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사와 인터뷰 중인 '더 클라이밋 그룹'의 헬렌 클락슨 대표
RE100을 주관하는 클리이밋 그룹(Climate Group)의 최고 책임자인 헬렌 클락슨(Helen Clarkson)이 국내 언론과 인터뷰했다. 그녀는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대한민국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는 최첨단 산업 분야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 경고했다. 그의 경고처럼 재생에너지 정책은 앞으로 반도체/전자, 자동차, 조선, 정유, 화학, 중공업 등 대한민국 전통적 중추 산업은 물론 전기에너지를 어마어마하게 소비하는 인공지능/데이터 플랫폼 산업, 케이-문화(K-Culture) 콘텐츠 산업의 향배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그 중심에 그가 몸담고 있는 RE100이 있다. RE100은 몇 년 전만 해도 민간 기업들의 자율 규제 정도로 여겼지만, 이제는 각국 정부들이 경제 산업 정책을 수립할 때 무엇보다 먼저 고려해야 하는 정책 기준이 되었다. 일부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의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까지 간주하기도 한다. 이런 마당이니 RE100을 이끄는 수장의 경고는 결코 가벼이 흘려들을 수 없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석유공사와 액트지오 전 사장에게 빈 석유통을 던져 주고는 보란 듯이 김건희 여사와 전세 비행기에 몸을 싣고 중앙아시아 3국으로 떠나며 아주 깊은 탄소 발자국을 남겼다.
민간기업의 협의체, RE100이 중요한 이유
21세기 자본주의 기업들의 가장 중요한 경영 목적은 무엇보다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을 소유한 자본가나 경영자들이 앞다투어 RE100을 결성하고 자율적 규제에 나서며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현재 인류가 인류 역사상 가장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라지면 기업도 사라지는 건 뻔한 상식이다.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 양자컴퓨터, 스타쉽처럼 스타트랙 같은 SF에서나 등장할 만한 물건들이 뉴스에서 소개될 때마다 지금 당장이라도 지구를 떠나 화성 식민지 건설에 나설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공기를 초정밀 필터로 3단계, 4단계 정화하고, 알프스 산골짜기 깊은 계곡의 청정수만 들이킬 것 같은 자본가와 거대 기업 경영자들이 지구를 살리자고 난리를 치고 있는 이유도 그런 세상이 언제 올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세기 역사는 석유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유는 20세기 인류 문명의 척추였다. 서구의 근대성이 뭐냐 물으면 인문/사회 과학자들은 17세기부터 시작된 유럽의 자유주의 사조,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15세기 시작된 인본주의에서 그 시원을 찾곤 한다. 이런 사유의 흐름이 20세기에 완성된 서구 근대성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하나 화룡점정은 '사유'가 아닌 ‘석유’라는 '물질'이 찍었다. 탄소와 수소의 밀당으로 만들어진 이 화석연료가 연금술보다 쉬운 방법으로 금보다 더 값어치 있는 것들을 무한정 만들어 내자 문명 세계와 미개 세계는 석유를 중심으로 홍해 갈라지듯 갈라졌다. 석유가 가져다주는 편익을 맘껏 누리느냐 누리지 못하느냐가 '문명'과 '미개'를 가르는 가장 분명한 기준이 되었다.
지구를 아마겟돈으로 몰아넣은 두 번의 세계대전이 20세기에 일어난 이유도 석유 때문이었다. 인류 역사상 종말을 염려할 만큼 거대한 세계 대전은 20세기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마케도니아 알렉산더가 페르시아를 치며 동방 원정을 할 때도, 로마의 카이사르가 유럽을 제패할 때도, 몽골이 제국 확장을 할 때도 전 지구가 동시에 전쟁 상황에 들어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자신을 신과 동급으로 여겼던 과거 영웅과 자기 제국(혹은 문화)의 상대적 우월성을 자랑하고 싶었던 역사가들의 뛰어난 문장력 덕분에 고대의 수많은 전쟁이 마치 전 지구를 들썩거리게 만든 사건인 양 쓰였지만 20세기 세계 대전과 비교하면 작은 국지전에 불과했다.
1차 대전 당시, 영국 탱크들이 런던 시내를 퍼레이드하고 있다
20세기 들어 대학살에 가까운 광란의 세계 대전이 가능했던 것은 석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비행기, 탱크, 전함이 전장을 누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석유는 전쟁의 폭력성은 미증유의 세기로 증폭하였고 8,000~10,000만 명에 이르는 생명이 사라지는 죽음의 춤판을 겪고서도 사람들은 석유를 향한 욕망을 멈출 수 없었다. 석유가 주는 편익은 마약보다 더한 중독성을 갖고 있었다. 욕망은 점점 강해졌고 세상은 석유로 펄펄 끓는 팔열지옥이 되었다.
20세기 인류는 딱 반세기 만에 석유에 완전히 중독되었고 누구든 석유의 공급망만 틀어쥐고 있으면 전 세계 권력 구도를 쥐락펴락할 수 있었다. 석유의 공급망을 틀어쥔 이들은 남과 북, 동과 서를 구분하지 않고 전 세계 정치계에 오일머니를 피처럼 흘려보냈다. 부쉬나 딕 체니처럼 아예 석유업계 인사가 직접 정치에 뛰어들어 정치적 입지와 수익 모델을 더 공고히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석유 패권도 저물기 시작했다.
멕시코만에서 유전 사고가 터지고,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가 인류의 존망까지도 좌지우지하는 국제 사회의 첨예한 쟁점이 되면서 정치인들의 자금줄에도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석유의 영향력이 줄어들며 그 공백을 더 막대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인터넷, 반도체, 정보통신 관련 기업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21세기 사업가인 기술 재벌들(tech typoon)은 20세기 사업가보다 정치적 올바름, 장기 이익, 세련된 대중 소통에 민감한 이들이다. 이들은 기후 위기가 기업의 장기 이익과 자신들의 정치적 올바름을 심각하게 훼손하므로 더 이상 정치인과 유엔이 주도하는 기후 협약을 기다리지 않고 민간 컨소시엄인 RE100을 만들어 자신들의 글로벌 공급망 사슬의 에너지원을 재생 에너지로 바꾸기 시작했다. 인류가 석유에 중독된 속도만큼이나 과격하고 빠른 변화다.
기후 위기를 직시하는 세계 시민이 많아지고 이들의 위기의식이 커지자, RE100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지고 빠르게 확산되었다. 이제는 전통과 첨단 산업의 구분 없이 전 세계 산업-경제계를 선도하는 세계적 기업 400개가 참여하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민간기업 컨소시엄이 되었다. 당연히 전 세계 정치인들도 RE100의 행보에 주목하며 RE100의 행동강령과 지침을 국가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그 어떤 정치인도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는다. 지금의 추세라면 RE100이 제시하는 에너지 미래가 곧 지구의 에너지 미래가 될 것이고 그 미래는 재생에너지 위에 구축된다.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는데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보수 정치인, 보수 언론, 사이비 기독교도들만 RE100이 선도하는 세계적 흐름을 무시하고 원전과 석유 피리를 부는 윤석열 대통령을 따라 낭떠러지로 맹렬히 달려가고 있다.
동해 석유, 가스 매장과 관련해 브리핑 중인 윤석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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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성큼 다가오는 6번째 대멸종
지구에 등장했던 호미니(homini)종 중 유일하게 우리 호모 사피엔스만 남았다. 지금까지 생각보다 많은 호미니종이 명멸했는데 이들이 사라진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질학적 증거와 기후 시뮬레이션을 참고하면 지구 기후와 환경의 급격한 변화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최근까지 호모 사피엔스와 상당 기간 공존하다 사라진 네안데르탈인의 경우, 한동안 좀 더 영악한 호모 사피엔스 때문에 멸종했을 것이라는 가설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기적 호모 사피엔스의 호전성보다 기후와 환경의 변화가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을 가져왔을 것이라는 추정이 힘을 얻고 있다. 사실 우리 몸에 그들의 유전 형질이 남아 있어 멸종했다 말하기도 뭣하다. 우린 호모 사피엔스이면서 동시에 네안데르탈의 후예다. 새가 마치 공룡의 후예인 것처럼.
다윈이 말했던 적자생존은 종간 경쟁이나 동종 사이의 경쟁을 염두에 둔 개념이 아니었다. 적자생존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종과 경쟁하거나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개체 수준에서 발현되는 유전적 가소성(가소성은 유연하게 바뀐다는 뜻이다. 유전적 가소성으로 돌연변이와 진화가 일어난다)과 환경 변화 속도가 만드는 역학 관계에 있다. 유전적 가소성이 적절하게 작동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환경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 대부분 생물은 자신의 의지와 욕망과는 상관없이 멸종했다.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환경이 금성이나 화성같이 너무 가혹한 환경만 아니라면 어떻게든 변화한 환경에 맞춰 새로운 생물이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공룡이 멸종하고 파충류와 포유류의 세상이 되고 영장류 중에서 호모족이 등장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필연 같은 우연으로 변화하는 환경에서 인류가 생겨났고 어쩌면 같은 이유로 인류가 멸종할 수도 있다.
현대 과학은 지구 역사상 생명체의 50% 이상이 사라지는 대멸종을 대충 5번 정도 겪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주로 화산 폭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와 생태계 환경의 변화가 원인이라 분석하는데 백악기 말 공룡을 쓸어 버린 대멸종처럼 운석 충돌이 대멸종의 직접적 원인이 되기도 했다. 운석 충돌이 스토리로서는 매력적이지만 사실 지구 생명체 대멸종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지구 내부 에너지 순환이었다. 그래서 대멸종은 지구 위에 사는 생명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지구의 물리적 조건이 생명 생존을 위한 임계치를 벗어날 때 주기적으로 맞게 되는 필연적 사건이다. 사건의 스케일이 전 지구적이라 대비도 쉽지 않고 지금까지 그런 대사건을 대비할 만한 지적 생명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지구에 존재했던 모든 생명은 대멸종이라는 사건에서 늘 '희생자'였지 ‘가해자’인 적은 없었다. 대멸종의 '종범'조차 된 적이 없었다. 생물의 존재 목적은 '생존'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건 당연한 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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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기후 위기와 맞물려 과학자들이 경고하고 있는 6번째 대멸종은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만약 6번 째 대멸종이 실현된다면 전례 없는 전 우주적 대사건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이라는 생명이 스스로 멸종을 초래하는 유일무이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레밍쥐나 펭귄처럼 누가 뒤에서 등 떠미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목을 조르며 낭떠러지로 진격하는 인간이라니, 너무 그로테스크하다. 기후 위기(Climate Crisis)에 직면했다며 매년 COP이니 기후협약이니 하며 각국의 행정수반들이 온실가스를 뿜어 대는 전세기를 타고 지구 곳곳을 누비지만 실제로 하는 짓은 돈을 대주며 전쟁을 부추기고,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대신 더 많은 전기 자동차를 만들어 팔 생각을 하며 온실가스 배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계속 이런 식이면 어떻게 될까?

위 그래프는 우리의 아주 잔혹한 미래를 보여 준다. 지난 5억 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을 보여주는 그래프의 오른쪽 제일 마지막 구간은 현재 상황과 앞으로 500년 예측 그래프다. 이 구간의 시간 단위는 500년인데 4억 ~ 1억 년 전을 보여주는 맨 왼쪽 첫 번째 구간과 그래프의 기울기가 비슷해 보인다. 맨 왼쪽 첫 번째 구간의 시간 단위는 1억년인데 그 중간에 2억 5천만 년경에 빨간 점들을 배경으로 불쑥 솟은 그래프가 지구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이 멸종한 페름기 대멸종 때 이산화탄소 양이다. 이 두 구간의 그래프 기울기를 비교하면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그냥 두어도 최근 기울기가 더 가팔라 보이는데, 이것을 1억 년 단위로 수정하면 그래프는 어떻게 될까? 그냥 수직선이 될 것이다.
지금처럼 석유를 뽑아내 흥청망청 쓰면서 온실가스를 지금과 같은 속도로 뿜어 대면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곳으로 가는 여정도 상상할 수 없이 빠르고 고단할 것이다. 지구상에서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던 가파른 온실가스의 증가와 지구 온난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지만 천국보다 지옥에 가까울 것이란 것은 장담할 수 있다.
성큼성큼 다가온다고? 아니 이미 시작되었다고!
6번째 대멸종은 어떤 모습일까? 지질학적 흔적과 증거로 그려볼 수 있는 과거의 대멸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단 먹이 피라미드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식물부터 사라질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광합성을 하는 식물의 전성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과거의 흔적은 그 반대로 진행되었음을 보여 준다. 육지에서는 식물, 해양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먼저 사라진다. 그러면 식물성 먹이를 먹고 사는 초식 동물이 사라진다. 그렇게 차례차례 먹이 피라미드 상층으로 올라가며 생명이 지구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남 일처럼,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처럼 말하고 있지만 사실 6번째 대멸종은 이미 진행 중인지도 모른다. 18세기 이후 인간이 화석연료를 이용하며 이전까지 인간을 속박하던 물리적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자, 지구상에서 동물이 사라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위 그래프는 현생 인류와 함께 있는 동물의 멸종 속도를 보여준다.

다음 그래프는 인구의 증가 속도,

온실가스의 증가 속도,

자연림 파괴(Deforestation) 속도,

인류의 에너지 소비 그래프다. 소름 돋게 기울기가 거의 일치한다.

위 막대그래프는 수평 뒤집기를 하면 된다.

해당 세계 지도 그래프는 빨간색이 짙을수록 자연림 파괴가 더욱 가열차게 일어나는 곳을 보여 준다.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남미가 가장 붉다.
Deforestation은 여러 용어로 번역된다. 산림 개발, 남벌, 산림 파괴, 산림 전용 등. 어떤 용어를 택하든 숲이 사라진다는 본질은 같다. 인간이 살기 위해 나무를 베고 집을 짓는 것(이런 걸 산림 전용이라고 한다)은 자기가 살려고 남의 집을 뺏는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하다. 산림 전용으로 서식지를 박탈당하는 생물종과 인간 사이의 비율이 1:1이면 그나마 낫겠지만(예를 들어, 인간이 들어가면 늑대나 호랑이 정도 쫓겨나는 정도) 절대 그런 친절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이 살기 위해 숲을 베어내면 그 숲에 있던 식물과 땅속의 균류, 곤충과 작은 파충류, 낮에는 눈에 띄지 않는 각종 척추동물 등 수많은 생명이 서식지를 잃는다. 쥐, 바퀴벌레들이 인간을 따라 들어오지만, 사라지는 생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개체수도, 계통수도 준다. 6번째 대멸종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계란 대신 석유로 말아 볼까?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대한민국은 기후문제에 있어서도 국제적인 아젠다를 설정하고 선도하는 위치에 있었다.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에서도 대한민국 정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이었다. 그런데 지난 22년 3월 9일 대선을 치르고 5월 10일 이후, 천지개벽이 일어났다.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치의 지평에서도 인류의 평화와 공영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가장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실천하던 정부가 신기루처럼 사라진 것이다. 그 대신 1900년대에나 등장할 만한 물신(物神)의 정부가 들어앉았다.
4.3 추념식과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같이 희생자 국민을 위로하고, 국가와 정부를 대표한 행정수반으로 절절히 반성해야 하는 자리에서 두서없이 돈, 투자, 경제 이야기만 꺼낸다. 전국 방방곡곡을 유람하며 여는 민생토론회에서는 백척간두에 선 자영업자의 통곡을 듣는 대신 투자 계획을 재활용하며 조 단위의 부도 어음을 쏟아부어 이들의 목소리를 묻어 버리고 있다. 이제는 하다 하다 열심히 말던 계란도 던져 놓고 듣도 보도 못한 국정 브리핑… 아니 대통령 주관 기자 번개 모임을 열었다. 얼마나 급했던지 기자들이 이 번개 모임 공지를 받은 건 모임 8분 전이었다고 한다. 내용은 동해 석유였다. 자그마치 140억 배럴의 석유가 동해가 묻혀 있을지 없을지 확인하려고 자기가 산자부의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들에게 전하기 위함이었다나 뭐라나… 140억 배럴… 브라질 매장량보다 많은 숫자니, 계란 말다 뛰쳐나올 만한 큰 숫자인 건 맞다.
안타깝게도 윤석열 대통령 석유 번개 모임은 그의 계란말이나 김치찌개보다 인기가 없었다. 일단 국민들은 대통령 입에서 나온 ‘석유’라는 단어에 흥분해서 반응하지 않았다. 박정희 시절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실망했던 이야기라 감흥도 없고 속아 주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어떤 말이건 자기가 내뱉은 말이 일말의 의미라도 가지려면 타이밍과 맥락은 얼추 맞추어야 한다. 계란 말다 말고 혹은 술에 취해 자다가 뛰쳐나온 듯 뜬금없이 동해 앞바다에 석유가 있어요, 엄청난 석유가 있다고 소리소리 지르고 뛰어다니면 사람들은 그냥…. 미… 여하튼 심하게 편찮다고 생각할 뿐이다. 석유로 국정을 말고 지지율을 높이려는 시도는 한마디로,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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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 있더라도
천공은 우리가 산유국이 되면 국민들이 일은 안 하고 놀고먹으니, 석유를 채굴하지 말아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폈다. 필자는 다른 이유로 석유가 매장되어 있더라도 당장은 채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산유국 중에서 석유가 가져오는 부의 효과가 민중에까지 고르게 퍼진 경우는 드물었다. 대개 석유가 만든 부는 외국 자본과 결탁한 왕실, 특정 기득권층, 부패한 정치세력이 독식했다.
특히 독재자가 지배하고 개발이 덜 된 국가일수록 산유국이 되면 독재자와 그 주위에 기생하는 부패 세력의 배만 불리고 그 나라 민중은 주당 62시간, 140시간 뼈 빠지게 일해도 최저 빈곤선을 오르내리는 생활고에 시달렸다. 노르웨이나 스웨덴처럼 공동체 가치관이 강하고 민주주의가 성숙된 나라가 되어야 석유가 터져 나와도 국민 모두가 고르게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잘 관리할 수 있다. 그런 나라에서조차 시민과 언론의 엄중한 감시가 필요하다.
설사 동해에 1,40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고 해도 검찰 독재로 대한민국 시스템 전체를 퇴행시킨 윤 정권이 퇴진하기 전까지 절대 개발하면 안 된다. 개발하기 전에 혼탁해진 민주주의의 가치와 공동체 가치를 제대로 정련하는, 온 국민이 머리를 맞댄 숙의와 공론화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시간을 넘어 우리 당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국경을 넘어 세계 시민의 공영을 위해 석유를 어떻게 사용할지를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미 시작된 6번째 대멸종도 요리조리 피할 수 있고 대한민국의 또 다른 퇴행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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