역시나 이번에는 외교적 참사와 함께 ‘술’이 빠지지 않았다. 대학로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보는 것까진 좋았는데, 연극배우들과 식사 자리를 가지면서 다시 술을 마셨다.
여론을 돌려보겠다고 서초동 관저에서 휴가를 보낸 거였지만, 외교 참사와 술이 등장하면서 여론은 딱히 좋아지지 않았다.
15장. 저도(猪島)와 두 번째 격노
2023년 8월 대통령의 두 번째 휴가가 예정됐다. 일각에서는 이런 시국에 휴가를 가도 되냐는 의견이 있었다. 휴가 가기 전에 이미 한바탕 물난리로 사람들이 죽었고, 이재민들이 발생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10여 일 전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던 해병대의 채수근 상병이 사망하는 사고까지 있었던 상황. 그럼에도 대통령 휴가를 가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의견에는 나도 일견 동의한다. 대통령이 휴가를 가지 않는데 공직 사회나 일반 사회에서 휴가를 가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까? 대통령부터 휴가를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본다)
휴가는 8월 2일부터 8일까지였다. 8월 2일은 휴가 첫날이었지만, 온전히 휴가에만 몰두할 순 없었다. 이날 저녁에 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하는 일정이 있었다. 잼버리 개영식을 마치고 나서야 ‘저도(猪島)’로 가서 휴가를 보낼 수 있었다.

잼버리 개영식
시간이 지나고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대통령은 이날 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하기 전, 그러니까 이날 낮에도 상당히 바빴다. 낮 12시에서 1시 사이에 우즈베키스탄으로 출장 가 있던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검사 시절부터 쓰던 개인 휴대폰으로 3차례나 전화를 걸어 통화했다. 이 통화 직후, 박정훈 대령은 ‘보직 해임’을 통보받았다.
대통령은 이종섭 장관과 통화 직후,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3시간 뒤 이번에는 신범철 국방부 차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임기훈 국방비서관은 대통령과 통화한 직후,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통화했고,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이 통화 직후 경북 경찰청에 연락해 채 해병 수사 자료를 국방부로 다시 가져왔다)

13 : 25 윤석열 → 임기훈 통화
13 : 42 임기훈 → 유재은 통화
13 : 51 유재은 → 경북 경찰청 통화


(이 외에도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현 국민의힘 의원),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임성근 사단장 등 여러 인물 사이에 수많은 통화가 이뤄졌다)
!['자동군사개입' 넣었다‥_침략당하면 상호지원_ - [풀영상] MBC 뉴스데스크 2024년 06월 19일 8-4 screenshot.png](https://img-cdn.ddanzi.com/files/attach/images/977701/142/846/812/83ecc2a844d063a2a4285d8fe4f0ec6b.png)
8월 2일 국방부 관계자들과만
18차례 통화한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이 통화들이 이뤄진 8월 2일은, 대통령이 안보실 회의에서 채 해병 사건 수사 내용에 대해 보고 받고 ‘격노’한 지 이틀이 지난 날이었다.
저녁이 되기 전, 이 모든 사건을 메조지한 대통령은 잼버리 개영식을 위해 새만금으로 떠났다.
즐거운(?) 잼버리 개영식을 마친 후에는 휴가지인 '저도'로 향했다.
『저도의 추억』
박근혜 前 대통령이 저도에 남긴 글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저도에 대통령 전용 별장 ‘청해대’가 만들어지고 나서 저도는 대통령의 단골 휴가처였다.

박근혜 前 대통령이 올렸던
‘저도의 추억’ 사진
출처-<박근혜 前 대통령 페이스북>
거제도 옆에 붙어있는 작은 섬 저도는 군과 관련이 깊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엔 탄약고로, 한국 전쟁 당시엔 유엔군 탄약고로 쓰다가 해군이 이걸 넘겨받아 해군 휴양지로 썼다. 이후 이승만 대통령이 이곳을 휴양지로 쓰면서 이후 대통령들에게도 이어지게 됐다(청해대 건설은 박정희 대통령 때).

저도 위치
청해대
윤석열 대통령도 이곳으로 휴가를 떠났다. 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한 후 저도로 향한 대통령. 근데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해야 할까? 이때 저도 외곽 경비를 맡은 게 해병대 1사단의 신속 대응 중대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 무리가 없다고 본다. 이제까지 저도 경비를 해병대가 맡았던 적이 있었고, 원래 저도는 해군이 관리했던 곳이 아닌가.
일각에서는 이때 임성근 사단장이 저도를 방문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그런데 그때는 이미 경북 경찰청에서 국방부로 사건을 다시 가져오면서 임성근을 수사선상에서 뺀 상황이다. 임성근이 저도를 방문함으로써 얻는 실질적인 이득이 없다.

출처-<뉴스1>
엄밀히 따져보면 겨우(!?) 별 두 개다. 일반 공무원으로 치면, 국장급 대우를 받는 게 소장이다. 이 국장급 대우를 받는 이를 위해 대통령이 이 정도의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지는 이때는 몰랐을 거다.
임성근 방문 여부의 핵심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대통령 주변 누군가 임성근을 살려야 한다고 대통령에게 민원을 넣었다는) ‘임성근 민원 제기설’에 대한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아무리 생각이 없더라도 이 상황에서 대통령과 임성근이 만남을 가지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 철통같이 보안을 지킨다 해도 언제고 말이 새 나갈 것이고, 둘의 만남은 득보다 실이 더 많기에 만난다는 건 의미가 없다. 결정적으로,
“격이 맞지 않다.”
란 말을 하고 싶다.
대통령과 별 2개 소장이 휴가지에서, 그것도 ‘예민한 이슈’가 있는 상황에서 만난다는 건 감수해야 할 위험이 너무 크다.
만약에라도 만났다면, 사건이 이 정도로 커질 줄 예상 못했거나, 대통령 주변 누구도 만류하지 않았기에 (혹은 못했기에) 별생각 없이 만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만나서 얻게 되는 실익보다 위험이 너무 크다. 만났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왜 임성근을 지키려 애썼던 걸까?

대통령이 2022년 여름의 기억을 특별히 기억하고 있어서, 임성근을 위해 지시를 내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고 해도 120여 명의 소장 중 한 명이다.
이런 가능성은 제기해 볼 수 있다.
대통령은 특별히 기억하고 있진 않았지만, 누군가 대통령의 2022년 여름 기억을 환기해 줬다. 대통령은 그 기억이 떠올랐고, 그런 훌륭한 군인을 이런 일로 내치는 건 너무한 처사라고 여기며 그를 지켜줬다(잘못이 있더라도 무작정 덮어주는 ‘큰형님 리더십(?)’으로 대통령까지 된 사람 아닌가. 임성근에게도 그런 리더십(?)을 발휘했을 개연성은 있다).
그리하여 7월 31일 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하며 명령을 내렸지만, 8월 2일이 되어도 명령이 이행되지 않았기에 다시 한번 격노한 후, 앞뒤 재지 않고 달려 나가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또한 앞서 말했듯 이 사건이 이렇게까지 커지리라고 생각 못 했을 수 있다. 26년을 근무한 검찰을 비추어보면, 더한 일도 별문제 안 되고 묻힌 적이 많았을 테니까).
항간에 들리는 ‘민원 제기설’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반신반의이다. 대통령 취임 이후 상식 밖의 행보를 보인 적이 여러 번 있지만, 투스타 구명을 위해 대통령이 움직였다면(그것도 민원에 의해서), 그건 그 자체로 이 나라가 망했다는 의미가 된다.
조선의 마지막 왕이었던 고종과 민비(명성황후란 표현을 쓰기에도 아까운)가 신하들과 외국 외교관들에게 뇌물을 받다가 결국 망국의 길을 갔던 걸 생각하면, 분명 거기까지는 아닐 거라 믿고 싶다.
아직 거기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격노’했을 뿐이고, 자신의 지시가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였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 역시도 넓게 바라보면,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보고 법정에서 유무죄를 가려 볼 만한 ‘뭔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민원 제기는 아니다. 그건,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 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건 격노에서 시작된, 에스컬레이션의 결과라고 본다. 아니, 그래야 한다. 최소한 이 나라의 격을 생각한다면, 그게 맞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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