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영국 총선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7월 4일이다).

 

2010년, 데이비드 카메룬이 자민당과의 연립정부를 꾸리며 보수당이 집권한 지 어언 14년. 올 2024년엔 네 번째 승리에 도전하며 새롭게 총선을 치르게 됐다. 물론, 승부는 기울었다. 국민들은 더 이상 보수당을 신뢰하지 않는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이미 승부는 끝났다고 전망한다. 그것도 아주 큰 격차로 노동상의 승리를 점친다.

 

예측 가능한 총선이니만큼 긴장감도 떨어진다. 하지만, 아무리 이미 결정된 승부라 해도, 몇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첫 번째, 여론전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지난번 우리나라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다수의 전문가는 국민의힘이 큰 격차로 민주당에 패배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몇몇 언론들은 회피형 현실 부정 기사로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근소한 차이로 승리할 것이라는 망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근소한 차이는커녕 역사상 가장 큰 차이로 패배했다.

 

늘 그렇듯, 여론전을 펼치는 일은 지는 쪽이 열심이다. 우리도 그랬듯 영국도 마찬가지다. 보수당은 이런저런 핑곗거리로 노동당의 이미지를 어떻게든 깎아 보겠다는 작전이다.

 

ㄹ홓ㄹ.jpg

 
보수당이 선택한 건, 다름 아닌 이미지 물타기. 뭐만 하면 전 정부 탓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방법과 같다. 십수 년 전, 총리 자리에서 내려온 전 노동당 당수이자 영국의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를 꺼내 들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영국 역사상 최초로 보수당에 엄청난 패배를 안겨준 인물이다. 앨빈 토플러와 합작해, 영국에 ‘제3의 물결’이라는 새로운 반향을 일으킨 블레어는, 귀족주의를 철폐하고 모두가 중산층으로, 평등한 영국을 꿈꾸며 정치했다. 그리고 대중들은 그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인권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노동당의 이름으로 이라크 파병을 의회 승인 없이 단독으로 처리했던 일로 신뢰를 잃고 사퇴, 국민들로부터 큰 미움을 샀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고 할까. 그가 실행했던 정책들은 여전히 국민들에게 긍정적으로 기여되고 있다지만, 이미지는 여전히 좋지 않다.
 

fdgdfgdfg.JPG

영국 제1야당 노동당 대표 키어 스타머

출처 - (링크)

 

현 노동당의 대표인 키어 스타머는 블레어 키즈라고 불리는 이들 중 하나다. 노동당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노동당의 그늘 아래 자랐던 현 노동당의 대표 키어 스타머는 블레어가 총리 시절부터 정치인으로 키워왔던 인물이다. 보수당은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키어 스타머가 토니 블레어의 카피캣(흉내쟁이)라며 연일 입을 모아 떠들었다.
 
실제로 스타머 대표의 공약을 보면 블레어가 추진했던, 혹은 추진하려던 공약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령, NHS(National Health Service)를 개혁하고 의사, 간호사의 수를 대폭 늘려 그동안 의료진의 수가 적어 진행되지 못했던 진료를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든지, 초등교사 처우를 개선하고 더 많은 인원을 선발하겠다는 공약, 유럽연합과의 연대를 통해 우수 인력의 이민을 장려하겠다는 등의 목표는 20여 년 전 블레어가 내 걸었던 공약과 비슷했다.
 

photo_2024-06-28_22-18-56.jpg

 

물론, 정반대의 성격을 띤 공약들도 있다. 특히 사립학교에 VAT(부가가치세)를 적용하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참고로, 영국은 16세 미만에게 제공되는 공산품(의류, 학용품 등)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아이들 키우기 힘든데 애들 물건에까지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게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동의 되어온 부분이다.
 
하지만, 키어 스타머는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할 경우, 공립학교를 제외한 모든 사립학교에 그동안 예외로 적용되어 왔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세수가 늘어나면 그 예산을 공립학교 교사 모집 및 처우 개선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fsfsd.JPG

출처 - (링크)

 

영국의 사립학교는 일반 대학보다 등록금이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다. 몇몇 소수 학교들은 연간 8천만 원이 넘는다. 학비만 그 정도니, 실제로 1년간 교육을 위해 사용되는 비용은 1억이 넘는 수준이다. 그래서 대부분 상류층이나 소득수준이 높은 가정의 자제들이 다닌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어 중산층 이하 계층을 지원하겠다는 게 이번 공약의 골자다.
 
그 결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립학교엔 꼭 상류층의 자녀들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주 비싼 등록금을 내야 하는 학교들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낮게 측정된 학교들도 많다. 만약, 모든 사립학교에 부가가치세를 부여하게 되면 등록금이 인상될 수밖에 없고 결국 경제적인 부담을 안게 되는 건 부자들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약자(경제적)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어떻게 사회적 취약계층의 권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노동당에서 이런 공약을 내 걸 수 있냐는 비난이 거세다.
 
과거 토니 블레어는 사립학교에 부가가치세를 부여하는 것을 폐지했다. 혹자들은 ‘카피캣’이라는 호칭을 떨쳐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 공약을 내세운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 공약 자체가 노동당이 내세운 핵심 공약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보수당의 흑색선전이 효과를 보는 듯했다. 사립학교 부가가치세 부과 논란으로 지지율은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신뢰를 잃을 대로 잃은 데다가 보수당의 공약에도 희망을 내 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옥스포드 출신 총리들이 훌훌 말아 잡수신 보수당
 

gg.JPG

22일 총선 발표 후 첫 유세에 나선 리시 수낙 총리

출처 - (링크)

 

데이비드 카메룬, 테레사 메이, 보리스 존스, 리즈 트러스 그리고 현 총리 리시 수낙까지. 14년간 보수당을 이끌었던 리더들은 모두 옥스포드 대학교 출신이다(마가렛 대처도 옥스퍼드 출신이다).
 
영국에서는 가장 오래된 대학 역사가 있고,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영국에서 가장 많은 총리를 배출한 대학 옥스퍼드. 하지만 학벌과 정치, 학벌과 실력은 별개라는 걸,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실감 중이다(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무능하다고 평가받는 현 대한민국 대통령은 아이러니하게도 서울대 출신이다).
 

fff.JPG

출처 - (링크)

 

브렉시트로 영국을 파산의 길로 접어들게 하더니, 급기야 코로나 때 락다운 걸어 놓고 국민들은 집안에 가둬 둔 채 정작 본인은 관저에 파티를 벌여 쫓겨난 났고, 마가렛 대처를 소환해 1980년대 부자 감세 운운하다 40일 천하로 자리를 내려온, 돌아보면 바보들의 대행진을 보는 듯한 정치를 이어온 영국의 총리들은 모두 내로라하는 애들이 수학하던 학교 출신이다. 공부도 잘 했고, 나름 우등생이라는 호칭을 얻어가며 살아왔던 아이들이 왜 정치인이 되어 못난이가 되어버렸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논의에 대해선 별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흔히 엘리트라고 칭했던 이들이 종국에는 국민들을 위한 정치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치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당적을 떠나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이익’은 단순히 경제적, 혹은 정치적 이익이 아닌 스스로가 옳다고 여기는 바에 대한 고집이다. 혹 실수하거나 잘못한 일이 있어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만 하면 적정한 수준에서 용납을 받아온 이들의 대부분은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결정이 틀렸다고 여기지 않으려는 성향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작된 프로젝트가 브렉시트였다. 엘리트주의에서 환원된 대영제국에 대한 환상은 글로벌 시대를 시작하며 (세계대전) 이후 다시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된 영국에 재를 뿌렸다. 이들의 특권의식은 결국 영국 국민들을 물가상승률 18%의 지옥으로 빠지게 했다.
 
세 번째, 그래도 부패한 건 못 참아
 

gggg.JPG

출처 - (링크)

 

그나마 희망을 걸어 볼 만한 면이 있다면, 신뢰를 잃게 된 정치인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 지역이나 정치적 성향 등을 막론하고 영국은 부패한 정치인들에게 냉정하다. 우리에겐, 나라를 팔아먹어도 무조건 OOO당을 지지하겠노라 하는 열혈 지지층이 존재한다. 범죄를 저지르고 부패해도 괜찮다는 이들. 덕분에 세금으로 호주머니 채우는 패악질은 날로 수위가 높아져만 간다(도로를 틀어 땅값을 올리려는 시도나, 대통령 전용기 타고 다니며 명품 수집하는 일들이 영국에서 벌어졌다면 단 한 석도 못 건졌을지도 모른다).
 
현재 보수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게 된 건, 민생의 어려움을 돌보지 않는 엘리트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사망자 58명, 런던 '최악의 화재'…총리 퇴진 시위까지 _ SBS 0-24 screenshot.png

2017년 런던 그렌펠 타워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이후, 메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도심 시위가 이어졌다

출처 - (링크)

 

아파트 전체가 화재로 탔고, 수백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음에도 먼발치서 이 광경을 바라보고만 있던 총리의 모습. 시민들에게는 집에 있고 친인척을 만나는 것도 제한했으면서 자신은 직원들과 술 파티를 벌였고, 발각이 되니 수고로 일한 이들을 위로하는 자리였다며 미안하긴 하지만 총리직은 계속할 수행할 거라는, 결국 난 크게 잘못한 게 없다는 식으로 어영부영 넘어가려 했던 총리의 행태. 그리고 부자들이 너무 많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더 많은 돈을 쥐여 줘야 한다던 이까지. 국민들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여기기에 충분했다.
 
한 번 신뢰를 잃으면 냉혹한 현실을 맞닥뜨려야 하는 게 영국 정치판이다.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부패한 부분에 대해서는 냉철하게 판단 내리는 정치 문화를 보여준다. 그래서 더욱 기대되는 이번 영국 총선. 노동당이 보수당을 얼마나 큰 격차로 이길 것인가를 관전 포인트로 두고 결과를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